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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1년, 'MB의 반격'이 있었나"

[인터뷰] 이상돈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박세열 기자(=정리)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12-30 오후 4:15:20

 

 

이상돈 전 중앙대 법대 교수. 2012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맡아 대선 승리의 '일등공신'이라는 평을 듣던 그가 "박근혜 대통령과의 지난 10년간을 복기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최근 1년 사이에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변한" 박 대통령을 보면서, 내놓은 그의 소회다.

이 전 교수는 2004년 열린우리당의 사학법 개정 시도에 반대 논리를 제공하며 박근혜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당시 열린우리당 4대 개혁 입법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입장에서 저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이 전 교수의 '논리'가 주요했던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환경법을 전공한 보수학자답게 그는 이명박 대통령의 4대강 사업을 정면 비판하며 2008년부터는 한나라당 정부가 가장 껄끄러워하는 인물이 됐다. 노무현 정부 여당(열린우리당)의 핵심 정책을 무산시키고, 이명박 정부 여당(한나라당)의 핵심 정책에 반기를 들었던 이 전 교수가 박근혜 당시 대표의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으로 간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컸다. 이명박 대통령을 불신하는 보수층은 이 전 교수의 정치 참여를 보고 박근혜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차별점을 포착할 수 있었다. 그런 이 전 교수가 박근혜 정부 여당(새누리당)에 쓴소리를 내놓고 있다.

<프레시안>과 마주앉은 그는 김병호 전 한나라당 의원의 언론재단 이사장 발탁 소식부터 꺼냈다. "김병호는 서청원과 결이 다르다. 서청원은 보수정당의 총체적 비리를 상징적으로 떠안아 개인으로 보자면 정치적 희생양의 측면이 없지 않지만, 김병호는 순전히 개인 비리로 정치를 그만뒀던 인물 아닌가"라고 말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박근혜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을 수사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북송금특검으로 호남을 등졌다는 논리를 가져다, 이명박 전 대통령을 특검 수사하면 TK 등을 돌리게 한다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 이게 맞는 논리인가"라고 허탈해 했다. 그는 이명박 전 대통령 측근들이 대책 회의를 열고,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인사가 당당하게 "퇴임 대통령의 불행이 반복되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의 말을 언론 인터뷰에서 쏟아내는 것을 보면서 이상한 느낌을 가졌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박근혜 정부로 넘어오는 시기, 국정원의 대선 개입 활동이 있었고, 4대강 사업은 대운하 전단계 사업이라는 결과를 내놓은 감사원장은 결국 옷을 벗었다. 두 전현직 대통령 사이에 어떤 기류가 있는 것인가. 그는 "(박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에게) 뭐가 (좋지 않은 모습이) 잡힌 것인가"라는 말도 했다.

이 전 교수는 박근혜 정부를 2000년 미국의 부시 행정부에 빗댔다. 부시 대통령은 아버지에 이어 2대째 대통령을 했으나, 결국 '아버지 사람'인 올드보이 딕 체니를 부통령으로 기용해 실패의 길을 걸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김기춘 비서실장의 별명은 '부통령'이다. 이 전 교수 인터뷰는 <프레시안> 전홍기혜 편집국장과 임경구 정치선임기자가 함께 했다.
 

▲ 이상돈 전 교수 ⓒ프레시안(최형락)


"이명박 대통령의 포로라도 된 것인가? 미스테리다"

프레시안 :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최근 쓴소리를 내놓고 있다. 언제부터 조짐이 이상했나?

이상돈 : 내가 이해가 안 된다는 것이다. 어디 갑자기 (누군가의) 포로가 됐나? 미스테리다. 처음에 인사가 날 때 보면, 박 대통령이 자신에게 부담되는 사람을 제외하고, 본인이 직접 나서는 것 정도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윤창중 사태가 났다. 그 때부터 뭔가 있었다. 윤창중은 좀 심하지 않았나. 허태열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두 번, 세 번 '안된다'고 했다지 않나. 그때 지지율 50%가 무너졌다. 지금이 그 때랑 비슷한데, 이번에는 회복할 길이 잘 안보인다.

프레시안 : 인수위 때부터 불안했던 요인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김기춘 비서실장 인사 때 화룡점정을 찍었던 것 같다.

이상돈 : 김기춘 실장은 (전반적인 국정운영에서) 통제가 안되니 어쩔수 없이 내세운 것 아닌가. 또 감사원에서 4대강 사업이 대운하였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한 후에 감사원 사무총장이 어깨에 힘을 주고 다닌 적이 있다. 그리고 나서 아마 MB 측의 반격이 있었던 것 같다. MB는 2007년 대선후보 경선 과정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여러가지 정보를 들여다 본 것 아닌가. 2012년 대선 당시와 관련해서도 박 대통령의 정보를 다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또 2012년 총선 공천이 어떻게 됐는지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다 알고 있었지 않았을까.

프레시안 : 전 정부와 현 정부간 서로 뭔가 꺼림직한 게 있는 상황이라는 것인가?

이상돈 : 다는 아니지만 그런 것도 있지 않겠나. 이명박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잇는 것 같다.

프레시안 :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이상돈 : 지금 새누리당 의석이 155석 밖에 없다. 재보선에서 1~3석 정도 날아간다고 치고, 정두언 의원 대법원 판결이 난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과반이다. 혹은 조만간 과반을 잃을 수도 있다. YS가 1995년 가을, 다음 해 총선 있기 전에 5공 청산을 했다. 당시 YS 정권에는 정국 반전의 사건이 만들어졌었다. YS는 정치라는 것을 하기 위해서는 여론의 등을 업어야 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도) 감사원 발표 때 (이명박 정권에 대해 청산 등) 뭔가를 했어야 했다. 그런데, 거기에 걸린 게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대선 개입이었다.

프레시안 : 이 전 교수는 박 대통령을 오래 지켜봤는데, 나름대로 준비를 많이 한 대통령 아닌가?

이상돈 : 아무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박근혜를 안다'고 하는데, 박 대통령은 모든 사람을 1대 1로 만났다. 그래서 만난 사람들이 아는 박근혜가 다 다르다. 장님이 코끼리 만지듯 그렇게….

프레시안 :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기대 중 하나가 예측 가능한 정치였다. 그런데 취임 후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인다.

이상돈 : 경우에 어긋나는 것은 안하고, 순리에 맞게 갈 것을 기대하지 않았나. 이를테면 박 대통령과 관련해 국가보안법 폐지를 기대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보면 (기대하지 않았던 불통 논란 등과 관련해) 왜 그런지 모르겠다. 박 대통령이 전반적으로 뭘 하는지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예를 들면 문화재 문제는 문화재 전문가를 만나서 얘기하고, 다른 문제는 그 전문가를 1대1로 만나서 얘기할 뿐이다. 전체적으로 박 대통령이 하는 것을 아는 사람이 없다.
 

▲ "왜 여기에 대해 정권이 올인을 하는 것인가. 그리고, 이 문제가 쉽게 받아들여지리라 생각했을까? 난 이해가 안간다. 그렇게 보면 이 정부가 정무적 판단이 없는 것 같다. '색맹(色盲)처럼 정무맹(政務盲)이다." ⓒ프레시안(최형락)


"철도 경쟁 체제 도입, 이해 안된다"

프레시안 : 철도 민영화 논란 얘기를 해보자.

이상돈 : 민영화는, 민간에 매각하는 것은 아니니까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경쟁 체제는 이해가 안간다. 철도가 철도와 경쟁한다는 것은 내 상식에 안 맞는다. 철도가 고속도로가 들어오면서 쇠퇴했다. 철도는 국가에서 하지 않으면 운영할 수가 없는 것이다. 멕시코같은 나라는 철도를 거의 다 뜯어버렸다. 경쟁 논리라 하면 철도는 살아남을 수 없는 것이다. 레이건 대통령이 철도 민영화를 하려고 했는데 누가 사갈 사람이 없었던 것 아닌가. 미국 철도는 민간 화물 위주로 돼 있다. 여객은 민간이 했다가 다 부도가 나서 없어져버렸다. 미국 철도 타면 '이게 철도인가' 싶다. 워싱턴, 뉴욕, 보스톤, 샌디에고 등 몇 개 황금 노선이 있지만 그것 말고는 없다. 수서발 KTX가 들어오면 서울 강남에서 고속버스와 수송 부분을 나눠먹는 것 아닌가. 경쟁이라니, 직원을 새로 뽑으니 연봉을 재조정하는 등 비용 감축 부분은 있을수 있더라도, 이해가 안간다.

프레시안 : 그런데 민주노총 공권력 투입으로 논쟁이 공권력과 불법파업으로 바뀌어버렸다.

이상돈 : 왜 여기에 대해 정권이 올인을 하는 것인가. 그리고, 이 문제가 쉽게 받아들여지리라 생각했을까? 난 이해가 안간다. 그렇게 보면 이 정부가 정무적 판단이 없는 것 같다. '색맹(色盲)처럼 정무맹(政務盲)이다. 내가 수도 민영화(물 민영화) 부분을 공부를 많이 했다. 영국이 수도 민영화를 한 것은, 너무 낙후돼 있는데 개선할 돈이 없어서 그런 부분이 있다. 그런 논리로 철도 민영화를 나중에 했는데, 그것도 대처 때는 정작 철도 민영화는 못했다. 아무도 (철도를) 안 사려고 하니까. 영국 철도는 영국에서도 잘했다고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민영화도 민영화 나름이라고 본다. 그런데 지금 수서발KTX문제는 정부에서 설명하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 왜 굳이 별도의 회사를 만드나. 철도가 통신처럼 다수 사업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나.

프레시안 : 공기업의 적자 구조 개선이라든지, 공기업 선진화의 한 방안이라고 설명한다.

이상돈 : 지난 4~5년간 공기업 부채가 왜 폭증했나. 원인을 제대로 봐야지 않나. 4대강 사업, 자원 개발, 용산 개발 실패 등 (정책 실패로 인한 부채다). 그러면 책임자를 먼저 문책하고 나서야 하는데, 그런 부분은 (하지 않는다). 4대강 사업 부채가 수공에만 8조 원이 늘었고 경인운하까지 하면 10조 원이다. 철도도 철도청에서 철도공사로 넘어올 때, 이미 5조 원 이상, 인천공항철도 인수에 2조 원 이상, 그리고 용산 개발까지 하면 10조 원 가까이 정책부채다. 이걸 코레일이 떠안았다. 그렇게 할 것 같으면,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는 민영화를 하는 딱 하나 방법이 있다. 댐을 파는 것이다. 안동댐 등 2~3조 원씩 해서 팔아야 한다. 국내에서 안산다. 그러면 외국계 사모펀드에 팔고 (민자 도로나 지하철 9호선처럼) 수익 보전해주는, 그런 방법 밖에 없다. 아니면 지자체가 댐 지분을 사도록 해서 물을 지자체가 마음껏 쓰도록 하든지.

프레시안 : 파업을 대하는 이번 박근혜 정부의 태도를 보면, 철도 문제를 넘어 노동계 전반과 척을 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상돈 : 그런 것을 일부러 일으키려 했다고 하면 어떤 음모론이 나올텐데, 아마추어이거나 초고단수 아니겠나. 나는 아마추어로 판단한다. 원래 생각했던대로 (노동계에 대한 강공책) 간다고 하더라도, 가게 되면 여론을 타고 가야 맞다. 그래야 일이 풀린다. 영국 대처 총리 얘기를 하는데, 대처가 탄광노조를 진압한 게 집권 5년차 때였다. 첫 파업 때는 (대처가) 양보했었다. 석탄이 없어서 그랬다. 이후에 파업을 대비, 석탄을 비축해 놓게 된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직전에 포틀랜드 전쟁에서 승전했다. 그런 식으로 여론을 업은 것 아닌가. YS가 전두환, 노태우를 칠 때도 등에 여론을 업었다. 역사를 보면 그렇다. 포클랜드 전쟁에 지고 탄광 노조에 대응했다면 대처는 몰락했을 수도 있다.

프레시안 : 대처식 개혁은 어땠나?

이상돈 : 대처가 임기 1년차에 했던 개혁은 공무원 개혁이었다. 당시 우리나라로 치면 안전행정부를 없애버렸다. 공무원 관리하는 공무원들이니까, 이렇게 할 일 없는 공무원이 어디 있느냐고 했다. 그리고 나서 한 것이 공단을 만들었다. 정부 기능이 '정책 결정'과 '정책 수행'이라면 정책 결정하는 기능은 별로 크지 않아도 된다. (정책 수행은) 대부분 인허가, 검사, 감독 등 '루틴'한 것(일상적인 것)을 한다. 영국은 그래서 반관반민(半官半民) 공단을 만들었다. 말하자면 정부는 정책 결정 중심으로 가는 것이다. 이게 대처 초기 개혁이다. 그런 와중에 전쟁이 났는데 승리를 했다. 그리고 지지도가 확 올랐을 때 탄광노조를 진압한 것이다. 현재 박근혜 정부의 노조에 대한 대응을 대처에 비유하는 것은 뭘 잘 모르는 것이다. 대처는 정치가였다.

프레시안 : 지난 1년을 보면 대처하는 방식이 비슷했던 것 같다. 통합진보당 해산 청구를 했을 때도, 전교조 법외 노조 통보를 했을 때도, 특정 여론만 의식한 것 같다.

이상돈 : 그런 것들을 어떻게 동시다발적으로 했는지…. 이번에는 제일 큰 것(노동계 전반)을 건드렸는데, 이렇게 되리라고 생각을 못했을 것 같다. 통합진보당 같은 경우도 원칙대로 했고, 이것도 원칙대로 했다고 생각했을수도 있겠다.

프레시안 : 그런 측면에서 보면 노조에 대한 이해가 상식적이지 않은 것 같다.

이상돈 : 노조는 나도 잘 이해를 못한다.(웃음) 다만 과거에 보면 노사문제가 그렇게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 현실적인 벽이 분명히 있다. 그것을 인정하면서 대처를 해야하는 것 아닌가. 그게 정치 아닌가.

"쓴소리 해도 전화도 안온다. 청와대 항의 전화 받아보는 게 소원"


 

▲ "김종인, 안대희가 양 쪽에 상징적 인물이었다. 두 사람을 보고 사람들이 찍었지 김기춘을 보고 찍은 것은 아니다." ⓒ프레시안(최형락)

 

프레시안 : 국정원 댓글 사건부터 복기해보자. 전두환 추징금 환수도 마치 민주노총 진입하듯 해버리기도 했다. 대부분이 그런 스타일이었는데, 국정원 사건, 통합진보당 사건, 이석기 사건 등등 현재까지 숨가쁘게 왔다. 어떻게 보나?

이상돈 : 박근혜 대통령을 도와줬던 것은 개성공단 해결, 그리고 이석기 사건 정도였다. 전두환 추징금 환수 수사도 국민 호응을 받았다. 그러나 외교 관계에서 대통령 지지라는 것은 거품이 많다. 1991년 걸프전 때, 아버지 부시 대통령 지지도가 미국 역사상 가장 높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이후 여론이 싸늘해지면서 결국 클린턴에게 패해 재선에 실패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 결국 자기를 당선시켜준 것은 국정 공약, 어젠다, 이런 것들이었다. 그런데 1년 동안 아무 것도 못하고 이른바 껍데기만 남은 게 돼 버렸다. 경제민주화도 지난 번에 (7월에) 끝내버렸지 않나. 대선 공약이라는 것은 임기 내내 가져가야 하는 것인데, 이런 식으로 공약을 종결시키는 정권은 처음 봤다. 20만 원 기초노령연금 문제도 사실상 종결시켰다. 나머지 임기는 뭘로 갈 것인가.

프레시안 : 경제민주화, 복지에 대해서는 대통령도 나름 진정성이 있는 인식을 했던 사안 아닌가?

이상돈 : 몇 년씩 얘기해왔던 것들이다. 작년 대선에 NLL같은 이슈 제외하고, 양당의 공약을 보면 차별성이 별로 없었지 않나. 그러나 대선 끝나고 나서는 너무 혼란스럽다. 6개월만에 공약을 매듭짓는 정권이 과거에 있었는지…. 못해도 가지고 가야 여론이 호응을 하는 것 아니겠나. 내가 이런 얘기하면 청와대에서 못마땅해 한다.

프레시안 : 청와대에서 전화도 오나?

이상돈 : 나한테 전화도 안온다. 항의 전화 받아보는 게 소원이다.(웃음)

프레시안 : 박 대통령이 대선에 도움을 받은 사람들이 또 있지 않나.?

이상돈 : 내 문제도 포함되기 때문에 말을 안하는데, 지난 번에 선대본부가 두 개가 있었지 않나. 김종인, 안대희가 양 쪽에 상징적 인물이었다. 이들을 보고 사람들이 박근혜를 찍었지 김기춘을 보고 찍은 것은 아니다. 굉장히 (그 사람들에게는) 아픈 부분이다. 내가 얘기할 부분은 아니지만.

프레시안 : 인사 스타일이 왜 그럴까?

이상돈 : 누구도 모르는 것이지 않나. 공식적인 답은 '전문가'여서 뽑는다고 한다. 그런데 수석이나 장관 중에 전문가다운 전문가가 누가 있나. 공기업 구조조정으로 가장 시급한 것은 연구소다. 첫째, 교통연구원이다. 그리고 건설기술연구원, 환경정책평가원이다. 대부분 SOC나 4대강 사업 등이 연관된 곳들이다. 박정희 정권때도 연구원들이 무리한 결론을 내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연구원들이 자조적으로 '쓰레기'를 만들고 있다고 한다. 쓰레기는, 버리면 좋다. 그런데 그것을 따라서 하니까 문제다. 문제 공기업을 개혁하려면 먼저 연구소를 개혁해야 한다. 공기업 부채가 왜 생기나, 정부가 보증을 서주니까 돈 받아가는 것 아닌가. 공기업 인건비 문제를 얘기하기 앞서 터무니없는 정책사업을 합리화시킨 연구원부터 개혁을 하라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런 부분에서 책임이 없는 사람이다. 그래서 지지한 것도 있는데, 그 부분에 총대를 매지 못하고 있다.

프레시안 : 2000년 '아들 부시(George W. Bush)' 행정부랑 닮아간다는 지적에 대해 설명을 좀더 해달라.

이상돈 : 나는 클린턴을 별로 안 좋아했다. 하지만 부시가 솔직히 좀 부족하지 않나. 그래서 딕 체니(Dick Cheney) 부통령과 함께 해 부족한 부분이 보완되지 않을까 했었다. 그런데 그게 결국 독이 됐다. 2000년, 2004년 부시 당선, 재선의 1등 공신이 정치 컨설턴트 칼 로브(Karl Rove)였다. 칼 로브가 딕 체니를 들이는데 반대를 했었다. '딕 체니를 부통령을 시키면 당신이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반대했었다. 그런데 그렇게 됐다. 체니가 들어오니 체니가 자신의 멘토 럼스펠드를 데려왔다. 완전히 70년대 모습이 돼버린 것이다. 럼스펠드가 40대에 국방장관이 된 사람이다. 체니는 그래도 아버지 부시(George H. W. Bush, 1988년 당선) 때 국방장관을 했었는데, 럼스펠드는 실각된 이후 제약회사 사장 같은 엉뚱한 경력을 지낸 인물이었다. 그런 사람을 국방장관으로 임명해 모든 사람이 놀랐다.

결국 사고(이라크 전쟁, 전쟁 당시 럼스펠드는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숨기고 있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결국 그 명분은 거짓으로 드러났다.편집자)를 친 것 아닌가. 체니나 럼스펠드 같은 사람들은 이미 2000년 시점에 요구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칼 로브 얘기가 맞았던 것이다. 칼 로브는 외교 전문가가 아니고 정치 전문가다. 사회 여론을 읽고 공화당의 주인 의식과 함께 사명감이 있었던 사람이다. 럼스펠드를 해임할 때도 칼 로브가 자신의 힘으로 안되니 로라 부시에게 부탁해 해임을 시켰다. 당시 체니와 럼스펠드가 나이가 너무 많았다. 대통령보다 한 세대 이상 많았다. 대통령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역사를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현대사를 알아야 한다.

 

▲ "이제는 다음 선거에서 어떤 공약을 내도 스윙보터들이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사람은 한번 속지 두 번 속지 않는다." ⓒ프레시안(최형락)



"민주당 100% 수성은 불가능…중요한 것은 '스윙보터' 민심"

프레시안 :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사건이 1년동안 정치의 중심에 있었다.

이상돈 : 지금 현재, 대통령은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그러나 상당히 많은 국민들은 연관돼 있다고 믿는다. 믿지 못하는 것은 대통령의 특검 거부 때문이라고 본다. 잘못된 메시지를 준 것이다. 집권 1년에, 소수가 주장하긴 하나, 어찌됐든 '하야 슬로건'이 나오지 않나. YS때 그랬나, DJ때 그랬나? 안 그랬다. 대통령 본심이 중요한 게 아니라 많은 국민들이 어떻게 보느냐가 중요하다. 말하자면 대통령이 주변사람 관리에 실패한 것 아닌가. 국정원 문제 해결 안하면, 정부에 대해 비판의 빌미가 생길 때마다 (야권에서) 이것을 계속 들고나올 것이다. 국회도 취약한 구조다. 여당이 지금 겨우 155석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취약한 의석을 가지고 있으면 국민 편에 서야 한다. 야당과 타협도 해야 한다. 박근혜를 지지했던 사람들은 이명박과는 다를 것으로 생각한 사람이 많았다. 그 사람들이 안 찍었으면 박 대통령이 대통령이 됐겠나. 대통령이 그 사람들을 지금이라도 살펴야 한다.

프레시안 : 내년 지방 선거 전망, 어떻게 보나?

이상돈 : 지난 지방선거(2010년) 때 민주당이 워낙 싹쓸이를 해놓았기 때문에, 지금 민주당이 100% 수성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다. 민주당이 어느 정도 선방하느냐, 서울시장, 경기도지사는 누가 되느냐, 이게 관건이다. 통합진보당이 만약 지방선거 전에 해산되면 후보를 못낸다. 후보를 못내면 민주당이 유리할 것 아닌가. 그러나 지방선거 전에 해산이 안 됐다? 그러면 통합진보당이 후보를 내게 되고, 그러면 민주당에 불리할 수 있다. 해산 판결이 선거를 넘겨서 나올 가능성이 제일 높은데, 그 경우 민주당에게는 '최고 악재'다. 통진당은 자신의 존재를 강화하기 위해 결사적으로 후보를 내고 더욱 더 세를 모을 것이다. 그러면 새누리당이 득을 본다. 지난해 총선 대선에서는 두 개의 정당이 전부 좌클릭을 했다. 그러면 보수가 유리하다. 앞으로 민주당이 세를 불려서 야권 통합해서 우클릭을 하고, 새누리당에 맞서면 2016년 가서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

프레시안 : 외교 부문 지지는 거품이 낄 소지가 많다고 지적했는데, 여론조사를 해보면 지지도가 높게 나오는 부분이 외교 성과다.

이상돈 : 일반 국민들이 외교에 대해 그렇게 깊은 생각을 안한다. 지난 번에 바이든 부통령이 와서 한 얘기가 있는데 '베팅 잘하라'는 발언이다. 적절치 못하긴 하지만, 최근 브레진스키(즈비그뉴 브레진스키 존스홉킨스대 교수, Zbigniew Kazimierz Brzezinski)가 미국의 아시아 전략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한국은 중국 편에 설것인가, 일본 편에 설것인가 결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지금 우리 정부가 중국에 '베팅'했다가 옐로카드 먹은 것 아닌가. 대외 전략에 상처를 입었을 것 같다. 대일 외교는 상황이 좋지 않은데, 내가 대통령에게 어드바이스를 했다면 정상회담 카드는 초기에 쓰지 말자고 했을 것이다. 어려울 때, 사안을 풀 때 써야 하는데, 지금 너무 많이 써버렸다.

프레시안 : 중요한 것은 민생인 것 같다. 거의 6개월만에 대선 공약을 완수했다고 하는데, 민생은 여전히 어렵다. 최근 철도 노조 파업이 커진 것도, '안녕하십니까' 열풍 등 젊은 층에서 쏟아져 나온 '먹고 살기 힘들다'는 요구와 맞물려 있었다. 이들은 민영화 불안이, 더 어려운 세상에 대한 불안으로 치환되는 것 같다.

이상돈 : 민영화는 안 한다고 대통령이 말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스윙보터(선거에서 누구에게 투표할지 결정하지 못한 이들. 스윙보터들은 지지하는 정당과 정치인이 없기 때문에 그때그때의 정치 상황과 이슈에 따라 투표하게 된다. 편집자)다. 대통령의 참모들이 신경쓸 부분은 바로 이들이다. 칼 로브의 전략도 그랬다. '국가 백년 대계를 져버리고 스윙보터만 잡으면 되느냐'는 반론이 나올수 있는데, 그렇다면 100년 대계는 잘 보나? (여야) 양쪽의 골수 지지자들을 뺐을 때, 지난 대선에서는 스윙보터 중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박근혜 정권은 과거 이명박 정권과는 다를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 아닌가. 그 신뢰가 무너진 게 독이라고 본다.

이제는 다음 선거에서 어떤 공약을 내도 스윙보터들이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사람은 한번 속지 두 번 속지 않는다. 또 스윙보터는 대통령을 찍을 때 후보 본인 뿐 아니라 그 주변 사람들을 보고 찍는다. 그게 제일 큰 문제다. 대통령이 초심으로 돌아가지 않는 한, 2016년, 2017년 선거에서는 좋지 않은 일들이 나타날 수 있다. '나는 대통령이 됐으니 국가 백년 대계를 향해 간다'고? 만약에 그렇다면 할 말이 없다. 노무현, 이명박 대통령이 그래서 실패하지 않았나. 두 개 정권의 실패를 극복해야 한다. 그래서 내가 10년간을 복기하고 있다.

 
 
 


 

/박세열 기자(=정리) 필자의 다른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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