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孟子가 중앙대 홍보실장을 만나되, 홍보실장 가로되 ”그림자도 못 밟는 집안의 가장 같은 총장님을 학생들이 비아냥거리고 학교의 품위를 떨어뜨린 게 사실이냐“고 물었다. 맹자 가로되, ”직접 고용 않는 일을 후려치기라 하고 노동자의 파업과 발언을 방해하는 일을 노조 깨기라 한다. 후려치고 노조 깨는 이를 장사치라 부르니 학생이 장사치를 비판했다는 말은 들었지만 스승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말은 듣지 못했다.“ 

11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학교에서 열린 ‘대자보 백일장’ 장원을 한 김현우(서울대 언어학과, 20)씨의 글이다. 김씨는 “개인적인 문제로 보일 수 있지만 해결책은 결국 사회구조적인 문제와 맞물려 있다”며 “학교는 장사하는 공간이 아니라 공공재로써 운영돼야 한다”고 장원으로 뽑힌 소감을 밝혔다. 

이날 행사는 중앙대생으로 구성된 ‘의혈, 안녕들하십니까’ 모임과 데모당이 중앙대 중앙마루에서 청소노동자 파업 지지 및 중앙대 재단 비판을 위해 개최했다. 학교 측은 파업 중인 청소노동자를 대상으로 집회 개최 및 대자보 게시, 노래 등 행위 1건 당 100만원을 지급하라는 간접 강제신청을 서울중앙지법에 내 비난을 샀다. 학교 측은 또 학생들이 청소노동자를 지지한다는 내용을 담아 게시한 대자보 60여장도 떼어냈다. 
 
   
▲ 의혈, 안녕들하십니까와 데모당이 11일 서울 중앙대에서 연 대자보 백일장 참가자들이 자신이 쓴 대자보를 든 채 학교 중앙마루 계단에 서서 구호를 청소노동자들을 응원하고 있다.  
@김유리
 
이번 행사를 개최한 데모당 당수 이은탁씨는 “학교 측이 대자보 게시 1회, 노래 1회 등 각각 100만원씩을 내도록 했다는 데 지금 여기 참가자들이 쓴 대자보만 붙여도 2000만~3000만원에 이를 것”이라며 “학교 측의 어이없는 대응을 무력화 시키기 위해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또 “2003년 1월 9일 배달호 열사가 손배가압류 문제로 세상을 등졌을 때 두산중공업 회장이던 박용성씨가 중앙대 재단 이사장으로 옮겨오면서 사회에서 노동자를 탄압하던 방법 그대로 학교에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청소노동자, 학생을 탄압하고 있다”며 “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해 밖에 나가도 같은 비슷한 일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겪게 될 수 있다는 점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의혈, 안녕들하십니까 페이스북 페이지 운영자 김규백(중앙대 정치외교학과, 24)씨는 “학교 허가를 받아 대자보를 쓰고 게시할 수 있다는 학칙을 이유로 강제철거를 단행한 학교 측의 행위는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라며 “대자보 제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11일 서울 중앙대에서 열린 대자보 백일장에 참가한 신재솔씨와 박혜민씨.  
@김유리
 
이날 행사에는 학생과 시민 등 약 30여명이 참여했다. 이날 노란색 종이에 1만원짜리 가짜 지폐로 장미꽃 100송이를 접어 대자보를 만들던 박혜민(중앙대 사회학과, 22)씨는 “장미는 노동자의 권리를 상징하는 것”이라며 “백만송이 장미라는 노래 제목에 빗대 ‘백만원송이 장미’를 만들겠다”고 준비한 이유를 밝혔다. 
박 씨는 “이번 백일장에 응시하기 위해 3~4일 꼬박 장미를 접었고 오늘도 오전 4시까지 장미를 접다가 잠들었다”며 “꼭 장원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박 씨는 이날 시간 내에 완성하지 못해 작품을 출품하지 못했다. 

‘두산중앙 이후의 서정시’ 제목으로 “사람이 미래다./ 미래가 없는 것들은 사람 취급 받지 못한다.… 더 이상 시를 쓴다는 것이 야만이 되기 전에 대학을 대학답게 만들어야 한다”고 글을 쓴 이상하(중앙대 경영학과, 28)씨는 “학교가 점점 야만스러워 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친구들이랑 청소노동자 문제 등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지만 다들 자기 살기 바쁘다”면서도 “나도 마찬가지 입장이라 더 많은 말은 하지 않지만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아서 글을 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 데모당 참가자는 유행어인 ‘앙대’를 제목으로 쓴 글에서 “근무도 중 ‘앙~대’/ 콧노래는…/ 쉬는 도 중 ‘앙~대’/ 앉는 것도…/ 파업도 중 ‘앙~대’”라고 재치있게 표현해 이목을 끌었다. 

대자보 백일장에 응시부문은 없었지만 노래로 응원을 나선 학생도 있었다. 신재솔(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상이론과, 21)씨는 “2년 전 한예종 내에 청소노동자분들과 함께 노조를 결성한 경험이 있어서 이번 중앙대 문제에도 관심을 갖고 함께 하고 있다”며 “학교 측이 노래, 대자보 등에 각각 100만원씩을 걸었는데 현재 노래 위반은 3회 밖에 안돼서 노래 위반 횟수를 좀 높여주기 위해 나왔다”고 말했다. 
 
   
▲ 중앙대 청노동자들이 11일 서울 동작구 중앙대에서 열린 '대자보 백일장' 참가자들에게 떡볶이와 어묵국 등을 나눠주고 있다.  
@김유리
 
이날 대자보 백일장을 응원하기 위해 현재 파업 중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경인서비스지부 중앙대분회 측은 떡볶이와 어묵국을 각각 50인분씩 마련해 참가자들에게 제공했다. 

분회 청소노동자인 문 모씨는 “우리가 큰 욕심을 내는 것도 아니고 다른 대학에서 하는 만큼만 해 달라고 하는 건데 학교 측이 너무해 마음이 많이 상했었다”며 “이런 행사를 만들어 응원해준 학생들의 마음이 예쁘고 고맙고 힘이 난다”고 말했다. 

중앙대분회는 지난달 16일 근무환경 개선, 노좌괴 공작 중단 등을 요구하며 전면 파업에 돌입했으며 지난 2일 중앙마루에 천막을 설치하고 농성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