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취임 1년을 나흘 앞둔 날이자 대통령 당선 1년2개월째가 된 19일, 국내 5대 종단 평신도들이 “순교의 정신”을 강조하며 박근혜 퇴진과 이명박 구속을 촉구하고 나섰다. 또한 오는 3월 이후부터는 천주교와 기독교 외에 불교와 천도교 또한 교단 차원에서 합류하는 문제를 검토하기로 했다.

5대종단 평신도시국공동행동 주최로 이날 저녁 서울 중구 대한문 앞에서 열린 ‘5대종단 평신도 연합시국기도회-정의를 세워라! 일어나라!’ 기도회에는 400여 명의 신도와 성직자, 시민들이 운집했다. 이들은 1년 넘게 국가기관 불법 대선개입 사건 해결을 외면하고 있는 박근혜 정권을 향해 여느 때보다 규탄의 목소리를 높였다. 오는 2월 25일 대규모로 개최될 국민총파업을 두고 ‘박근혜 방빼 투쟁을 전개하는 날’로 규정하자는 목소리도 나왔다.

천주교평신도를 대표해 나온 박순희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 공동대표(천주교 정의구현전국연합 지도위원)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지난 대선은 대통령 선거가 아니었고, 관권 부정선거, 불법개표로 국민들을 속이고, 사기친 가짜 여자였다”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취임 1년을 맞는 오는 25일을 “사람으로 이땅에 태어나 인간의 존엄성을 가진 인간으로 살 것인지, 노예로 살 것인지 판가름하는 날”이라며 “땀흘려 일하는 노동자는 일손을 놓을 것이며, 농민, 도시빈민, 청년학생 등 모든 사람들은 박근혜 사기꾼 여자를 향해 청와대에서 ‘방빼, 방빼’ 투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렇게 국민을 속이고, 국민의 입을 봉하고, 자신들 마음대로 하는 정치가 국민의 정치이냐”며 “우리는 떨쳐 일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19일 저녁 서울중구 대한문에서 열린 5대종단평신도 연합시국기도회 현장. 사진=조현호 기자
 
종교인의 자세에 대해서도 박 대표는 “5대 종단의 신앙을 가진 종교인으로서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돌아봐야 한다”며 “정의를 세우고 저항하면서, 불의에 항거하면서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또 “세상이 아무리 험악하고, 세상의 것과 하느님의 것을 식별하는데 있어 ‘예’할 것은 ‘예’하고 ‘아니오’할 것은 ‘아니오’라 하는 것”이 성서에 나오는 예수그리스도 정신이고, 죽임을 당한 정신이라고 박 대표는 강조했다.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의 정신을 들어 박 대표는 “불의에 항거하면서 목숨을 내놓을 정도의 순교정신으로 신앙생활을 했는지, 세상에 따라 부자되고 죽어서 천당가는 ‘병신도’ 역할을 하지 않았는지” 반문한 뒤 “이제 순교의 결단을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이를 위해 “행동하지 않는 믿음은 죽은 믿음이라고 성서는 분명히 말했다”며 “그 길을 닮아가고자 우리가 예수쟁이 된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는 예수쟁이의 정신에 대해 “고통받고 억눌려있는 국민과 민중과 함께 하는 사랑의 정신을 실천하는 삶”이라고 평했다.

박 대표는 “박근혜정권 퇴진, 이명박 구속을 위해 바로 여러분들이 마음의 결단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간곡히 기도하고 실천에 옮겨가자”면서 “행동하는 믿음만이 신앙인의 자세”라고 말했다.

최연 정의평화불교연대 공동대표는 “국민으로부터 정권을 찬탈한 정권이 둘 있다, 바로 박정희와 전두환 정권”이라며 “이 둘은 총칼로 국민 유린하면서 정권을 침탈한 반면, 박근혜는 이명박이라는 연출을 하는 감독 하에 부정선거로 국민의 권리를 참탈하고 지금 청와대에 가 있다”고 비판했다.
 
   
박순희 정의·평화·민주 가톨릭행동 공동대표가 19일 저녁 서울중구 대한문에서 열린 5대종단평신도 연합시국기도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조현호 기자
 
 
   
19일 저녁 서울중구 대한문에서 열린 5대종단평신도 연합시국기도회 현장. 사진=조현호 기자
 
최 대표는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길은 분명하다”며 “거짓과 기만으로 조작된 증거로 모든 국민들 입에 재갈을 물리는 정권, 부정선거로 권력을 탈취한 정권, 이 모든 것을 국민의 힘으로 몰아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동한 기독교 평신도시국대책위원장은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의 유죄판결과 정당해산심판 사건을 들어 “통합진보당 말살시키려는 박근혜 정권은 이석기를 영웅으로 만들어가고 있다”며 “박근혜 정권, 없어져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 위원장은 현재 대한민국에 대해 “민주주의는 죽어가고, 유신독재가 되살아나 활개치고 있다”며 “박 대통령을 뽑은 51%를 혁명적으로 일깨우지 않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부활시켜야 할 예수정신은 잠자고, 대신 독재가 부활하고 있다”며 “하나님과 예수님 앞에서 ‘두려움 없을 것’이라고 교회 안에서만 찬송가 부를 게 아니라 이젠 참종교인으로 거리로 나와 함께 외치고 나가야 할 때이자 일어서야 할 때”라고 역설했다.

이날 모인 ‘5대종단 평신도 시국공동행동’ 참가자들은 시국선언을 통해 “불의에 대한 저항은 우리 믿음의 핵심이요, 정의를 바로 세움은 우리의 기쁨”이라며 “오늘 우리의 선언이 앞으로 5대종단 평신도와 성직자들의 대규모 합류와 행동으로 이어질 것이며 종교를 떠나 일반 시민들이, 앞으로 뜻을 같이하는 선언과 행동에 함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특검실시와 이명박 구속, 박근혜 사죄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5대종단 및 종교계 그리고 각계각층과 힘을 합쳐 이명박 구속과 정권 퇴진을 위해 강력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5대 종단은 이날 시국기도회에 이어 3월 이후 연대의 틀을 확대할 계획도 밝혔다. 천주교의 경우 23일 올해 들어 5번째 시국미사를 부산교구에서 열 계획이다. 또한 평신도 시국기도회도 대전부터 시작해 전국적으로 순회하기로 했다고 안성용 5대종단시국대책위 집행위원장이 전했다. 오는 3월 15일엔 강우일 주교와 함께 천주교 사제와 수녀들이 서강대학교에서 대형행사를 개최한다. 
 
   
19일 저녁 서울중구 대한문에서 열린 5대종단평신도 연합시국기도회 현장. 사진=조현호 기자
 
불교는 3월 13일 불교시국회의에서 향후 행동을 위한 결정을 한다. 안 위원장은 “이날 불교의 결정이 중대한 기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천도교는 공동행동을 위한 시국대책위 활동을 준비중이며, 원불교도 3월 하순까지 조직구성 등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안 위원장은 내다봤다.

기독교는 오는 3월 5일부터 4월 19일까지 40일 동안 ‘향린교회’에서 ‘민주주의 수호를 위한 새벽시국기도회’를 매일 열기로 했다. 이명박 구속, 박근혜 사퇴를 위한 평신도시국대책위원회를 비롯해 각계 단체와 교회들이 합류할 전망이다. 또한 3월 15일(토) 오후 2시엔 서울시내에서 시국기도회 및 행진도 계획중이다.

5대 종단은 3월 말이나 4월 초, 시국에 대한 공동 입장을 밝힐 예정이며 5대종단 평신도시국대책위는 4.19 때 서울시내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