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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법이 최대의 민생법안이다

새누리당의 싸움질은 공방이고 새정치연합의 싸움질은 분란?
 
임두만 | 2014-04-14 10:26:18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오래간만에 KBS 뉴스를 시청하다 귀와 눈만 버렸다. 그리고 한 가지 든 의문은 KBS에 기자가 되려면 상당한 실력을 겸비했을 터인데 요새는 해바라기만 뽑는지 실력도 경륜도 전혀 보이지 않는 이들이 기자라고 설친다. 어용질도 눈치껏 해야 시청자가 속아넘어갈 것인데 너무 티나게 어용질을 하니 속아넘어갈 시청자도 없을 것 같다.

오늘(13일) KBS 9시 뉴스는 새누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정몽준의 주식 백지신탁을 두고 정몽준 김황식이 진흙탕 싸움을 하고 있음을 보도했다. 그런데 이 사안은 ‘공방’이라고 명명했다. 반면 새정치연합 광주지역 국회의원들이 광주시장으로 윤장현 예비후보를 지지한다고 선언한 것에 강운태 예비후보가 반발한 내용을 보도하면서는 ‘분란’이라고 했다.

새누리당의 싸움질은 공방이고 새정치연합의 싸움질은 분란이란 것이다. 이 싸움질의 목적이 여당이나 야당의 다 같음에도그렇게 보도했다. 따라서 이는 KBS가 야당만 각자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싸움질을 하는 집단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심어주기 위한 레토릭을 쓴 것이다. 이런 나쁜 짓을 뉴스라는 타이틀을 달고 공공연히 저질렀다.

모름지기 정당은 정당 안에서 정책을 놓고 다투는 민주주의가 첨예해야 정상이다. 그런데 이런 사안들도 야당에서 일어나면 분란이고 여당에서 일어나면 공방이다. 지금까지 그랬다. 특히 지금까지 여야 각 정당 안에서 특정한 자리를 놓고 하는 싸움은 거의가 이전투구였다. 지금 정몽준 김황식의 쌔움이 바로 이전투구다.

하지만 광주지역 국회의원들의 특정인 지지선언은 맥이 다르다. 정몽준 김황식의 경선전이 개인사를 두고 한 이전투구인 반면 광주는 좋은 후보를 세우려는 지지경쟁이므로 그렇다. 때문에 특정 후보에 대한 국회의원들의 지지선언에 상대후보가 반발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지금까지 정당의 대선후보 경선이나 서울시장 후보 등 경선에는 매번 각 국회의원들의 지지선언이 뒤따랐다. 그로 인해 승부가 갈리기도 했다. 하여 각 후보는 더 많은 지지선언을 끌어내려는 노력들을 하고 이는 김황식도 정몽준도 같다. 이런 경쟁이 어찌 분란인가? 그래서 정 제목을 붙여야 한다면 현재의 상황은 새정치연합이 공방이고 새누리당이 분란이다.

더구나 강운태 시장은 현직이다. 그가 임기 4년 동안 광주시정을 훌륭하게 이끌었다면 같은 당 소속이며 같은 지역의 국회의원 거의 전부가 비토할 리 없다. 그런데 후보로 출마한 이용섭 의원 한 명을 제외한 5명 전원이 현직 시장이 아닌 사회운동가였던 윤장현 후보를 지지했다.

특히 그는 안철수 그룹을 대표해서 시장후보로 나왔다. 그렇다면 이치적으로 안철수 그룹에게 광주를 빼앗기지 않으려 했던 구 민주당 소속 광주지역 국회의원들이었으니 그가 달가울리 없어야 한다. 때문에 그를 배척하고 현 시장이거나 동료 의원인 이용섭 후보를 지지해야 맞다. 하지만 이들 5명은 윤장현 후보를 지지했다.

그렇다면…이 사안을 취재 보도하는 기자라면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를 취재하고 그 이면에 담긴 내용을 보도하는 것이 저널리스트의 올바른 행위다. 그런데 이런 일은 도외시하고 강운태 시장의 반발이라는 팩트 하나로 ‘분란’으로 몰아가는 작태를 저질렀다.

정말 나쁜 기자이고 언론이다. 특히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데스크다. 현장 취재기자가 잘못된 ‘야마’를 뽑았다면 이를 고쳐주는 것이 데스크가 할 일인데, 이를 그냥 메인으로 보도하게 승인했다. 따라서 이는 기자의 독단적 행위가 아니라 KBS의 행위라고 해야 한다.

그러함에도 이 언론사는 또 바로 이 뉴스 뒤에 방송법 관련 뉴스를 하면서 예의 ‘민생법안’타령을 했다. 야당이 방송법을 볼모로 무려 127건이나 되는 민생법안을 표류시킨다는 거다. 자가당착도 그런 자가당착이 없다.

지금 방송법에서 가장 첨예한 문제는 방송 편집권에 관한 사안이다. 즉 편성위원회의 노사 동수 구성에 관한 것이다. 특정 권력이 공영방송인 KBS, MBC와 준 공영방송이라고 할 수 있는 YTN의 경영권을 장악하면서 그 힘으로 인사권, 편집권, 보도본부를 모두 장악, 방송을 어용 앵무새로 만들었다. 그래서 새누리당도 자기들이 야당일 때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방송을 장악, 정부에 편향적인 방송을 한다고 반발했다.

반대로 지금은 야당이나 언론노조, 그리고 시민사회단체가 KBS, MBC, YTN 등을 명박방송, 근혜방송이라고 지탄하고 있다. 실제로 이들 방송사에서 수많은 양심적 언론인들이 해고되고 좌천되고 귀양을 가면서 현재 이들 방송사의 보도라는 것은 천편일률적인 정부찬양, 여당편향, 야당죽이기 뿐이다. 혹여 여당에 불리한 방송이 하나라도 나가면 숫적 우세를 무기로 방통위에서 제제라는 무기로 압박한다.

여기다 이명박이 어거지로 통과시킨 방송법에 의해 설립된 종편은 하루종일 종북타령 좌파타령 일변도다. 국가의 안녕과 국민의 복리, 정치의 흑막과 경제의 쏠림현상, 이런 것은 이들 종편에서 전혀 뉴스거리도 아니다. 다만 종북집단 척결과 좌파척결이 지상 최대의 과제인양 일방적 공해방송을 하루 종일 내보내고 있다.

결국 이대로는 안 된다는 국민들의 요구 때문에 이를 바로잡을 최소한의 장치로 각 방송사마다 노사 동수로 구성되는 편성위원회 설치를 법으로 강제하자는 안이 현재 방송법 개정안의 골자다. 그런데 이를 이들 방송사가 반대하고 있다. 특히 KBS부터 위헌 운운하면서 거센 반발 중이다. 가장 어용행각을 표나게 하는 자신들이 어용행각을 계속하겠다는 선언인 셈이다.

그리고 오늘(13일), 앞서 거론한대로 제대로 편파적인 뉴스를 내보낸 뒤,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 구성은 안 된다는 뉴스를 바로 내보냈다. 멍청해도 참 멍청하다. 정말 이 뉴스를 하고 싶으면 여러 꼭지를 하고 난 뒤 앞에 했던 편파뉴스를 잊을만 할 때 했어야 하는데, 그런 분별력도 없이 바로 내보냈다.

그래서다. KBS여…오늘 당신들의 뉴스를 보면서 나는 당신들이 주장하는 127건의 산적한 민생법안은 다 미루더라도 방송법만은 이번에 확실하게 개정하는 매듭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는 아마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야당을 지지하는 많은 시청자도 같은 생각이었을 것으로 본다.

그래서다. 새정치연합이여…여당이 어떤 민생법안으로 압박하든, 방송사가 어떤 여론으로 압박하든 굴하면 안 된다. 시청자가 최소한의 중립적 보도를 뉴스라는 이름의 프로그램으로 시청할 수 있게 하려면 편성위원회 노사동수 구성안에서 후퇴하면 안 된다. 당신들에게 주어진 최대의 과제다. 여기서도 밀린다면 당신들은 야당이 아니다. 혹여 ‘새정치’라는 명분으로 상생국회, 민생국회라며 슬그머니 물러서면 당신들은 죽는다. 당신들이 원하는 정권교체는 죽어도 없다. 오늘 KBS뉴스를 시청하면서 지금 최대의 민생법안은 방송법임을 다시한번 느꼈다. 당신들도 그것을 느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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