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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의 ‘급조된’ 방한, 미국은 무엇을 원하는가

아미티지의 제안 속에서 파악해보는 오바마 방한의 문제점

진보정치

기사입력: 2014/04/24 [22:21]  최종편집: ⓒ 자주민보

<이 글은 장창준 진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이 진보정치에 기고한 글입니다.>
 
애초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 계획은 없었다. 일본과 말레이시아, 필리핀 순방 일정만 있었을 뿐이다. 그러다가 2월로 접어들면서 이 일정에 방한 일정이 끼어들었다. 한마디로 말해 ‘급조된 방한’이다. 그 배경을 살펴보자.
 

 
1월 31일자 워싱턴 포스트 기고문은 그에 대한 답을 준다. 기고문은 “또 다른 핵심 동맹국인 한국을 건너뛰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당혹스러운 일이 될 것”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 일정에 한국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기고문은 성공했다. 오바마는 2박 3일간의 일본 순방을 마치고 4월25일 한국을 찾는다. 그렇다면 궁금해진다. 오바마의 일정을 조절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워싱턴 포스트 기고문의 작성자 말이다. 이 기고문의 저자들은 리처드 아미티지, 빅터 차, 마이클 그린이다. 이들은 모두 부시 행정부에서 아시아 담당 정책을 담당했던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특히 리처드 아미티지는 미국 내 일본정책통의 좌장으로 통하는 인물이다. 미국의 탈냉전 이후 미국의 대일정책은 아미티지의 머리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이 때부터 미국의 한일 갈등 중재외교가 시작됐다. 2월 한국을 방문했던 존 케리 국무장관은 “역사 문제는 조금 제쳐놓고 미래로 나가야 한다”며 “한일 양국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해법”을 찾는데 미국이 중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오바마는 3월 핵안보정상회담이 열리는 헤이그에서 한미일 삼자 정상회담을 기획했다. 박근혜 정부가 한일 중재외교에 나선 미국에 요청한 것은 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당국간 회담이었다. 미국은 한국의 회담 제안을 수용하라고 일본에 요구했다. 일본은 한일 국장급 회담을 수용했다. 그렇게 해서 헤이그에서 한미일 삼자 정상회담이 개최되기에 이른다.
 
한일 중재 외교는 아미티지 작품
 
미국의 한일 중재 외교 역시 리처드 아미티지의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미티지는 2012년 조셉 나이와 함께 작성한 미국의 대일본 정책 제안 보고서(제3차 아미티지/나이 보고서)에서 일본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의 해양안보 전략의 핵심적인 나라라며 “일본은 역사 문제를 직시하고 장기적 전략적 전망에 기초해 국과의 연계를 고려하여 정치망언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보고서에 기초해 아미티지는 앞서 소개한 워싱턴 포스트 기고문에서 한일 동시 순방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미국의 한일 중재 외교를 주문한 것이다.
 
아미티지의 제안은 한 발 더 나가 있다. 4월6일 아미티지는 요미우리 신문에 “한일 양국이 상호 관계를 위협하는 역사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선 이런 행동(아베가 지난 3월 고노담화 계승 입장을 밝힌 것을 의미함)이 쌍방에 요구되며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장관 수준의 프로세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아미티지는 지난 3월 미국에서 열린 미일 안보세미나에서도 “군 위안부 문제는 여성 인권문제”라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미·일 동맹에도 신뢰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며 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강력하게 촉구하기도 했다.
 
아미티지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한일 양국은 역사 논쟁을 뒤로 미루고 관계 복원에 나서야 하며, 그 출발은 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있다. 한일 양국은 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외교장관급 회담을 개최해야 한다. 그리고 미국은 한일 양국이 이 같은 외교적 행보를 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한일 중재 외교를 펼쳐야 한다.” 어떤가. 정확하게 아미티지가 주장한 대로 가고 있지 않은가? 
 
아미티지의 제안이 여기에서 그친다면 대단히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문제는 아미티지가 한일 관계 개선을 강조하는 이유에 있다. 다시 2012년 아미티지의 정책 제안 보고서를 보자. 보고서는 한일 간의 연계를 강조하면서 “군사정보포괄보호협정, 물품역무상호제공협정 체결 추진, 한미일 3개국의 군사적 관여 지속”이라는 표현이 등장한다. 
 
바로 이 부분이 아미티지 제안의 키포인트이다. 한일군사보호협정과 한미일 3각 동맹을 구축하기 위해서 한일 관계가 개선되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일본은 정치적 망언을 자제해야 하고, 한일 양국은 외무장관급으로 격상하여 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협의를 시작해야 하고, 미국은 한일 관계를 조속히 중재하는 외교를 적극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오바마의 방한 목적과 협의 내용은 분명하게 정리된다. 어느 정도까지 논의가 진전될지는 알 수 없으나, 이번 방한에서 오바마는 한일군사보호협정 체결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다. 물론 박근혜의 동의를 얻기 위한 오바마의 선물이 있다. 미국에 있는 대한제국 국새와 조선시대 어보 등의 반환이 그것이다. 그보다 더 큰 선물이 주어질지도 모른다. 박근혜 정부가 정력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나온 ‘드레스덴 선언’에 대한 확고한 지지 입장을 표명하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박근혜 정부 역시 손해보는 장사는 아닌 셈이다.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당국간 회담을 최초로 개최한다는 것은 박근혜 정부의 또 다른 외교 치적으로 포장된다. 드레스덴 선언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통해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보다 적극화할 동력도 확보하게 된다. 게다가 최근 ‘무인기 정찰 사건’으로 상징되는 ‘북한의 위협’은 한일 간에 군사정보 교류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치기에 더 없이 좋은 소재다.
 
결국 문제는 남북 관계
 
문제는 남북 관계다. 드레스덴 선언을 전후로 하여 남북관계는 대단히 험악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 시점에서 남북 관계를 회복할 무언가의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그리고 오바마 방한을 계기로 하여 한미일 삼각동맹 체제가 더 확고해지게 된다면 남북관계는 더욱 경색될 것이다. 이는 6자회담 재개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결국 한미일 삼각 동맹체제의 구축은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 것이다.
 
한 때 호랑이로 군림하면서 세계를 호령했던 미국은 이제 한국과 일본이라는 동맹국이 존재하지 않으면 한 낱 종이호랑이에 불과한 신세가 되었다. 미국이 한미일 삼각 군사동맹체제 구축에 매진하는 이유이고,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기 위해 노력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미국이 국제사회의 비난을 무릅쓰고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인정하고 군비증강을 종용하는 것도, 중국과 북한의 6자회담 재개 요청을 한사코 거부하고 있는 것 역시 한미일 삼국간의 동맹 체제를 확고히 하기 위한 것이다. 
 
오바마의 방한에 즈음한 한반도 반전평화 실현을 위한 실천이 중요하게 요구된다.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북미 대화를 촉구하는 우리의 목소리를 더욱 높여야 할 때다.
 
장창준 진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진보정치 65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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