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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와 함께 떠나간 '통일대박론' 효과


 한.미 정상회담과 북 조평통의 '욕설' 반응
김치관 기자  |  ckkim@tongil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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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4.28  22: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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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박근혜 정부와의 ‘선긋기’

북한이 박근혜 정부와 확실한 선긋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오바마 대통령의 한국 방문(25~26일) 직후인 27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 대변인 성명을 통해 박근혜 대통에게 인신공격성 욕설을 퍼부었다.

“떼질쓰는 못돼먹은 철부지계집애같기도 하고 기둥서방에게 몸을 바치면서 남을 모해하는 간특하고도 요사스러운 기생화냥년 한가지”, “극악한 사대매국노, 추악한 미국위안부, 더러운 민족반역매음부로서의 몰골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등 최악의 표현들을 남김없이 동원했다.

결국 “박근혜에게는 이제 다른 약이 없으며 년이 청와대에 둥지를 틀고있는 한 북남관계에서 그 무엇도 기대할 것이 없다는 것이 명백해졌다”는 결론이다.

북한은 지난 1월 16일 국방위원회 명의로 이른바 ‘중대제안’을 발표, 1월 30일부로 비방중상 전면금지를 제안한 바 있고, 남북은 2월 14일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비방중상 전면금지에 합의했다. 물론 그 이후로도 서로 말싸움을 주고받은 적은 있지만 이번처럼 분명한 비방중상을 가한 적은 없었다.

아직 박 대통령의 직접적인 반응은 확인된 것이 없지만 이 정도의 욕설이라면 당분간 남북관계 개선을 추진할 동력을 찾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8일 통일부 대변인 정례브리핑을 통해 “도저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과 막말을 계속하고 있는 것은 패륜 그 자체”라고 일축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한.일 순방이 판세 갈라

   
▲ 박근혜 대통령은 25일 오후 청와대에서 방한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사진출처 - 청와대]


‘새로운 형태의 핵시험’을 경고하는 등 북한의 대남, 대미 메시지가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진행된 오바마 대통령의 일본(23~25) 국빈방문과 한국(25~26) 방문은 한반도 정세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돼 왔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메시지는 한.미.일 군사.경제동맹 강화를 통한 중국 포위와 북핵 포기 압박이었다. 특히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인정, 한국의 미사일방어(MD) 체제 사실상 참여와 전시작전통제권 반환 재검토, 북한 인권 문제 거론 등에 비해 6자회담 재개나 남북대화 등은 제대로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24일자 서울발 기사에서 “최근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내에서 새로운 접근법을 찾기 위한 노력은 많은 보고서와 비공개 전략회의에서 하나의 결론에 이르렀다. 그 결론은 현재의 경로 외에 다른 모든 대안이 더 안 좋다는 것이다”고 보도했다. 현재의 북핵 문제에 손을 놓고 있는 ‘전략적 인내’ 보다 나은 대안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나아가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북한.이란제재조정관은 "(미국) 행정부는 의식적이든 암묵적이든 이란이 보다 중요하고 뭔가 해낼 전망이 더 크다고 결정했다"며 "이란과 그들의 오일 머니를 쥐어짤 수는 있으나, (중국이 재정 지원을 계속하는 한) 북한을 쥐어짜기는 훨씬 더 힘들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지난 7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 회담 직후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8일 기자들에게 “대화 재개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북한에게 요구하고 있는 ‘사전 조치’에 대해 “좀더 유연성을 갖고 생각해볼 수 있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가 미측의 항의를 받았고, 이후 청와대로부터 함구령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의 객관적인 평가도 일본의 외교적 성과에 비해 한국은 잃은 것이 많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일본은 미국의 재정상황이 열악한 틈을 타 센카쿠 열도에 대한 미국의 보장과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지지를 획득하면서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해서는 자신들의 이익을 고수하는 외교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한국은 MD 사실상 가입, 한.미.일 군사정보공유 MOU 추진 등을 약속했을 뿐만 아니라 한.미 FTA에서도 미국에게 많은 양보를 한 것으로 보인다. 실속 없는 북핵.북인권 공조, 전작권 반환 재검토 등만 챙겼다면 챙긴 것이다.

사라진 ‘통일대박론’ 효과

오바마 대통령의 한.일 순방을 지켜본 뒤 나온 북측의 격렬한 반응을 볼 때, 당분간 남북대화나 북미대화, 그리고 6자회담 재개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반비례해 북한의 4차 핵실험이나 장거리미사일 발사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이 북핵문제에 눈길을 두지 않고 있음이 분명해진 상황에서 남북관계의 여지를 남겨두느니 확실한 선긋기를 통해 세월호 사건으로 위기를 맞고 있는 박근혜 정권을 더욱 밀어붙이겠다는 것이 북한의 구상으로 보인다. 따라서 6.4 지방선거를 마치기 전까지 남북관계가 풀릴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지배적이다.

따라서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사건과 남북관계 파탄이라는 내외의 어려운 조건에서 지방선거를 치러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통일대박론’을 내세우며 여론지지율에 반사이익을 챙기던 구도의 한축이 허물어진 셈이다.

그렇다고 북한의 반발만 산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이 큰 보탬이 된 것도 아니다. 전작권 반환 재검토 등으로 일부 보수층의 지지를 더욱 확고하게 다졌는지는 몰라도 일반 국민들에게 특별히 다가올만한 메시지는 없었다. 오히려 세월호 사건에 묻히고, 화려한 의상을 입고 나선 박 대통령에 대한 비난만 쏟아졌다. 더구나 일본에 비교돼 취약한 외교력에 대한 논란까지 빚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이 5월말로 앞당겨질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는 것도 이같은 상황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외교부 관계자는 28일 “정상회담 일정을 앞당기고 있다든가 일정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다든가 그렇지 않다”며 “한마디로 소설이다”고 일축했다. 현실적으로 시진핑 주석의 방한이 지방선거 전으로 앞당겨질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8월 한미군사훈련

   
▲ 한.미 연합사령부는 지난 3월 31일 경북 포항시 북구 송라면 독석리 해안에서 한.미 해병대와 해군이 실시한 ‘쌍용훈련’을 이례적으로 언론에 공개했다. 이 연합상륙훈련은 1993년 팀스피리트 훈련 이후 21년 만에 최대 규모로 진행됐다. [자료사진 - 통일뉴스]


당분간 남북, 북미관계가 냉각기에 접어들 것이 확실시되자 자연스럽게 북한의 4차 핵실험이나 장거리미사일 발사 등 ‘무력시위’ 여부가 논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북한이 당분간 허송세월하느니 그 시간에 자신들의 무력을 국제사회에 과시하고 냉각기를 지난뒤 더 우월한 입지에서 협상에 임하려 할 것이라는 상식적 관측이다.

다만, 변수는 남쪽이 세월호 사건으로 지금은 전국민적 애도기간 중이고 당분간 이 사건의 여파가 계속될 것이라는 점과 중국이 북한에 대한 압박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점이 고려사항일 것이다.

먼저, 북한이 4차 핵실험 등을 단행했을 경우 세월호 사건으로 궁지에 몰린 박근혜 정부와 보수세력은 일제히 북한을 ‘공공의 적’으로 돌릴 것이고, 국민들 역시 슬픔에 빠진 남측 국민들을 배려하지 않은 북한에 대해 격심한 분노를 표출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가 높은 북한이 중국의 거듭된 강한 요청에도 불구하고 핵실험 등을 단행한다면 상당기간 중국과의 관계악화를 감수해야 할 것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1~3월 중국의 대북 원유 수출 실적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된 점은 결코 간단히 보아 넘길 일이 아니다.

북측은 지난 23일 조평통 명의로 박근혜 대통령에게 “평화통일을 바라는가, 전쟁을 바라는가”등 10가지 항목으로 된 ‘공개질문장’을 던졌고, 27일 조평통 대변인 성명은 “박근혜는 이번의 추악한 행실로 북남화해에 기초한 평화통일이냐, 체제대결에 의한 전쟁이냐 하는 우리의 물음에 전쟁으로 대답하였고 자기의 ‘신뢰프로세스’라는 것이 리명박역도의 것과 같은 대결정책이라는 것을 적라라하게 내보이였으며 북남관계개선은 꼬물만치도 안중에 없고 우리와 끝까지 대결하면서 정세를 파국에로 몰아가겠다는 것을 온 세상에 선포하였다”고 평했다.

이에 비해 북한 최고인민회의 및 내각 기관지인 <민주조선>은 27일 개인필명의 논평을 통해 “박근혜는 우리만이 아니라 온 겨레와 세계평화애호인민들이 조평통의 공개질문장에 대한 대답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명백한 입장과 태도를 밝혀야 할 것”이라며 “북남관계의 전도는 전적으로 박근혜의 태도 여하에 달려있다”고 주장해 여지를 남겼다.

특히 북한 노동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28일 개인필명의 논설에서 “남조선 당국이 진정으로 북남관계 개선과 평화를 바란다면 ‘남북관계 완화가능성’을 운운하는 허튼 말장난은 그만두고 무엇보다 미국과 함께 벌이는 북침 합동군사연습부터 전면 중지해야 한다”며 “오는 8월부터 남조선에서는 미국과 남조선 호전세력의 ‘을지 프리덤 가디언’ 합동군사연습이 감행되게 된다”고 지적했다.

지난 ‘키리졸브-독수리’ 한미합동군사연습에서 보았듯이 8월 군사연습이 취소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다만, ‘키리졸브-독수리’ 훈련을 ‘로우 키’로 조용히 치르겠다던 약속과 달리 미군이 대대적인 무력시위에 나서 상황을 악화시켰던 올해 3,4월 상황이 되풀이된다면 남북관계나 북미관계 개선은 바라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국, 6.4 지방선거 이후 남북관계는 북한의 핵실험과 같은 무력시위 단행 여부와 8월 ‘을지 프리덤 가디언’ 한미합동군사연습을 전후한 군사적 대치상황에 따라 ‘전쟁이냐 평화냐’, 즉 대치냐 대화냐를 가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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