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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올라오렴…

등록 : 2014.05.07 20:59수정 : 2014.05.08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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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합동분향소 앞 막대들에 실종자 생환을 비는 노란 리본들이 하늘을 향해 층층이 매달려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세상에서 가장 슬픈 어버이날’
딸 잃고 애끊는 유경근씨
실종학생 그리는 부모심경 전해 

“카네이션 대신 자식 영정에 국화”
분향소의 유족들 비통에 말잃어

“너무나 처참한 모습이 부끄러워 그런 거니…. 너희가 어떤 모습으로 올라와도 엄마 아빠 눈에는 너무도 예쁜 꽃이란다. 부끄러워하지 말고 어서 올라오렴. 모두 손잡고 어서 올라오렴….”

 

세월호 침몰사고로 숨진 경기도 안산 단원고 2학년 3반 유예은(17)양의 아버지 유경근(44·세월호 사고 가족대책위원회 대변인)씨는 어버이날을 맞아서도 부모 곁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실종 학생들을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부모들의 심경을 이렇게 전했다.

 

유씨는 어버이날을 맞아 딸을 그리는 심경을 절절히 담은 글을 <한겨레>에 보내왔다. 그는 이 글에서 “이제 집에 가자…. 엄마한테 가자…. 수학여행 간다고 집을 나선 지 꼭 열흘 만에 (예은이는) 그렇게 타보고 싶다던 헬리콥터를 타고 돌아왔다”고 적었다.

 

이젠 사랑스러운 딸이 달아주는 카네이션을 영영 받을 수 없게 된 유씨는 “예은이 생각할 시간을 줄이려고. 집에는 늦게 늦게 들어갑니다. 빈자리를 보고 싶지 않아서. 그리고 적응해 보려고요. 예은이 없는 나를…”이라며, 예쁜 딸이 떠난 뒤 채 한달도 안 돼 맞이하는 ‘슬픈 어버이날’의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딸을 봤을 때 “예은이가 ‘아빠! 왜 나를 몰라봐? 나 예은이야.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내가 얼마나 힘들게 나왔는데…’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고 썼다.

 

유씨처럼 ‘잔인한 어버이날’을 맞게 된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 정부합동분향소 유족대기실도 하루 종일 애통한 분위기였다. 한 유족은 “카네이션 받아야 할 부모가 자식 영정에 국화꽃을 올려놔야 하는 고통을 누가 알겠느냐”며 울먹였고, 또다른 유족은 “내겐 이젠 어버이날이 없어졌다”고 힘없이 말하기도 했다.

 

유씨는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을 통해 유족들의 심경과 실종자 수색 상황 등을 꾸준히 전해왔다. 유씨는 어린이날 다음날인 6일 올린 글에서 “어린이날이었네요. 차 막히고 사람 많은 데를 싫어하는 아빠 때문에 분명 멀리는 못 갔을 거고. 맛난 거 좋아하는 예은이 데리고 외식하러 나갔을 텐데. 음식이 나올 때마다 와~ 감탄하며 연신 사진 찍고 친구들에게 자랑했을 텐데. 이런 작은 행복조차 지켜내지 못한 못난 아빠는 죄인이지요. 아주 큰 죄인이지요”라고 썼다. “다른 모든 상처는 하루이틀 지나면 아물기 시작하는데, 왜 이 상처는 갈수록 더 아픈 건가요”라고도 했다.

 

딸의 장례를 하루 앞둔 지난달 27일에는 “예은이의 영정 아래 누웠습니다. … 잠시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하지만 예은이가 공포와 절망에 빠졌을 그 순간을 생각하면 바로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유씨는 지난 2일에 올린 글에서는 “이제 가만히 기다릴 수 없습니다. 가만히 기다리라는 말 듣고 얌전히 있다가 죽었습니다. 앞으로는 언제 어디서든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라고 ‘다짐’하기도 했다.

 

안산/김기성 김일우 기자 player009@hani.co.kr

 


 

세월호가 침몰한 지 22일이 넘었다. 지난달 30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 부둣가에서 한 실종자 가족이 시신이라도 빨리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에서 바다에 던져 넣은 손바닥만한 인형이 물결 위를 떠다니고 있다. 진도/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예은이 생각할 시간을 줄이려고 집에는 늦게 늦게 들어갑니다 
빈자리를 보고 싶지 않아서…그리고 적응해 보려고요…예은이 없는 나를…

 

세월호 침몰사고로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딸(안산 단원고 2학년 유예은양)을 잃은 유경근(47)씨가, 사고 초기 부모들의 애타는 심경과 구조상황, 딸이 희생된 뒤 겪고 있는 심적 고통 등을 담은 글을 <한겨레>에 보내왔다. 딸에 대한 그리움과 부실한 구조·수색 작업에 대한 부모들의 원망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이 글을 가감 없이 그대로 싣는다.

 

 

390㎞, 3시간30분, 그리고 60만원.

 

10시50분 출발, 2시20분 도착. 진도실내체육관에. 보통 다섯 시간이 걸리는 거리라더군요. ‘시속 200㎞가 맞아? 차가 왜 이리 늦어!’ 열흘 뒤 6장, 총 60만원의 과속 벌금스티커가 날아오더군요. 그렇게 예은이를 데리러 갔습니다.

 

“이야~ 전원 구조란다!”

 

전원 구조되었답니다. 실내체육관에서 구조자를 태우고 오는 버스를 기다렸습니다. 한 대, 두 대, 세 대…. 더 이상 들어오는 버스가 없었습니다. ‘어선이 구조한 아이들은 근처 섬으로도 갔다니 거기 있겠지. 팽목항으로 가면 만날 수 있을 거야.’

 

최선을 다해 구조작업 중입니다?

 

“지금 어떻게 된 겁니까? 아이들이 왜 안 오죠?”

 

“현재 함정 ○○○척, 항공기 ○○대, 잠수부 ○○○명이 최선을 다해 구조작업 중입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한 시간, 두 시간, 세 시간. 왜 아무 소식도 없죠? 구조작업 하고 있는 거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함정 ○○○척, 항공기 ○○대, 잠수부 ○○○명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우리가 직접 확인해야겠어!”

 

해경 단정 운전연습 중?

 

그토록 심하던 뱃멀미도 잊은 채 1시간여…. 조명탄이 비추는 바다 위, 세월호 선수를 중심으로 해경 단정이 원형을 그리며 돕니다. “하염없이. 도대체 뭐 하는 겁니까? 왜 구조를 안 합니까? 제발 우리 아이들 구조 좀 해주세요. 바닷속으로 들어가야 아이들을 꺼내올 거 아닙니까. 왜 안 들어갑니까.”

 

유난히 잔잔한 바다는 부모들의 울부짖음을 고스란히 잡아먹고 맙니다. 부모들을 태운 배가 사고 해역에서 멀어지자 일사불란하게 세월호 선수를 빙빙 돌던 해경 단정들도 돌아가기 시작합니다.

 

“제발·…제발….”

 

“우리가 다 보고 왔습니다. 구조작업 하지도 않으면서 왜 하고 있다고 거짓말을 합니까.”

 

“아닙니다.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왔는데 그래도 거짓말을 합니까.”

 

갑자기 휴대폰을 누르더니 “어떻게 된 거야. 부모님들 하는 얘기가 도대체 뭐야.”

 

“이제라도 구조작업 좀 시작해주세요. 제발···. 제발 우리 아이들 좀 꺼내주세요. 아직 살아있단 말이에요.”

 

“조류가 심해서 잠수할 수 없습니다. 조건이 되는 대로 구조작업을 시작하겠습니다. 가족들께서 원하시고 모두 동의해 주신다면….”

 

“날이 밝도록 왜 아무 소식도 없습니까? 살았건 죽었건 무슨 소식이 있어야 하잖아요.”

 

“네,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이틀이 지났는데, 우리 아이들 다 죽는데, 도대체 무얼 하고 있는 겁니까.”

 

“사고 해역에 기상상황이 안 좋고 조류가 빨라서. 정조시간이 되어야….”

 

“다른 방법 없어요? 구조장비 많이 와 있다는데 왜 안 써요? 돕겠다고 온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왜 안 해요?”

 

“가족 여러분이 원하시고 모두 동의해 주시는 방법이 있으면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습니다.”

 

“뭐라고요? 우리보고 구조 방법을 알려달라고요?”

 

‘아빠, 왜 나를 몰라봐?’

 

아담한 체형, 왼쪽 턱 옆 큰 점, 왼쪽 볼 주변 작은 점 두 개, 긴 생머리 40㎝.

 

“형! 예은이 아닌가 봐. 예은이처럼 안 생겼어. 아니지?” 왼 눈썹 위 상처, 치아 안쪽 교정기, 손과 발….

 

‘아빠! 왜 나를 몰라봐? 나 예은이야. 내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내가 얼마나 힘들게 나왔는데….’

 

예은아! 돌아와줘서 고마워. 무서웠지? 힘들었지? 잘 견뎌줘서 고마워.

 

이제 집에 가자. 엄마한테 가자.

 

수학여행 간다고 집을 나선 지 꼭 열흘 만에 그렇게 타보고 싶다던 헬리콥터 타고 돌아왔습니다.

 

장례를 마치고….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예은이 생각할 시간을 줄이려고. 집에는 늦게 늦게 들어갑니다. 빈자리를 보고 싶지 않아서. 그리고···적응해 보려고요. 예은이 없는 나를.

 

딸 없는 세상에서…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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