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선교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8일 KBS 수신료 인상안을 ‘날치기 상정’했다. 한 위원장은 KBS 수신료 인상안 처리에 반대하며 야당 의원이 불참을 알렸음에도 개회를 강행해 약 25분 만에 KBS 수신료 인상안 단독 상정-대체토론- 법안심사소위 회부 등 절차를 속전속결로 끝마쳤다. 

한선교 미방위원장은 이날 여당 의원만 참석한 가운데 미방위 전체회의를 열고 텔레비전수신료 인상 승인안(KBS 수신료 인상안) 외 2건을 상정한 후 KBS 수신료 인상안은 대체토론 등을 거쳐 법안심사소위로 회부하는 등 KBS 수신료 인상안 처리를 위한 절차를 시작했다. 

한 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안건 처리는 국회 의무로 구체적이고 심도 있게 본격적인 토론을 시작하자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이번 안건의 대해) 결정짓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새누리당 의원의 KBS 수신료 인상안 처리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KBS가 자구 노력과 회계 분리, 공적 책임 강화 조치를 취한다면 수신료 인상에 대해 국민도 충분히 인정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 한선교 미래창조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한 위원장은 대체토론 종료 후 국회법 절차에 따라 KBS 수신료 인상안을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했다. 이날 함께 상정돼 의결을 거칠 예정이던 2013년도 국정감사 결과보고서 채택의 건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 추천 등은 의결정족수 미달로 처리되지 못했다. 

한 위원장은 “여야 소속 의원에게 상정 안건과 회의 일정을 전했으나 야당 의원들은 오전 9시 나름대로 본인의 의견을 개진하고 이 자리에 불참했다”고 언급했다. 한 위원장은 이어 “지금 이 자리에서 보듯이 안건 상정과 의결은 ‘틀리다는 것’이 보여지고 있다”며 “의결 안건은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못해 미뤄놓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국회법상 의결정족수는 소속 의원의 과반수 참석, 과반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같은 시간 새정치연합 간사인 유승희 의원은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여야 간사 합의도 거치지 않고 KBS 수신료 인상안을 상정하겠다는 것은 국회법 위반”이라며 “국민에게 추가적인 직접부담금만 3600억 원(수신료 60% 인상)을 발생시키는 중차대한 사안에 대해 국민을 무시하고 힘으로만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하며 미방위 회의 불참 의견을 밝혔다. 

앞서 새정치연합과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시민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등은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이 국가적 재난 시기를 틈타 민주적 절차와 사회적 합의를 무시한 수신료 도둑 인상에 제대로 한 몫하겠다고 나섰다”며 “정치적 독립, 지배구조 개선, 보도공정성과 제작편성 자율성 등 KBS 정상화 길은 외면한 채 정권 나팔수가 된 ‘종박방속’ KBS에 수신료 인상은 불가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들은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 KBS 막내급 기자들이 양심고백을 하며 부끄러운 심경을 토로하는 상황에 이르렀는데도 KBS는 국민의 아픔과 슬픔을 녹였다’며 낮뜨거운 자화자찬을 해댔다”며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수신료 밥그릇을 챙기기 위해 정치권을 압박하며 여당과 잠짜미하는 그 몰염치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시민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등이 8일 국회정론관에서 미래창조방송통신위원회의 'kbs 수신료 인상안' 기습 상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유리 기자
 
최민희 새정치연합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세월호 침몰 참사로 모든 국민이 애도하고 있는 와중에 회의장에서 망치를 빼앗고 고성을 지르는 등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며 회의 불참 이유를 밝혔다.

최 의원은 이날 의결되지 못하고 미뤄진 두 안건에 대해서는 “새누리당이 합의에 없던 KBS 수신료 인상안을 단독상정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책임 소재를 분명히 했다. 

이날은 여야의 원내대표를 선출하는 날로 사실상 상반기 상임위 활동이 마무리 되는 날이다. 이날 무리하게 한 위원장이 처리하지 못할 KBS 수신료 인상안을 단독 상정하는 등 처리 절차를 시작한 데 대해 의문이 커지고 있다. 

유 의원은 이에 대해 “8일 미방위 안건을 통보하기 위해 전화한 새누리당 간사 조해진 의원에게 너무 궁금해서 한 위원장의 의중을 물으니 아무 대답도 없더라”며 “도대체 누구에게 잘보이기 위해서 그러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KBS 수신료 인상안은 지난해 12월 10일 KBS 임시이사회에서 여당 추천 이사만 참석한 가운데 현행 2500원을 4000원으로 인상하는 안건이 처리된 후 올해 2월 28일 방송통신위원회가 가결해 국회에 승인을 앞두고 있다. 

한편 한 위원장은 이날 미방위 회의를 오전 10시20분에 마무리하고 회의를 정회했다. 한 위원장은 의결 안건에 대해 야당 의원의 참여 문을 열어 둔다는 의미로 정회했으나 야당 의원이 항의 뜻으로 불참한 상황에서 사실상 회의는 산회됐다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