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환영 KBS 사장이 결국 물러나게 됐다. KBS이사회(이사장 이길영)는 5일 이사회를 열고 길 사장에 대한 해임제청안을 표결에 부쳐 가결시켰다. 표결 결과는 찬성 7표, 반대 4표다. 여당추천이사 중 3명이 길 사장 해임에 손을 든 것이다.

길환영 사장은 이날 이사회에 참석해 최후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길 사장이 보도개입 뿐 아니라 교양 프로그램에 대한 제작개입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길 사장 퇴진에 대한 내외압박은 더욱 거세진 상황이었다. 결국 길 사장은 이사회를 통한 불명예 퇴진이라는 멍에를 썼다.

남은 절차는 이사회가 박근혜 대통령에 해임제청안을 제출하면 박 대통령이 이를 승인하는 것뿐이다. 박 대통령 손에 달린 것이다. 만약 박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이면 길 사장은 해임되고 KBS는 신임사장을 선출하는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 권오훈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장이 5일 저녁 KBS본관 앞에서 열린 길환영 사장 퇴출을 위한 2차국민촛불행동 집회에서 발언하고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이로서 길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며 파업을 벌였던 KBS노동조합(위원장 백용규·KBS노조)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권오훈·KBS본부)는 파업을 잠정 중단하고 곧 복귀할 것으로 보인다. KBS본부 측 관계자는 “KBS노조와 공동파업에 돌입한 만큼, 6일 오전 5시부터 업무에 복귀한다”고 말했다. 

KBS본부는 성명을 통해 “길환영 사장의 보도개입 의혹으로 촉발된 KBS 사태가 마침내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됐다”며 “이사회의 이번 결정은 ‘공사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한 의결기관’으로서의 방송법상 이사회의 권능에 충실한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KBS본부는 “이번 이사회의 결정은 길환영 사장뿐만 아니라 앞으로 임명되는 그 어떤 사장이라도 보도나 프로그램에 부당하게 개입할 경우 사장직에서 해임될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밝힌 것”이라며 “길 사장이 사실상 퇴진함에 따라 약속한 대로 즉시 파업 대오를 멈추고 우리들의 일터인 방송 현장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KBS본부는 “길 사장의 퇴진은 우리 싸움의 목적지가 아니”라며 “길 사장을 비롯한 수많은 부역 간부들이 정권에 갖다 바쳤던 공영방송 KBS를 국민의 품으로 되돌리는 지난한 싸움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논의돼 온 특별다수제를 비롯해 정파적 이해관계를 뛰어 넘는 독립적인 사장을 선임하기 위한 제도를 쟁취하기 위해 사내외의 모든 세력의 지혜를 모아나가고, 그 결과를 정치권에 당당히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 5일 저녁 KBS본관 앞에서 열린 집회에서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조합원들과 집회 참석자들이 이사회의 길환영 사장 해임제청안 가결 소식이 전해지자 박수를 치고있다. 사진=조윤호 기자
 
한편 7시 30분 현재 KBS 앞에는 길환영 사장 퇴출을 위한 2차 국민촛불행동 집회가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리고 있다. 이 자리에서 참석자들과 KBS본부 조합원들은 이사회 소식이 전해지자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권오훈 본부장은 이 자리에서 “지난 촛불에서는 사죄의 인사를 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지만 오늘은 시민여러분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리기 위해 다시 이 자리에 섰다”며 “국민의 방송 KBS를 살리고 지키라고 명령한 여러분 덕”이라고 말했다. 권 본부장은 “총파업은 잠정 중단하지만 KBS 독립성, 방송의 공정성 제작의 자율성을 위한 긴 싸움을 다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권 본부장은 “세월호 참사 보도에 대한 진정한 반성을 시작으로 국민의 편에서 제대로 된 방송을 하겠다”며 “방송으로 뉴스와 프로그램으로 KBS의 존재가치와 그 이유를 증명해보이겠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는 길환영 같이 청와대 눈치만 보며 권력자 뜻대로 보도 프로그램 인사에 개입하는 사장이 나오지 않도록 만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