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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27년... 다시 청와대로 향합니다

 
6.10항쟁 기념 '청와대 만인대회'... 세월호 참사, 박근혜 정부에게 책임을 묻습니다
14.06.09 20:48l최종 업데이트 14.06.09 20:48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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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 밝힌 '노란리본등' 800여 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가 주최한 4차 범국민촛불행동이 지난 7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가운데, 대형 '노란리본등'이 불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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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항쟁'은 1987년 6월 10일부터 6월 29일까지 대한민국에서 전국적으로 벌어진 반독재·민주화운동으로 대한민국의 민주화에 큰 영향을 줬습니다. 6월 민주화 민중항쟁은 사회운동이 비약적으로 상승하는 효과를 불렀습니다. 

저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에 대한 시민행동에 참여해 익숙해진 노란 리본과 '미안합니다,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문구를 읽을 때마다 27년 전 6월 민주화 민중항쟁에 대한 기억이 떠오릅니다. 

당시 저는 중학교 3학년 학생이었습니다. 저와 제 친구들은 서울 종로에 함께 있었습니다. 시민들과 학생들이 백골단과 전경들에게 밀려 어디론가 흩어지는 가운데 저와 제 친구들은 인파에 휩쓸려 어느 가게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가게 주인은 백골단과 전경을 피해 달려가는 사람들을 보고 자신의 가게로 들어오게 했고, 가게 셔터를 내렸습니다. 가게 안의 어둠에 익숙해질 무렵, 어느 백발의 어른 한 분이 저희를 보며 이야기하셨습니다. 

"허허, 너희는 어려 보이는데…. 중학생 정도 되려나? 우리 어른들이 너희에게 이런 시대를 겪게 해서 정말 미안하구나. 어른들이 더 열심히 싸워서, 너희가 어른이 되면 우리가 겪은 이 시대의 아픔을 겪지 않게 해야 할 텐데…."

그러고는 그 자리에 있는 시민·대학생들과 여러 주제로 토론을 하시더군요. 얼마 정도 시간이 지나자 가게 주인은 밖을 살펴보고 가게 문을 열어줬습니다. 저와 제 친구들은 무사히 집에 돌아왔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저와 제 친구들에게 "미안하다"고 몇 번 이야기하시면서 마음 아파했던 백발의 어르신은 백기완 선생님이었습니다.

"미안하다, 얘들아,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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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분향소에 놓인 단원고 학생 영정 세월호 참사 25일째였던 지난 5월 10일 오후 경기도 안산문화광장에서 희생자 추모와 진실규명을 위한 '국민촛불 켜기' 행사가 열렸다. 시민분향소에 학생 희생자들의 캐리커쳐 영정사진이 놓여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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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저는 43세의 어른이 됐습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 분향소에서 단원고 학생들의 영정사진을 마주한 저는 아이들에게 "미안하다, 미안하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27년 전 친구들과 제게 "미안하다"라고 이야기하셨던 백기완 선생님의 마음이 떠올랐습니다. 

이어 여전히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대한민국의 현실에 가슴이 아팠습니다. 저는 흐르는 눈물을 닦을 새도 없이 "미안하다, 얘들아, 미안하다"라고 말했습니다. 

2014년 4월 16일, 대한민국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우리는 왜 세월호 참사에 대한 책임을 박근혜 대통령과 그 행정부에 물어야 할까요? 왜 우리는 청와대로 그 책임을 물으러 향해야 할까요? 아직도 12명의 실종자가 저 바닷속에 있는데, 서둘러 해경을 해체한다고 발표하는 게 정상일까요? '정말 죄송하다'고 국민들에게 사과는 하기는커녕 자신들을 도와달라고 선거운동을 하는 박근혜 정권·정부 여당이 정상일까요?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에는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사람이 어떤지 알려면, 자기에게 저항할 힘이 없는 자들을 어떻게 대하는지 보면 된다"라는 덤블도어의 대사 말입니다. 

박근혜 정권은 어떤 정권인지, 해경은 어떤 집단인지, 공무원 집단은 어떤 집단인지, 경찰은 어떤 집단인지 알려면 저들이 세월호 안에 있던 단원고 학생들과 선생님들 그리고 일반인들을 과연 살리려 했는지, 팽목항에서 자식과 가족들을 살려달라고 울부짖던 희생자 부모와 가족들에게 어떻게 대했는지, 진도와 서울을 비롯한 전국에서 추모하는 국민들을 어떻게 대했는지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세월호'는 국민 모두의 일이 됐습니다"라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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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24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주최로 '세월호 참사 2차 범국민촛불행동, 천만의 약속'이 열렸다. 가족대책위 유경근 대변인과 생존자 가족대표 장동원씨가 시민들이 직접 서명을 받아 전달한 '세월호참사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운동' 용지를 받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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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로 희생당한 고 유예은 학생의 아버지이자 세월호 사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 유경근 대변인은 지난 5월 22일 이렇게 슬픔을 털어놨습니다. 

"가족들의 요청은 '그저 빨리 꺼내 달라'는 것이었는데…. (중략) 아이들을 구조할 수 있는 방법을 빨리 내서 꺼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중략) 결국 4~5일 만에 해경 스스로 실토했습니다. 구조 책임을 맡은 지휘 장교가 '사실 우리 해경은 능력이 없습니다, 방법을 모릅니다, 장비도 없습니다'라고 저에게 직접 말했습니다. (중략)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가족들을) 견디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그 아이가 마지막 순간 어떤 상황에서 어떤 과정과 고통을 겪으며 세상을 떠났는지, 보지 않았지만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관련기사 : "4층 복도서 죽은 내딸... 중요한 단서, 세월호 참사 잊지 않겠다 말해주세요")

유경근 대변인은 우리 모두를 향해 호소합니다.

"과연 우리의 아픔을 공감해주는 사람이 누가 있는가. 저는 공감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뿐만 아니라 우리 이웃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떠한 상황이고 마음인지 내 것으로 알고 공감할 때 진정한 처방이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은 그 자리에서 공감한다고 말하고 눈물도 흘려줬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정말 우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너무 힘듭니다. 

담화가 발표되는 그 시간, 진도에 있는 가족들은 목을 놓아 통곡했습니다. 그래도 대통령은 우리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는 버려졌구나, 우리는 다 잊혀졌구나….

여러분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세월호 참사는 이제 저희의 일이 아닙니다. 희생된 300여 명과 그 가족들만의 일이 아닙니다. 이 일은 이제 모든 국민의 일이 되었습니다."

서울대 교수 시국 선언을 제안했던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6일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등 교수단체의 농성장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 지금의 세월호 참사를 일으킨, 생명과 안전보다 돈과 이윤을 우선시하는 각종 정책의 담당자였고 주도자였다"라면서 "박 대통령이 적폐의 일부였고, 정치적 책임은 당연하다"라고 꼬집었습니다. 

이날 함께 자리에 있었던 최갑수 서울대 서양사학과 교수 역시 "1차적 책임은 직접적 당사자인 선장과 해양수산부, 해경이 사법적 절차를 거치면 되지만 (박근혜 대통령에게) 직접적 책임이 없더라도 정치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관련기사 :조국 "청와대 교신기록, 세월호 참사의 '판도라 상자'"). 

책임을 묻기 위해 청와대로 발걸음을 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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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10 청와대 만인대회' 포스터
ⓒ 6·10 청와대 만인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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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가 일어나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참사를 자신들의 정치적 행보로 이용했다는 비판을 받는 박근혜 대통령·정부·새누리당, 세월호 참사 당시 미흡한 대처로 고귀한 생명을 잃게 했다는 비판을 받는 해경 그리고 유가족을 보호하기는커녕 미행하며 감시했던 경찰들.

이제 국민들은 이들에게 모든 책임을 묻고자 오는 10일 청와대를 향해 행진합니다. 저들이 정치적 눈속임으로 세월호 참사 희생자를 잊게 만들려는 시도를 할 수는 있어도, 국민들은 결코 세월호 희생자들과 그 가족들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6월 10일, 많은 분들이 함께해주시길 부탁합니다. 

2014년 6월 9일 현재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사망자는 292명, 실종자는 12명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남승원(토마스 아퀴나스)님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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