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지명 2주 동안 버티다가 끝내 자진사퇴하자 정치권에서는 “사필귀정”이라는 반응과 함께 정치권·언론에 호통을 친 문 후보자의 태도를 거론하며 황당한 코미디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정미 정의당 대변인은 24일 문 후보자 사퇴 회견 직후 논평에서 “지난 14일간 온 국민을 패닉상태로 만들어 놓았던 문창극 후보자가 사퇴 회견에서 지난 십수일의 비극적 상황을 결국 코미디로 마감했다”고 평가했다.

이 대변인은 “오늘 문 후보자는 되려 국민들과 국회의원, 그리고 언론을 향해 호통을 치는 자리였다”며 “자신의 사퇴는 법치주의를 부정한 국회와 진실을 외면한 언론에 의한 억울한 희생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떠올리기조차 창피한 온갖 불법비리, 입에 담기도 힘든 친일 반민족적 언사를 일삼던 사람이 법적의무를 따지고, 민주주의를 걱정했다”며 “본인 검증을 하자는 국민들에게 독립유공자인 조부 이야기로 자신의 정당성을 항변하는 대목은 차마 민망스럽기까지 하다”고 비판했다. 

문 후보자는 자기 잘못은 없으나 오로지 대통령을 도와드리기 위해 사퇴한다고 고백한 것을 두고 이 대변인은 “그렇게 문 후보자가 충성을 다짐한 인사지명 책임자인 대통령은 귀국 후 며칠을 침묵으로 버텼다”며 “결국 자기 손에 먼지하나 묻히지 않고 이번 사태를 넘기려는 무책임하고 치사한 해결책을 쓴 것”이라고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했다.

이 대변인은 특히 인사 참사를 두고 “연이은 인사참사로 국민들은 극도의 불안에 휩싸였다”며 “이제 분노를 넘어 이 나라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을 것인지 청와대 인사문제는 걱정덩어리 그 자체가 되어 있다. 국민을 평안히 만들어야 하는 정부가 이렇게 지속적으로 국민을 괴롭힌 적이 있던가”라고 되물었다.

홍성규 통합진보당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문 후보자의 사퇴를 두고 “‘사필귀정(事必歸正)’, 당연한 일”이라며 “그나마 국민들의 분노와 목소리를 들을 마지막 귀까지 포기하지는 않아 다행이나 끝까지 ‘결자해지(結者解之)’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매듭을 묶었던 사람이야말로 분명히 박근혜 대통령 아닌가라고 홍 대변인은 되물었다.
 
   
문창극 총리후보자가 24일 오전 10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후보직사퇴를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고개를 숙였다.
이치열 기자 truth710@
 
그는 “문창극 후보자의 사퇴로 나머지 인사참사가 유야무야 없던 일로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심각한 오산”이라며 “국민들의 시선이 문창극 후보자에게 쏠린 사이에 슬그머니 어제 강행한 청와대 수석비서관 임명부터 다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제자 논문 가로채기’ 송광용 교육문화수석, ‘맥주병 구타사건’ 김영한 민정수석이 어떻게 국민들 앞에 얼굴을 들고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홍 대변인은 “일단 현재의 인사를 모두 중단하고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것이 우리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며 “박 대통령의 대국민사과는 물론 인사위원장인 김기춘 비서실장은 그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 즉각 경질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제1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박광온 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식민사관과 민족성 비하, 책임총리제 부정 취지의 발언, ‘야당에게 물어보라’와 같은 공직후보자로서 적절하지 못한 자세와 언행이 문제가 된 문 후보자가 사퇴한 것은 예정된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사퇴를 밝히면서 국민에게 유감조차 표명하지 않은 것은 마음을 무겁게 한다”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문창극 후보자의 사퇴가 박근혜 대통령의 비정상의 인사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며 “인사실패는 국력의 손실인 만큼 박 대통령은 인사실패와 국정혼란에 대해 진솔한 마음으로 국민께 용서를 구하는 것이 옳다”고 촉구했다. 인사추천 및 검증의 실무책임자인 김기춘 대통령비서실장에 대해서도 그는 “적절한 조치가 시급하다는 것이 국민의 뜻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하며, 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인사책임에 대해서도 박 대변인은 “국민들이 이미 오래전에 문창극 후보의 역사관과 세계관이 공직후보자로서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을 내렸는데도 박 대통령은 결심을 미루면서 책임있는 자세가 아니라는 비판을 자초했다”며 “불통과 오만과 독선의 자세로는 대한민국호를 바르게 끌고 갈 수 없다는 것이 세월호 참사의 교훈이고, 지방선거에서 나타난 국민의 명령”이라고 질타했다. 

새누리당도 문 후보자의 비판에 대해 도저히 방어할 수 없었다는 입장을 고백했다. 박대출 새누리당 대변인은 논평에서 “문창극 후보자의 사퇴는 국민 여론을 되돌리기에는 한계상황에 도달한 데 따른 불가항력으로 보인다”며 “무엇보다 나라의 근본을 개혁해 통합과 화합으로 가려고 했지만, 오히려 분열과 갈등이 심화된 데 대해서는 우리 모두에게 깊은 상처와 함께 중차대한 숙제를 남겨줬다”고 반성했다.

그러면서도 박 대변인은 문창극 참사 사태를 “신앙인의 자유와 언론인의 소신, 공직자의 처신이 뒤엉키면서 초래된 혼돈의 시기였다”며 “문 후보자가 사퇴에 이르기까지 정파적 적대관계도 모자라 낡은 이념공세와 종교적 편견까지 덧칠된 편가르기로 인해 극심한 국론 분열과 국력 소모를 가져왔다”고 되레 여론 자체를 원망했다.

박 대변인은 “새누리당은 집권여당으로서 국민들 앞에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은 반성과 자성을 토대로 뼈를 깎는 혁신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청와대 역시 인사시스템을 조속히 재정비해서 더 이상의 공직 후보자 낙마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