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쌍용차 청문회 이후... 회계 조작 여부부터 밝혀내야

"정리해고 됐다고 22명 죽는 곳은 세상에 없다"

[분석] 쌍용차 청문회 이후... 회계 조작 여부부터 밝혀내야

12.09.21 09:08l최종 업데이트 12.09.21 09:20l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 청문회에서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정우 지부장, 한상균 전 지부장, 이유일 쌍용차 대표이사, 류재완 쌍용차 상무 등이 증인선서를 하고 있다.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쌍용자동차(아래 쌍용차) 정리해고 관련 청문회가 열렸다. 3년이란 시간 끝에 22명이 세상을 등진 후에야 국회가 그들에게 귀를 열고 말을 걸기 시작한 것이다. 이날 청문회 참석자들은 모두 '쌍용차 사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그러나 '시작이 반'이라고 하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여야는 '쌍용차 해법의 출발점을 어디에 둘 것인가'에서부터 시각차를 드러냈다. 야당은 정리해고의 근거였던 회계보고서가 애초에 조작됐다고 주장한다. 김경협 민주통합당 의원은 이날 "2009년 사측과 회계법인 삼정KPMG이 쌍용차 정상화계획보고서에 인용했던 <하버리포트>에 쌍용차의 생산성지수(HPV)가 나오지 않았는데도 구조조정의 근거 중 하나가 '낮은 HPV'였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2646명이란 숫자가 나온 근거가 뭐냐(이종훈 의원)"고 의심하면서도 법원과 금융당국이 '정리해고는 적법했다'고 판단한 것에 동의하는 모습이었다. 서영교 새누리당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증인으로 참석한 최진영 금융감독원 회계감독국장이 '불법이 아니다'라는데 공식 인정할 수밖에 없지 않냐"고 말했다.

회계 조작 여부는 쌍용차 해법의 출발점을 결정하는 중요한 문제다.

사측과 삼정KPMG가 회계장부를 조작한 게 사실이라면 정리해고 자체가 무효다. 정반대의 경우 '안타깝지만 정리해고는 어쩔 수 없었다'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어진다. 전자의 경우 복직은 '부당하게 직장을 잃은 노동자들의 당연한 권리'이지만, 후자는 '회사 등의 배려로 가능한 일'이 된다.

해결책의 출발점은 '회계 조작' 여부... 국정조사 필요성 두고 여야 엇갈려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쌍용차 정리해고 사태 관련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은 지난 2009년 7월 쌍용자동차 파업 당시 노사협상 타결이 임박한 것을 알고도 경찰력을 투입해 강제진압했다는 보도에 대해 "그것은 거짓말"이라며 부인했다.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정우 지부장(맨 오른쪽)이 답변하는 조 전 청장을 쳐다보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따라서 회계 조작논란의 실체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쌍용차 해고노동자뿐 아니라 야당과 시민사회계에서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이유다. 야당 간사인 홍영표 민주통합당 의원은 "오늘 청문회로 (정리해고를 위한) 회계 조작을 밝히는 데 한계가 있다"며 국정조사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간사 김성태 의원은 "노사가 문제 해결의 주체"라며 부정적인 모습이었다. 서영교 의원은 "(국정감사 등으로 압박하면) 마힌드라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할까 봐 우려된다"며 "그럼 남아 있는 직원 600명은 어떻게 하느냐"고 반문했다.

국정조사가 어렵다면, 오는 10월에 열리는 국정감사는 또 다른 선택지다. 민주당 의원들은 "국감 때에도 쌍용차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는 의지를 여러 번 밝혔다. 이날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불참한 박영태 전 쌍용차 인력지원본부장을 "국정감사 때 반드시 부르겠다"고 했다. 박 전 본부장은 2009년 당시 법정관리인으로, 사측을 대표해 노사 교섭에 참여했던 인물이다.

쌍용차 특별위원회 구성을 요구하는 목소리들도 있다. 지난 7월 19대 국회 상임위가 처음 열린 후부터 야당은 줄곧 '쌍용차 소위원회를 만들자'고 주장해왔다. 20일 청문회에서도 이 같은 주장은 반복됐다. 여당이 '노사문제는 당사자간 협의가 원칙'이라는 반대의견을 되풀이하긴 마찬가지였다.

"한진중, 정치적 해결 추구했지만 좋아지지 않아... 노사 간 노력해야"

2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열린 쌍용자동차 정리해고 사태 청문회에서 홍일표 민주통합당 의원이 정리해고 후 부모가 모두 사망한 조합원의 자녀들 사연을 소개하자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정우 지부장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왼쪽은 한상균 전 지부장.
ⓒ 권우성

관련사진보기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도 같은 원칙을 고수하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날 이채필 장관은 "한진중공업도 정치적 해결을 추구했지만 경영사정이 좋아지지 않았다"며 "노사 간 노력으로 경영을 정상화하는 게 대단히 중요하고, 그 과정에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리해고를 "침몰 위기의 배를 구하려는 불가피한 방법"에 비유하며 "제 차는 다음에 쌍용차로 할테니 의원님들도 동참해달라"고도 했다.

이 장관에게 시급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던 신계륜 환노위원장은 "제가 부탁한 건 그런 게 아니다"라며 "정리해고됐다고 22명이 죽는 사업장은 세상에 없다. 더 억울한 요인을 풀려고 노력해야 할 노동부가 못하니까 제3지대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라는 뜻"이라고 질타했다. 신 위원장은 오는 26일까지 여야 간사가 협의해 쌍용차 국정조사 여부를 결정하라고 당부했다.

한상균 전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은 21일 0시에 가까워질 무렵 청문회가 끝날 분위기가 되자 신상발언을 요청했다. 한 전 지부장은 "도와달라, 노동자는 일터로 가야 한다"며 "그 길이 그렇게 어렵냐"고 물었다. "진실 규명 전에는 그 답(쌍용차 사태 해법)을 명쾌히 내놓을 사람이 아무도 없다"며 국정조사의 필요성도 거듭 강조했다.

쌍용차 사태 이후 금속노조틀에서 벗어나자며 새로 만든 쌍용차 노조의 김규한 전 위원장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쌍용차 사태가 "오늘 청문회에서 충분히 논의됐다"고 평가했다. 다만 "모자란 부분은 좀더 고민하자"며 "(금속노조와 사측, 새 노조가) 평행선을 긋는 것보다 서로 양보하면서 접점을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