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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하자보수만? MB의 끝나지 않은 착각

 
조홍섭 2015. 01. 02
조회수 2385 추천수 0
 

국무조정실 조사위 “성과” 주장한 홍수저감과 물 확보 실질 효과 의문
하천관리예산 4대강 뒤 곱절로 되레 늘어, 국정조사 통해 근본 대책 필요

 

4r0.jpg» 12월23일 세종문회회관에서 국무조정실 4대강 사업 조사평가위원회가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신소영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새해 첫날 4대강 사업에 대해 “하자보수만 하면 된다”고 감싸고 나서면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국무총리실 4대강 조사 평가위원회가 연말에 서둘러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문제를 털고 가려던 정부의 구도가 어긋나게 됐다. 
 
정부 여당과 보수언론이 조사결과를 보는 시각은 친이계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이 29일 <평화방송>에서 한 발언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것까지 못 받아들이면 영원히 논란은 끝나지 않는다. 큰 틀에서는 성공한 사업이고 부분적으로 보완해야 될 것이 있다.”
 
과연 그럴까. 4대강 사업의 핵심 쟁점은 홍수 저감, 가뭄 대비, 수질 개선, 생태계 회복이다. 이 가운데 조사위 스스로 “생태가 고려되지 않았다” “보와 준설이 수질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라고 인정했으니 뒤의 두 개는 논외로 치자. 조사위가 “결론적으로 4대강 사업은 일정부분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한 근거는 이수와 치수였다.

 

rain_46263_91920_ed.jpg» 4대강과 1996~2005년 사이 국토 단위 면적당 침수피해액이 높은 지역을 표시한 지도(왼쪽)와 가뭄이 심한 지역 지도. 4대강 사업은 홍수와 가뭄이 심한 어느 지역과도 일치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자료=국토해양부 
 
먼저 조사위는 “4대강 주변 홍수위험지역의 93.7%에서 위험도가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이제 우리는 홍수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까. 이명박 대통령은 그렇게 믿는 것 같다. 그는 “4대강 사업을 마치면 해마다 나던 4조원의 홍수 피해가 사라질 것”이라고 국민 앞에서 큰소리친 바 있다. 1일 이 전대통령을 만난 김무성 대표도 ‘김대중 정부가 43조, 노무현 정부가 87조원을 들여 막으려던 홍수재해를 이명박 정부는 22조원으로 끝냈다’고 맞장구쳤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한 두 해만 지나면 거짓임이 들통날 것이 뻔하다. 왜냐하면 애초 홍수피해가 큰 곳은 동해안과 남해안, 경기 북부, 영남 내륙 등이지 4대강 주변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침수피해는 정비가 거의 끝난 4대강과 주변 지류에서 제방이 무너져 발생한 것이 아니라, 주로 태풍 경로나 태백산맥 등 지형적 영향을 받는 곳에서 지천이 범람하고 도심에 고인 물을 제때 퍼내지 못해 일어났다.
 
4r2.jpg» 낙동강 합천 창녕보. 이수와 치수 목적을 동시에 달성한다는 개념 자체가 처음부터 논란을 불렀고 대운하를 염두에 두었다는 의혹을 샀다. 사진=김태형 기자

 

처음부터 홍수전문가들은 4대강 사업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물을 가두고(이수) 물을 빼 홍수를 다스리는(치수) 정반대 기능을 보 하나로 하겠다는 기본 구상을 보고서였다. 물을 쓰려고 가둬놓으면 홍수에 약하고, 홍수에 대비하려고 물을 빼놓으면 쓸 물이 없는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조사위는 애초 보에 홍수조절능력이 없다고 인정했다. 다목적댐처럼 대량의 물을 가둘 수 없기 때문이다. 홍수가 나면 수문을 열어 물을 빨리 소통시키는 게 고작이다. 
 
보 자체는 홍수위험을 높인다는 사실을 조사위도 인정했다. 강 안에 거대한 구조물을 앉혀놓았으니 물이 빠지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다. 
 
4대강의 홍수위가 낮아진 것은 오로지 강바닥을 대대적으로 파냈기 때문이다. 홍수 때 수문이 고장을 일으켜 제대로 안 열리거나 강바닥에 토사가 쌓인다면 홍수위험은 당연히 커진다. 이런 점들에 비춰 볼 때 4대강 사업의 치수효과를 얘기하는 것 자체가 비논리적이다.
 
다음 이수문제. 가뭄에 대비해 13억t의 용수를 확보하겠다던 4대강 사업에서 실제로 쓸 수 있는 물은 10%인 1억3000만t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도 이번 조사로 드러났다. 강을 일련의 저수지로 만들면서 확보한 물을 4대강 본류 이외의 가뭄지역에 보내려면 모터를 돌려 퍼올릴 수밖에 없다. 
 
조사위가 보완대책으로 제시한 그런 내용의 ‘용수공급체계’가 실제로 만들어진다면 아마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될 것이다. 물지게를 지어본 사람은 알겠지만 물은 무겁다. 상수도건 하수도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려보내는 이유다. 
 
가뭄은 강변이 아닌 고지대나 섬에서 주로 발생한다. 강이 흐르는 가장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에너지를 써가며 물을 보내는 것이 난센스라는 건 전문가가 아니라도 안다. 
 
조사위도 물이 꼭 필요한 곳에 보를 막지 않은 사실을 “보의 위치 선정 기준과 과정을 확인하지 못했다”라고 에둘러 인정했다. 성과 운운할 일이 아닌 것이다.
 
4r1.jpg» 국무조정실의 조사평가위가 끝난 뒤 같은 자리에서 환경단체들이 국정조사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신소영 기자

 

조사위는 정치적, 사법적 판단은 빼고 과학적인 부분만 평가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주요한 과학적 평가 결과는 사업을 하기 전에 비판적 전문가와 시민사회가 이미 지적한 것들이다. ‘물그릇’을 늘린다고 수질이 좋아지지 않는다. 고인 물은 썩는다. 홍수 피해지역은 4대강변이 아니다, 보 때문에 홍수위험이 커진다, 같은 보로 이수와 치수를 동시에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 많은 물을 가둬 어디에 어떻게 쓸 거냐…등등. 
 
과학이라기보다는 상식에 가까운 얘기들이다. 정작 과학 이외의 정치적, 경제적 분야에 대한 평가가 필요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처음부터 배제됐다.
 
정부의 하천관리예산은 4대강 사업 뒤 곱절로 늘어 약 6000억원에 이른다. 국무조정실은 곧 관계부처 대책회의를 열고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보강과 후속대책을 마련할 것이다. 아무 구실도 못하는 4대강 보에 또 얼마나 많은 예산이 들어갈지 모른다. 
 
그러니 이명박 전대통령이 2007년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대선공약으로 내세워 당선된 이래 8년째, 지긋지긋해도 ‘4대강’은 새해에도 붙들고 씨름해야 할 우리의 숙제인 것이다. 국정조사를 통해 잘못을 철저히 밝혀내고 대안을 찾아야 한다. 근본 설계가 잘못됐는데 마무리가 제대로 안 돼 하는 하자보수로 끝낼 일은 더욱 아니다.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겸 논설위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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