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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산기업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쉼 없는 도전

방산기업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쉼 없는 도전

문형철 2015. 04. 09
조회수 29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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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 조립단계 FA-50

 

  방산업체는 지금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계속 터져나오는 방산비리와 삼성의 방산분야 철수, 삼성테크윈, 삼성탈레스 매입으로 방산기업 1위에 오른 한화, 공군 전력증강의 핵심 사업이자 한국 항공산업의 미래를 좌우할 KFX(한국형전투기)사업 입찰 등 굵직굵직한 현안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KFX 사업수주에 나선 한국항공우주산업(주)(이하 KAI)과 뒤늦게 경쟁입찰에 뛰어든 대한항공(KAL)의 무기생산 현장을 둘러보기로 했다.  지난 2월 26일 경남 사천에 위치한 KAI 본사 방문기를 싣는다. 유감스럽게도 대한항공의 현장방문은 이뤄지지 못해 후일을 기약하기로 했다,

                                       

 남도의 한적한 소도시 사천

 

 늦겨울의 추위가 맹위를 떨치던 2월 26일 아침 8시 서울 남부터미널에서 경남사천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혼잡한 서울근교를 벗어나 약 3시간 정도가 지나자 ‘경상남도’임을 알리는 이정표가 눈에 들어온다. 높지는 않지만 해발고도 100~200미터 정도의 낮은 구릉지대가 펼쳐진다. 취재차 들리는 경남 사천이지만, 특별한 추억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초중고 과정을 KAI가 소재한 사천에서 불과 20여분 떨어진 진주에서 보냈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사천만과 삼천포항에 놀러갔었던 청소년기의 추억이 떠올랐다.
 인구 119,744명(2014년 통계)의 경남의 서남부 소도시 사천은 서울과 달리 황사도 추위도 없는 포근하고 맑은 하늘이었다. 
 터미널 주변에서 손님을 기다리는 택시들의 지붕장식이 비행기 모양이었다. 사천시에 공업단지가 조성이 되어있지만, 지역을 대표 할 기업이 KAI이기에  KAI에 대한 지역민의 민심이 반영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택시를 타고 KAI 본사로 향했다. 택시기사는 정겨운 사투리로 “KAI라는 기업이 사천에 있어서 좋다”며 호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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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비에이션 센터에서 비행시뮬레이션을 조작중인 학생들

 

  미래인재 양성 ‘KAI 에비에이션 캠프’

 

 KAI 본사에 도착했을때 제일 처음 눈에 띈 것은 KAI 에비에이션 센터였다. 항공테마파크처럼 보이는 에비에이션 센터에는 2차 세계대전 때 사용 된 전투기에서 KAI가 제작한 T-50까지 다양한 항공기가 옥외에 전시돼 있었다. 일본의 항공자위대가 항공자위대와 항공우주를 홍보하기 위해 하마마츠에 무료로 운영중인 에어파크가 연상됐다. 
 에비에이션 센터의 실내에는 다양한 항공기의 작동원리와 과학이론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오감을 통해 느낄 수 있는 전시물들이 알차게 구성돼 있었다. KAI의 사회공헌팀 마경섭 팀장은 “2010년부터 청소년들에게 국가 항공산업의 발전상을 제대로 알리고 항공산업에 대한 꿈과 희망을 심어, 미래에 항공산업을 이끌어 가는 핵심 인재로 양성하고자 KAI 에비에이션 캠프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KAI 에비에이션 캠프는 초음속 항공기를 우리 손으로 개발하여 수출하고 있는 KAI의 경험과 지식, 공간을 전국의 수학, 과학 교사 및 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살아있는 체험 학습장으로 제공하는 창의과학 체험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그동안 1만5000여명의 학생과 교사가 캠프를 수료했다고 한다.

 

 산학협동과 지역사회의 공헌 ‘KAI-Track 협약’

 

  KAI는 에비에이션 캠프만이 아니라 국립경상대와의 우수인재 양성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다.  위한 노력은었다.  마경섭 팀장은 “국가 항공산업의 안정적 발전를 위해 우수 인재를 확보 하고자 2006년부터 진주에 있는 국립 경상대와 ‘KAI-Track 협약’을 체결하여 KAI 직무에 부합하는 맞춤형 교육과정을 개설하고, 이 과정을 이수한 학생들을 우선 채용하는 산학 협력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은 학교에게 기업 맞춤형 교육으로 교육성과 향상과 기업 채용율을 높여줄 수 있고, 기업에게는 우수한 인재를 미리 확보하고 입사 후 재교육의 시간을 줄이는 기업과 학교의 상생 프로그램으로 기획됐다.  “KAI-Track은 현재 경상대 이외에 전국 7개 대학과 함께 운영하는 국내의 대표적인 산학 협력 프로그램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마 팀장은 덧붙였다. 
 

 국산화의 산실 ‘KAI 항공전자 통합실험실’

 

 에비에이션 센터를 둘러본 후 향한 곳은 ‘항공전자 통합실험실’이었다. 한 대의 전투기에는 무수한 전자장비가 필요하다. 고도의 정밀기술이 요구되는 전투기의 경우, 전투임무에 필수적인 임무컴퓨터, 전투기에 탑재되는 수많은 무장들을 통제하는 무장관리 컴퓨터, 임무지형에 대한 지형정보를 제공하는 통합 전자지도 컴퓨터 등 다양한 두뇌 활동을 맡은 전자부품이 원활하게 통합되어야 한다. 또한 이들 전자부품은 전방상향시현기(H.U.D-Head Up Display), 스마트 다기능 시현기 등의 디스플레이 장치로 전투기의 정확한 상태와 정보가 연동되어야 조종사가 전투기량을 제대로 발휘 할 수 있다.
 항공전자 통합실험실은 이러한 주요 항공전자 장비와 부품이 상호간섭 없이 원활하게 통합될 수 있도록 실험하고 연구하는 곳이다. 실험실의 입구에는 앞서 언급한 항공전자 장비들이 일목요연하게 전시돼 있었고, 상당수의 장비와 부품들의 국산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KAI 항전체계팀 김기성 팀장의 설명에 따르면 항공전자시스템 개발은 전투기 조종사의 임무수행을 위해 임무컴퓨터를 중심으로 센서, 무장 및 항법 시스템을 통합하는 기술로서 시스템 설계, S/W 설계 및 H/W 설계로 구분된다. KAI는 T-50 고등훈련기 개발 시 항공전자 시스템을 해외업체와 공동개발하여 시스템 개발, S/W 개발 및 통합시험에 대한 독자능력을 확보하였다고 한다. 다만, 새로운 항공전자장비를 장착하거나, 무장을 추가할 경우 지상 SIL (System Integration Laboratory)에서 시스템 설계, S/W 및 H/W에 대한 시스템 통합검증을 실시해야 하는데, 최초 SIL 설계/개발을 해외업체에 의존했기 때문에 국산화에 한계가 있었다. 항공전자 시스템을 개조하려면 계속 해외업체에 의존할 수밖에 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05년 해외업체로부터 ‘기술독립’을 한다는 의미에서 ‘8.15 station’이라고 명명한 장비를 개발하였으며 이를 토대로 산업부의 선행 연구개발과제인 ES (Embedded System) 사업을 통해 완전히 독자적으로 SIL을 개발했다. 김기성 팀장은 이때부터 KAI가 새로운 항공전자 및 무장장착에 따라 항공전자 시스템을 개조할 필요가 있을 때면 언제든 독자적으로 개발 및 검증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었다고  KAI의 기술적 성과를 설명했다.
항공전자 통합실험실에는 조종사 훈련을 위한 비행훈련체계, 정비사 훈련을 위한 정비훈련체계, 체계적인 훈련을 관리하기 위한 훈련관리체계(TMS : Training Management System)와 시뮬레이터 등의 훈련장비, 자가 학습과 집체 교육을 위한 CBT(Computer Based Training)/CAI(Computer Aided Instruction), 교보재와 교육보조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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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독립 ‘8.15 프로젝트’라고 불리는 우리기술로 탄생된 시뮬레이터의 모습

 

  특히 시뮬레이터는 조종사들이 지상에서 실전과 같은 비행훈련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항공기 조종석과 기능 및 성능이 동일하다.  T-50 훈련체계 개발 이후 FA-50 및 국내에서 개발된 각종 비행 시뮬레이터는 IT 융합의 집합체로서 항공기 기술 이외에도 각종 영상처리, 네트웍 통신 등의 IT 기술을 기반으로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 실험실에서는 메버릭 미사일(AGM-65)형태의 교육보조물이 놓여져 있었는데, 이 교육보조물의 카메라에서 전송된 화상을 시뮬레이터에서 조준해서 발사하는 시연장면을 볼 수 있었다. 조준이 완료되자 명중이라는 가상 상황이 연출되며 무장창의 정보에서 사용된 무기가 파일런에서 없어졌다는 정보가 화면으로 나타났다. 김기성 팀장은  “시뮬레이터를 통해 우리는 조종사가 실제상황과 같은 상황 속에 효과적으로 훈련을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며  “동시에다양한 상황을 구연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의 업데이트와 업그레이드를 병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뮬레이션에서 볼 수 있듯 다양한 전자장비와 부품들이 간섭이 없고 조종사에 최적화되기 위한 체계통합이 중요하다. KFX 개발을 위한 준비과정의 일환이기도 하다.

 

 KFX에 대한 기술적 자신감

 

  세간에는 항공기 엔진도, AESA 레이더도 만들지 못하는 우리나라가 KFX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무리가 따르지 않느냐는 의견이 많다. 이에 대해 김기성 팀장은 “AESA 레이더의 항공기 장착 문제는 레이다 전문업체가 담당하는 레이더 자체와 항공기 체계업체가 담당하는 통합측면 2가지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AESA 레이더는 정부 주관으로 국내 전문업체와 단계적으로 개발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으며, KF-X 사업에서는 국내 전문업체의 일부 기술 부족을 감안하여 해외 선진업체와 기술협력 개발방식으로 추진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러나 항공기 업체인 KAI가 담당하는 체계통합기술은 FA-50 사업에서 기계식 레이더를 통합한 경험을 보유하고 있어서 AESA 레이더 전문업체로부터 기술자료(ICD)를 제공받으면 통합 장착에는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다만, AESA 레이더를 체계 통합한 경험이 없는 상태이므로 항공기 개발 과정상의 시행 오를 줄이기 위해 AESA 레이더 및 IRST 통합 등의 기술을 가능한 한 F-X사업의 절충교역을 통해 확보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노력이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또 KAI는  절충교역으로 기술이전이 어려울 경우엔 정부 출연 연구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체계 개발간 핵심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그는 유러파이터를 제작하는 EADS사의 예를 들었다 “유러파이터를 제작하는 EADS사는 KAI와 마찬가지로 AESA 레이더를 만들거나, 엔진을 만드는 회사가 아닌 항공기 체계종합 업체다. 유러파이터도 AESA 레이더와 엔진을 전문업체로부터 납품받아 다른 첨단 장비와 융합하여 전투기를 전력화하고 있다. KAI는 이들 항공전자 장비를 직접 개발하지는 않지만 기체 보기 및 항공전자 장비를 항공기에 체계통합하여 전력화하는데 문제는 없다. KAI는 1999년 10월 설립 이후 KT-1에서 FA-50의 전력화까지 수많은 정밀무장 및 항공전자 장비 등을 통합하여 전력화했던 경험을 토대로 KF-X 전투기를 개발하여 전력화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KAI의 항공전자 통합실험실은 시끄러울 것 같은 공장의 이미지와 달리 아주 조용했다. KAI의 기술 개발에 대한 노력도 연구 개발 인력의 대폭 확충 등 조용하지만 쉴 새 없이 진행되고 있었다. KAI의 인력현황을 보면 전체 3,423명 중 40%에 해당되는 1,378명이 기술 개발 분야에 속해있다. KAI 관계자에 따르면 “KAI는 KF-X와 LAH·LCH 개발을 위해 1,000여명의 연구개발 신규인력을 채용할 예정”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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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온을 제작하는 공정  

 

 꼼꼼하고 청결한 항공기동(생산현장)

 

 항공전자 통합실험실이 연구개발 분야라면, 항공기동(생산현장)은 KAI가 생산하는 항공기들의 제작과정과 생산라인의 제작 과정을 볼 수 있었다. 항공기 제작은 고도의 숙련기술이 필요한 산업이다.  자동차와 달리 높은 고도에서 고속으로 이동하고 열과 마찰 등 여러 악조건을 견디면서도 가벼워야 하기 때문에 소재의 선정과 조립 또한 상당히 까다롭다. 예를 들면 전투기의 날개는 강하면서도 가벼운 탄소섬유를 주로 이용한다. 동체와 날개 등 주요연결 부위는 용접이 아니라 리베팅이라는 첨단공법이 사용된다. 일반적인 너트와 볼트로 주요부위를 결합하면 무게가 무거워지기 때문이다. 나사모양의 리벳을 미리 뚫어놓은 구멍에 집어넣어 열처리를 하거나 두들겨 연결부위를 이어주는 것이다. 이러한 소소한 부분에서 각 부품과 장비의 통합조립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정에서 신중함을 요구한다. 
 생산현장은 항공기생산기술 2팀 한호종 팀장이 안내를 했다. ‘수리온’과 ‘FA-50’이 줄지어 있는 KAI의 항공기들은 컨베이어 벨트가 아닌 로봇의 다리처럼 생긴 기둥들에 의해 고정되어져 있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항공기는 자동차처럼 단시간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정밀이 생명이기 때문에 수평과 좌우기울기 균형이 모두 충족되어진 상태에서 조립이 돼야 하기 때문에 컴퓨터로 제어된 버팀 장치에 올려놓고 제작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수리온의 회전익 조립공정에서는 휴대품과 공구를 확인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한호종 팀장은 “항공기는 상당히 민감하다. 회전익기의 심장인 로터나, 고정익기의 공기흡입구 등  항공기의 곳곳은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작은 라이터나 공구 하나라도 실수로 기체에 들어가게 되면 심각한 고장은 물론, 조종사의 안전을 위협하기 때문에  전 공정에서 이러한 실수를 없애기 위해 세심한 점검을 실시한다” 라고 설명했다.  생산현장은 상당히 청결하고 정리가 잘되어 있었다.

 

 실시간으로 관리되는 종합후속지원체계

 

 생산현장을 둘러본 후 향한 곳은 고정익 고객지원팀이었다. 고정익 고객지원팀에서는 KAI의 종합후속체계를 구축해  ‘성능개량 전문업체’로의 영역확대를 계획하고 있었다. 고정익 고객지원팀 정연명 부장에 따르면. KAI는 P-3, E-737의 성능개량 개조(MRO)사업에 참여한 경험과 H-53 등의 해외 창정비 경험을 바탕으로 군용기의 성능개량 개조와 민수 MRO를 추진하는 종합후속 지원체계를 구축했다.
 정 부장은 군대의 상황실에서나 볼법한 대형화면을 통해 KAI의 종합후속지원체계를 설명했다. 해외 각국에 수출된 KAI 항공기들의 기체정보 및 상황들이 일목요연하게 눈에 들어왔다. “실시간으로 우리는 고객들의 상황과 요구사항을 파악하고 있다. 그리고 긴급상황이 발생할 경우 TF팀이 가동되고 언제든 현지로 지원할 수 있는 지원체계를 갖추고 있다.”
 미래 항공산업 인재 양성, 산학협력을 통한 지역사회 공헌, 기술개발에 대한 연구와 생산과 후속지원체계 등 KAI는 대한민국의 항공우주산업을 이끄는 방산업체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었다.    

            글/사진 문형철 기자:captin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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