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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총리?... 안대희·문창극 억울해서 어쩌나

 

[게릴라칼럼] 뻔뻔했던 3일간의 총리 청문회, 답이 없다

15.06.11 19:52l최종 업데이트 15.06.11 19:52l

 

 

'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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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가 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변호사 시절 수임한 사면 관련 자문건에 관한 야당 의원들의 추궁을 받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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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종영된 SBS <풍문으로 들었소>는 총리 후보자 청문회의 뒷거래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바 있다. 그 리얼리티가 상상을 뛰어 넘는다. 어느 정도냐고? 법조계 출신 전직 총리가 한국 최대의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와 함께 인사청문회 시나리오를 짠다. 생생해서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다. 

전관예우는 물론 고액 수임료, 병역 문제, 증여세까지 줄줄이 소환 당한다. 드라마 속 보수의 아이콘 한정호(유준상 분) 대표마저도 그 쇼를 준비하는 사이 개인 이력을 조사하며 '비리종합선물세트'라고 불렀을 정도다. "작작 좀 하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보다 수적 우위에 있는 여당의 표결로 그 후보자는 무사통과된다. 

하필, 청문회를 1주일 앞두고 드라마의 막바지 에피소드가 현실을 적확하게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현실에서 이런 상황이 비일비재하니 이런 '한국적인' 드라마가 나올 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현실은 지금, 현재, 여기에서 또다시 펼쳐지는 중이다. 청와대가, 박근혜 대통령이 "적임자"라고 호명한 황교안 후보자 청문회와 일련의 분위기가 이를 다시 입증하고 있다.  

뻔뻔하게도, 국민의 눈과 귀를 속인 또 하나의 총리 후보자 황교안  

"어쩌면 편견일 수도 있겠지만 선거철만 되면 사람들이 시장에 가서 아주머니들과 함께 어묵 국물을 먹는다든가 하는 서민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평소에는 안 하다가 선거를 코앞에 앞두고서만 그런 모습을 연출합니다. 

그리고 '희망', '소통', '미래' 같은 슬로건을 보면 모두 다 아무런 알맹이가 없는 허황된 문구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을 쓰면서 국회의원들의 웹사이트도 방문해봤습니다. 비슷한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더군요.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그런 전략이 먹히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계속 그렇게 한다는 점입니다."

지난 10일, JTBC <뉴스룸>에 출연한 다니엘 튜더 전 이코노미스트 기자는 이렇게 말했다. 메르스 사태 때문에 한 주 늦게 방영된 인터뷰 속 그는, 한국 정치인들의 행태를 이렇게 비꼬았다. 일견 총리 후보자들도 비슷해 보이지만, 황교안 후보자에게 그대로 돌려드리면 이렇게도 바꿀 수 있겠다. 

"어쩌면 편견일 수도 있겠지만, 청문회 즈음만 되면 국민들에게 송구스럽다든지 하는 지극히 정치인과 같은 언사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평소에는 안 하다가 청문회를 코앞에 앞두고서만 그런 모습을 연출합니다.

그리고, '소통', '화합', '최선'과 같은 슬로건을 보면 모두 다 알맹이가 없는 허황된 문구라고 생각합니다. 이 청문회를 보면서 이 정권 내 다른 후보자들의 청문회 답변도 찾아 봤습니다. 비슷한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더군요.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그런 전략이 먹히기 때문에 후보자들이 계속 그렇게 한다는 점입니다."

그렇다. 청문회 전까지 말을 최대한 아꼈던 황교안 후보자의 이번 청문회를 두고 11일 이종걸 새정치연합 원내대표는 "황 후보자가 마치 게임하듯이 국민의 눈을 속이고 진실은 은폐했다"고 논평했다. 이미 불성실한 자료 제출로 국민을 기만할 준비를 마친 채 청문회에 임했던 황교안 후보자는 지금 총리 공관을 차지할 기대에 부풀어 있을지 모를 일이다. 

무서운 학습효과와 '메르스 수혜자'와의 결합 

10일까지 3일간 이어진 황교안 총리 후보자 청문회를 지켜보며 가장 화가 돋았을, 억울했을, 혹은 비통했을 인물은 누구일까. 전통적인 야당 지지자들? 전임 총리? 전자는 '연속극 재방송' 같은 기분일 수도 있고, 후자는 '아, 내가 총리였다면 메르스 사태를 어찌 했을까'며 고민했을 테니 살짝 핀트가 어긋나 보인다. 

이미 일각에서 지적한대로, '낙마'한 두 후보자 안대희 전 대법관과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이 아닐 수 없겠다. 전관예우로 낙마한 안대희 전 대법관보다도 수익률에 있어서 월등한 '전관예우'의 예를 보여주며 '19금 문서' 의혹까지 불러일으켰던 황교안 후보자. 그는 문창극 전 주필과 종교관을 비교해도 '발언 수위'만 달랐지, 별 다를 것 없는 독실함과 편향성을 암시하지 않았나. 

청문회나 그 이전 과정만 놓고 본다면, 황교안 후보자의 정도는 극심하다고 볼 수 있다. 법무부장관 청문회보다 더 강도 높은 모든 의혹들에 대해 "청문회 때 밝히겠다"며 입을 꾹 다물었다. 

그랬던 그가 정작 청문회 당시엔 부실하다 못해 의도가 뻔한 '자료 미제출'로 야당 의원들의 공세를 피해갔다. 이 대목에선, <풍문으로 들었소> 속 '쇼'보다 더한 작전과 연출임을 스스로 자임하는 꼴이 됐다. 하긴, 법무부장관 출신으로 평생 법을 집행하는 검사였던 그가 "법을 잘 몰라서"란 답변까지 했으니 '후안무치'가 울고 갈 작전임이 틀림없었던 것 같다.  

학습효과라는 것이 그렇게 무섭다. 법무부장관 청문회는 물론 '총리 잔혹사' 시대에 살고 있는 국민들이 느끼는 피로감이 결국은 "황교안도 거기서 거기겠지"와도 같은 학습효과를 만들어냈다. 청와대나 여당의 자신감도 여기서 비롯됐음은 두말할 나위 없어 보인다. 게다가 '메르스 사태'까지 겹치며, 황교안은 그 스스로 '메르스 사태' 최대의 수혜자가 됐다. 이러니, 안대희나 문창극과 같은 전임 후보자들 입장에서는 억울하지 않겠는가. 

더 심각한 문제는 병역면제부터 전관예우, 사면 사건, 세금 미납 등등 그의 부적합 사유가 고스란히 '선례'로 남았다는 사실이다. 만약 황교안 후보자가 총리로 내정되고 임기를 마치게 된다면, <대한민국 국무총리 청문회 무사히 통과하는 법>, <의혹백화점 총리 후보자, 이 정도면 통과된다> 같은 책을 써도 무방할 지경이다. 여기저기서 '작전의 승리'라는 뒷담화가 들려오는 것은 당연지사 아니겠는가. 

박근혜 집권 하반기, '공안 총리' 맞이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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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병역 면제 의혹 등에 관한 야당 의원들의 추궁에 곤혹스런 표정을 짓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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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리로서 일할 기회를 주신다면 소통과 국민화합을 통해 우리나라가 다시 도약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다. 이번 청문회는 저 자신을 되돌아보고 이 시대 총리의 사명과 책임을 일깨워 준 값진 기회였다. 

청문회에서 위원들의 말씀은 어디까지나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라 믿는다. 평소 생각과 사실을 있는 그대로 말씀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했지만 '충분한 답변을 드리지 못한 점도 있지 않았나'하는 송구스러운 마음을 피할 수가 없다."

황교안 후보자의 마무리 발언 요약이다. 정말이지, 정답과도 같은 주옥같은 명문들이 아닐 수 없다. 애국이 흐르고, 충정이 넘쳐나며, 진정성이 뚝뚝 묻어난다. 이는 거짓말이 아니라 진심일 수 있다. 

사실 진짜 심각성은 여기에 있다. 자신이 받은 거액과 의혹들과 불법, 탈법들을 '최선'으로 바꿔치기 하는 저 심리 상태. 그리하여 자신의 행적들을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으로 치환하는 저 자가당착의 대범함. 그간 자신이 휘두른 공안의 검으로 피해 입은 이들에게 '사명'이고 '책임'이었다고 외칠 당당함. 

그러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일 수밖에 없다. '공안검사'의 대표격이자 고위권력층의 아이콘이며, 종교적으로든, 사상적으로든 지독한 편향성을 입증한 그가 총리가 됐을 때 벌어질 박근혜 집권 하반기의 국정 말이다. 

고액의 수임료를 챙기거나, 증여세나 세금을 피하는 것 말고는 경제와 무관했던 그에게 '경제민주화'나 '창조경제' 일말의 가능성을 엿본 이가 그 누구인가. 대통령을 보좌해 '국민소통'에 힘쓸 거라 믿는 이가 여전히 존재하는가. 오히려, 세월호 참사나 메르스 사태 이후 떨어진 지지율을 올리기 위한 공안 정치가 부활할 가능성이 높지 않겠나. 

우리가 확인한 것은 역시나 '노(No)답'인 이 정부의 '불통'의 자세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은 직권상정으로라도 총리 임명을 강행 처리할 분위기다. 새정치민주연합 쪽에선 "인사청문회는 끝난 것이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다, 실체적 진실이 밝혀져 의혹이 해소될 수 있을 때까지 국무총리 임명동의는 있을 수 없다"고 밝혔지만, 힘없고 무능한 야당이 어디까지 전면전에 나설지도 미지수다. 이래저래, 피곤하고 또 불쌍한 건 국민들이다.

이렇게, 우리는 '이완구 시즌2' 시대를 맞이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 편집ㅣ곽우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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