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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장사꾼의 놀이가 된 한반도의 전쟁 이미지

안보장사꾼의 놀이가 된 한반도의 전쟁 이미지

김종대 2015. 06. 02
조회수 1004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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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중동 등 보수 성향의 언론 기사를 보면 이제는 국가의 안전이라는 것이 무슨 어린 애들 전쟁 놀이와 같이 희화화 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번에는 미국의 사드 요격체계 배치를 안 하면 국가가 망하는 것처럼 요란 떨던 언론이 이번엔 뭐라고 했느냐? 북한의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로 인해 사드나 킬체인(kill-chaine), 한국형미사일방어(KAMD)체계가 무력화 되어 실효성이 없어졌다는 겁니다. 뒤에서 쏘는 걸 잡을 수 있는 해군의 해상초계기, 잠수함, 이지스 구축함을 더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전쟁의 가짜 이미지를 만들어내 북치고 장구치는 언론과 전문가들

 

 통상 핵심무기로 이루어진 하나의 체계를 건설하려면 10년이 넘게 소요됩니다. 천문학적인 무기도입 비용에다가 운용요원의 무기 숙달, 정비시스템 구축에 엄청난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북한이 뭘 슬쩍 보여주기만 해도 석 달 전부터 지면을 장식한 자신들의 주장을 폐기하고 또 새로운 군사력을 보유해야 한다는 경망스러움을 드러냅니다. 마치 철부지 어린 애들의 전쟁놀이에나 나올 법한 일입니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잠수함에서 튀어 오른  미사일(모조품)에 좋아서 어쩔 줄 모르는 그 모습도 어린 애의 천진난만함 그대로입니다. 도대체 전쟁이 뭔지, 군사력이라는 게 어떤 것인지 모르는 자들이 전쟁을 소비하고 즐기는 일종의 놀이가 만들어졌다는 겁니다.
 살아있는 전쟁의 이미지에 실컷 취하고 놀면서 전쟁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무슨 대수이겠습니까? 초등학교 야구 선수가 공 한 번 잘 던졌다고 류현진이나 박찬호가 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류현진이나 박찬호가 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닙니까? 지금 남북한이 티격태격하는 건 메이저리그 야구 보고 흥분한 어린 애들의 동네 야구 시합과 무엇이 다릅니까? 북한이 핵 미사일체계와 잠수함발사 미사일과 같은 전략무기뿐만 아니라 재래식 무기체계까지 모두 보유했다는 건 초강대국의 반열에 올랐다는 걸 의미합니다.  인류 역사상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한반도 북단의 이 나라는 절대 불가능한 일을 해 낸 것입니다. 그런 이미지를 만들어 놓고 여기에 한국과 미국, 일본이 다 달라붙어야 대적이 되는 이 짜릿한 전쟁놀이, 얼마나 재미있습니까? 이건 영화 속에 있던 전쟁 이미지가 현실로 튀어나온 사건입니다. 드러누웠던 박근혜 대통령이 벌떡 일어나 안보관계 장관회의를 주재하지 않습니까? 자세한 기술적 분석이 끝나기도 전에 존재하지도 않는 북한의 SLBM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지 않습니까?
야구공 한 번 잘 던졌다고 박찬호나 류현진이 되지 않습니다. 그걸 알면 차분하게 대응할 시간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전쟁의 가짜 이미지에 속지 않고 현실을 냉철하게 바라보면 초라한 북한의 모습이 보입니다. 저 나라는 총체적인 품질불량 국가입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저렇게 허세를 부리고 허풍을 떠는 것만이 고립된 처지에서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 되는 막다른 현실이 보인다는 겁니다. 정작 비극적으로 다가오는 건 다른 데 있습니다. 어린 애들 같은 언론과 군사전문가라는 사람들이 어찌 할 바 모르는 국방부를 향해 “군사정책을 바꾸라”며 호통을 치고 자기들 멋대로 군사정책을 좌우하려고 갑질을 해대는 겁니다. 이들은 북한의 잠수함 미사일 사출실험만 보고 “내 이럴 줄 알았다”며 얕은 전문성을 과시하면서 새로운 전쟁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 정신이 없습니다. 그러면 국방부가 쩔쩔 맵니다.

 이런 가짜 전쟁광들이 떠드는 건 그냥 내버려 두어야 합니다. 그들 스스로도 자제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적의 능력이 아니라 의도를 보라

 

  그러던 중 미국의 북한 전문 분석 누리집인 <38노스>에서 이번 북한의 잠수함 미사일 발사시험이 가짜로 의심된다는 분석결과를 내놓았군요. 사실이라면 이 미사일이 진짜라는 가정 하에 거의 매일 안보관계장관회의를 개최하던 박근혜 정부에게는 참으로 어이없는 해프닝입니다. 그동안 우리 보수언론과 종편은 북한의 잠수함과 미사일 능력에 대한 우리 정부와 동맹국의 기술적 분석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북한 조선 중앙방송을 받아 적기에 바빴습니다. 심지어 어제 국방위에서 군 출신 의원들은 “북한이 잠수함 발사 미사일을 개발하는 동안 뭐하고 있냐”고 호통을 쳤고, 한 군 장성 출신 의원은 “1년이면 잠수함발사 탄도미사일(SLBM)이 전력화 된다”며 군사적 전문성이 의심스러운 발언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북한 조선 중앙방송과 같은 계열사로 의심되는 조선TV는 아예 조갑제씨를 출연시켜 “핵무장을 하자”는 국민투표를 실시한 후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자는 주장을 내보냈습니다. 역시 같은 계열사인 조선일보는 “이제 킬체인과 사드 체계, 한국형미사일방어도 무력화 된다”며 대한민국을 거의 그로기 상태로 몰고 갔습니다.
  이들 언론이 북한 위협을 보도할 때 나타나는 특징이 있습니다. 북한의 새로운 위협에 우리는 아무 대책이 없어야 합니다. 대책이 있다면 기사가 되지 않습니다. 핵미사일이건 잠수함 발사미사일이건, 무인정찰기이건, 공기부양정이건 무엇이든 새로 나타나면 “그런데 한국군에는 대책이 없다”고 결론을 내립니다. 그래야 공포 영업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식이라면 북한이 산불을 내도 대책이 없고, 돌맹이를 던져도 대책이 없고, 노크 귀순을 해도 대책이 없고, 굶주린 개들을 내려 보내도 대책이 없고, 심지어 1990년대 실제로 일어난 것처럼 북한 식량난으로 모기가 흡혈을 할 가축이 줄어들어 대거 남하하여 전방 군인이 1년에 3000명씩 말라리아에 걸려도 대책이 없고, 새로운 현상이 나타나기만 하면 대책이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에 일일이 우리가 왜 대책을 만들어야 합니까? 어떤 것은 시간이 저절로 해결해주기도 하고, 어떤 것은 무시해버려도 되는 것이고, 어떤 것은 대책을 만들면 되는 겁니다. 그런가하면 또 어떤 문제는 대책이 없어야 합니다. 예컨대 한국이 북한의 핵무기에 확실한 대책이 있다면 한미동맹은 깨집니다. 미국의 억지력에 의존해야 하는 한국의 국가적 취약성이 있기 때문에 한미동맹이 유지되는 겁니다. 
  그런데 단순히 “대책이 없다”고 동어반복만 되풀이 하는 것이 오늘날 군사전문가들의 직업처럼 되어 버렸습니다. 그렇게 북한이 대책이 안 통하는 나라여야 한다는 게 우리 보수언론이 기사를 키우는 방법이라면 앞으로 뭐가 나타난다 한들 대책은 없는 겁니다. 사실 인간의 삶 자체는 대책이 없는 겁니다. 한반도에 지진이 나도 대책은 없고, 백두산에서 화산이 폭발해도 대책은 없고, 혜성이 지구에 충돌해도 대책이 없고, 만일 제가 내일 암에 걸린다 해도 대책은 쉽게 나올 수 없는 겁니다. 우리는 완벽한 존재가 아닙니다. 국가는 원래 그렇게 불완전한 겁니다. 그러니 핵을 머리에 이고 산다는 극한의 공포를 내세우며 “대책이 없다”고 저렇게 목소리를 높이는 저의가 도대체 무엇이냐는 겁니다. 무슨 남한이 핵 무장을 합니까? 할 수 있는 건 북한 핵이 위협적이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 밖에 없지요. 그게 아니면 이민을 떠나시든가. 이민도 안 가고 강남의 아파트에 살면서 대책 없는 공포를 말하는 것, 이것이 바로 안보장사입니다. 이런 언론과 가짜 미사일에도 흥분하는 군사전문가들이 과연 안보에 도움이 된다고 믿으십니까? 거기에 넘어가는 박근혜 정부가 안보를 잘 할 수 있겠습니까?

 

 김종대 디펜스 21+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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