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이외수 ‘물어뜯기’ <조선일보>의 두 얼굴

 

이외수 ‘물어뜯기’ <조선일보>의 두 얼굴
 
[보도비평] 한 때는 감성마을 극찬하다 ‘감성마을 철거’ 동조 글 쏟아내
 
정운현 기자 | 등록:2013-01-03 18:06:17 | 최종:2013-01-04 02:27:45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트위터 대통령’으로 불리는 소설가 이외수 씨가 새해 벽두에 구설수에 올랐다. 보수성향의 한 트위터리안이 이 씨의 집필공간이자 거주지인 강원도 화천군 다목리 소재 ‘감성마을’을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서자 <조선일보>가 ‘옳다구나’ 하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연일 관련 기사를 쏟아내고 있어 주목된다.

이 씨는 67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트위터 등에서 왕성한 글쓰기를 해오고 있다. 3일 오후 현재 트위터 팔로어 수가 158만여 명에 이를 정도여서 이 씨는 세칭 ‘트위터 대통령’으로 불린다. 지난 대선 때는 박근혜-문재인 등 여야 대선후보가 그가 주인장으로 있는 '감성마을'을 직접 방문해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으며, 외국 언론이 취재를 할 정도로 나라 안팎에 소문나 있다.
 

강원도 화천군 다목1리 소재 감성마을 안내판

 

논란의 발단은 보수 트위터리안 윤정훈 목사가 트위터에서 강원도 화천군 다목리 소재 ‘감성마을’을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서 비롯됐다. 윤 씨는 이씨의 개인 생활공간에 불과한 ‘감성마을’에 화천군이 수십억원의 세금을 들여 지원하는 것은 ‘혈세 낭비’라고 주장했다. 그는 작년 말부터 자신의 트위터 계정 이름에 ‘이외수 감성마을 퇴거’라고 쓰고 있다.

윤 목사는 작년 대선 기간중에 불법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선관위로부터 고발됐는데 그는 선관위에 등록하지 않은 선거사무실을 차려놓고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한 인터넷 댓글 달기 등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박근혜 후보 중앙선대위 국정홍보대책위원회 총괄팀장 겸 국민편익위원회 SNS미디어본부장을 맡았던 인물로 밝혀졌다.

한편, <조선일보>는 2일자 ‘이외수, 감성마을 세금낭비·철거 주장에’라는 기사에서 윤 목사가 트위터에 올린 글을 자세히 소개하고는 “이러한 윤 목사의 주장에 동조하는 네티즌이 최근 급증하면서 트위터를 중심으로 한 인터넷상에는 이씨에 대한 비방 글과 감성마을 퇴거를 주장하는 내용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는 이어 “화천군은 2005년부터 지금까지 80억원 넘는 예산을 감성마을 유지·보수에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성마을에는 일주일 평균 3000여명의 관광객이 찾는다”고 밝히고는 “화천군 인터넷 홈페이지의 ‘화천군수에게 바란다’라는 게시판에는 1월1,2일 이틀 새 30개 가까운 비슷한 류의 ‘항의 글’이 올라왔다”고 보도했다.

다만 <조선>은 기사 말미에서 이외수 씨와 화천군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반론성 내용을 싣기는 했다. 그러나 기사의 전체적인 흐름은 윤 목사의 주장이 일리가 있다는 식으로 썼다. 3일자(인터넷판 기준) 기사에서는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다시 다루기도 했다. 그러면 이전에 <조선일보>는 이외수의 감성마을을 어떻게 바라봤을까?

2008년 5월 18일자 <이외수 ‘감성마을’의 경제효과>라는 기사에서 <조선>은 “작가 이외수가 살고 있는 화천군 사내면 다목리 감성마을이 지역경제 활성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며 “화천군에 따르면, 감성마을에는 문하생 등 독자들이 연간 4000여명이 찾고 있으며 덕분에 군 장병들의 면회객에만 의존하던 다목리 지역경제의 축이 관광객과 문학 수강생으로 전환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특히 “모월당에는 16~17일 이틀간 카이스트 직원 50명이 교육에 참여했고, 주말과 방학 하절기 휴가철을 대비한 단체 및 학교의 섭외가 잇따르고 있다”며 “작가 이외수는 감성마을을 찾는 사람들에게 차 한잔 외에는 일체의 숙식제공을 하지 않고 인근 다목리 마을에서 식사와 숙식을 해결하도록 유도해 지역경기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이외수의 공로(?)를 호평했다.
 

<조선일보> 2008년 8월 26일자 기사

이로부터 석달 뒤인 8월 26일자 기사(‘화천 대표 산업은 이외수’)에서는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작가 이외수가 촌장으로 있는 화천 감성마을이 문학관광코스로 인기를 얻고 있다. 감성마을은 이외수가 진행하는 무료 강좌에다 자연스럽게 접경지 화천도 탐방할 수 있어 전국에서 온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다.”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감성마을’은 특혜의 산물이 아니다. 원래 춘천에 거주하고 있던 이외수 씨를 새누리당 출신의 정갑철 화천군수가 나서서 화천으로 이주시켰으며, ‘감성마을’ 역시 화천군의 수익사업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즉, 화천군은 이 씨가 살 집과 문학관 등을 만들어 주고 이를 관광자원으로 활용해 수익을 올리려는 취지다.

‘감성마을’에는 이 씨 가족의 주거공간과 집필실을 비롯해 교육과 강연시설인 ‘모월당’, 문학전시관, 수익사업용 농산물판매장, 공동 주차장 등 편의시설과 산책로 등이 조화롭게 조성돼 있다. 그간 화천군은 2004년부터 ‘감성마을’ 조성을 위해 국비 26억원 등 75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했고 15억원 규모의 오감체험장과 야외공연장 조성을 남겨두고 있다고 한다.

‘감성마을’은 지난해 행정안전부로부터 ‘희망마을 만들기 사업’으로 선정돼 8억원의 사업예산을 지원받기도 했다. 이 사업은 행안부가 중앙과 지방과의 상생협력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친서민정책의 일환으로, 감성마을이 다목리 마을주민들에게 문화적 혜택 등 지역발전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 걸로 평가됐었다.

트위터에서 일부 인사들이 ‘감성마을 철거운동’을 펼치자 정갑철 화천군수는 3일 CBS와의 통화에서 “2005년부터 감성마을을 조성하고 유지하는데 80억원 가량이 소요됐지만 이외수 작가로 인해 화천군은 1백억원 이상의 가치를 더 얻었으면 얻었지 적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산천어축제와 함께 이외수 작가는 화천을 알린 1등 공신”이라고 강조했다.

정 군수는 또 “논란을 일으키는 인사들의 저의는 다른 곳에 있는 것 같다”며 “감성마을에서 이 작가를 퇴거시켜면 그 집은 버리라는 얘기냐”고 반문한 뒤 “감성마을은 물건 팔듯이 파는 게 아니다. 투자 이상의 가치를 얻어내고 있는데 이 작가를 퇴거시키라는 요청은 부당하고 대응가치도 전혀 없다”고 반박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대사 위촉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외수(오른쪽) 씨

 

이 씨는 ‘트위터 대통령’이라는 별칭에 걸맞게 트위터에서 큰 영향력을 갖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강원도 지역에서는 ‘화천군수’, 아니 ‘강원도지사’ 그 이상이다. 이 씨는 그 명성에 걸맞는 역할을 나름으로 해오고 있다. 그가 춘천에 거주할 때 ‘춘천 3수’로 ‘막국수·호수·외수’가 있는데 ‘외수’가 화천으로 빠져나오자 뒤늦게 춘천 사람들이 박탈감을 느끼게 됐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한다.

이 씨는 지난해 11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대회 조직위원회’로부터 ‘2018평창동계올림픽대회 홍보대사’로 위촉됐다. 김진선 위원장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게 첫 번째 성공요인이고 다음은 전 국민이 소통하고 모두 참여하여 축제의 장을 만드는 것”이라며 “트윗 대통령인 이외수 홍보대사에게 큰 역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선 정국에서 여야 후보들은 앞다퉈 그를 방문해 도움을 요청했다. 민주당 경선 때는 물론 본선 때도 문재인-박근혜 두 후보가 잇따라 화천 감성마을로 그를 찾았다. 목적은 뻔하다. 특히 젊은 층에 영향력이 큰 그의 지지를 이끌어내 ‘젊은 표심’을 얻어내고자 함이었으리라. 그러나 그는 특정 대선후보 그 누구도 손을 들어주지 않은 채 중립을 지켰다.

그럼에도 이번 논란을 야기시킨 장본인인 윤정훈 목사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화천군민이 불과 2만 5천명인데 이외수 작가를 위한 감성마을에 100여억 투자! 안철수, 문재인, 이수호 지지하라고 혈세를 퍼주냐”며 특정 정치세력과 후보를 지지한 이 씨를 지원하는 화천군에 대해서도 각성을 요구했다.

그러자 정갑철 화천군수는 “나 자신이 새누리당 출신 군수지만 정치적 판단은 개인 영역으로 보장받아야할 사안”이라며 “논란을 일으키는 인사들의 저의는 다른 곳에 있는 것 같다. 선거에 개입해 어떤 공과를 얻어내지 못하니까 자신의 공을 부각시키기 위해 이외수 작가를 겨냥해 화천지역 안에서 문제를 공론화시키려는 의도가 의심된다”고 반박했다.
 

작년 9월 25일 '감성마을'을 찾아 이외수 씨와 환담하는 박근혜 후보

 

문제는 이런 논란을 바라보는 언론의 자세다. 뉴스가치가 있는 인물에 대한 근거 있는 의혹제기는 당연히 기사로 다룰 수 있다. 문제는 그같은 의혹제기가 타당성이 있느냐다. 이번 윤 목사 등의 감성마을을 둘러싼 ‘혈세낭비’ 등의 문제제기는 타당성이 없는 것이다. 화천군이 이외수 개인을 위해서가 아니라 군의 수익사업 차원에서 추진한 것일뿐더러 나름의 성과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누구보다도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는 <조선일보>가 이같은 '어거지 주장'에 부화뇌동하는 듯한 기사를 잇따라 내보내고 있는 저의는 무엇일까? 그건 이외수 작가의 정치적 성향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 씨는 평소 진보진영 쪽에 가까운 행보를 보여 왔는데, <조선일보> 같은 보수 매체로서는 이 씨의 그런 성향이 결코 곱게 보였을 리 없다.

정연주 전 KBS 사장은 한 보수단체의 감사청구를 시작으로 해서 감사원 감사와 검찰 수사를 받고 기소됐으나 재판에서 무죄선고를 받았다. 이번 ‘감성마을’ 건을 두고 일각에서는 보수진영 인사가 문제제기를 하면 <조선일보> 등이 이를 확산시키고 다시 이를 근거로 검찰이나 감사원 등 권력기관이 나서서 수사-감사를 진행하는 형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보수냐, 진보냐의 정치적 성향이나 호불호를 떠나 논쟁적인 사안에 대해 시시비비를 가려주는 언론의 제 역할이 새삼 강조되는 때라고 하겠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