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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들이 바라본 '박근혜 정권과 언론'

MB에게 맞선 언론인 5인 "박근혜, 또 부역자 보내면…"

[새해 연속 인터뷰 ①] 언론인들이 바라본 '박근혜 정권과 언론'

이대희 기자 필자의 다른 기사

기사입력 2013-01-07 오전 8:02:23

 

2013년 새해가 밝았다. 이명박 정권이 막을 내리고 박근혜 정권이 닻을 올릴 날이 머지않았다.

박근혜 당선인은 18대 대선 과정에서 이명박 정부의 실정을 비판했다. '박근혜 당선은 이명박근혜 정권의
연장'이라는 비판에 강한 거부감을 보이며 선을 그은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권이 이명박 정권과 본질적으로 다른 모습을 보일까' 하는 세간의 의문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명박 정권이 남긴 과제를 박근혜 정권이 얼마나 진정성 있게 풀어갈 것인지가 이 문제를 바라보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프레시안>은 언론, 역사, 노동의 세 주제를 중심으로 이 사안을 짚어보고자 한다. 말의 길을 열고, 과거사의 진실을 규명해 국민의 억울함을 풀어주며, 벼랑 끝에 내몰린 노동자에게 살길을 마련해주지 않는다면 박근혜 정권 역시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이명박 정권과 같은 길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편집자>

이명박 정부 5년. 언론계는 5공 시절 이후 최악의 시기를 보냈다.

KBS와 MBC, YTN, <연합뉴스> 등 상당수 언론사낙하산 사장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다. 낙하산 사장이 취임한 언론사들은 '정부 기관지 수준의 보도만 일삼는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보도, 정부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아부다비 유전 개발 권리 계약 보도가 정부 선전 수준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정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문은 잠겼다. 광우병의 위험성을 지적하고 4대강 사업을 비판했던 <PD수첩>은 <PD수첩>다운 모습을 잃었다. PD들은 모두 교체되고 작가들은 해고됐다. 참신한 뉴스 포맷으로 평가받았던 KBS 2TV의 <시사투나잇>은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에 폐지됐다. 지난 2012년 대선 과정에서, 시청자들은 KBS와 MBC에서 특별한 시사 기획 프로그램을 찾지 못했다. 방송사가 주최하는 대선 후보 초청 토론회는 방송 3사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선관위가 주최한 3차례 토론이 전부였다. 대선 후보 대담 및 토론회가 수십 차례 이뤄진 17대 대선 때와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이른바 '민주화 시대'의 시작으로 불리는 제6공화국 출범 이후 가장 많은 언론인이 해직됐다. 이명박 정부 출범 첫해인 지난 2008년, YTN 노동자 6명이 해고됐다. 이후에도 MBC에서 9명(지역 포함), 국민일보사에서 3명, 부산일보사에서 2명의 언론인이 낙하산 사장 취임에 반대하거나 자사의 보도 공정성을 문제 삼다 해고됐다. 각종 징계를 당한 이는 수백 명에 달한다.

미디어법 개정으로 보수 진영의 목소리를 일방적으로 대변하는 대형 신문 3사가 종합편성채널로 방송권에 들어왔다. 비록 미미한 시청률이긴 하지만, 대선 이후 일각에서는 "종편이 고연령층 유권자들의 <나꼼수>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언론 지형은 이명박 정부 5년을 지나며 확실히 우편향으로 기울었다.

언론인들이 가만히 있진 않았다. 이들의 파업은 국내 언론사 노조 파업으로는 최장기 기록을 세웠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에만 다섯 차례 파업을 일으켰던 MBC 노조는 마지막 파업인 지난해 '언론인 총파업 투쟁' 중 무려 170일간 파업을 계속했다. KBS에서는 정부의 장악 시도에 항의하는 노동자들이 따로 뭉쳐 새노조가 탄생했다. 파업 기간 언론인들은 제대로 된 뉴스를 만들자는 의미로 파업 방송을 내보냈고, 이 중 가장 먼저 출범한 해고 노동자들의 프로그램 <뉴스타파>는 이제 대안언론으로서 자립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그러나, 언론인들의 노력은 아직까지는 성공의 열매를 맺지 못하고 있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논의가 진행될 수 있는 유일한 길로 여겨졌던 정권 교체는 실패했다. 이후 박근혜 당선인은 해고 언론인 복직 문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 문제 등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현재로선 훼손된 언론 환경이 이전보다 나아지리라는 어떠한 기대도 품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남은 5년을 어떻게 보내야 하는가. 이제 언론인들에게는 이것이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됐다. <프레시안>은 이명박 정부 5년을 지나며 언론인 투쟁의 대표격으로 불린 다섯 사람, 정영하 MBC 노조위원장과 김현석 KBS 새노조위원장,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 최승호 전 <PD수첩> PD, 최경영 KBS 기자(전국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 위원)를 지난해 말부터 지난 4일까지 각각 접촉해 이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임기가 다음 달까지인 정영하 위원장은 현 집행부 조기 퇴진 의사를 밝히며 "김재철 사장도 노조와 공동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현석 위원장은 "KBS의 시사 프로그램 강화"가 박근혜 정부 아래에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종면 전 위원장은 "언론 노동자의 파업을 실패로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최승호 PD는 현재의 <PD수첩>을 제대로 된 복원으로 보지 않고, 김재철 사장이 물러나고 <PD수첩>이 맡은 소임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경영 기자는 이명박 정부 5년의 언론 후진이, 한국 사회 수준 자체의 후행을 의미한다고 일갈했다. <뉴스타파>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최 기자는 한국 언론의 현실을 냉정히 바라볼 것을 주문했다.

언론인 총파업의 의미에 대한 진단, 대안 방송을 바라보는 시선, 박근혜 정부에 대한 기대 수준 등은 각기 달랐다. 그러나 한 가지 공통점은 있었다. 남은 5년도 결코 언론인에게 호락호락한 시기는 아닐 것이라는 것, 그럼에도 언론 자유는 언론인 스스로 쟁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들과 인터뷰한 내용을 기사 형식으로 풀어 전한다.
 

▲공영방송사 장악 논란은 이명박 정부 5년 내내 이어졌다. 박근혜 정부를 지지하든 그렇지 않든, 대부분 국민은 새 정부에서 언론 장악 문제로 촛불이 타오르길 원하지 않을 것이다. ⓒ프레시안(최형락)


정영하 MBC 노조위원장

겉으로 보기에는 지난해 MBC 노조의 파업은 실패했다. 심하게 평가한다면 상황이 더 안 좋아졌다. 많은 희생이 있었지만 MBC 보도 태도는 공정성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성과가 없었다고 말할 순 없다. 거꾸로 보자. 우리가 지난해 파업하지 않았다면 어찌 됐을까. 파업하지 않고 정권이 교체됐다면, 우리는 새 정권과 또 타협할 것인가. 기껏해야 우리는 어느 정권이 들어서든 타협하는 데 그치는 '부역자'가 됐을 것이다. 파업은 불가피했다.

장기적으로 보면 언론인의 연쇄 파업이 언론이 제자리로 돌아갈 가능성을 높였다.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 한 희생이 거름이 돼, 언론이 정부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길을 열 것이다.

물론 이명박 정부의 5년이 앞으로 5년 더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암담하긴 하다. 현재로서는 박근혜 당선인이 해고 언론인 문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문제, 김재철 사장 퇴진 문제에 대해 어떤 입장도 내지 않고 있다. 박 당선인이 설사 이들 문제에 우호적인 태도를 취한다 한들, 언론 독립 문제가 정치적으로 타협되는 문제가 된다는 데는 변함이 없다.

당장은 안타깝지만, 박 당선인이 어떤 언론 정책을 펼 것인지를 주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박 당선인이 진정 공영방송을 제자리로 돌려놓길 바란다. 그 스스로 '나는 관여 안 한다'고 말만 하면서 부역자들을 또 사장으로 앉힌다면, 그의 말은 진정성이 없는 게 된다.

일단 MBC 노조는 오는 2월 차기 집행부 구성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현 집행부가 조기에 물러나고, 차기 집행부가 더 일찍 구성될 것이다. 해직자 사태를 풀기 위해서다. 지난해 MBC에서 일어난 사태에 대해 현 집행부가 반쪽의 책임을 지겠다. '우리만 옳았다'고 선언하지 않겠다. 대신 남은 반쪽 책임은 김재철 사장이 져야 한다.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 무너진 MBC를 복원하기 위해 김재철 사장과 현 노조 집행부가 동시에 물러나야만 한다.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너무 많기에, 당장 차기 노조가 집중할 일은 노조의 에너지를 다시금 모으는 게 될 것이다. 공영방송을 제자리로 되돌리는 건 우리 힘으로 스스로 해야 할 일이기에, 시간이 더 길어질 것이라는 걸 이제 구성원들이 잘 안다.

김현석 KBS 새노조위원장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도 KBS 노동조합이 '나빴던 건' 아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기존 노조가 흔들렸다. 언론인들이 전체적으로 보수화된 측면도 있을 테고, 공영방송의 물질적 토대가 취약해지면서 그렇게 된 면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찌 됐든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 새노조가 출범했다. 그리고 파업에 나섰으나 이기지 못했다. 대선에서도, 그나마 기대했던 정권 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대선에 대한 기대가 굉장히 컸던 건 사실이다. 공영방송 종사자라면 누구나 느꼈을 텐데, 지난 5년 동안 공영방송 장악이 워낙 노골적이었다. 다음 대선이 5년이 지나야 있고,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와 비슷한 길을 가리라는 우려가 새노조 안에 있는 건 사실이다. 좌절감이 크다.

당장 새 사장으로 길환영 사장이 취임한 것만 봐도 우려하던 미래가 열렸다고 생각한다. 길 사장은 본부장, 부사장 시절부터 '정권 부역 방송'의 주역이었다. 여전히 새노조는 그가 KBS 사장으로서 적임자가 아니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결국 다시 언론인에게 가장 중요한 사명, 언론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싸워야 한다. 언론 자유, 제작 자율성은 정권이 주는 게 아니다. 우리 힘으로 쟁취해야 한다. 대통령 교체만으로 주어지겠지, 하고 기대만 해선 안 된다. 어려운 미래가 있지만 하나하나 넓혀가야 한다.

박근혜 정부 아래에서 새노조는 일단 시사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지난 대선 때 종편이 시사 프로그램을 집중적으로 다뤘다. 공중파는 대선과 관련한 프로그램을 거의 만들지 않았다. 진실검증단을 운영했지만, KBS 안에서 얼마나 많은 저항이 있었나.

보도 부문의 경우, 출입처에 의존하는 현 시스템을 개혁하자고 목소리를 높여야 할 때다. KBS 정치외교부의 경우 정당 출입처 중심으로 돌아가는데, 그러다보니 뉴스가 정치공학에만 매몰된다. 리포트가 여야 공방 중심으로밖에 다뤄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대선 과정에서 진실검증단이 각 후보 공약의 진실성을 검증한 방식처럼, (감시자 역할에 맞게) 검증하는 보도가 중심이 돼야 한다.

 

▲이른바 '귀족 노조'로 불리던 언론 노동자들이 반년 가까이 길거리에서 투쟁한 건 의미가 큰 사건이다. 그만큼 이들이 견디기 힘든 상황이 이명박 정부 내내 이어졌음을 반증한다. ⓒ프레시안(최형락)


노종면 전 YTN 노조위원장, 전 <뉴스타파> 앵커

나는 이명박 정부 아래 계속 이어진 언론인들의 투쟁이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합법적인 틀 안에서 투쟁하다가 안 되면, 혁명이 일어난다. 나는 현재 우리나라 언론이 그런 상황이라고 본다. 우리의 언론 투쟁을 돌이켜보면, 우리 사회의 법치주의라는 소중한 가치 안에서 펼친 활동만으로는 언론 자유를 얻기가 불가능했다. 이걸 실패라고 해석해선 안 된다. 싸웠지만 안 됐고, 다른 수단은 못 쓴 것뿐이다.

이명박 정부 5년은 한마디로 '대통령 잘못 뽑아서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른 5년'이다. 현 정부는 언론을 그저 자기가 얘기하면 얘기한 대로 받아쓰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홍보하는 기관으로만 이해했다. 아주 무식했다. 개인적으로는 '5공 이후 최악'이 아니라 그냥 최악의 정부였다고 본다.

언론도 잘못 아니냐는 지적에 동의하고 싶진 않다. 어디나 부역자는 있다. 그러나 결국 뿌리를 찾아가면 이명박 대통령이 이들 부역자에게 힘을 실어줬다. 언론사를 사찰하고, 그런 '사찰 정부'가 원하는 대로 해야만 언론사 내부 권력을 쥘 수 있는 상황을 만들었다. 근본적으로 정권의 문제다.

물론 대통령이 바뀐다. 그러나 비슷한 일이 반복되리라고 본다. 출입하던 현직 종편 기자를 인수위에 넣었고, 언론인과 정치권을 수차례 오간 이에게 대변인을 맡겼다. 박근혜 정부도 상식적인 언론관을 갖추지 않았으리라 우려한다. 아니길 바란다.

일각에서 거론되는 <뉴스타파>의 대안 방송사 설립 움직임은, 내가 이해하기에는 실질적인 방송사 설립 시도는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이른바 '대안 방송'이란, 기존 매체가 생산하는 '콘텐츠'에 상응하는 개념이지, 방송사에 상응하는 건 아니다. 콘텐츠를 생산하는 조직이 만들어지고, 그 조직이 얼마나 그 콘텐츠를 잘 만들 것인가를 모두 고민한다고 이해한다. 방송이라면 편성을 해야 하는데, 그런 시도는 아닐 것이다.

YTN 노동자들은 늘 해직자 복직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과 타협할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부당 해고를 당했기에 복직해야 한다.


최승호 전 <PD수첩> PD

<PD수첩>이 다시 출범했다고 하지만 시용PD와 대체작가들이 만든 프로그램이다. 굉장히 비정상적이다. 이를 정상적인 상황으로 되돌리는 게 시급하다. 해고된 작가들을 받아들이고, 다른 부서로 쫓겨난 PD들이 다시 들어가서 <PD수첩>의 제 기능을 회복해야 한다.

문제는 (물리적 복원이 아니라) '<PD수첩> 정신'을 회복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의 성역을 비판하고, 권력을 견제해야 한다. 약자의 상황을 전달해야 한다. 김재철 사장과 그가 구성한 임원진이 지배하는 현재의 MBC에서는 기대하기 어렵다. 그들이 있을 때 <PD수첩>이 제 기능을 하다가 결국 파업까지 이어진 것 아닌가. 궁극적으로 김재철 사장 문제가 정리되지 않고서는 <PD수첩>이, MBC가 제대로 된 언론으로 기능하기 어렵다.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정부처럼 일방적으로 질주하지는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나의 바람인지는 모르겠지만 박 당선인을 반대한 48%의 유권자는 물론이고, 51%의 유권자 중에서도 상당수는 MBC 사태에 대해 비판적일 것이다. 이미 김재철 사장 문제는 이명박 정부를 비판할 어떤 상징적인 사건이 돼 버렸다. 이를 박 당선인이 그대로 떠안고 가진 않을 것이다. 박 당선인 스스로 '공영방송 사장 선임 제도가 정치적이다'라고 인정하지 않았나.

이명박 정부 5년은 단순히 일부 언론사, 일부 언론인에게만 나빴던 시기가 아니었다. 언론의 위기다. MBC는 이미 시청자에게 버림받았다. KBS 역시 시청률과는 별개로 여론 주도층, 지식층에게서 버림받고 있다. 워낙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못하니 <뉴스타파>와 같은 대안 언론 움직임이 나타나는 것 아닌가.

결국 대안 방송사 문제도 새 정부가 풀어야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공영방송 정책을 어떻게 가져가느냐에 따라 대안 방송의 중요도나 의미가 달라지리라고 본다.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하게 되고 망가진 비판 기능을 회복한다면, 대안 방송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다시금 공영방송으로 올 것이다.

대안 방송의 성공은 굉장히 어려우리라고 본다. 어느 정도 수준을 생각하는지 아직은 감이 잘 안 오지만, 방송이 단순히 돈 몇 십억 원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언론 정보에 대한 욕구가 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대안적인 매체로는 자리할 수 있겠지만, 일반 국민에게까지 전파력을 가진 매체가 되기는 힘들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언론 운동의 힘이 공영방송 바로 세우기에 더 집중돼야 한다고 본다.

 

▲새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낙하산 사장' 문제는 항상 공영방송사의 발목을 잡았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편 논의가 진행됐고, 박 당선인도 비록 선언적 수준이긴 하지만 이를 공약에 넣었다. 과연 실현될까. ⓒ프레시안(최형락)


최경영 KBS 기자(전국언론노조 민주언론실천위원회 위원)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를 거치면서 이제 한국의 언론이 기본적인 자유는 획득했고, '다음 시대'로 나아갈 것이라고 봤었다. 언론이 언론 자유 문제를 넘어서 철학적인 문제를 고민하고, 이데올로기적 대립을 조명하는 시대가 되어 갔다. 그러나 그게 아니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 우리가 자주 쓴 '후행'이라는 말을 곱씹어야 한다.

언론의 기본권이 훼손됐다. 이로 인해 우리 사회의 고민 수준까지 후행했다. 앞으로 나아가야 할 고민의 수준이 다시금 언론 자유 수준으로 내려갔다. 과장해 표현하자면, 투표권 싸움을 하던 19세기의 고민과 동물의 기본권을 보호하자는 21세기의 고민이 혼재됐다. 우리 사회의 고민이 21세기로 나아가지 못하고 19세기, 20세기 수준으로 후퇴해버렸다.

박근혜 5년에 큰 기대를 하기 힘들다. 공중파가 지난 5년처럼 다시금 사실상 '선전' 보도를 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그래서 대안적인 의제, 대안적인 방송 설립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

내가 비록 <뉴스타파> 제작에 관여하지만, 냉정하게 봤을 때 대안 방송 설립 움직임과 공중파 제자리 찾기 움직임은 모두 한계가 뚜렷하다.

<뉴스타파>와 같은 언론은 당장 확장성에 큰 한계가 있다. 자칫하면 제작자의 자기 만족적 매체가 될 가능성이 크다. 플랫폼에도 문제가 있다. KBS와 MBC의 기능을 되살리는 게 가장 좋다.

그러나 이들 방송사에는 이미 수년에 걸쳐 정권에 의해 길들여진 시스템이 공고히 자리 잡았다. 언론인들의 최장기 파업도 이를 극복하지 못했다. 역설적으로 기존 체제에 싸움으로 맞서는 것의 한계가 명확히 드러나기도 했다.

결국 답은 하나다. 여러 군데에서 계속 하던 일을 하는 수밖에 없다. 기존 제도권 안에서도 싸우고, 대안 매체에서도 다른 플랫폼으로 부딪쳐야 한다. 그리고 기존 제도권과 새 플랫폼의 사람들이 힘을 합쳐, 언론 자유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깨지더라도 계속 달걀을 바위에 던져야 한다.

한 방에 바뀌는 건 환상이다. 미디어라는 게, 꾸준히 사람들에게 생각과 아이디어를 전달한다. 우리는 지난 수십 년 동안 권위주의적 언론의 세례에 젖어왔다. 미국을 보라. 흑인 민권운동이 일어난 지 5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흑인 방송이 없고, 주요 방송사 앵커는 전부 백인이다.

더 냉정하게 한마디 더 하고 싶다. 대선에서 정권이 교체됐다고 한들, 언론 자유의 확장이 이어졌을까. 기껏해야 10년 전 자유를 회복하는 수준이었지, 우리 사회의 자유를 더 확장시키진 않았을 것이다. 기존의 노동 보도, 기존의 기업 보도, 기존의 정치 보도가 민주통합당이 집권했다고 달라졌을까.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안에서 싸우는 사람, 밖에서 싸우는 사람이 다 필요하다.

<뉴스타파>의 미래는 이렇다. 1월 중 발전위원회가 어떤 형태로든 구체적으로 설립 문제를 더 공론화할 것이다. 그리고 이달 안에 뉴스를 제작할 사람을 뽑아야 한다. 2월 중순부터는 구체적인 포맷을 만들고, 실제 취재에 나서야 한다. 이들 과정이 다 이상적으로 된다면 3월에 방송하는 게 목표다.

가장 큰 문제는 콘텐츠다. 이상적으로 바라는 제작 인원은 시니어 기자와 PD를 합쳐 8명이다. 그리고 이들과 같이할 주니어급 인원 24명이다. 이렇게 해서 총 40명 이상의 인원이 모이면 가장 좋다. 지금은 외부에서 도움을 주는 스태프까지 다 합쳐 15명 수준이다.

현재 모인 후원금 수준으로 시니어급 8명은 감당할 수 있다. 이 정도면 주 2회 방송도 가능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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