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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준, 생중계 기자회견서 답변회피·반말 일관

  • 분류
    알 림
  • 등록일
    2013/01/25 07:29
  • 수정일
    2013/01/25 07:29
  • 글쓴이
    이필립
  • 응답 RSS

"생각해보지 않았다"... 당당한 총리 지명자

[인수위 일기] 김용준, 생중계 기자회견서 답변회피·반말 일관

13.01.24 20:37l최종 업데이트 13.01.24 22:09l

 

 

[인수위 일기]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백그라운드 브리핑' 혹은 '백브리핑', 즉 정식 브리핑 뒤 기자들과 주고받는 질의·응답을 있는 그대로 독자에게 전달합니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이 항상 강조하듯, "언론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길지만 다 공개합니다. [편집자말]

 

▲ 김용준 총리 지명자 '귀가 안 좋아서...' 24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으로부터 국무총리 후보로 지명된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서울 삼청동 인수위 기자회견장에서 기자들의 질문을 듣던 중 청력이 좋지 않은 김 지명자가 질문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자 조윤선 대변인이 연단으로 올라와 설명을 해주고 있다.
ⓒ 인수위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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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김용준 국무총리 지명자는 24일 기자회견에서 총리와 경제부총리의 역할 배분과 조율 방법을 묻는 한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생각하지 않는 게 당연하다는 듯, 그의 태도는 무척 당당했습니다. 기자회견장은 웃음바다가 됐습니다. 이 장면은 방송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지요.

웃다 보니, 아찔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국민은 박근혜 정부 첫 국무총리 지명자의 이 같은 말을 듣고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그는 며칠 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으로부터 국무총리직을 제안받았다고 했습니다. 책임총리와 경제부총리제는 박 당선인의 핵심적인 국정철학입니다.

그런데, 생각해보지 않았다니요? 박근혜 당선인의 국정철학을 생각해보지 않은 김 지명자가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하여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할한다"(헌법 86조 2항)는 국무총리의 역할을 다 할 수 있을까요? 국무위원 제청권을 가진 국정의 수장이 국민 앞에서 차기 정부의 조직 운용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다"는 말을 어떻게 내뱉을 수 있을까요?

그래, 좋습니다. 며칠이라는 시간은 박 당선인의 국정철학을 되새기기에는 짧은 시간이라고 해두죠. 그는 국무총리직 제안을 받고 어떤 고민을 했을까요? 인수위 기간 동안 인수위원장과 총리 지명자 역할을 모두 수행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까요? 기자들이 이러한 질문을 던졌습니다. 김 지명자의 대답은 "질문 요지가 뭐요?"였습니다.

김 위원장이 기자들의 질문을 놓친 거겠죠? 김 위원장은 75세의 고령으로, 청력이 좋지 않아 보청기를 끼고 다닙니다. 그의 건강이 다소 걱정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무총리 결격 사유는 아닐 겁니다. 어쨌든 기자들은 재차 같은 질문을 던졌고, 그는 질문을 되묻고는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이 장면을 지켜본 국민들의 뒷목, 다들 괜찮은가요? 기자들도 웃음인지 한숨인지 모를 무언가를 토해냈습니다. 김 지명자는 국무총리직을 깊이 생각해보지 않고 맡아도 되는 직으로 생각하는 걸까요? 앞서 그는 "감사합니다"를 제외하고는 한 문장으로 이뤄진 짧은 각오를 밝히고 기자회견장을 빠져나오다,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다시 기자회견장을 돌아왔습니다. 왜 이러는 걸까요?

취재진과 김 지명자와의 소통도 어려운데, 그가 국민과 어떻게 소통할지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가 국무총리가 되기 위해서는 국회의 인사청문회 절차를 거쳐야 합니다. 야당 의원들이 벼르고 있을 겁니다. 그때도 주요 현안에 대해 "깊이 생각 안 해봤다"거나 답을 피한다면, 국민들은 가만히 있을까요?

다음은 기자들과 김용준 지명자의 일문일답입니다.

"흔쾌히 수락하셨나요?" 질문에, 김용준 "질문 요지가 뭐예요?"

- 언제 총리 지명을 받으셨나요? 그리고 박 당선인이 예전에 '인수위에서 일하는 사람 정부로 안 간다'고 하셨는데 말씀이 달라지신 건가요?
"며칠 전에 통보를 받았고요. 먼저 번에 말씀드린 거는 당선인이 '인수위원회에서 일했던 사람이라고 해서 꼭 정부로 가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씀하셨기 때문에 인수위원회에서 일했던 사람이 전혀 정부로 안 간다는 것은 아니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 처음 (총리직 제안) 통보를 받으셨을 때 그리고 (총리직 수락) 결정할 때까지 흔쾌히 수락을 하셨는지요? 앞으로 인수위가 한 달 가량 더 진행되어야 하는데 인수위원장과 총리 지명자로서 두 가지 역할을 수행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거라고 보십니까?
"질문의 요지가 뭐예요? 요지가?"

- (총리직 제안) 통보를 받았을 때 흔쾌히 수락을 하셨는지요, 고민 없이? 한 달 동안 두 가지 역할에 대해 어떤 각오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앞으로 인수위원장의 역할과 총리 피지명자로의 역할을 어떻게 수행할거냐? 그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인수위원장에 임명된 게 취소되지 않는 한 양쪽을 다 겸해서 해야 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 당선인 선거 기간에 책임 총리제 실현을 약속했는데, 후보자가 장관 인선 등 조각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권한을 가지고 참여할 건지, 인수위에서 입각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는 건지 궁금합니다.
"음…. 아직 국회 동의 절차가 남아있으니까 제가 국무총리가 된 걸 전제로 해서 답변하기는 어렵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거에 지금 질문에 대한 답변이 포함된 걸로…. 헌법에 따라서 대통령을 보좌하고 대통령의 명을 받아서 행정 각부를 통할하는 임무를 수행할 것입니다. 그 이상의 자세한 답변을 드리는 것은 어렵습니다."

- 박근혜 정부 초대총리로 지명됐는데, 당선인께서는 법치를 많이 강조하셨습니다. 지명자께서 보시기에 우리사회의 최우선 과제는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또 당선인이 본인을 지명한 배경이 뭐라고 생각하시는지?
"국무총리로서 지명 받은 입장에서라기보다 내가 평생 법을 전공하고 법률을 다뤘으니까 지금 우리나라가 여러 가지 면에서 질서가 제대로 잡혀있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법과 질서가 지배하는 사회로 가야된다' 그렇게 생각을 평소에도 하고 있었고, 앞으로도 제 역할이 부여되는 범위 안에서 그렇게 되도록 노력 할 겁니다. '총리가 되고 안 되고'는 별개의 문제고."

- 경제 부총리가 경제 컨트롤타워로 신설되는데, 역할 분담을 어떻게 하실지 궁금합니다.
= 다시!

- 경제 부총리가 신설되는데요, 어떻게 역할을 배분하고 조율할건지요?
"생각해보지 않았습니다.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 인사청문회가 남았는데 인사청문회 통과를 자신하십니까?
"에? 뭐라고?"

- 인사청문회 통과를 자신하시냐고요.
"에? (주변에서 질문의 내용을 다시 전해 듣고) 청문회 통과가 자신 있냐고? 그거 뭐 내가 답변할 성질이 아닌데."

-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논란이 되고 있고 이른바 특정업무경비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장을 지내셨는데, 이동흡 소장 후보자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내가 헌법재판소장을 지낸 입장에서 조금 곤혹스럽고요. 무슨 활동비인지, 그거는 제가 내용을 확인해보지 않아서 뭔지 알지를 못하겠어요."

- 당선인께서 지명하시면서 그 배경으로 인수위를 합리적으로 이끌어왔다는 점을 강조를 하셨는데, 그런 평가가 나온데 대해서 어떤 생각하십니까?
"인수위가 합리적으로 운영이 되어간다고 생각하느냐 그 얘깁니까? 인수위원회가 발족해서 활동하기 시작한 게 20일쯤 됐으니까, 앞으로 한 달쯤 활동을 계속 할 테니까 그동안에 한 걸 총체적으로 검토하셔서 여러분들이 판단하시고 국민들께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아직 20일 밖에 안 되었는데."

- (기자회견 후, 인수위 기자회견장 건물 밖에서) 당선인이 총리직을 제안하면서 어떤 말을 했나요?
"그냥 도와달라고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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