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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시정부를 부정했던 한국 대통령에게 임시정부 활동을 말한 중국 주석’

시진핑 ‘돌려차기’에 당한 박근혜,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
 
임시정부를 부정했던 한국 대통령에게 임시정부 활동을 말한 중국 주석’
 
임병도 | 2016-09-06 09:37:43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보내기    
 
 



▲박근혜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5일 오전(현지시간) 항저우 서호 국빈관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 ▲박근혜 대통령은 제71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임시정부를 부정하는 건국절 발언을 했다 ⓒ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사드 배치로 인한 미묘한 시기에 한 중 정상이 만났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했습니다.

박 대통령은 ‘사드 배치가 북한 핵 미사일 위협에 대한 자위권적 조치’라고 했지만, 시진핑 주석은 ‘사드 배치가 지역안정을 해치고 분쟁을 격화시킬 것’이라며 사드 배치를 반대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이 만났을 때 시 주석은 모두 발언을 통해 1930년대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항저우에서 3년 정도 활동했다고 언급하며, 한국의 유명한 지도자인 김구 선생님의 아들인 김신 장군이 1996년 항저우 인근 저장성 하이옌을 방문했을 때 ‘음수사원 한중우의’라는 글자를 남겼다고 말했습니다.

시진핑 주석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활동을 거론하고, 김구 선생의 아들 김신 장군의 말을 인용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의 발언이 무엇을 뜻하는지 곰곰이 생각해봤습니다.


‘임시정부를 부정했던 한국 대통령에게 임시정부 활동을 말한 중국 주석’

박근혜광복절경축사건국절-min

 

 

시진핑 주석이 임시정부가 항저우에서 활동했다는 사실을 말했을 때, 박근혜 대통령은 난감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불과 3주 전에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부정하는 건국절을 공식적으로 언급했기 때문입니다.

제71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박 대통령은 ‘오늘은 제71주년 광복절이자 건국 68주년을 맞이하는 역사적인 날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건국 68주년이라는 말은 1919년 설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부정하는 말입니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에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국민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하고’라고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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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관보 1호에는 ‘대한민국 30년 9월 1일’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대한민국 관보 제1호에는 ‘대한민국 30년 9월 1일’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만약 그 당시가 건국이라면 ‘대한민국 30년’이라는 말을 집어넣을 수는 없습니다.

어쩌면 시진핑 주석은 ‘너는 임시정부를 부정하는 건국절을 주장하지만, 우리 중국은 임시정부가 일본과 싸웠다는 사실을 똑똑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일제의 앞잡이 만주국의 장교였던 박정희’

1932년 임시정부가 상하이에서 항저우로 옮긴 이유는 윤봉길 의사의 홍커우공원 의거 이후입니다. 항저우에서도 임시정부는 두 차례나 거처를 옮기며 일제의 눈을 피해 다녔어야 했습니다. (관련기사: 100년 된 여관방, 이곳이 임시정부였다고?)

시진핑이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항저우에 있었다는 말을 했던 이유 중의 하나가 당시 중국과 임시정부가 함께 항일운동을 했다는 말을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시 주석의 말은 ‘사드 배치가 결국 미국의 패권주의를 통한 외세 침략이 아니냐, 일본의 군국주의에 맞서 싸웠던 사실을 기억하라’고 해석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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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문제연구소가 공개한 박정희의 만주국 군관 혈서 지원을 보도한 2009년 세계일보 기사 ⓒ세계일보 캡처

 

여기서 또다시 우리가 생각해볼 문제는 ‘만주국 장교’로 복무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의 과거를 시진핑이 몰랐겠느냐는 점입니다. 당연히 박근혜 대통령과 아버지 박정희의 경력을 그는 알았을 것입니다.

혹자는 일본군이 아닌 만주국에 복무했기 때문에 친일이 아니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만주사변이 벌어지고 난 뒤 국제연맹은 조사단을 파견합니다. 당시 ‘릿톤 조사단’은 만주국 정부에 대해 아래와 같은 보고서를 작성합니다.

“공사의 회견과 편지 및 진술에 의해 제공된 증거를 신중하게 검토한 결과, ‘만주국 정부’는 현지 중국인에게는 일본 측의 앞잡이로 간주되어, 중국 측의 일반인에게는 지지를 받지 못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중국인에게 만주국은 일본의 앞잡이에 불과합니다. 만주국의 장교였고, 일본육군사관학교를 다닌 박정희와 비교하면 시진핑의 아버지 시중쉰은 항일투쟁을 했던 인물입니다.

‘음수사원을 달리 해석했던 김구의 아들과 박정희’

시진핑 주석은 김구 선생의 아들 김신 장군이 1996년 항저우 인근을 방문했을 때 ‘음수사원 한중우의’라는 글자를 남겼다고 말했습니다. ‘음수사원(飮水思源)’은 ‘물을 마실 때 수원(水源)을 생각한다는 뜻’으로 근본을 잊지 않음을 뜻합니다.

시 주석이 김신 장군의 ‘음수사원 한중우의’를 말한 이유는 ‘중국과 한국이 함께 일본에 대항해 싸웠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과거처럼 함께 사드 배치를 반대하자’는 의미도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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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장학회에 박정희가 준 ‘음수사원’이라는 휘호 ⓒ정수장학회 청오회 홈페이지 캡처

 

여기 또 다른 ‘음수사원’이 있습니다. 박정희가 정수장학회에 보내준 휘호입니다. 김구 선생의 아들 김신 장군이 쓴 ‘음수사원’이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잊지 말자는 뜻이라면, 박정희의 ‘음수사원’는 ‘너희를 공부시켜준 나를 잊지 말라’는 뜻입니다.

제가 생각했던 말들이 시진핑 주석의 진짜 본심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직접적인 어법을 사용하지 않는 외교 대화 방식으로 본다면 시 주석이 사드 배치를 완곡하게 반대하고 있다는 뜻은 충분히 담겨 있습니다. 오히려 타국의 역사까지 기억하며 외교를 위해 인용하는 시진핑 중국 주석이 무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역사를 얘기하며 ‘돌려차기’를 하는 시진핑 주석의 어법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그저 ‘사드 배치의 당위성’만 강조했습니다. 부끄러움은 국민의 몫인가 봅니다.

한중정상회담1-min

 


 

본글주소: http://poweroftruth.net/column/mainView.php?kcat=2013&table=impeter&uid=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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