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양심적 병역거부 16건 유죄선고 판사도 “양심자유 침해” 무죄 판결

 

등록 :2017-06-11 19:38수정 :2017-06-12 09:21

 

무죄 판결문 13건 들여다보니…
“인권위서 확인한 결론” 강조하며
헌법이 보장한 정당한 사유 인정

“양심적 병역거부자 세계 최대 수감”
국제인권기관 권고도 무죄 근거로

‘시민사회 관용은 공익에 기여’ 판단
“소수자 보호가 법원 역할” 지적도
세계 병역거부자의 날인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국제앰네스티가 연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병역거부로 처벌을 받았거나 재판중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처벌 중단과 대체복무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세계 병역거부자의 날인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국제앰네스티가 연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병역거부로 처벌을 받았거나 재판중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처벌 중단과 대체복무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병역법과 예비군법은 ‘정당한 사유’가 없는 입영·소집·훈련 거부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재판의 쟁점은 양심의 자유를 ‘정당한 사유’로 인정할 수 있는지다. 지난 8일까지 올해 13건의 무죄 판결을 내린 판사들은 헌법 제19조 양심의 자유와 국제인권 규범의 해석, 국내외 상황 등 다양한 근거를 통해 “양심적 병역거부는 정당한 사유”라고 판단했다.

 

서울동부지법 이형주 부장판사는 지난 5월24일 조아무개(22)씨에게 무죄를 선고하며 “정당한 사유에 양심적 병역거부가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은 국방의 의무 이행에는 우월한 가치를, 양심 실현의 자유는 열위의 가치를 부여해 헌법상 보장된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지난해 11월28일 결정문을 인용했다. 이 부장판사는 자신이 “2005년부터 2012년 사이에 양심적 병역거부 사건 16건을 유죄로 선고했다”고 밝히면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정당한 사유로 인정하는 것이 일부 판사에게만 통용되는 법해석론이 아니라 국가기관인 국가인권위에서 확인한 결론임을 이 판결로써 강조한다”며 기존 판단을 뒤집었다.

 

국제인권기관의 꾸준한 권고와 국제인권 규범도 중요한 무죄 근거다. 전주지법 김선용 부장판사는 유엔인권위원회·유엔인권이사회·자유권규약위원회의 양심적 병역거부 인정, 유럽인권재판소의 선고 등을 두루 살폈다. 그리고 판결문에 “국제사회는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수감된 우리나라 상황에 지속해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정당한 사유에 양심적 병역거부가 포함된다고 해석하는 것은 국제인권법의 기준에도 부합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판사들은 양심적 병역거부를 반대하는 논리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서울동부지법 김주옥 단독판사는 “대체복무제가 병역기피자를 양산하거나 이들을 가려내기 어렵다는 우려가 현실화되었다는 국제적 선례가 보고된 바 없고 오히려 대만은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자 군복무 기간과 동일하게 조정한 사례가 있다”고 지적했다. 인천지법 이연진 단독판사도 “대체복무가 국가 전투력에 큰 손실을 가져와 국가안보를 현실적으로 위태롭게 한다고 국내외 역사적 사례에서 확인되지 않는다”며 “소수자에 대한 헌법적 보호와 그에서 비롯한 시민사회의 관용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확립이라는 공익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소수자 인권 보호’라는 사법부 본연의 역할을 강조한 판결도 있다. 이연진 단독판사는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고 대체복무제 도입을 찬성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성숙했고, 법원은 사법부의 소수자 보호 및 기본권 보장 의무를 게을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북부지법 이정재 단독판사는 “법원의 역할 중 하나는 다른 생각·의견을 가진 소수자들을 존중하는 것”이라며 “소수의 양심을 인정하지 못하는 사회를 건전한 사회, 이성적인 사회라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것이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일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98340.html?_fr=mt1#csidxb97512d7553fc299dccb4ff06ad2542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
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