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사서 요즘 보고 있다. '요순우탕문무주공+공자'라는 차이나 성현에 대한 관심이 동북쪽으로 전이된 결과이다. '갑빠'가 있어야 되겠다는 생각에, 좀 오래된 걸 읽고 싶었다. 최근엔 연구서들도 많겠지만.

일제시대에 쓰여진 이 책을 보고 무엇보다 놀란 건, 신채호의 문장.

 

  "역사에 영혼이 있다면 ... 눈물을 흘릴 것이다."

 

한문을 모국어로 하는 사람의 붓끝에서 나온 국문 치고 매우 박진감 있다. 고증에 대한 놀라운 안목. 알다시피, 그는 조선시대 성균관 박사 출신으로서 생의 마지막 순간에 무정부주의자(혹은 사회주의자)의 삶을 걷고 있던 사람이다. <<통감>>류의 역사서에서 찾을 수 있는 전통시대 고증에 관한 에토스를 그대로 근대 실증사학의 마인드로 옮겨 놓은 듯하다. 이건 서론만 보면 알 수 있다. <<천부경>>이나 <<한단고기>> 류 국수주의 사이비 저작에 비해, 단군의 실체를 명확히(연대까지) 밝히진 않고 있다.

 

그럼에도, 기자동이설 같은 부분은 굉장히 명쾌하게 정리하고 있다. 이건 고대에 대한 하나의 깔끔한 매너처럼 느껴진다. 기자가 조선에 봉해진 것이 아니고, 정치투쟁에 염증을 느낀 기자가 조선의 매력에 끌려 조선으로 온 것이다. 물론 기자만 온 것이 아니라 그 족속이. 이러한 것은 여러가지 자료로 고증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

 

※ 뒤에 부록으로 '동시대인이 본 신채호론'이 있다. 실로 '위인의 사생활'이라는 주제의 글들이다. (이런 게 제일 재밌다.) 1919년 이후로 변절해서 총독부 기관지에 가명으로 글도 싣곤 하던 이광수의 글도 있다. 신채호는 그럴 리 없다며 1930년대까지 그를 아꼈다. 책은 비봉출판사에서 나왔고, 번역은 사장 박기봉씨가 했다. 경제학과 나와서 출판사 운영하려니까 직접 번역도 해야겠던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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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2/21 02:15 2006/12/21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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