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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차가운 희망보다 뜨거운 욕망이고 싶다>에 대한 후기에 이어지는 글.
페이스북에 썼음. - 201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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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 타령 하나 더.
얼마 전 사당동 판자촌 지역 주민 연구를 다룬 <사당동 더하기 25>라는 책을 읽으며 가장 공감이 되었던 부분은 빈곤한 사람들은 자기 삶에 대한 서사를 만들지 못한다는 지적이었다. '하루벌어 하루 먹고사는' 삶 속에서 1년전 또는 10년 전의 삶을 떠올리고, 이를 통해 자기 삶을 반추하며 미래를 계획하는 삶이 불가능해 진다는 것이다. 빈곤이 정말 문제가 되는 것은 바로 이 지점, 즉 자기 역사를 잃어버리면서 자기 주체성도 상실해버리는 데에 있다.
오늘 오랜만에 만나는 조카에게 사줄 동화책을 사러 서점에 갔는데, 들어서는 입구에 진열 되어있는 책들 중에 인문학 어쩌구 하는 것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정말 신발스럽게도 표지 문구가 "이시대 크리에이터에게 가장 필요한 스펙은 인문학이...다" 뭐 이 따위 것이었다. 정말 꼴깝스럽지 않은가.
나에게 인문학은 무엇일까? 굳이 갖다 대자면 오장환 시인의 <나의 노래>같은 것이었으면 좋겠다.(사실 이 시인이 누구인지 잘 모르는데, 시와님께서 이 시를 노래로 만들어주셔서 알게 되었다)
"내 슬픔은 오직 님을 향하여, 내 과녁은 오직 님을 향하여, 단 한번 기꺼운 적도 없었다."
'기꺼운'이라는 표현이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느낌 상 '회피하다' 라는 뜻이 아닐까 싶다. 내가 만나는 인문학, 아니 그냥 공부는 이런 것이었으면 좋겠다. 내 슬픔, 내 과녁이 가리키는 방향이 단 한발짝도 회피함없이 '님'(이 님은 다른 누군가일 수도 있고, 나 자신 일수도 있다)을 향하게 하는 것, '님'의 삶과 욕망, 그리고 그것들의 역사를 직시하게 하는 것.
그래서 꼭 자서전을 써보고 싶다. 아니, 한 10명정도 같이 모여서 1-2년 동안 함께 자서전 쓰는 모임같은걸 해보면 좋겠다. 그런게 잘 되면 정말 문자 그대로의 '지적 해방'의 순간을 맛 볼 수 있지 않을까?
나중에 야학에서 이런 자서전 글쓰기 수업 진행해 보면 좋겠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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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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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도 자서전을 쓸 수 있습니다."내가 쓰는 단 한권의 자서전" 을 추천합니다.
누구나 앙케이트에 답하듯 가볍게 써내려가면 어느새 내 자서전이 완성되며 인생을 재 설계할 수 있어서 너무 너무 좋은 인생다이어리 노트식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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