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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7/28
    이것이 MB판 '복불복 게임'인가?(1)
    구르는돌
  2. 2009/06/26
    타인의 정리해고(5)
    구르는돌

이것이 MB판 '복불복 게임'인가?



 

한겨레 '왜냐면'에 투고한 글. 과연 실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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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MB판 ‘복불복 게임’인가?

 - 평택에서 재연되는 죽음의 버라이어티 쇼를 중단하라



요즘 예능 프로그램 중에 최고의 인기는 단연 ‘1박2일’이다. 이 프로그램의 묘미는 뭐니뭐니해도 저녁식사와 잠자리가 걸린 복불복 게임. 자신의 노력 여하와는 상관없이 전적으로 운에 맡기는 이 게임은 ‘1박2일’의 30%를 넘는 시청율의 수훈장이다.

그런데 여기 ‘1박2일’의 아성에 도전하려는 복불복 게임이 있다. 그것은 웃음과 재미를 주는 ‘1박2일’의 복불복과는 차원이 다른, ‘운명의 장난질’에 가깝다. ‘1박2일’에선 결과를 알 수 없긴 해도 운명의 선택지를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출연자들에게 있다. 그러나 이들은 어떤가? 이들은 전적으로 타의에 의해 이 프로그램의 출연자가 된 무리의 일부에게 어느 날 갑자기 편지를 보낸다. 그 편지에 ‘해고’라고 적혀있으면 야외취침, 그렇지 않으면 실내취침.

이것은 지금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 하드코어 복불복 게임에 걸린 것은 하룻밤 잠자리 같은 것이 아니다. 얼마 전 이 프로그램에 강제로 섭외되어 해고 편지를 받은 노동자의 아내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에서 보여줬듯이, 생존의 문제를 두고 게임을 벌이는 것이다.

물론 이 게임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올해 초 용산에선 철거 계고장 한 장에 의해 결판 난 복불복 게임의 결말이 어떠했는지, 우리는 가감없이 보고야 말았다. 좀 더 멀리는 2006년 같은 평택의 대추리에서 미군기지 이전 결정에 의해 평생의 삶의 터전이 삽으로 흙을 퍼내듯 들려나간 농민들이 있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당시 합참의장이었던 이상희 현 국방부장관은 대추리에 총기로 무장한 군인을 투입할 계획까지 세웠다고 한다. 그 때는 단지 계획에 그쳤던 것을 이젠 실행에 옮기려는 것일까? 현재 쌍용차 주변엔 살인무기라 할 수 있는 테이저건으로 무장한 경찰 병력들이 진을 치고 있다고 한다.

정부는 ‘선진화’를 국정운영의 최우선 목표로 세워 노사 모두가 경쟁력 강화에 힘써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선진화든 경쟁력 강화든, 좋다. 그러나 이런 무작위적 인종청소를 연상시키는 정리해고 복불복 게임이 당신들이 말하는 경쟁력 강화인가? 심지어 사측에선 이번 갈등의 초기부터 비해고대상 노동자들을 동원하여 해고 노동자들의 파업을 무력화시키려는 악날한 행태를 보여왔다. 당신들은 혹시 일본 영화 ‘배틀로얄’이 현실이 되길 바라는가?

얼마 전 MBC 스페셜에서 방영된 ‘타인의 정리해고’편을 보니 평택 시민들은 대부분 이번 노조의 파업에 무관심하거나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듯 하다. 파업 때문에 평택 경제가 마비된다는 우려도 들린다. 그러나 시민들의 두루뭉실한 바람처럼 파업이 파괴되고 나면, 그리고 경제위기의 후속 여파가 더 밀려든다면, 여지없이 평택 시민들도 이 ‘죽음의 복불복 게임’의 다음 출연자가 될 것이다.

정부와 쌍용차 사측에게 묻는다. 국내의 어떤 시청자도 즐겁게 볼 수 없는, 이 죽음의 버라이어티 쇼는 누굴 위해 만들고 있는 것인가? 혹시 해외 투자자의 투자 유인을 만들기 위한 전시용인가? 그런 식으로는 투기자본의 경제를 살릴 수는 있을 지언정,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중도강화론을 이야기하면서 목청을 높인 ‘서민경제’를 살릴 순 없다. 언제까지 이 무고한 노동자 서민들의 죽음을 전 세계에 전시할 텐가? 죽음의 버라이어티 쇼를 중단하라. 그렇지 않다면 국민들로부터 위임받은 당신들의 권력을 내려놓는 것 외엔 방법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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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정리해고

어제 인터넷으로 MBC스페셜 <타인의 정리해고>편을 봤다.

쌍용차 노동자들의 정리해고와 이를 둘러싼 해고 대상 노동자와 명단에서 제외된 '살아남은' 노동자들의 갈등을 섬세하게 다룬 다큐멘터리의 수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참... 기분이 그렇다.

왜냐하면 해고 대상자 명단이 발표되고 나서 '한솥밥' 먹던 노동자들이

둘로 갈라지고 나서, 그들은 순식간에 극한 대립 관계로 돌변했다.

그런데 파업하는 노동자들의 주장과 그것에 반대하는 쪽으로 '내몰린' 노동자들의 논리가

사실상 똑같다는 사실에 새삼스레 놀라고 말았다.

 

사측은 해고 명단에서 제외된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파업반대 결의대회를 조직한다. 그리고 이에 불참시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했다.

파업투쟁 가족대책위는 결의대회가 열리는 운동장 앞에서 바로 어제까지 '동료'였던 사람들을 향해

울분을 토한다.

 

"여러분들도 처자식이 있으시다면, 우리 맘 이해할 거 아니에요? 그런데 어떻게 이러실수가 있어요? 어떻게 여길 와요?"

 

한편 결의대회가 끝나고 인터뷰에 응한 결의대회 참가 노동자는 말한다.

 

"처자식이 있는데 어떻게 안와요. 불이익 준다는데... 목구멍이 포도청인데 어쩔 수 없죠."

 

해고자 명단이라는 종이쪼가리에 의해서 갈린 두 집단의 운명이지만, 어찌되었건 양쪽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리는 하나다. '처자식'. 아니  이건 논리라고 할 수 없겠지. '처자식'이라는 한마디로 모든것을 압도하는 이 한국사회의 집단적 심리구조. 쌍용차 파업투쟁에 지지를 보내면서도 왠지 허전한 마음을 달랠길이 없다. 파업중인 노동자들이 명단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그들도 지금 그들이 비난하고 있는 이들이 한 행동과 다르지 않은 행동을 했을 테니까... 그게 우리 모두를 둘러싼 단일한 논리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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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임) 오늘 사측에서 공장진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들이 외친 구호가 '비폭력, 파업중단' 이랜다. 절묘하게도 당시 공장을 점거하고 있던 노조는 쇠파이프 등으로 무장중이었다고 하고... 공중파를 타고 시시각각 날라드는 시각이미지에 중독되어버린 이나라 국민들은 비장한 각오로 스크럼을 짜고 비폭력을 외치며 행진해 들어온 사측 직원들에게 동정표를 던지겠지? 아, 머리가 지끈지끈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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