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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움직인다

일본 자민당(自民党)의 헌법조사회(憲法調査会)가 여러차례의 논란에 끝에 마련한 일본국 '헌법개정초안대강의 소안'(憲法改正草案大綱の素案)이 엇그제 공개되었습니다. 많은 쟁점들을 내포하고 있습니다만 그 가운데 인터내셔날한 차원에서 주목되는 핵심내용 세가지 조항만을 간추려 보겠습니다. 아래 붙어있는 번호는 헌법소안의 실제내용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자의적 숫자임을 알려드리니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1. 천황은 일본국의 원수(皇は日本国の元首)이며, 황위는 황통에 속하는 자가 세습한다(여성의 황위 승계가능). 국민은 국가독립과 안전을 수호할 책무를 지닌다.

 

2. 수상은 국가긴급사태(国家緊急事態)라고 인정되는 경우, 포고(布告)로서 (국민의) 기본적 권리 및 자유를 제한 할 수 있다.

 

3. 개별적 또는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전력을 保持하는 조직으로서 자위군을 설치한다(個別的または集団的自衛権行使のための必要最小限度の戦力を保持する組織として自衛軍設置). 무력사용을 수반하는 활동을 포함하는 국제공헌활동도 임무로 한다(国際貢献活動, 武力行使を伴う活動を含む).

 

코멘트:

1. 비교적 최근에 일본에서 천황의 존재가 정치적 차원에서 중요하게 부각되었던 경우는 제 생각에 두번 정도입니다. (1) 첫번째가 메이지유신 때입니다. 메이지유신의 핵심슬로건은 손노조이(尊王攘夷), 즉 '왕정을 복구하고 오랑캐를 추방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외세로부터 자국을 보호하고 천황과 쇼군의 더블통치속에 있었던 10세기로 복귀하자는 것이었죠. 아무튼 그래서 명목상의 존재에 불과하던 천황이 중요하게 된겁니다. 지금 일본에서 '일제드라마'로 가장 인기를 얻고 있는 NHK의 '신센구미(新鮮組)'는 바로 당시를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2) 두번째는 2차대전기입니다. 객관적 전력상 열세가 뻔했던 일본이 대미 '도발'을 감행한 동력은 무었이었을까? 당시 毎日新聞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습니다. "만일 우리가 숫자를 두려워했다면 전쟁은 일어나지도 않았을 것이다'. 또한 광신적 군국주의자였던 황도파의 수령 아라키 사다오(荒木貞夫)는 정훈용 찌라시에 "일본의 참된 사명은 황도(천황중심의 사상: 복숭아가 아님)를 사해에 널리 홍포하고 선양하는데 있다. 힘의 부족은 우리가 개의할 바 아니다"라고 썼다고 합니다. 신의 바람, 카미카제는 황도를 실천한 대표선수들이었습니다. 아무튼 전쟁 수행의 중요한 동력이 '천황'이었음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패전후 천황은 쭉~ 죽어지냈습니다. 전범이었으니까요. 물론 헌법에도 당연히 관련조항들이 없었죠. 그런데 자민당이 지금 그 천황을 다시 불러내려 하고 있습니다. 헌법위로...

2. 두번째의 '국가긴급사태' 관련 조항은 국민의 '기본권 제한'에 관련된 조항으로 일본내에서 거센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부분입니다. 정치적 좌파들은 물론이고 중도파들까지 한마디씩 거들고 있습니다. 아무튼 자민당의 오만방자를 엿볼 수 있는 '성문'입니다. 이러한 국민기본권 제한의 좋은 예가 대한민국의 '국가보안법'입니다. 우리나라의 국가보안법은 항상적 '국가긴급사태'를 가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기본권 제한의 극단적 경우라고 할 수 있죠. '극단에 있다'는 것은 '쪽팔리다'는 것과 종이한장 차이입니다.

3. 짐작하시겠지만 군대(현 자위대)의 자격과 역할을 규정하는 위의 3항은 일본 헌법개정 논의의 최대핵심입니다. 일본의 진보적 월간지 '세카이'는 '헌법9조'문제를 거의 매호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유력 일간지들의 중요한 '정식' 메뉴가운데 하나도 바로 이 문제입니다. 아울러 지난 7월의 중참의원 총선에서도 '국민연금', '이라크 파병'과 함께 '헌법개정'은 3대 핵심 쟁점들 가운데 중요한 한가지였습니다. 분위기를 보니까 여론은 대강 기존조항 유지파인 '반무장파'가 오십, 개정파인 '재무장파'가 오십인 듯 한데, 후자의 '개정후 재무장파'간에는 다양한 이견들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유력신문들 가운데 아사히와 마이니찌는 개정반대파쪽으로, 그리고 요미우리와 산케이는 개정찬성파로 분류되는 듯 합니다. 물론 다양한 견해의 복합들이 존재합니다. 이런 와중에 자민당이 '자위대'의 '자위군'으로의 자격변화와 '무장 및 무력사용'을 허용하는 '역할의 조정'을 행심으로 하는 '헌법개정안 시안'을 들고 나왔습니다. 일본국 주변과 내부의 여러가지 정치경제적 조건과 환경이 변화했다는 것이 주요한 근거이며, 국제 사회내에서의 적절한 역할 또한 시리어스하게 강조하고 있습니다.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려는 집요한 노력의 이면에 이러한 상황인식의 변화가 내재해 있습니다. 별 중요한 내용도 아니었던 지난 시절의 한국내 우라늄 농축실험 뉴스를 도쿄에 핵폭탄 떨어진 것처럼 호들갑떨며 보도했던 이유도 사실은 이러저러한 맥락에 연결이 됩니다.

 

아무튼 천황의 재등장과 국민자유권의 제한 그리고 군의 재무장과 무력사용의 합헌화. 뭔가 그림이 좀 그려지지 않습니까? 아직은 만화같지만...  아참! 이번 자민당의 '헌법개정안 소안'은 자민당내에서 토론용으로 마련된 내부시안에 불과합니다. 자민당은 창당 50년째인 2005년에 '당 헌법개정안 확정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습니다.  다른 당들도 자당의 '안'들을 만들테니 좀 더 지켜봐야 할 듯 합니다.

 

sabotage, tok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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