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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한테 흔들의자를 받았었는데
이게 인제 역할을 다하고
최근엔 그냥 자리만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저게 저기 있으니까 거실이 되게 지저분해 보이네...'
자꾸 옷을 벗어서 그 위에다 툭툭 던져 놓습니다.
옷이 막 쌓입니다.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건 또 있습니다.
미루욕조에 들어가는 등받이를 떼어서
욕실 바닥에 대충 놨는데
그것 땜에 화장실이 영 안 깔끔합니다.
'등받이가 저기 있으니까 참 안 좋구만...'
화장실 들어갈 때 마다
같은 생각을 여러번 했습니다.
한 이주일 넘게 그랬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주선생님이
화장실에서 나오는 저한테
이야기합니다.
"화장실 깨끗하지?"
"응...그러네.."
"바닥에 있던 등받이 내가 옮겨놨지..인제 좀 깔끔하지 않어?"
아...그 말을 듣자
평소와 다르게 머리 속에
뭔가 예리한 생각이 스쳐지나갔습니다.
'왜 내가 치울 생각은 안 했지?'
등받이가 지저분하다고 느꼈으면
진작에 치웠으면 되는 건데
진짜로 한번도 직접 치울 생각을 안 했습니다.
이거 정말 무서운 습관입니다.
오랫동안
다른 사람이 가사노동하는 집에서
대충 비벼대며 살았던 습관이 이렇게 안 고쳐지나 싶습니다.
그러고 보니까
비슷한 경우가 아주 많습니다.
'식탁위가 왜 이렇게 지저분하지?'
'욕조 물이 잘 안 빠지네...'
'집안에 먼지가 너무 많어...'
모두 생각만 하고
직접 하지는 않은 것들입니다.
혼자서 깊이 반성합니다.
앞으로는 정말
내가 좀 알아서 집안 일을 해야겠다 맘 먹습니다.
얘기 나오기 전에 알아서 해치우기!
이게 아주 중요합니다.
그 동안엔 아무리 제가 집안 일을 한다고 해도
결국 먼저 알아서 뚝딱 해치우는 건
주선생님이었습니다.
"상구 저 흔들의자 좀 치워줘..."
그러고 보니까
흔들의자 지저분하다는 것도
생각은 되게 오래 전부터 했었습니다.
만약 흔들의자가 가벼워서
베란다로 쉽게 옮길 수 있는 것이었으면
그것도 주선생님이 했을 겁니다.
인제 정말 보이는 족족
어지러워진 것, 지저분한 것들을 치워서
가사노동의 100% 홀로서기를 달성해야 할 것 같습니다.
흔들의자는 주선생님이 치워달라고 하고 나서
2주 후에 치웠습니다.
아직 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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