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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먹을 걸 먹다

미루가 엄청 빨라졌습니다.

 

거실에 있다

잠시 손 씻으러 화장실에 가면

그새 화장실 문 앞에 와 있습니다.

 

작은 방에 옷 가지러 가면

또 금방 작은 방 문턱에

몸을 반쯤 걸치고 엎어져 있습니다.

 

며칠 사이에

이렇게 빨라지다니

놀랍습니다.

 

"따르르르릉..."

 

미루가 안 자고

거실에서 놀고 있을 때

전화가 와서 다행입니다.

 

"여보세요~~"

 

그다지 중요하진 않은데

바로 끊기엔 좀 뭐한 전화가 왔습니다.

 

30초 정도 이런 저런 얘기를 했습니다.

 

"낑낑..."

 

미루가 베란다 쪽으로 향합니다.

 

베란다 쪽에 있는

에어컨에 가서 노는 게 요즘 취미입니다.

 

에어컨에 자기 얼굴이

희미하게 비치는 걸 재밌어 합니다.

 

"그래요, 그럼... 다음달 초 쯤에.."

 

"바스락, 바스락.."

 

전화가 다 끝날 때 쯤이었습니다.

바스락 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베란다쪽을 쳐다봤습니다.

창문이 열려있습니다.

 

"미루야~안 돼~~~!!"

 

미친 듯이 베란다로 향했습니다.

전화기가 놓여 있는 책상과 베란다와의 거리는

약 10cm

 

근데 어쩌다 보니

미루가 책상에 가려서

잠시 시야에 사라졌던 겁니다.

 

그리고 그 잠깐 사이에 사건이 터졌습니다.

미루는 이미 몸의 반이 베란다에 나가 있습니다.

 

왼손에는 말라비틀어진 화초 잎을 쥐고 있습니다.

 

"미루야...입 벌려봐, 입, 입.."

 

손으로 미루 양볼을 쥐어 눌렀습니다.

 

"으응.. 으앙~~"

 

"입 벌려~~~"

 

입 속에

또 다른 화초 잎이 보입니다.

 

손으로 꺼냈습니다.

줄줄 나옵니다. 크기도 큽니다.

 

거즈를 꺼내

입을 막 닦아줬습니다.

 

옆에 넘어져 있던 선인장

안 집어 먹은 게 다행입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못 먹을 걸 먹을 지

걱정입니다. 바짝 신경써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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