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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하면서 또 하나 생기는 문제는
이게 굉장히 졸리다는 겁니다.
무슨 호르몬 하고 관계가 있다고 합니다.
미루한테 젖을 물린 주선생님,
5분쯤 지나면 눈꺼풀이 스르르 감깁니다.
학교 다닐 때 다 해봐서
앉아서 조는 건 익숙한 일일 순 있어도
별로 편한 건 아닙니다.
세상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졸 때 고개가 앞으로 떨어지는 사람
졸 때 고개가 뒤로 넘어가는 사람
두번째 종류의 사람이
졸다가 부상당할 가능성이 큽니다.
주선생님은 앞으로 3회, 뒤로 1회를
번갈아 하는 식입니다.
하도 졸리니까,
"...공중에 베개가 떠 있었으면 좋겠다..기대고 자게..흐흐흐" 이럽니다.
졸리는 건 애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 좀 빠는가 싶더니
10분쯤 지나면 그때부터는 빠는 둥 마는 둥입니다.
그런데, 젖에서 입을 떼어내려고 하면
짜증내고 보챕니다.
다시 물릴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걸 한 40분쯤 반복하고 있으면
주선생님의 얼굴은 울상이 됩니다.
"아...정말 힘들다..."
너무 힘들었던지
진짜 속 깊은 곳으로부터
한숨과 함께 이 말을 내뱉습니다.
그런데도 미루가 계속 젖을 잘 안 빨자
주선생님 비몽사몽간에
최후의 방법을 씁니다.
최근에 선풍기를 하나 샀는데
리모콘이 딸려 있는 훌륭한 선풍기입니다.
그 선풍기 리모콘을 들더니
미루를 향해 리모콘을 대고
'바람세기' 버튼을 누릅니다.
"야~더 세게 먹어, 더 세게~"
애꿎은 선풍기 바람만 강풍, 약풍, 미풍, 다시 강풍, 약풍으로 바뀝니다.
그래도 미루가 반응이 없자,
이번엔 그 옆 버튼을 누릅니다.
'시간 조절' 버튼입니다.
"야~! 30분 먹어~30분~"
"삐~"소리가 납니다.
'30분'이 예약되는 소리입니다.
이렇게 젖먹이는 게 힘드니까
새벽에 6시쯤 젖을 먹이면
오전 10시 30분 정도까지는 골아떨어집니다.
덕분에 제가 아침 밥을 못 먹습니다.
일어나면 같이 먹어야겠다 생각하면서 기다리다가
때를 몇 차례 놓치니까 그냥 습관이 됐습니다.
혹시 주선생님이 제가 자기 때문에
아침도 못 먹는다면서 미안해할까봐
무슨 얘긴가를 하던 중에 한 차례 훌륭한 대사를 날렸습니다.
"너무 미안해 하지마..
너의 잠은 정당한 거야, 힘든 게 당연하지~
그러니까, 당당하게 힘들어 해...알았냐?"
주선생님이 눈빛이 흔들리는 듯 하더니
대답하셨습니다.
"나 하나도 안 미안해...
그냥 계속 졸려.."
그랬습니다.
주선생님은 하나도 안 미안해했습니다.
그러는 게 당연합니다.
근데 이 말이 저는 좀 서운했습니다.
그래서 내일부터 혼자 아침밥 챙겨 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가 포기했습니다.
밥 두번 차리기 귀찮습니다.
댓글 목록
진경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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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부부도 그렇게 의리를 지키다가 놓친 식사가 많지요. 대개는 다섯병이 놓친 식사가 많고... 저는 배고프면 화가 나는 성질이라 챙겨먹는 편이었던거 같습니다. 요샌 아침에 다섯병이 아기를 보다가 저와 교대하고 자러 들어가는데, 그때 아기를 보는 저는 빵 한쪽을 혼자 구워먹습니다.(예의상 권해봤는데 졸린 다섯병은 비틀비틀 방으로 들어가면서 손사레치더군요.) 그래도 저 나름대로의 기준이라면 몇시간 후에 함께 아침식사를 하는데 지장이 없도록 딱 한쪽만 구워먹는다는 것입니다^^ 요샌 우유도 많이 사놓습니다. 새벽에 배가 고프면 의리있는 다섯병은 우유만 먹습니다.빵과 우유... 별로 안좋아했는데 아기보면서 하루한두끼는 이렇게 때우는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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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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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두 미루 엄마 밥 잘챙겨주세요~~ ㅎㅎ 엄마가 잘 먹어야 아가도 맛난 모유 먹죠. 글구 답장 보냈심다~~부가 정보
sanggoo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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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경맘/ 우리도 간식 참 많이 먹어요...수유만 하고 나면 굉장히 배고파하거든요...^^re/열심히 챙겨주려고 노력하는데, 요새는 더워서 부엌에서 요리하는게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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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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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수유할 때 잠이 많이 오는 것도 이유가 있었군요. 그나저나 저는 완모수를 못한 것이 생각보다 오래 저를 괴롭혔는데, 주선생님 이야기를 들으니 젖몸살이 소원이던 저의 생각이 치기에 불과했다는 것을 알겠네요...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