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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가 태어날 때부터 소원이 하나 있었습니다.
"미루야~너는 부디 둥근 머리통을 가져라~"
이게 유난히 소원이었던 이유는
저나 주선생님 머리가 다 둥글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 같은 머리통을
제가 살던 동네에서는 '떡판'이라고 불렀고
지금, 저와 주선생님은 '하트모양'이라고 부릅니다.
뒤판이 바짝 눌려서 '떡판'이 되고
머리통 위쪽의 뒤부분은 올라와 있는 모양
그런데 이게 그냥 올라와 있는 게 아니라
가운데는 쏙 들어간 상태에서 양쪽이 올라와서
마치 하트의 윗부분이랑 비슷하게 생긴 모양
미루는 이런 모양이 아니라
둥그렇고 이쁜 머리 모양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그토록 바래왔었습니다.
그런데 오늘 만져보니까
이미 오른쪽은 '하트의 반쪽'이 되어 있었습니다.
애당초 미루가 하도 오른쪽만 보고 자길래
고개를 왼쪽으로 좀 돌려볼려고 무던히 애를 썼지만
이게 쉽지 않았었습니다.
자꾸 오른쪽만 보면 뒷머리의 오른쪽 부분이 계속 눌리는데
그러면서 머리통 위쪽과 만나는 부분이 솟아오르는 것 같습니다.
인도 대륙이 유라시아 대륙을 밀고 올라와서
히말라야 산맥이 '융기'한 것이랑 같은 이치인 듯 합니다.
그렇다고 엎어재울 수도 없었습니다.
책에 보니까, 엎어재우다가 돌연사 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에
4개월 이전까지는 꼭 눕혀서 재우라고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 애도 그랬는데, 나중에 보니까 둥그렇고 이쁘기만 하더라~"
"조금 눌리더라도 나중에 돌 되기 전에 교정돼~"
이런 말이 잠시 우리에게 희망이 되기도 했었습니다.
"그거, 유전이래~아무리 해도 떡판 될 애들은 떡판 된대.."
이런 말은 우리를
꽤 오래동안 슬프게 했습니다.
열혈 청년이던 대학생 시절에
"불의에 맞서 내가 단식은 죽을 때까지 할 수 있어도
혹시 누가 삭발하라고 하면 어쩌지?" 하는 걱정을 하면서 살았었는데
이 고통을 미루한테 다시 물려줄 생각을 하니
너무나 가슴이 아픕니다.
현재 미루는 오른쪽 머리통의 '융기'를 마치고
왼쪽 머리통의 융기를 준비하고 있는 듯 합니다.
'반쪽 하트'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완전한 하트'를 이룰 것인가
슬픈 선택만이 남아있습니다.
오늘은 정말 괴로운 날입니다.
댓글 목록
뻐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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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떡판이고 누리고 그런데 붕어는 아니지요. 붕어는 아이를 돌보아주시는 분이 부탁도 안 했는데 열심히 골고루 눕히셨답니다. 끈질긴 노력이 필요한 것이지요. 아직 어리니 끈질기게 노력해조세요. ㅋ 제가 키웠으면 붕어도 그냥 떡판으로 살게 되었을 겁니다.부가 정보
모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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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이런 말 들으시면 서운하실지 모르겠지만...'완전한 하트'가 그래도 낫지 않을까요?^^ 하하~ 농담이구요, 이 머리 모양은 말들이 많더라구요. 유전이다 아니다 등등. 저희 가온이는 머리통이 이쁜 편인데 저희 부부는 유전이라고 생각하고 있고, 저희 엄마는 자신이 아이 머리를 끈질기게 이리저리 눕힌 덕분이라 생각하고 있답니다. 뻐꾸기님 말씀대로 열심히 노력해 보심이??부가 정보
진경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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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 제가 슬픔에 잠기게 해드렸었군요. 너무 애닳아 하시는거 같아 위로차 드렸던 말씀이... 유전도 하나의 '설'일 뿐이죠. 희망을 놓지 말으삼!부가 정보
달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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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저도 하트모양인데! 아주 살짝 정수리쪽이 패였죠.하트모양이라.. 그렇게 말하니 왠지 위안이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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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나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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뻐꾸기/붕어가 부러워요~저도 끈질기게 노력할라구요~^^모모/아무래도 완전한 하트가 낫긴 하겠지만....ㅠㅠ 그래도, 뭐 방법이 없을까요?
진경맘/ 알겠삼~희망을 놓지 말아야지..
달군/아..반가워요. 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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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bb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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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재밌게 보고 있습니다. 우리 아들은 진짜 뒷꼭지가 납작하게 태어났었지요. 그 때는 남자를 보면 뒷통수밖에 안보이더군요. 아 저친구 뒤통수는 저렇게 생겼군, 저친구 뒤통수는 예쁘네, 아니 저친구는 왜 이렇게 납작한 거야... 지금은 머리로 가려서 그런지, 익숙해져서 그런지 그다지 눈에 띄게 밉지는 않아요...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