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심한 스머프...님의 [지리산에 다녀와서..] 에 관련된 글.

 

역사와 산을 따라 나선지 오래다.

지난해 애 학원을 핑계거리로 거의 가지 않았기때문이다.

가지 않다 보니까, 은근히 무박산행이 무서워지기도 한다.

잠자는 시간을 그 좁은 버스의자에 앉아서 몸을 비틀며 잠을 청하는게 싫어서인데,

그렇게 보니까 아예 1박을 잡아서 이틀동안 움직이는건 여유로와서 좋았다.
이틀동안 지겹도록 본것은 하얀 눈길, 새파란 하늘, 그리고 쏟아지는 별, 그리고 떠오르는 해,

그 붉은 바다....

아침에 사무실에 출근하자 마자 눈이 어른거리고, 침침하고, 눈꺼풀은 떨리고, 하늘은 침침하고,

형광등 불빛에 눈을 껌벅이면서 적응하자니, 꽤 답답했다.



거림골로 올라간 적은 없었던 초행길이지 싶다.

김재영처럼 지리산을 57번째 가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이름있는 계곡은 대충 다녀본 듯한데,..

 

1. 세석산장은 너무 호화찬란(?)한 산장이었다.

    지나치기만 했지, 산장에서 잠자본 적은 없었는데, 그날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산장에서 자야하는 칼잠을 자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이다.

    다음에 지리산을 오더라도 장터목을 굳이 가지 않고, 세석에서 잠자면 편하고 좋겠다.

    넓고 편하다고 해서, 그리 편하게 깊게 잠들었던건 아니었던거 같다.

    몸을 뒤척일때마다 불편해서 깼는데, 그리고는 또 잠들고, 코를 골아서 옆사람에게

     방해를 주고....

    어쨌든 세석은 너무 좋은 산장이다. 산에서 그렇게 좋은, 편한 곳에서 자는건 좀 미안하다.

     별도 많고, 먹을 것도 잘 먹고, 잠까지 오래도록 잤으니 그이상 뭐가 더 필요하랴..

    술 따로 안가져 가는 바람에 조장한테 '기본이 안되었다'는 소리를 여러번 들었는데,

    무겁더라도 담부터는 소주 한병은 챙겨가자..

 

2. 아침에 우리 조는 가장 먼저 출발했는데, 전날 엄청 먹고서도 아침에 또 배가 고파서

   누룽지 끓인걸 먹고 걷기 시작했다. 근데, 처음 30분 정도는 오르막 길이고, 조장이

   빠르게 빼서 그렇기도 하지만, 가슴이 답답하고 넘 힘들었다.

   약간의 준비운동이나 여유도 없이 출발해서 그렇다고는 하지만, 갑자기 가슴이 막혀 못가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는....

 

3. 장터목을 지날때부터 동쪽하늘이 붉게 물들었는데, 이게 언제쯤 해가 떠오르려나 몰라서

   좀 기다렸다가 보고 갈까 하면서 계속 올랐다. 제석봉에 올랐을때 해가 떠올랐고,

   그 추운데 카메라를 꺼내서 사진을 찍고, 이리저리 뛰다가 넘어지기도 했다.

   그바람에 카메라를 바위에 약간 부닥쳤는데, 그다음부터는 작동중지....

   밧데리가 없어서이거나 , 추워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아래에 내려와서도 여전히 중지.

    오늘 에이에스센터에 맡겼다.....ㅠㅠ

 

4. 올라가면서도, 그 추위속에서 산등성이를 걸으면서도, 참 행복하다는 생각을 여러번 했다.

   언제부터 무릎이 아프다고 오래 걷는 것은 가지도 못했고, 이러다가 산에 가는 건 포기해야

   하는거 아닌가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이제 그럭저럭 잘 걸어가고 있다는게, 신기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약간 무게가 더 나가더라도 큰 배낭을 지고 갈수도 있겠다는 자만심까지..

   이렇게 또 무리 하다가 완전히 무릎이 고장나는거 아닌지 모르겠네..

 

5. 로타리 산장에서 아침겸 점심을 먹으면서, 물을 뜨러 법계사에 들어갔는데, 물 뜨고,

  내려오면서 절을 들른 김에 열심히 합장을 해서 부처님께 기도했다.

  재수의 길로 들어설지도 모를 동희가 맘 편하게 지냈으면 좋겠다는 기도와, 산에 가기전에

  일출을 보면서 기도해 달라고 부탁한 한 공주가 커플생활(?)을 할수 있게해 달라고 빌었다.

  일출을 보면서  빌지 않았기 때문에 그 기도가 효험이 있을런지는 모르겠지만 올해는 짝들을

  찾아서 즐겁게 살아가시길...

 

6. 아침 겸 점심 먹으면서 박인해에게 한 농담은 그에게 마음에 남았나 보다. 올라오는 버스

   안에서 '산오리 아저씨의 말처럼 비와 강동원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하는걸 보면....

   박인해가 한 말은 다 공감이 가고 반성해야 할 것들이었지만, 그렇기 때문에 어린이나

   중고등학생을 만나면 더 할 말이 없어지고 마는 듯하다.

   그나마 몇번 보아왔기에 아는 척하거나, 친한 척하는 것들이 그들에게는 오히려 부담으로

   또는 '어른들은 항상 그모양'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기때문이다.

   어릴적에 어른들이 반말하거나, 똑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느껴 왔을 테지만,

   나이 먹어가고, 어른이 되면서 다시 어른들이 하던 것들을 반복하는 것에 대해 반성할 일이다.

 

7. 2월엔 태백산을 간다는데, 무박이란다.

   가고 싶다는, 가야겠다는 생각이 드는데, 버스안에서 불편함으로 시달릴걸 생각하니 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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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1/15 18:25 2007/01/15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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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ubject: 지리산 일출...

    Tracked from 2007/01/19 11:48  delete

    산오리님의 [지리산 거림골, 세석산장] 에 관련된 글. 제석봉에서 일출을 보았는데, 사람들은 지리산 일출을 보려면 3대에 걸쳐 덕을 쌓아야 한다는데, 산오리는 겨울에 산에 갈때면 대

  1. 리우스 2007/01/15 18:2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흠 참 좋았겠다~ 담달 태백산엔 같이 좀 가시지요~

  2. 스머프 2007/01/15 19:41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일출 보면서 소원 비는건지 몰랐다는...알았으면 엄청 빌었을텐데...(내용은 비밀~ ㅎ)
    그리고, 저는 무조건 추워서 아무 생각없이 헉헉 대기만 했는데, 산에 오르내리면서 참 많은 생각도 하셨네요. 저보다 훨~ 센치한 후기를 쓰실줄이야...참! 담번 태백산은 저도 갈까 말까 생각중인데 역시 무박이라 고민이 되는군요. 산오리도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 ^^

  3. 산오리 2007/01/16 08:5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리우스... 이제는 남는게 시간이라고 호언장담하시더니, 그렇지 않은 모양인데요...좀 한가해 지시지요..
    스머프...산꼭대기서 뜨는 해나 서울하늘에 떠 있는 해나 아마도 같은 해인 모양이던데요. 서울하늘에서도 열심히 많이 빌면 가끔은 쓸모 있을 수도..ㅎㅎ

  4. 김수경 2007/01/17 20:0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울 남편이 "산오리 지리산 갔다" 고 부러워하던데. 저도 부럽네요.
    언제쯤 나도 산오리처럼 자유인이 될 수 있을까

  5. 산오리 2007/01/18 13:07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김수경...남편을 보내든지, 아니면 본인이 직접 오시든지.. 산으로 오시지 그랬어요? 자유인 그거 고달파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