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4월

     

    진달래가

    온 산을 빨갛게 물들여도

    내 마음 속에 담아 온

    따스한 온기 한 점 내 보일 수 없다니

     

    벚꽃이

    온 도시를 하얗게 뒤덮어도

    검은 눈 속에 고요히 숨겨 온

    밝은 웃음 한 점 드러낼 수 없다니

     

    황사가

    온 세상을 뿌옇게 휘감아도

    무심한 세월 속에 묻어 둔

    잿빛 우울 한 점 토해 낼 수 없다니

     

    바람이

    긴 추위를 끈질기게 붙잡고 있어도

    고된 삶 속에 층층이 쌓아 놓은

    한 점 희망조차 노래할 수 없다니

     

     

     
     
     
    2. 공공운수노조 연맹 소식지 '꼼꼼'이 잡지형태로 바뀌어 나왔다.
    산오리의 시는 표지 2에 실어주었다.
    시 보다는 배경 사진으로 깔린 벚꽃 사진이 맘에 든다.
    사진: 공공운수노조 연맹 소식지 '꼼꼼'이 잡지형태로 바뀌어 나왔다.
산오리의 시는 표지 2에 실어주었다.
시 보다는 배경 사진으로 깔린 벚꽃 사진이 맘에 든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3/07/04 15:59 2013/07/04 15:59
Tag //
스스로 죽을 권리도 의무도 없다

어느 산 속 따스한 햇살아래 살다가
손발 잘리고 뿌리마저 뽑혀져
아스팔트 아래 파묻혀도
다시 새싹 키우고 뿌리내리며
살아가는 나무들처럼

넓고 푸른 바닷속을 자유롭게 헤엄치다
그물에 걸리고, 낚시바늘에 온몸 찢어져
... 횟집 어항에 갇혀도
인간들 세상 내다보며
여유롭게 유영하는 물고기들처럼

낫과 톱이 손발을 자를지라도
낚시바늘과 횟칼이 배를 가를지라도
고통이 뼈를 갈아내고
흩날리는 눈처럼 마음이 무너져도
나무나 물고기는
스스로 죽지 않는다

살아 있는 것들은
스스로 태어날 자유가 없듯이
살아 있는 것들은
스스로 죽을 자유도 없다

온몸 산산조각 나고
영혼마저 스러져 갈 때까지
무한 폭력에 맞고 피를 쏟을지라도
무한 탄압에 지쳐 쓰러지더라도
살아 있어야 한다
살아 있어야 한다

나도 당신도
그리고 우리는
스스로 생명을 내던질
아무런 권리도 의무도 없다
<12.27>
 
*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그 영향으로 죽은 분들이 벌써 5분이라니...ㅠㅠ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3/01/03 17:05 2013/01/03 17:05
Tag //

골목대장을 원한다

 

 

코흘리개 어릴 적에는

덩치 크고 주먹 큰 골목대장이

우리들의 대통령이었다

구슬치기 딱지치기로 함께 놀아주고

딴 동네 껄렁치들의 행패도 막아 주었다

 

스무살 즈음에는

통키타와 신중현, 그리고 비틀즈가

우리들의 대통령이었다

숨길 수 없는 자유를 불러주었고

나만의 세상을 열어 주었다

 

서른 마흔 즈음에는

혼자서 거스를 수 없는 돈이

우리들의 태통령이었다

따뜻한 가족도 만들어 주었지만

서글픈 아부도 같이 열어 주었다

 

이즈음에는

껄렁치의 행패를 막을 주먹도 없고

비틀즈의 자유를 만들 재능도 없고

아부를 팽개칠 돈도 만들 수 없는

골목대장들이 사방 팔방에 넘쳐 난다

 

내가 바라지도 않았고,

우리들이 원하지도 않았지만

스스로 골목대장이라 칭하고

스스로 힘이다, 자유다, 돈이다 라고 외치는

껄렁치들만 넘쳐 난다

 

내가 원하는 건

진정한 골목대장

그리고 우리는

함께 똘마니가 되는 것.

 

<2012. 11.27. 곽장영>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2/12/21 13:36 2012/12/21 13:36
Tag //

그게 당신이기를

-KAIST 노조 창립 25주년에 부쳐

 

25년전 이즈음에도

나무는 옷을 벗었고

하늘은 찬 바람을 가득 머금어

눈보라를 퍼부을 준비를 갖추었지

누군가의 슬픔이 나무의 옷을 벗겼고,

누군가의 분노가 하늘에 눈보라를 만들었지

 

우리는

굶주림에 슬퍼 했고,

피 비린내 넘치는 폭력에 분노했다

사람들이 이름 모를 신열(身熱)에 시달렸고

세상이 불을 끄려고 모여 들었다

아니 더 많은 불을 만들려고 모여 들었다

 

지난 세월의 무게는 간 곳이 없고

오늘도

옷 벗은 나무들이 찬바람을 맞고 있고,

먹구름이 하늘에서 눈보라를 날리고 있고

당신들은

어전히 굶주림에 슬퍼하고,

돈 썩는 냄새에 뒤섞인 폭력에 분노한다

 

세상은 어디서 불이 나는지 관심을 끊었고

세기의 분노도 어디론가 사려졌지만

누군가는

꺼져가는 불씨 하나 붙들고

새로운 바람 불어 넣어야 하거늘

 

그게 당신이고,

그게 우리이기를

<2012.12.7. 산오리>

 

 

ps. 날세동! 생일을 축하드리며,

간만에 서울까지 나가서 얼굴보고 술한잔 마시려 했건만,

얼굴 쳐다 보자마자 도망가 버리다니... 이제는 날세동이란 이름도 버려야 할듯.

멀어서 가 보지는 못하지만, 창립기념식 잘 하고, 기념품도 형님 거 꼭 챙겨 놓도록!!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2/12/10 13:23 2012/12/10 13:23
Tag //

그대 향기 한 가닥이라도 내어주기를

- 김준 동지 4주기에 부쳐 -

 

몇 차례의 더위와 추위가 지나 갔고

다시 겨울이 우리 앞에 다가 오고 있습니다

따스한 봄날에도 추위에 떨어야 했고,

따스함을 만들려는 우리의 노력은

여기저기 흩어져 바람에 날려 가고 말았습니다.

 

이 세월 동안

사람의 모습은 점차 변하여

형언할 수 없는 괴물이 되거나

끝 모를 욕심만 가득찬 도둑이 되었습니다

사람의 향기도 점점 줄어 들어

시궁창의 썩은 냄새로 변하거나

피 비린내 가득한 도살장으로 변했습니다

 

이 세월 동안

해마다 닥칠 추위에 맞서

솜이불도 만들지 않고,

칼바람에 맞서 싸우지도 않았습니다

내 몸뚱아리는 커녕

머리통 하나 담을 수 없는 좁아 터진 둥지 속으로

머리만 쳐 박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지난 4년간 어두운 땅 속에서도

사람의 모습을 보셨겠지요

사람의 향기를 느끼셨겠지요

당신은 지난 4년간 차거운 하늘 아래서도

따뜻한 봄을 보셨겠지요

살을 에는 추위를 느끼셨겠지요

그 향기와 느낌을 오롯이 품고 계시겠지요

 

이제

품었던 그 향기 한 가닥

품었던 그 느낌 한 가슴

품었던 사람 냄새 한 줌,

품었던 투쟁 의지 한 웅큼

 

우리들에게 내어주시기를....

<2012. 11.25. 곽장영>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2/11/29 09:13 2012/11/29 09:13
Tag //

내가 세상이다

 

밥을 달라고 하면

깡패들의 주먹이 날아 오고

옷을 달라고 하면

경찰차의 물대포가 불을 뿜는다

집을 달라고 하면

쓰러지는 천막에 불을 지르고

술을 달라고 하면

시퍼런 양잿물 한바가지를 들이 민다

삶을 달라고 하면

죽음을 주겠다 하고,

바로 한 웅큼의 죽음을 넘겨 준다

 

몸은 닳아서 아프고,

마음은 시들어 헛 것만 보이는데

병들었다고 하니 ‘힐링’도 준다

셀 수도 없는 무수한 말들이 난무하고

잡히지도 않는 바람들이 스쳐가고

온 몸에 바른 알약은

신나보다 빨리 증발한다

 

세상을 달라고 하면

세상을 주겠다는 구세주가 필요하다

내가 바로 세상이고

네가 바로 구세주다

<2012.9.24.>

 

연맹 신문 '공공운수 노동자'에 새롭게 시를 연재하기로 했다.

부담은 크지만, 적게라도 고민할 공간을 만들어 가야겠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2012년 9월 27일. 11호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2/10/08 08:52 2012/10/08 08:52
Tag //

 

왔다 갔다 하다가 

산을 오르듯이 골목길을 오르고,

미로를 헤매듯 돌고 돌다가

갇혀서 주저앉았다가

돌아 왔다.

 

오래도록

버스에도 갇혔고,

사람에도 갇혔고,

폭력에도 갇혔다

 

삶은 단순하게

갇혀 있는 것일까

 

http://www.newjinbo.org/xe/bd_member_gossip/1655791

 

무키무키 만만수도 왔었는데,

그들도 보지 못했다..ㅠㅠ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1/08/03 11:08 2011/08/03 11:08
Tag //

오만....3

from 시가 필요한 세상! 2011/05/26 00:55

오만...3

 

그 무섭던 조용주 도망가고 나니

힘겹게 어렵게 견디어 온 동지들

노동조합은 도대체 뭐하고 있냐고

무서운 질책을 쏟아붓는데

 

하루이틀에 변하는 세상이 어디 있냐고

미안하다면서 노동조합을 탈퇴한 동지들이

염치도 없이 순간에 돌아설 여유가 있냐고 

조합원들에게 오히려 반론을 펴고 있는 나는

 

세상에 무서울 게 뭐 있느냐면서

떳떳하게 살자고 자신있게 말하면서도 

내 스스로 무섭거나 주눅 들어 가면서

알 수 없는 눈치를 보고 있다니...

 

<2011. 5. 26.>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1/05/26 00:55 2011/05/26 00:55
Tag //

 

오만...2

 

지지고 볶고 괴롭히고 자르고

수만년 갈 것 처럼 빌려온 권력으로 방자하더니

어느날 갑자기 도망치듯 사라진 놈이라니

 

오고 가는 것이야 제 맘이고

지지고 볶는 것도 남 못 주는 제 버릇일테지만

뭔 뒤가 그리 구려서 정해진 날들도 못채우고 도망가는지

 

영문도 모른 채 찢어지고 데인 상처를 끌어 안고

도망 간 놈 꽁무니만 바라만 보고 있는

불쌍한 중생들, 그리고 나

 

2011. 5. 10.

 

- 조용주가 5월4일 사표를 내고 도망갔단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1/05/10 22:23 2011/05/10 22:23
Tag //

 

오만...1

 

아파트 뒷 베란다 열고

담배 한대 피워 물었더니,

개구리들 합창을 하는구나

 

웃는지 우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스팔트 달리는자동차 소음도 삼키고

네 노래 맘껏 부르는구나

 

내 사는 이 아파트도

한 때는 너네들 삶터였을 테니

미안함을 넘어 부끄럽구나

 

2011. 5. 10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1/05/10 22:06 2011/05/10 22:06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