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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산오리] 목련 (2) 2007/04/13
  2. [산오리] 잃어버린 심장 (9) 2007/03/24
  3. [산오리] 손톱을 깍으며 (5) 2007/03/23
  4. [산오리] 억새 2005/10/11
  5. [산오리] 오만(傲慢) (6) 2005/09/20
  6. [정희성] 여기 타오르는 빛의 성전이-그리고 패러디 (4) 2005/09/14
  7. [산오리] 비(雨) 2005/09/13
  8. [백기완] 아, 나에게도 (2) 2005/09/10
  9. [산오리] 장벽 (2) 2005/09/07
  10. [산오리] 단풍 2 (2) 2004/11/08

 

 목련

 

 

그는

옅은 황사비에 떨어져

아스팔트에 나뒹굴지라도

일주일간 제 색깔을 드러냈지만

 

 

총탄에도 견딜만한 중무장으로

수십년을 견뎌 수만가지 색으로 덧칠하지만

단 하루도 내 목소리를 토하지 못하는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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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4/13 09:36 2007/04/13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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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잃어버린 심장

 

내게는

느끼고 사랑하고

사랑받을 수 있는

심장이 없다고

당신은 말했지

 

피의 흔들림과

가슴의 따스함도

사랑을 위한 열정도

사라졌다고

당신은 말했어

 

심장을 찾아 

허겁지겁 거리를 헤메고

만나는 사람들에게

내 심장이 어딧는지

물어보기도 했어

 

당신이 떠나던 날

난 알았다네

그 동안

당신이 내 심장을

가지고 있었다는 걸

 

          <2007.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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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24 18:34 2007/03/24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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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톱을 깍으며

 

바라지 않아도

손톱 발톱은

세월만큼 빨리 자라

나를 떠난다

 

온갖 타박과 고문 속에서도

수염과 머리털은

억세게도 나를 떠나려 한다

 

친구처럼 다정하게 지내는

양쪽발의 티눈도

일주일이 멀다하고

아픔을 남기고 나를 떠난다

 

때로는

도려내 버리고 싶을 만큼

역겨운 정액도

용두질로 새세상을 찾아간다

 

그래도

떠나지 않고,

떠나려 하지 않는 것은

아득한 사랑

부질없는 미련

 

       <2007. 3.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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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3/23 10:24 2007/03/2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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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


베어 버리기에도

뽑아 버리기에도

너는 억세게 질겨

소도 말도 먹지 않던

천덕꾸러기


메마른 들판에서도

바람 찬 산마루에서도

너는 억세게 살아 남아

손 흔들어 하늘과 하나 되니


땅이 궁금한 구름들과

바다가 그리운 치친 바람들과

삶이 무너지는 사람들 모여

너를 억세게 환호하니


세상은

억세게 견디는 자들의


   <2005. 10. 9. 민둥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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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0/11 09:36 2005/10/11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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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傲慢)


그는 낡은 자전거로

나는 걸어 산책하다가

우연히 소진로에서 만났다

몇 년 만이던가


사람들이 원하는 건 ‘내 집’

사람들이 필요한 건 ‘일자리’

이걸 만들려 노력하고,

싸워야 하는 게 당인데

민주노동당은

집도 일자리도 다 가졌는지

사람들에게서 멀어진다며

되돌아 오지 않겠단다, 그는


내 집도 가지고 있고,

정규직 일자리도 지키고 있는

나는

가슴 한 켠이

뭉턱

잘려 나간 걸

뒤늦게 알았다

  

          <2005.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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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20 10:11 2005/09/20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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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길의 블로그에서 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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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를 위한 정희성의 시와 그 패러디 | 시가 있는 길

2005/09/13 02:49
http://blog.naver.com/gimche/140017289219

진보누리에 서울대 취업박람회에 관한 글을 쓰고서 마지막에 정희성의 시를 덧붙였더니 댓글로 근사한 패러디 시가 올라왔습니다. 패러디한 시가 오히려 더 원본 같다는 느낌이...

'진실&거짓'님이 올려주신 것인데, 패러디한 글의 원저자는 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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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

여기 태워 올리는 어둠의 아성이
                                              정의와  선

그 누가 한국사회의 병폐를 묻거든
눈 들어 관악(冠岳)을 보게 하라.
문어발식 확장에 상처 난 골짜기
기슭이마다 잠식을 위한 공사판 포크레인이
오랜 주라기의 지층(地層)을 파괴해 내린다.
학벌의 마술이 대중의 선망의식으로 내리듯이
관악의 이마에 흐르는 욕망의 권력이여
영원한 대물림의 터전이여.

겨레의 염염을 탐하기 시작한 이 날
헤어졌던 연고를 비로소 마주잡고
여기 새로 땅을 파 헤쳐 독점을 확장하며
한 얼의 슬기를 독점하니
"진리는 우리만의 빛"

온갖 불의와 사악과
어둠의 검은 손을 배출할 때에도
그 어두움의 정수리를 가르며 빛나던 동지여
역사의 갈피마다 기회주의로 슬기롭던
아 우리의 서울대학교.

만년 웅비(雄飛)의 새 터전
이 영봉(靈峯)과 저 기슭에 어린 탐욕들
가슴에 서리담은 민족의 대학인양
불처럼 일어서는 세계의 대학인양
허위로 충만한 어둠의 기둥을 보아라.

겨레의 뜻을 기회로 활용한 이 날
누가 조국이 망해가는 길을 묻거든
눈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
민족의 위대한 상속자를 자처하며
아 기리 빛날 우리만의 서울대학교
타오르는 어둠의 권력욕에 갇혀 있으니
누가 망국의 길을 묻거든
눈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


<원 글>

여기 타 오르는 빛의 성전이
                                              정 희 성

그 누가 길을 묻거든
눈 들어 관악(冠岳)을 보게 하라.
이마가 시원한 봉우리
기슭이마다 어린 예지의 서기(瑞氣)가
오랜 주라기의 지층(地層)을 씻어 내린다.
헐몬의 이슬이 시온의 산들에 내리듯이
관악의 이마에 흐르는 보배로운 기름이여
영원한 생명의 터전이여.

겨레의 염염으로 기약한 이 날
헤어졌던 이마를 비로소 마주대고
여기 새로 땅을 열어
한 얼의 슬기를 불 밝히니
"진리는 나의 빛"

온갖 불의와 사악과
어둠의 검은 손이 눈을 가릴 때에도
그 어두움의 정수리를 가르며 빛나던 예지여
역사의 갈피마다 슬기롭던
아 우리의 서울대학교.

만년 웅비(雄飛)의 새 터전
이 영봉(靈峯)과 저 기슭에 어린 서기(瑞氣)들
가슴에 서리담은 민족의 대학
불처럼 일어서는 세계의 대학
이 충만한 빛 기둥을 보아라.

겨레의 뜻으로 기약한 이 날
누가 조국으로 가는 길을 묻거든
눈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
민족의 위대한 상속자
아 기리 빛날 서울대학교
타오르는 빛의 성전(聖殿)에 있으니
누가 길을 묻거든
눈 들어 관악을 보게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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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14 08:49 2005/09/14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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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雨)


너는

앞서 모인 네 사람들에게

네 몸집보다 큰

사랑의 파문 하나

던지는데


나는

흩어져 있는 내 친구들에게

부서져 가는 내 동지들에게

메말라 가는 내 가족들에게

흩날려 가는 내 연인에게도

여리더라도 살가운

바람 한 토막

전해 주지 못하다니...

 

              <2005. 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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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13 21:14 2005/09/13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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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나에게도

            

                   -백기완

 

아, 나에게도

회초리 들고 네 이놈

종아리를 걷어올리거라 이놈

그러구선 이 질척이는 항로를

살점이 튕기도록 내려칠 그런

어른이 한 분 계셨으면

 

아, 나에게도

갈 데가 없는 나에게도

새해 새아침만은

쏘주병을 들고 가 큰절 올리면

엄하게 꾸짖는다는 것이

잔을 받거라

그러구선 아무 말이 없으시는

그런 이가 한 분 계셨으면

 

인고의 끝은 안보이고

죽음의 끝과 끝까지 맞선

외골수인 나에게도 아, 나에게도

속절없이 엎으러져

목을 놓아 울어도 되고

한사코 소리내여 꺼이꺼이 울어도 될

그런 밤이라도 한 번 있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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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10 18:31 2005/09/10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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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벽(障壁)


살자 살리자 하면서

그 잘난 것들을

살리기 위해

죽고 죽여야 하고


뭉치자 뭉쳐라 하면서

그 허섭스레기들을

뭉치기 위해서

쪼개고 나눠져야 하는


그게 진리라면

그게 세상이라면

세상이 싫다고

단호하게 외치고 싶다


비록

내 안에서 허술하게

쌓아놓은 벽일지라도...


             <2005.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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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07 14:54 2005/09/07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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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 2


당신은 샛노란 옷을 입고 나타나기도 하고

당신은 빠알간 몸뚱아리를 내밀기도 하고

당신은 말로는 쓰지 못하는 신비한 색깔로

물들인 사랑의 마음을

몸으로 몸으로 그리는데


나는

당신에게 드러내 보일 빛깔도 없고

당신에게 자랑할 아름다운 색동옷 한 벌 없고

당신의 마음에 화답할

원색의 몸뚱아리조차 없지만


나도 이제는

노란색 물감통에 내 몸을 절이거나

빠알간 물감 서너 바가지 들이 마시거나

당신이 원하는 신비한 색깔을

마음에 마음에 그리고 있겠다


비록 겨울이 온다 하더라도...

              <2004.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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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08 23:53 2004/11/08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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