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 2


당신은 샛노란 옷을 입고 나타나기도 하고

당신은 빠알간 몸뚱아리를 내밀기도 하고

당신은 말로는 쓰지 못하는 신비한 색깔로

물들인 사랑의 마음을

몸으로 몸으로 그리는데


나는

당신에게 드러내 보일 빛깔도 없고

당신에게 자랑할 아름다운 색동옷 한 벌 없고

당신의 마음에 화답할

원색의 몸뚱아리조차 없지만


나도 이제는

노란색 물감통에 내 몸을 절이거나

빠알간 물감 서너 바가지 들이 마시거나

당신이 원하는 신비한 색깔을

마음에 마음에 그리고 있겠다


비록 겨울이 온다 하더라도...

              <2004.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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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08 23:53 2004/11/08 2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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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나무 2004/11/09 16:5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멋.. 지.. 다..

  2. 김영수 2005/09/07 12:5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정말 좋네요..
    산오리님의 이 감수성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이래 저래 메마른 감성을 조금이나마 채우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