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슴들끼리 모여 논다기에 집안소란스러우니까 밖에 나가서 놀라고, 돈 줄테니까 외딴섬에 가든지 달나라에 가든지 재밋게 놀다 오라 했건만 굳이 깡패같은 머슴 놈을 집에 데려 와서 놀겠다고 하고, 바락바락 악써서는 기어코 데려와서는 사랑채 모여앉아 귀신씨나락 까먹는 소리나 해 대는거 까지는 그럭저럭 참을수 있다지만, 깡패같은 머슴놈 때문에 착한머슴들 깡패될까봐 걱정된 주인들이 모여서는 밖에 나가 놀아라고 난리치는 거 까지는 또 그럴수 있다 했는데, 이런 망할놈의 머슴들이 있나 지버릇 개 못준다고 깡패 본성 스스럼없이 드러내서는 일하던 삽들고서는 나가서 밖에나가 놀라고 잔소리하는 주인들 두들겨 패고, 심지어는 뒤주에 가두는 만행을 저질렀다니 머슴들의 한없는 여유가 부럽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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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07 14:11 2008/08/07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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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벗을 찾아 떠났건만...

 

견딜만 하다고*

살아갈 만 하다고

수백번을 되뇌이면서도

벗을 찾아

지리산으로 떠났다

 

바위사이를 더듬는 계곡물도

연둣빛 새 잎을 여는 봄바람도

낮은 땅바닥을 밝히는 얼레지부터

높은 봉우리 수줍은 진달래꽃망울까지

벗이고 친구였다

 

혼자 서있는 바위도

어울려 서있는 나무들도

사람들이 어설프게 만든

나무계단까지도

나를 환영해 준

벗이고 친구였다

 

산청 어느 골짜기에

집짓고 내려와 사는 도시친구도

새집 짓고 보일러까지 달아

번듯해진 연하천 산장도

언제나 초라해 보여도

초라할수 없는 산장지기도

숲속에서 불쑥 나타날지도 모를

지리산 반달곰 마저도

나를 환영해 준

벗이었고 친구였다

 

견딜만 하다고

살아 갈 만 하다고

다시 수백번을 되뇌이면서도

나타나지 않는 벗

지워지지 않는 그리움

가슴 먹먹한 사랑 

    <2008. 4. 27. 지리산에서>

 

*시인 이원규는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이라는 시에서 '행여 견딜만 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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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09 15:56 2008/05/09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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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유....6

 

 

중고등학생이

촛불들고 거리에 나서고

온 백성이

광우병 걱정하는데

 

나는 실용이다

나는 경제를 살린다

나를 따르라

 

나는 왕이다

나는 신이다

나를 따르라

 

백성을

섬기겠다던

대통령의

화려한 여유

  <20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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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09 15:47 2008/05/09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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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당신 앞에 앉아서

    - 신길수 10주기를 맞아서

 

10년의 세월동안

우리들의 삶에 생활에 투쟁에 

당신의 모습을

뜨겁게 살아 있는 동지로

지키고 싶었습니다

 

우리들의 머리에 가슴에 온 몸에

당신의 모습을

지울수 없는 흑백사진으로

남기려 했습니다

 

10년의 세월동안

당신의 억센손에 남았던 따스한 온기도

슬금 슬금 빠져 나가고

당신의 순진한 웃음 속에 남았던 여유도

푸슬푸슬 사그라 들고

당신의 넓은 가슴속에  남았던 희망도

때 늦은 가을비처럼 식어가고 있습니다

 

10년의 세월동안

당신이 사랑했던 사람들은

여전히 힘겨운 삶에 지쳐가고

당신이 처절하게 외첬던 희망은

더 큰 절망으로 바뀌고 있고

당신이 목숨과 바꿨던 세상은

약육강식과 아비규환의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10년의 세월동안

당신과 달리 우리들은

나약함에 쉽게 물들어 갔고

나를 버리는데 점점 인색해졌고

함께 살고, 함께 싸우는 일을

멀리해 왔습니다

 

다시 당신 앞에 앉아서

당신이 가졌던

온기와 여유와 희망에

이제 새로운 불씨를 지피려 합니다

 

다시 당신 앞에 앉아서

더 큰 사랑과 희망과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떳떳하게 말하려 합니다 

 

        <2008. 05.08.>

 

신길수도 죽은지 10년이 지났다네... 세월이 빠른건지 세상이 무심한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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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07 13:44 2008/05/07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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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유...5

 

국민의 대표를 뽑는다면서

그 놈이 그놈이라거나

딴 세상의 일이라면서

투표 하지 않는

절반의 국민이 즐긴

휴일의 여유

 

기왕이면 한쪽으로

몰아야 한다면서

나를 죽이는지 살리는지도

가리지 않는

나머지 절반의 국민이 즐긴

광기(狂氣)의 여유

 

미친 나라와

미친 국민 속에서

잠간의 허무와 분노를 새기다가

무엇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온 몸 떨림으로 다가오지 않는

산오리가 즐긴

체념의 여유

 

2008.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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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4/10 11:25 2008/04/1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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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유...4

 

새벽 5시

지하주차장에서 올라오는

젊은 처자는 비틀거리다가

굽 높은 신발이 삐거덕거려

난간을 붙잡고도 허우적거리는

오래도록 취하는 여유

 

차를 몰고 주차장을 올라가니

한 아저씨 손들고 차 세워서는

대리운전기사인데 

가는 길에 좀 내려 달라고 하는 

오래도록 일하는 여유

 

운동하겠다고

눈 비비고 일어나

차몰고 신호 어겨 가며

마구 달려가는

나의

어설픈 여유

 

2008.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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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5 14:45 2008/03/25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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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유..3

 

백만민중 가운데 하나이고 싶어

백만민중대회 가다가

대회장 가기도 전에

민중과 전투경찰의 싸움을

뜯어 말린 양일석의

피끓는 여유

 

싸움이 끝났을때

두드려 팼던 민중은

옷 벗어 진  저 아저씨,

싸움을 말리려 뛰어 들었던

양일석을 손가락으로 가르켰던

전투경찰의

생기발랄한 여유

 

때린 놈을 잡거나

말린 놈을 잡거나

백만민중 가운데 하나를 잡거나

어느 놈 하나 감옥에만 가두면 그 뿐이기에

1년 6월의 징역형을 때리고도

만면에 웃음을 머금었을

판사 나으리의

찬란한 여유

 

2008.3.21.

양일석이 1년6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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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4 15:23 2008/03/24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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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유..2

 

담배한대 필 겨를도 없이

허겁지겁 뛰어나와

엘리베이터 타고

1층으로 향하는 출근길

 

엘리베이터 반쪽 창 밖에

계단을 걸어내려가는

교복입은 학생과

한줄기 연기

 

혼자 걸어 내려가며 

계단에서 즐기는

아침 담배 한 대

 

향긋한 여유

 

2008.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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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0 13:28 2008/03/20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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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  유

 

노란색 도로주행 시험 승용차

좌회전 깜박이 켜고 서다

 

젊은 처자 운전대에 앉아

허리 곧게 세우고

양손 운전대 움켜 잡고

신호 바뀔세라

눈 부릅뜨고 있는데..

 

그 옆 자리 앉은 운전 강사 사내

등받이 뒤로 푹 젖히고

두눈 지긋이 감고

따뜻한 봄볕에

나른한 오후를 즐기는

 

느긋한 여유

부러운 여유

 

2008.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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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9 15:27 2008/03/19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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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하게 미쳐보자


하늘이 미치고

땅도 미치고

세월도 미치다


세상이 미치고

나라가 미치고

사람도 미치다


어찌 미치지 않고

목숨이나마 부지할 수 있으랴


새천년은 그렇게 시작되고

나는 미치지 않았노라고

나는 제정신으로 살아가고 있노라고

발버둥치면서

하루 하루에 가라앉아 가고


그래도 적은 사람들은

거꾸로 미치고

거꾸로 모여서 외치기도 한다


나도 이제는

거꾸로라도

확실하게 미쳐보자고 다짐해 본다

미친 사람들의 세상을 위해

 

<2000년 1월 민주노동당 창당에>

 

그때 내가 뭔가 끄적거렸던게 없나 찾았더니,

이런 시가 있었구나

사진한장과 함께 공공연맹 신문에 실렸을라나...

 

8년 지나고 나서,

나는 아직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확실하게는 커녕,

부실하게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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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2/21 17:26 2008/02/21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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