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을 찾아 떠났건만...

 

견딜만 하다고*

살아갈 만 하다고

수백번을 되뇌이면서도

벗을 찾아

지리산으로 떠났다

 

바위사이를 더듬는 계곡물도

연둣빛 새 잎을 여는 봄바람도

낮은 땅바닥을 밝히는 얼레지부터

높은 봉우리 수줍은 진달래꽃망울까지

벗이고 친구였다

 

혼자 서있는 바위도

어울려 서있는 나무들도

사람들이 어설프게 만든

나무계단까지도

나를 환영해 준

벗이고 친구였다

 

산청 어느 골짜기에

집짓고 내려와 사는 도시친구도

새집 짓고 보일러까지 달아

번듯해진 연하천 산장도

언제나 초라해 보여도

초라할수 없는 산장지기도

숲속에서 불쑥 나타날지도 모를

지리산 반달곰 마저도

나를 환영해 준

벗이었고 친구였다

 

견딜만 하다고

살아 갈 만 하다고

다시 수백번을 되뇌이면서도

나타나지 않는 벗

지워지지 않는 그리움

가슴 먹먹한 사랑 

    <2008. 4. 27. 지리산에서>

 

*시인 이원규는 '행여 지리산에 오시려거든'이라는 시에서 '행여 견딜만 하다면 제발 오지 마시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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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09 15:56 2008/05/09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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