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죽을 권리도 의무도 없다

어느 산 속 따스한 햇살아래 살다가
손발 잘리고 뿌리마저 뽑혀져
아스팔트 아래 파묻혀도
다시 새싹 키우고 뿌리내리며
살아가는 나무들처럼

넓고 푸른 바닷속을 자유롭게 헤엄치다
그물에 걸리고, 낚시바늘에 온몸 찢어져
... 횟집 어항에 갇혀도
인간들 세상 내다보며
여유롭게 유영하는 물고기들처럼

낫과 톱이 손발을 자를지라도
낚시바늘과 횟칼이 배를 가를지라도
고통이 뼈를 갈아내고
흩날리는 눈처럼 마음이 무너져도
나무나 물고기는
스스로 죽지 않는다

살아 있는 것들은
스스로 태어날 자유가 없듯이
살아 있는 것들은
스스로 죽을 자유도 없다

온몸 산산조각 나고
영혼마저 스러져 갈 때까지
무한 폭력에 맞고 피를 쏟을지라도
무한 탄압에 지쳐 쓰러지더라도
살아 있어야 한다
살아 있어야 한다

나도 당신도
그리고 우리는
스스로 생명을 내던질
아무런 권리도 의무도 없다
<12.27>
 
*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그 영향으로 죽은 분들이 벌써 5분이라니...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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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1/03 17:05 2013/01/0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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