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향기 한 가닥이라도 내어주기를

- 김준 동지 4주기에 부쳐 -

 

몇 차례의 더위와 추위가 지나 갔고

다시 겨울이 우리 앞에 다가 오고 있습니다

따스한 봄날에도 추위에 떨어야 했고,

따스함을 만들려는 우리의 노력은

여기저기 흩어져 바람에 날려 가고 말았습니다.

 

이 세월 동안

사람의 모습은 점차 변하여

형언할 수 없는 괴물이 되거나

끝 모를 욕심만 가득찬 도둑이 되었습니다

사람의 향기도 점점 줄어 들어

시궁창의 썩은 냄새로 변하거나

피 비린내 가득한 도살장으로 변했습니다

 

이 세월 동안

해마다 닥칠 추위에 맞서

솜이불도 만들지 않고,

칼바람에 맞서 싸우지도 않았습니다

내 몸뚱아리는 커녕

머리통 하나 담을 수 없는 좁아 터진 둥지 속으로

머리만 쳐 박고 있었습니다

 

당신은 지난 4년간 어두운 땅 속에서도

사람의 모습을 보셨겠지요

사람의 향기를 느끼셨겠지요

당신은 지난 4년간 차거운 하늘 아래서도

따뜻한 봄을 보셨겠지요

살을 에는 추위를 느끼셨겠지요

그 향기와 느낌을 오롯이 품고 계시겠지요

 

이제

품었던 그 향기 한 가닥

품었던 그 느낌 한 가슴

품었던 사람 냄새 한 줌,

품었던 투쟁 의지 한 웅큼

 

우리들에게 내어주시기를....

<2012. 11.25. 곽장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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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29 09:13 2012/11/29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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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바두기 2012/11/29 21:1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산오리님의 최근 '시'중에서
    구체적 느낌을 갖도록 설명하는 느낌.
    마치 취중에 쏟아내는 그 느낌...

    그렇게 읽엇습니다.

  2. 산오리 2012/11/30 08:18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이 시는 술과 가까이 할수 없는 상태에서 썼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