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당신이기를

-KAIST 노조 창립 25주년에 부쳐

 

25년전 이즈음에도

나무는 옷을 벗었고

하늘은 찬 바람을 가득 머금어

눈보라를 퍼부을 준비를 갖추었지

누군가의 슬픔이 나무의 옷을 벗겼고,

누군가의 분노가 하늘에 눈보라를 만들었지

 

우리는

굶주림에 슬퍼 했고,

피 비린내 넘치는 폭력에 분노했다

사람들이 이름 모를 신열(身熱)에 시달렸고

세상이 불을 끄려고 모여 들었다

아니 더 많은 불을 만들려고 모여 들었다

 

지난 세월의 무게는 간 곳이 없고

오늘도

옷 벗은 나무들이 찬바람을 맞고 있고,

먹구름이 하늘에서 눈보라를 날리고 있고

당신들은

어전히 굶주림에 슬퍼하고,

돈 썩는 냄새에 뒤섞인 폭력에 분노한다

 

세상은 어디서 불이 나는지 관심을 끊었고

세기의 분노도 어디론가 사려졌지만

누군가는

꺼져가는 불씨 하나 붙들고

새로운 바람 불어 넣어야 하거늘

 

그게 당신이고,

그게 우리이기를

<2012.12.7. 산오리>

 

 

ps. 날세동! 생일을 축하드리며,

간만에 서울까지 나가서 얼굴보고 술한잔 마시려 했건만,

얼굴 쳐다 보자마자 도망가 버리다니... 이제는 날세동이란 이름도 버려야 할듯.

멀어서 가 보지는 못하지만, 창립기념식 잘 하고, 기념품도 형님 거 꼭 챙겨 놓도록!!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12/12/10 13:23 2012/12/10 13:23
Tag //

Trackback Address >> https://blog.jinbo.net/sanori/trackback/1439

  1. 스머프 2012/12/12 13:02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이 날이 날세동 생일이기도 했어요?
    날세동이 왜 도망갔지? 희안하네요.
    시 참 잘쓰셨습니다. 읽기가 쉬우면 잘썼다고 평가하는 1인...ㅋㅋ

  2. 바두기 2012/12/13 00:3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25년..
    한때는 12월 4일, 9일,23일을 기억하며 어디..어디 연구소에 노동조합을 만들었다고
    말하고 다녔는데..
    벌써 25년..
    23일 근방에는 저도 친정집에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제 친정집에도 축시 하나 남겨주시면 좋겠습니다.
    산오리!!

  3. 산오리 2012/12/14 08:16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그 친정집 별로 생각나는게 없는데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