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에 빠져서 강신주라면 뭐라도 보려고 한다. 제자백가 나머지는 언제쯤 나오나?
김수영도 좀 살펴보고자 책을 펼쳤는데, 예상처럼 강신주는 쉽게 그리고 재밋게 김수영을 풀어썻다.
근데, 절반쯤 넘어가니 중언부언에 책한권 분량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보이기도 해서 2/3 쯤 읽고서는 덮었다. 마음에 들지 않거나 지루하면 언제든 책을 덮어라! 가 요즘의 생각이기도 하다.
사실 김수영의 시를 자세하게 음미해 보지 않아서 잘 모...
르기도 하지만, 다시 읽어 보는 시들은 제법 쉽게 다가오기도 한다.
'김일성 만세'는 언제 봐도 멋진 시다.
내침김에 시 한 편 올려 본다. 시도 책사진도 이렇게 올리면 저작권에 걸리는거 아닌지 모르겠다..

* 성(性) / 김수영

그것하고 하고 와서 첫번째로 여편네와
하던 날은 바로 그 이튼날 밤은
아니 바로 그 첫날 밤은 반시간도 넘어 했는데도
여편네가 만족하지 않는다
그년하고 하듯이 혓바닥이 떨어져나가게
물어제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어지간히 다부지게 해줬는데도
여편네가 만족하지 않는다

이게 아무래도 내가 저의 섹스를 개관(槪觀)하고
있는 것을 아는 모양이다
똑똑히는 몰라도 어렴풋이 느껴지는
모양이다

나는 섬찍해서 그전의 둔감한 내 자신으로
다시 돌아간다
연민(憐憫)의 순간이다 황홀(恍惚)의 순간이 아니라
속아 사는 연민(憐憫)의 순간이다

나는 이것이 쏟고난 뒤에도 보통때보다
완연히 한참 더 오래 끌다가 쏟았다
한번 더 고비를 넘을 수도 있었는데 그만큼
지독하게 속이면 내가 곧 속고 만다
<1968. 1. 19>

-김수영을 위하여 1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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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강신주에 빠져서 강신주라면 뭐라도 보려고 한다. 제자백가 나머지는 언제쯤 나오나?
김수영도 좀 살펴보고자 책을 펼쳤는데, 예상처럼 강신주는 쉽게 그리고 재밋게 김수영을 풀어썻다. 
근데, 절반쯤 넘어가니 중언부언에 책한권 분량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보이기도 해서 2/3 쯤 읽고서는 덮었다. 마음에 들지 않거나 지루하면 언제든 책을 덮어라! 가 요즘의 생각이기도 하다.
사실 김수영의 시를 자세하게 음미해 보지 않아서 잘 모르기도 하지만, 다시 읽어 보는 시들은 제법 쉽게 다가오기도 한다. 
'김일성 만세'는 언제 봐도 멋진 시다.
내침김에 시 한 편 올려 본다. 시도 책사진도 이렇게 올리면 저작권에 걸리는거 아닌지 모르겠다..

* 성(性)   /  김수영 

그것하고 하고 와서 첫번째로 여편네와 
하던 날은 바로 그 이튼날 밤은 
아니 바로 그 첫날 밤은 반시간도 넘어 했는데도 
여편네가 만족하지 않는다 
그년하고 하듯이 혓바닥이 떨어져나가게 
물어제끼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어지간히 다부지게 해줬는데도 
여편네가 만족하지 않는다 

이게 아무래도 내가 저의 섹스를 개관(槪觀)하고 
있는 것을 아는 모양이다 
똑똑히는 몰라도 어렴풋이 느껴지는 
모양이다 

나는 섬찍해서 그전의 둔감한 내 자신으로 
다시 돌아간다 
연민(憐憫)의 순간이다 황홀(恍惚)의 순간이 아니라 
속아 사는 연민(憐憫)의 순간이다 

나는 이것이 쏟고난 뒤에도 보통때보다 
완연히 한참 더 오래 끌다가 쏟았다 
한번 더 고비를 넘을 수도 있었는데 그만큼 
지독하게 속이면 내가 곧 속고 만다 
<1968. 1. 19>

-김수영을 위하여 1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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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2/17 14:04 2012/12/17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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