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역사와 산을 따라 나섰다 (17-18일)

영남알프스의 세 능선 가운데, 위 두 능선은 몇년전에 1박2일로 혼자 간 적이 있었는데,

마지막 이 능선은 처음이라 가보고 싶기도 했는데,

홍성에서 친구들이 온다고 해서 무박2일 산행을 간만에 결행했다.

 

갑자기 추워진대다, 집을 나서려고 하니까 속까지 꽉 막혀서

가지 말아야 하나 하다가, 이정도로 산에 못가진 않겠지 하면서 버스를 탔는데,

밤 버스 안에서 제대로 잠들지 못하고, 내내 괴로워 해야 했다.

무언가 체한 모양인데, 몸살처럼 온몸이 쑤시고 아프고...



그렇게 새벽에 버스에서 내렸는데,  우리를 맞이한건 겨울 하늘에 빛나는 별들과,

온세상을 날려버릴 듯한 살벌한 바람이었다.

그 바람을 맞으면서 계곡을 올랐고,

오르는 내내, 그리고 하루종일 몸 상태는 좋아지지 않았다.

그래도 되돌아 가겠다거나, 못가겠다고 할수 없으니

터덜터덜 걸어갈 수밖에...

 

간월산 아래 고개로 올라 신불산을 거쳐 취서산으로..

취서산을 다시 올라가려하니까 힘들거 같아서,

편하게 보이는 길로 우회했는데, 여기서 일행들과 헤어졌다.

다들 취서산에서 바로 하산길로 내려갔는데,

나는 처음부터 가려한 등산코스대로 가고 있었고,

훨씬 더 먼 길을 가야 했다.

그래도 그 길은 그동안의 밋밋한 능선길이 아니라,

아기자기한 바윗길이라, 조금 색다른 멋은 있었지만,

풀리지 않는 몸 때문에 더 힘들기만 했다.

 

내려가는 길에 백운암(이름이 맞나?)에서 떡국을 얻어 먹고

힘좀 내서 내려왔다.

산 위에서의 추위와 바람은 아래 속세에 내려오니,

언제 그랬냐는듯이 조용하고, 따뜻했다.

늦은 밤 서울에 돌아오니, 다시 추위와 바람만이 날아 다녔다.

 

올해 거의 역사와 산을 따라가지 않았더니,

집행부를 제외하고는 별로 아는 사람이 없다.

그래도 젊은 사람들로, 버스를 가득 채우는,

그런 역사와 산의 힘이 살아 나고 있어 다행스러웠다.

박준성 선생의 열정은 여전하고, 7순 이사철 선생의 패기(?)도 변하지 않았고...

 

무박산행은 힘들다는 걸 다시 꼭꼭 기억하겠다고..

오가는 버스에서 쪼그린 잠이 너무 힘들다고..

 

무리한 모양이다. 입술이 부르트고 있으니...

 

 

상태가 좋지 않은데다, 춥고 바람불어 사진찍고 싶은 맘도 없었으나,

카메라 마저도 약이 다 달아, 딱 2장 찍었더니,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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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11/21 16:04 2007/11/21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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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여사 2007/11/23 14:10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ㅎㅎ 엄청 힘들었나보군요.. 산행기가 기운이 하나도 없네. 중간에 하산해서 차에서 쉬지 그랬어요.끌끌끌...

  2. 선경 2007/11/23 16:09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딱 2년전, 똑같은 코스로 다녀왔어요~ 허벅지가 쑥~ 빠지는 줄 알았어요ㅋㅋ 그래도 억새군락지는 잊을수가 없어요 넘 멋져~ 머잖아 대전에서 뵐꺼죠? ㅋㅋ

  3. 산오리 2007/11/23 17:0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여사 / 아예 출발할때 올라가지 말까 생각도 했는데, 그 먼곳까지 가서 그러기는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서..ㅎㅎ
    선경 / 그리 힘든 코스는 아닌 듯하던데..ㅎㅎ 대전에서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