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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임순례 감독은 참 식상한 영화를 만들었다.

대한민국 아줌마들의 힘! 주목받지 못하는 스포츠 종목

(소외받는 자들을 대변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핸드볼!

포기하지 않는 열정이 일구어낸 패배라는 이름의 승리!

낡은 코드로 가득찬 이 영화는 절묘한 타이밍으로 개봉되었다.

 

대선이 끝난 지 한달이 채 지나지 않았다.

민주화 대열에 서있던 386들이 패배를 맞보았던 그 때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영화가 개봉된 것이다.

더구나 올해는 북경 올림픽이 열리는 해다.

곧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기도 하다.

정치와 스포츠가 절묘하게 맞물리는 이 때,

영화는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말한다.

 

임감독에게 생애 최고의 순간은 승리의 순간이 아니다.

값진 패배의 순간이다.

서로 이해하고 화합했다면

함께 호흡했다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용기로 맞섰다면

패배가 승리보다 값질 수도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정말 절묘하게도 영화를 보고 있던 그 시간,

민주노동당 중앙위원회에서 심상정 비대위 체제가 선포됐다.

임순례 감독이 의도한 것은 아니곘지만 기묘한 그 순간,

가장 우려했던 정치적 대타협의 국면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현실을 미화시키는 작용까지 서슴치 않았다.

그러나 난 여전히 판단을 유보하고 있다.)

 

임감독이 2004년 아테테 올림픽 국가대표 핸드볼 선수들에게 보내는 지지와 찬사는

2008년 북경 올림픽에서 또다시

생애 최고의 순간을 만들어낼 핸드볼 선수들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는 것으로 마감된다.

다큐멘터리의 엔딩을 연상시키는 마지막 인터뷰들..

목이 메여 끝내 말을 잊지 못하는 핸드볼 임감독의 여운 있는 표정..

그것들이 그렇다.

 

식상하다고 말하면서도 나는 줄곧 영화를 보면서 웃었고, 울었다.

뻔히 아는 스토리인데도 빨려들게 하는 힘,

임순례 감독의 영화에는 그런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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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학교

 

 

김명준 감독의 2006년 작.

 

촬영과 편집 3년,

긴 시간을 통해 완성된 '우리학교'는 혹가이도 초중고조선학교 아이들의 이야기다.

감독이 이 작품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려 했는 지는 명확하지 않다. 같이 생활하면서 겪었던 몇가지 사건(혹은 에피소드)들을 엮어놓았을 뿐 강조되는 주제는 없는 듯하다.

'우리학교'는 한 때 유행처럼 주목을 받았던 대안학교와 농촌마을의 작은학교를 섞어놓은 듯한, 그래서 입시로 고통받는 아이들은 경험해 볼 수 없는 좋은(?) 교육환경을 가지고 있었다. 선생님과 아이들이 친구처럼 지내고, 같이 잠을 자는 모습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부러움을 살만한 환경일 테다.

하지만 '우리학교'는 슬프다. '분단'이라는 현실이 아이들에게 아픔을 주는 한 아이들은 마냥 행복할 수 없다. 감독은 아이들의 아픔을 깊이 파고들지는 않는다. 굳이 화면에 그 아픔이 담겨지지 않더라도 우리는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이들은?

 

민족주의를 넘어야하는 숙제쯤으로 생각하는 내게 '우리학교'는 흥미로운 주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분명 좋은 영화다. 천박한 자본주의 땅 일본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의 눈빛이 그렇게 맑을 수 있다는 사실을 전해주는 하나의 장면만으로도 충분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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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영화 이야기

어린 시절

경상북도의 점촌이라는 작은 도시에서 영화를 처음 보았다.

지금은 사라져버린 삼일극장에서..

 

삼일극장은  "하춘화쇼" 같은 대형 버라이어티쇼(?)를 볼 수 있었던 곳이기도 한데

미성년자라 관람석에서 쇼를 즐길 수 없었던 나는

아버지의 든든한 빽으로 무대 위 커튼 뒤에 따로 마련된 의자에 앉아 

진행자와 가수, 무용수들이  재빠르게 옷을 갈아입고 분주하게 무대에 오르고 난 후에 

태연하게 노래하고 춤을 추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처음 보았던 영화가 무엇인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문화교실로 눈물 꽤나 쥐어짜는 영화를 본 것 같은데

다른 친구들이 손수건을 적셔가며 울며불며 영화를 보는 동안

나는 왜 그 영화를 보며 친구들이 우는 지에 대해 고민했던 것 같다.

 

삼일극장에서 본 영화만 해도 수십 편은 족히 될 듯하다.

그 시절 성룡이 출연한 영화는 빼놓지 않고 보았고

유지인, 장미희, 정윤희 트로이카라 불리던 배우들이 출연한 영화도 대부분 다 보았다.

공포물도 꽤나 열심히 보러 다녔는데 '월녀의 한'이라는 영화는

두 번 연거푸 보았더니 아직까지 제목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 때부터 버릇이 된 것 같다.

영화를 두 번 이상 보지 않으면 제목도 기억하지 못하는..

 

칼라TV를 일찍 들여놓으셨던 아버지 덕분에

78년엔가 한국에서 최초로 판매되었던 칼라TV를 볼 수 있었는데

주말의 명화나 명화극장, 심지어는 외화시리즈까지 놓치지 않고 보았다.

 

고등학교부터는 대구에서 다녔으므로

그다지 많은 영화를 보지 못한 것 같다.

더구나 한참 연극에 재미를 붙여 동아쇼핑문화센터 관극회원으로 등록하고

거의 매달 연극을 보러 다녔으니

영화 볼 비용이 충분하지도 못했을 테다.

 

그래도 남들만큼은 극장을 들락거렸는데

한일극장, 아카데미극장, 만경관에서 주로 영화를 보았다.

어느날엔가는 문화교실을 땡땡이치고

플래쉬댄스를 보러 갔는데

지금도 what a feeling하는 음절이 흥얼거려지는 걸 보면

영화음악에 꽤나 심취했었나 보다.

그 시절 기억에 남는 영화는 플래쉬댄스 외엔 E.T. 정도

 

대학시절엔 정신없이 지내느라 영화를 본다는 건 거의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함 포템킨이나 기지촌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제목은 기억나지 않는다),

파업전야 같은 영화들을 볼 기회는 있었던 것 같다.

파업전야는 어떤 학교 대강당 쯤에서 본 것으로 기억되는데

영화 상영 자체가 문제가 되던 시절이었다.

 

영화보는 취향에 변화가 생긴 건 

블루벨벳을 보고 난 후였던 것 같다.

언제였던가.. 어느 영화관에서였던가..

누구와 함께 봤던가.. 어떤 내용이었던가..

이런 것들은 기억나지 않는데 출렁이는 푸른빛이 강렬하게 남았다.

후에도 그 영화를 다시 볼 기회가 있었는데 그래도 내용은 생각나지 않는다.

 

왕가위감독의 첫 영화, 열혈남아는 아마도

첫 아이를 가졌을 때 본 것 같다.

입덧과 함께 찾아온 영화에 대한 갈증으로

매일 영화 두 세 편을 보고 잠이 들었는데

어느 날엔가 비디오가게에 들렀더니

안 본 영화가 거의 없을 정도였다.

 

그 때만 해도 왕가위 감독에게 그다지 관심을 갖지는 않았다.

중경삼림으로 왕가위 감독이 유명해지고 난 후에도

내겐 그저 독특한 느낌이 있는 감독 정도로 다가왔다.

그런데 해피투게더를 보고 난 그를 좋아하게 되었다.

소재가 "사랑" 이야기에 머물러 있고

시대적 배경처럼 이미지 배경이 암울하지만

그의 사랑 이야기와 암울한 이미지에는 뭔가 다른 것이 있다.

 

아픔이 있는 사랑.

그는 영화를 통해 사랑을 부정하면서 아픔을 들추어낸다.

인간은 사랑을 통해서라 아니라 아픔을 통해 변화한다고 강변하려는 것 같다.

 

화양연화에서 어둠 속을 타고 오르는 담배연기는

마치 주인공의 심리를 보여주는 것 같다.

그의 다양한 이미지적 시도는

기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인물의 정신적 상태를 표현하기 위해서만 사용된다.

그래서 난 그가 좋다.

 

최근에 난 다시 많은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이제는 단순히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려고 애쓰고 있다.

영화에 담긴 감성만이 아니라

영화를 만든 사람들의 감성까지..

 

그 영화 이야기를 지금부터 시작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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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연행..

세원아, 힘내.

정동진독립영화제 8월 4일부터!!

8월 4일부터 6일까지 정동진초등학교에서 열리는

정동진독립영화제의 상영작이 확정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꼭 보고싶었던 쇼킹패밀리가 장편임에도 불구하고 선정되었네요.

(그동안 정동진독립영화제에서는 장편을 상영하지 않았거든요)

푸른영상 등의 상영회에서 경순 감독과 밤을 새우며 영화이야기를 했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나 부러웠던지..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쑥불을 피우며 대형스크린으로 독립영화를 보는 재미를

올해는 놓치지 마시기를 바랍니다.

관람료는 무료, 학교 교실에서 숙박도 가능할 걸요.. 아마.. 

아래는 정동진독립영화제에서 공지한 작품 소개입니다.

 

 

당신의 영화제! 제8회 정동진독립영화제 상영작 확정!

드디어 고대하시던 제8회 정동진독립영화제의 상영작을 공개합니다. 아래의 영화들과 함께 지옥같은 불볕더위를 한방에 날려버리길 기원합니다.

정동진독립영화제의 화끈한 라인업!
올해의 상영작은 단편 13편과 장편1편입니다. 2편의 다큐멘터리2편의 애니메이션, 그리고 10편의 극영화로 구성되어 있으며 2005년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제작되어진 작품중에 "별이 지는 하늘, 영화가 뜨는 바다"라는 정동진독립영화제만의 독특한 낭만적이지만 독립적인 분위기와 어울릴 수 있는 작품들로 선정되었습니다. 또한, 관객과 함께 만들어가는 영화라는 의미의 "당신의 영화제"에도 부합할 수 있는 모든 관객들이 함께 즐기고,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작품이 바로 JIFF8의 상영작입니다.

섹션1 70분
임성옥 자살기 | 류훈 | 35mm | 칼라 | 17분20초 | 극영화 | 2005
요구르트꽃 | 임희대 | 35mm | 칼라 | 18분 | 극영화 | 2006
부라보 김순봉 | 정승구 | 35mm | 칼라 | 15분55초 | 극영화 | 2005
마스크속, 은밀한 자부심 | 노덕 | 35mm | 칼라 | 17분52초 | 극영화 | 2005

섹션2 73분
아빠가 필요해 | 장형윤 | BETA | 칼라 | 10분 | 애니메이션 | 2005
해우소 | 최병환 | BETA | 칼라 | 3분30초 | 애니메이션 | 2006
누구나 그렇다는 | 윤강로 | 16mm | 칼라 | 6분 | 극영화 | 2006
낙원 | 김종관 | DV6mm | 칼라 | 14분 | 극영화 | 2005
운수좋은 날 | 이한종 | 35mm | 칼라 | 39분 | 극영화 | 2005

섹션3 74분
동방불패 | DV6mm | 칼라 | 19분40초 | 극영화 | 2006
졸업의 이론과 실제 | DV6mm | 칼라 | 14분 | 극영화 | 2006
가희와 BH | 신동석 | DV6mm | 칼라 | 22분 | 극영화 | 2005
in the cold cold night | 기채생 | DV6mm | 칼라 | 18분 | 다큐멘터리 | 2006

섹션4 111분
쇼킹패밀리 | 이경순 | DV6mm | 칼라 | 111분 | 다큐멘터리 | 2006

이번 영화제의 상영작은 극영화 10편, 애니메이션 2편, 다큐멘터리 2편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극영화 10편의 상영작 중 경제적 어려움과 사회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인 [임성옥자살기], [요구르트꽃], [브라보 김순봉], 대구단편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운수좋은 날] 등은 '정작 사람들이 살기 힘들어지는 사람들의 세상'이 되어가고 있는 현실의 이야기들입니다. 그리고 대사로 전달할 수 있는 그 이상을 이미지로 소통하는 [낙원]과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어 호평받은 [누구나 그렇다는]이 기다립니다. 또한 단편의 재미와 감각을 느낄 수 있는 [가희와 BH], [동방불패], [졸업의 이론과 실제]가 상영되며, 남자들만의 전유물로만 알고 있었던 그 무엇에 대한 편견을 깨뜨릴 [마스크속 은밀한 자부심]도 상영됩니다.

애니메이션 2편은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으로 애니메이션 [아빠가 필요해]와 동자승의 짧은 배변기 [해우소]가 상영됩니다.

마지막으로 독립영화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다큐멘터리 2편은 부산지역 인디밴드들의 현재 모습을 담담하게 그린 [in the cold cold night]과 달라지고 있는 가족에 대한 20대, 30대, 40대 여성의 시선을 그린 장편다큐멘터리 [쇼킹패밀리]가 상영됩니다.

모든 상영작은 작품의 감독이 정동진으로 초청되어 상영이 끝난 후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합니다. 영화를 관람하기만 하는 일방적 영화제가 아니라 감독과 관객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공간, 정동진독립영화제의 매력입니다.

현실에 발을 딛고 서 있는 독립영화는 늘 관객과의 만남을 갈구합니다. 그리고 상업영화에 겹겹이 포위되어 "다른" 영화에는 눈조차 돌릴 수 없는 대한민국 영화산업의 현실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독립영화인 그리고 독립영화는 전진하고 있습니다. 매년 정동진독립영화제를 포함하여 전국각지의 독립영화제를 찾아주시는 관객 여러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올해의 정동진독립영화제 역시도 관객 여러분을 배신하지 않겠다는 약속또한 함께 전합니다.

관객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PS. 공동주최단체인 한국영상자료원과 함께 준비하는 특별섹션 "찾아가는 영화관"은 2005년에 이어 계속되고 있는 한국영상자료원의 독립영화 아카이빙과 연계하여 35mm 독립영화 4편과 함께 찾아올 예정입니다. 상영작이 최종적으로 확정되는 대로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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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로이드 작동법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cinematheque&id=1024&page=1

 

김종관 감독은 감정을 그릴 줄 아는 사람이다.

폴라로이드 작동법, 낙원 두 편의 영화에서 그는 사랑과 슬픔을 아름답게 그리고 있다.

 

어느새 독립영화 온라인 상영 메니아가 되어 버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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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세상 영상 들불

KTX승무지부 동지들이 옳습니다.

* 민중언론 참세상[KTX지부, 사측의 '정규직 전환 약속' 증거 공개] 에 관련된 글.

 

그녀들은 약속을 믿었다.

비록 계약서 어느 귀퉁이에도 "정규직 전환"이라는 약속을 명시하지는 못했지만

시간이 흐르면 당연히 될 것이라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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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을 건드리면 나라가 무너진다고?


 

 삼성을 건드리면 나라(경제)가 무너진다고?

 국가의 본질을 이처럼 잘 나타내고 있는 말이 어디 있겠는가?

 (사실 무너지는 건 개인일 뿐인데도.. 그룹총수≠나라)

 자본주의에서 국가는 자본이다.

 검찰 X파일이 보여주고 있듯 한국은 썩은 자본 위에 서 있다.

 그러나 생각해 보라!

 어느 나라 자본이 정부를,

 검찰과 법원을,

 언론을 장악하지 않고 있던가?

 단지 그들의 관리 방법이 한국보다 조금 더 세련되고 치밀한 것 뿐이다.

 자본주의를 무너뜨리지 않는 한 정부도 해사 행위를 자제할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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