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서프 민일성 기자 ]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심상정 진보신당 대표의 한미FTA에 대한 ‘고해성사’ 요구 공개편지에 대해 “토론 제안이 아닌 단지 비판이나 시비를 위한 글일 뿐”이라며 “고해성사 요구는 토론도 아니고 예의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노 전 대통령은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과 같다더니 오늘은 구별해 말해주니 고맙다”면서 “앞으로도 같은 대우 받을 수 있냐? 혼란을 느끼는 이유다”고 진보진영의 포지션에 대해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앞서 심 대표는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한미FTA 협정이 지난 정권의 오류였음을 인정함으로써 폐기전략으로 국론을 모아가는 물꼬를 터줘야 한다”며 노 전 대통령에게 고해성사를 요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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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무현(좌) 전 대통령과 심상정(우) 진보신당 공동대표(자료사진). ⓒ 사람사는세상, 2008 데일리서프라이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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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과련 노 전 대통령이 개설한 토론사이트 ‘민주주의 2.0’에 토론을 요구하는 글들이 올라오자, 노 전 대통령은 16일 밤 “심상정 공동대표님의 글에 대한 저의 생각입니다”란 제목의 글을 올리고 반박에 나섰다.
노 전 대통령은 “심 대표님을 글은, 얼른 보면 토론을 제안하는 글인 것 같은데, 자세히 보면 토론을 제안하는 글이 아니다”며 “단지 저를 비판하는 글일 뿐이다”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또 “심 대표님은 제게 ‘정직하고 통 큰 고백’, ‘고해성사’, ‘사죄’를 요구하고 있다”며 “이렇게 하는 것을 토론이라고 할 수는 없다, 예의에 맞는 일도 아닐 것이다”고 비판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은 심 대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던 ‘동북아 금융허브론’은 세계를 금융위기로 몰아넣은 미국금융자본의 탐욕에 편승하고자 했던 것 아니냐’, ‘제조업을 경시하면서 금융허브를 발전동력으로 삼고자했던 무모함을, 금융자유화를 제도선진화로 잘못 이해한 ‘한미FTA'의 과오를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과연 지금의 금융위기가 한국의 동북아 허브 쟁책, 또는 한미 FTA 때문에 생긴 것이 맞냐”고 반문했다.
노 전 대통령은 “동북아 금융허브 정책에는 규제 개혁과 개방 과제가 있기는 하지만, 이들 정책의 대부분은 아직 발효가 되지 않은 상태에 있고, 이번의 금융위기와는 관련이 없는 것들이다”며 또한 “한미 FTA 안에는 금융 규제의 완화나 개방에 관한 조항이 있다 없다 의견이 갈리고 있지만 그 어느 것도 아직 발효되지 않았고, 역시 이번 금융위기와는 아무 관계가 없는 것들이다”고 반박했다.
그는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비판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라며 “나는 ‘제조업을 경시’한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은 또 “심 대표의 글을 읽어보면, ‘개방 일반’을 문제 삼는 것인지, ‘무분별한 개방’만 문제 삼는 것인지 얼른 이해하기가 어렵다”며 “개방은 세계적인 대세이다. 문제는 그 나라의 경제 수준과 체질에 맞는 개방인가, 무분별한 개방인가 하는 것일 것이다. 그래서 심 대표도 ‘무분별한 개방’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박했다.
노 전 대통령은 “과연 개방을 하지 않으면 이런 구조조정은 일어나지 않는 것일까, 농민들과 재래시장은 옛날 방식으로 계속 잘 살 수 있는 것일까”라며 “결국은 정부가 구조 조정에 따르는 피해를 지원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갈 수밖에 없는 일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심 대표는 무분별한 개방, 미국식 FTA라는 말을 쓰고 있다, 얼른 보면 모든 개방, 모든 FTA를 반대하는 것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며 “실제로 그런 것일까요? 아니면 반론을 곤란하게 하기 위하여 일부러 얼버무린 것일까요”라고 비판했다.
‘한미FTA는 자동차 협상의 종속변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노 전 대통령은 “아직 어떤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저 먼저 한미 FTA를 폐기하자고 깃발을 들어야 하는 것일까, 정말 한국이 가지고 있는 자동차 장벽이 낮아지면 미국산 자동차가 한국 시장을 석권하게 될 것이라는 심 대표의 가정은 사실일까, 심 대표의 말대로 ‘가장 넓은 고용 기반을 가지고 있는 우리 자동차 산업’이 국내 시장에서만 성공할 수 있는 것일까, 그렇게 하면 고용 기반이 유지되는 것일까”라고 반문하며 반박했다.
노 전 대통령은 “이런 문제들은 우리 자동차 산업, 부품산업의 내수시장과 세계시장의 규모와 경쟁력의 요소들을 면밀하게 비교해 보고 말해야 할 것이다”며 “이제 우리 자동차는 해외 시장에서도 국내 시장에서도 보호정책이 아니라 가격과 기술력으로 경쟁해야 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대통령은 심 대표의 ‘이 대통령이 한미FTA 비준을 끌어내기 위해 쇠고기를 양보했다’는 주장에 대해 “이 대통령이 그렇게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른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미국식FTA는 신자유주의의 전형’ 주장에 대해서도 “(참여정부는) 전반적으로는 복지제도를 정비하고, 지출을 늘리고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부의 역할을 확대했다, 국내 총생산 대비 복지 지출과 재정에 의한 재분배 효과도 확대됐다. 노무현 정부는 부동한 투기 억제 정책과 균형발전 정책을 강력하게 시행했다, 그리고 비전 2030도 내놨다”며 “정말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가 작은 정부를 지향한 것일까, 과연 그 정부들이 부자의 정부, 강자의 정부였을까”라고 반박했다.
노 전 대통령은 “노력은 했으나 경제적 사회적 약자를 위하여 심 대표가 주장한 만큼의 진보를 이루어 내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쉽게 생각한다”며 “왜 그 정도밖에 가지 못한 것인지는 심 대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심 대표가 이 나라의 주류 정치세력이 되지 못한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고 꼬집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은 마지막으로 “심 대표의 글을 읽다가 ‘이명박 정부의 역주행에 노 전 대통령도 마음이 편치 않을 것’이라는 대목을 발견하고 좀 혼란스러운 느낌을 받았다”며 “그 동안 심 대표님은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이나. 노무현이나 이명박이나 다 똑 같은 사람들이라고 말해 왔다, 우리는 스스로 중도 진보 정도는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그런 말을 들으면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오늘은 저를 이명박 대통령과 구별하여 말해주니 고맙지 않을 수가 없다”며 “과연 앞으로도 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것인가? 이것이 제가 혼란을 느끼는 이유이다”고 진보 진영의 포지션에 대해 비판했다.
민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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