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法 "KTX 여승무원 실사용자는 철도공사…쟁의행위 정당"

法 "KTX 여승무원 실사용자는 철도공사…쟁의행위 정당"


법원, "철도공사가 KTX여승무원들 위장도급...사실상 탈법행위" - “KTX 여승무원들의 실사용자는 철도공사"

2년 넘게 정규직화를 요구하며 한국철도공사 측과 갈등을 빚고 있는 KTX 여승무원들의 실제 사용자를 한국철도공사로 봐야한다는 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철도공사가 KTX 여승무원들을 위장도급하고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향후 노사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주목된다.

아이러니하게도 KTX 여승무원에게 유리한 이 판단은 KTX 여승무원 노조 간부에 대한 벌금형 선고 판결문에 포함돼 있다.

서울중앙지법은 “업무방해와 시설점거 등의 혐의로 기소된 KTX 노조 승무지부장 민 모 씨에 대해 벌금 150만 원을 선고한다”고 오늘(27일) 밝혔다. 재판부는 “중앙노동위원회 중재에 회부됐음에도 파업을 계속한 점, 한국철도공사의 서울본부를 점거한 행위 등은 적법한 쟁위 절차라고 볼 수 없다”라며 벌금 선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주목할 부분은 벌금형 선고 자체가 아니라 그 논리다. 재판부가 민 씨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것은 철도공사를 상대로 파업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단지 파업 절차가 적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철도공사를 상대로 한 KTX 여승무원들의 쟁의행위 자체와 목적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서류상으로 KTX 여승무원이 소속된 한국철도유통(홍익회)은 한국철도공사가 100% 지분을 가지고 있는데다 철도유통의 사장 등 간부 모두가 철도공사의 간부출신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볼 때, 여승무원의 실사용자는 철도공사”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여승무원 채용 때 철도공사 관계자가 면접에 참여한 점, 철도공사가 여승무원의 퇴직금과 4대 보험료를 지급한 사실, 각종행사 철도공사가 여승무원들을 차출한 점 등도 철도공사를 실사용자로 보는 이유에 포함시켰다.

법원은 위와 같은 이유로 “철도유통과 KTX 여승무원의 근로계약은 형식적이고 맹목적인 것에 지나지 않고, 철도공사와 여승무원 사이에는 적어도 묵시적 근로계약이 성립돼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에 따라 “KTX 여승무원들이 한국철도공사를 상대로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는 '쟁위행위의 목적'은 정당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철도공사가 위장도급을 통해 근로자 보호를 회피하는 것은 사실상 탈법행위로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판단은 KTX 여승무원과 철도공사 양측이 가장 근본적으로 대립해 온 ‘실사용자 여부’에 대해서 법원이 여승무원들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제까지 철도공사 측은 “철도유통에 업무를 위탁했으므로 KTX 여승무원들에 대한 사용자는 철도공사가 아니라 철도유통”이란 입장을 고수해왔다. 철도 공사의 논리대로라면 여승무원들이 철도공사를 상대로 쟁의행위를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요구사항이 있다면 실사용자인 철도유통에 하라”는 것이 철도공사 측의 기본 입장이었다.

법원의 이번 판결으로, 철도공사가 KTX 승무원들과 협상을 거부할 명분이 사라진 것으로 보인다.

“철도공사가 철도유통을 통해 KTX 여승무원들을 위장도급하고 있다”는 법원의 판단이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KTX 사태의 실마리가 될 지 주목된다.

CBS사회부 심훈 기자 simhun@cbs.co.kr


(뉴스부활 20주년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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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공약, 네티즌 '부글부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 공약, 네티즌 '부글부글'
포털사이트 청원 운동 등 불붙어... "언론 뭐했나" 비난도
이경태 (sneercool)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진행 중인 '건강보험 폐지 검토 반대' 청원 서명. 발의된지 하루 만에 2천명이 넘는 네티즌들이 서명에 나서고 있다
ⓒ 이경태
건강보험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에 대한 반대 청원 운동이 인터넷을 달구고 있다.

 

포탈사이트 '다음'에는 지난 22일부터 '건강보험 폐지 검토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진행 중이다. 청원이 발의된지 하루만인 23일 오후 현재 2천여명의 네티즌들이 서명에 동참하고 있다.

 

"수백억 재산 갖고 의료보험료 1만3000원 밖에 내지 않은 후보니까"

 

 

국민건강보험 당연지정제란?

 

현재 국민건강보험법은 99년 도입된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도를 수용하고 있다.

 

이 제도를 통해 국민들은 건강보험이 보장되는 범위 내에서 대한민국 어느 병원에 가도 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제도가 폐지된다면 병원은 수익확대를 위해 건강보험을 지정하지 않아도 돼 국가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의료기관 수가 줄어들 수 있다.

 

네티즌들이 행동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일 <아이뉴스24>의 '제약업, 단기 이명박 효과 낮아... 미래에셋 證'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퍼날러지면서 부터다.

 

기사 중 문제가 된 부분은 "새정부가 의료기관 영리화 및 민간의료보험 활성화 정책에 긍정적 의사를 나타냄으로써 향후 영리병원 도입 및 민영의료보험 활성화가 빠르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고 수가인상과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에 대해 찬성입장을 보임에 따라 국내 의료체계를 비롯한 보험제도가 일대전환기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문구다.

 

네티즌들은 대다수 반대 뜻을 표명하고 나섰다.

 

"의료보험의 민영화는 의료기관의 장과 의사들의 배를 채워줄 수 있는 최고의 만찬이지만 힘 없는 서민들에겐 독배로 작용하는 것이다. 하기야 수백억의 재산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료보험료를 1만3000원 밖에 내지않는 사람이 이 제도를 이해할 것이라는 기대 자체가 무지 웃기지만...." - 아이디 '아스테뉴'

 

"이명박 공약에 당연지정제폐지가 있는지도 모르고 찍은 사람들 많은거 같은데 민영화 후 어떻게 되나 봐라, 삼성,현대, LG 등등 민간보험 가입 안하면 감기나 충치 같은 사소한 것도 치료비 때문에 치료받기도 힘들꺼다." - 아이디 '모던보이'

 

"정말 민영화를 할까? 정말 진심으로 두려워지는군…. 엄마랑 아빠가 다 아프신데, 나 학교 그만두고 일이나 하러 가야되나??" -아이디 '나다'

 

이미 두 달 전부터 밝혀왔던 보건의료의 시장화

 

  
제17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이명박 후보가 19일 저녁 여의도 한나라당 개표상황실에서 부인 김윤옥씨와 함께 개표방송을 지켜보고 있다.
ⓒ 권우성
이명박

 

그러나 이 당선자의 보건의료정책 방향은 이미 두 달전 그 윤곽이 드러났다. 이 당선자 역시 선거운동 기간 동안 공공연히 보건의료의 시장모형을 강조해왔다.

 

일례로 이 당선자는 지난 11월 15일 대한의사협회의 보건의료 정책 질의 중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와 자율단체계약제로의 전환"에 찬성 입장을 보이며 "요양기관 강제지정제 전면 재검토와 보건의료계 전반에 걸쳐 합의와 조율을 통해 새로운 제도의 틀을 모색하겠다"고 답했다.

 

또 "수가 현실화와 의료공급자와 공단의 실질적 계약"에 대해서도 "고난이도 의료행위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되도록 건강보험 수가체계를 개선하고, 의료인이 전문인으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치료할 수 있도록 각종 지원책을 강구하겠다"며 찬성의 뜻을 밝혔다.

 

지난 3일에는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회장 등 의협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갖고 "의료계 현실을 잘 알고 있으며, 의사들이 요구하는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감을 잡고 있고 잘 해결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 다짐도 했다.

 

이 날 주 회장은 "보건보험제도가 30년이나 지났음에도 낡은 패러다임을 고수하는 것은 선진의료를 후퇴시킬 뿐"이라며 "국민과 의료공급자가 공감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건강보험제도를 도입하는 새 정부가 탄생돼야 한다"고 건강보험제도 개선을 강조했었다.

 

정책, 자질 제대로 못 따진 유권자 탓? 제대로 보도 안한 언론 탓?

 

  
서명에 나선 네티즌들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가 폐지되면 서민들의 고통이 더 심해질 것"이라며 이 당선자의 정책에 반대를 표하고 있다
ⓒ 이경태
건강보험

 

네티즌들도 뒤늦은 문제 제기라는 점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 네티즌들은 "선거도 끝난 마당에 불평 불만 토로하는 사람들은 뭐냐"며 "정책선거는 어디서도 못 찾아봤는데 이제 와서 정책이 어떻다고 말할 수 있냐"며 회의적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또 "자업자득 아니냐"며 "대통령 후보의 자질이나 정책 같은 것도 제대로 확인 안 하고 자신의 표를 던져버린 국민의 탓"이라고 답답해하기도 했다.

 

한편, 언론이 대선기간 동안 제대로 된 정책을 국민들에게 알려주지 않았다고 지적하는 네티즌들도 상당수 있었다.

 

"인터넷이라도 좀 들어와 보고 했으면 이런 사단이 나질 않았겠지요. 하지만 조중동에서 온통 이명박 찬양 일색이었으니. 그래서 언론을 밤의 대통령이라고 하는가 봅니다." - 아이디 '향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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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보험폐지는 대운하보다 더 심각한 재앙입니다.

 

 

국민건강보험폐지는 대운하보다 더 심각한 재앙입니다.
 
번호 189358  글쓴이 키노   조회 1668  누리 468 (468/0)  등록일 2007-12-22 04:58 대문 15 톡톡
 
 
 


대선 끝나고 적어도 새정부가 출범할 때까지는 릴랙스 하려고 했습니다만 당선된 지 겨우 이틀 지난 시점인데 벌써부터 조짐이 심상치 않군요. 하루 사이에 각 블로그나 사이트마다 이명박이 국민건강보험 폐지를 추진한다는 말이 계속 올라오기에 무슨 말인고 했더니 국민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를 아주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더불어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역시 폐지를 생각중이라고 하더군요.

자세한 건 제 짧은 지식으로는 알 수가 없지만 한마디로 미국식 의료 체계를 완전히 따라가겠다는 말인데 미국식 의료체계는 그야말로 세계최악이라는걸 다들 아실 겁니다.

예전에 '미수다'에 윈터(강도 폭행사건으로 이슈가 됐던)라는 처자가 나와서 한국의 건강보험을 극찬하면서 이야기했던 자신의 경험담 중 하나가 자신이 미국에서 독감으로 보름 정도 입원했던 적이 있는데 입원비가 무려 우리 돈으로 4500만 원가량이 나왔었다는 말을 했죠. 우리 입장에서는 기가 막히는 소리지만 미국에서는 아주 당연한 이야기입니다.

공공의료가 완전 붕괴되고 이미 모든 건강보험이 사기관으로 넘어간 미국에서는 전 국민의 15%가량인 5000만 명이 건강보험의 혜택에서 완전히 제외되어 있어서 돈 없으면 죽는다는 말이 현실이 되는 나라입니다. 해마다 수백만 명이 의료비 문제로 파산하는 나라가 바로 미국입니다.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라는 건 한마디로 지금처럼 건강보험이 보장하는 범위 내에서는 대한민국 어느 병원에 가도 그 혜택을 그대로 받을 수 있지만 이 제도가 폐지된다면 병원은 건강보험을 선택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 됩니다.

어느 병원에 갔더니 국민건강보험은 안 되고 모모생명의 건강보험만 된다더라. 이렇게 돼버리는 거죠. 당연히 병원 입장에서는 국민건강보험보다는 사기업의 건강보험이 더 유리하기 때문에 결국에 가면 공공건강보험의 역할은 그야말로 유명무실해져 버리게 되겠죠

참 열 받는 게 삼성은 이미 이런 사태를 예견하고 현정부에서부터 그 밑 준비를 착착 진행시켜왔더군요.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1&oid=002&aid=0000020942) 이미 2년 전 기사지만 참 삼성이라는 놈들 가증스러울 정도로 약삭빠르네요.

저도 아직 보지는 못했는데 미국의 의료문제를 다룬 마이클 무어의 '식코'라는 영화를 보면 미국식 의료체계가 불러올 재앙이 어느 정도인지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다고 합니다.

피부가 찢어졌는데 병원에 갔더니 봉합수술에 수백만 원이 필요하다고 해서 자기 손으로 꿰매 버린 사람의 이야기나, 손가락이 절단됐는데 역시 수술할 돈이 없어서 손가락을 그냥 보관중인 사람, 손가락 두 개가 잘렸는데 한 개만 봉합하고 한 개는 그냥 놔두어야 하는 사람……

이런 일이 미국에서는 아주 비일비재하다고 합니다. 4인 가족 기준으로 1년에 의료보험료만 천만 원이 넘어감에도 그 혜택은 우리의 건강보험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고 하는군요.

하여간 밤늦게 술 먹고 이런 내용 보니 머리가 다 아프군요. 만약 이게 정말 현실화된다면 몇 년 후에는 온 사방에서 병원비 없어서 죽은 사람 자살한 사람 이야기를 접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돈 좀 있다고 해서 안심할 문제도 아닙니다.

어느 날 갑자기 교통사고 나서 병원에 입원했더니 몇 개월 후에 억대의 진료 청구서를 받게 될지도 모르고, 암 같은 경우 보험 혜택 없이 개인이 비용을 부담하면 3억에서 5억 이상의 비용이 든다고 하는데 이 정도 금액이면 어지간한 가정에서는 감당할 수 있는 액수가 아닙니다.

기껏 아파트 몇천만 원 올라서 좋아라 하고 있었는데 부모님이 암에 걸리셔서 몇억이 그냥 날아갔다, 가족 중에 환자 한 명 있으면 파산은 시간문제다라고 하는 세상이 정말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미리 사보험에 가입해서 대비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많은 금액을 부담해야 할 것이고 그나마 예상 가능한 재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얼마의 비용이 지출되어야 할지 짐작이라도 할 수 있을까요? 운하도 운하지만 이 문제… 정말 현실화된다고 생각하면 머리가 멍해지는군요.

 

 

ⓒ 키노

미국을 보고도 복지마저 '시장'에 맡기자고?
[주장] 신자유주의 복지의 미래
류동협 (dejavu21)
 
 
이명박 대선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조선>·<중앙>·<동아> 등 주류 언론들은 좌파정부에서 우파정부로 권력이 이동했다고 극찬하고 있다. 맞는 말이면서 동시에 틀린 말이기도 하다.
 
우파 신문사들의 눈에는 참여정부는 진정한 우파정부가 되기에 부족했다. 무엇보다 대북관이 우파스럽지 못했다. 진정한 우파라면 북핵에 보다 강경하게 대처했어야 한다. 대북관만 따지면 참여정부는 우파보다 좌파에 가깝다. 그렇다면 참여정부는 좌파정부인가?

 

참여정부는 말로는 좌파라고 내세우면서 우파의 경제정책을 더 많이 실행했다. 공기업의 민영화를 주도했으며, 미국이나 유럽과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해서 시장을 개방했다. 노동유연화 정책으로 비정규직을 양산하여 기업인들의 자유를 확대시켰다.

 

사회복지보다 시장을 앞세운 정책을 수행한 참여정부는 온건한 우파 신자유주의 정부라고 보는 것이 더욱 합당하다. 성장보다 분배를 중시하겠다는 말을 뒷받침하는 정책의 부재하였기 때문에 참여정부는 결국 빈부격차를 늘리고 사회불안만 가중시켰다.

 

본격적인 신자유주의 정부의 출현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20일 오전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첫 기자회견을 열었다.
ⓒ 권우성
이명박

 

이명박 정부는 좌파에게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되찾겠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앞선 두 정부와 차이점보다 공통점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 바로 특히 참여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을 적극 지지한다. 이명박 정부는 참여정부의 자유무역협정을 적극 계승해서 보다 확대시키겠다 공언했다. 공기업 민영화의 강도도 더욱 높이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사회복지도 민간기업에 개방하겠다고 했다. 참여정부가 소극적인 신자유주의라면, 이명박 정부는 적극적인 신자유주의라고 할 수 있다.

 

신자유주의는 쉽게말해 경제를 통제하는 정부의 통제권을 빼앗아 시장에게 주는 것이다. 현재 직면한 경제적 문제들을 시장의 논리에 맡기면 쉽게 해결된다는 말이다. 심지어 복지제도도 시장에 맡기면 더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신자유주의는 말하고 있다. 정부의 규모도 최대한 축소하고 세금을 줄이면 된다. 만일 민간 시장이 경제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한다면 아주 이상적인 경제논리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신자유주의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시장이 모든 문제의 해결이 될 수 있을까? 이명박 정부가 최고의 모델로 삼고 있는 미국의 경제를 살펴보면 앞으로 한국의 미래를 짐작하는데 도움이 된다. 미국에서 의료보험 없이 사는 사람이 5000만명에 이르고, 배고파서 고통받는 사람은 어린이 900만과 노인 300만을 포함해서 2500만명이나 된다. 이것이 우리가 선진국으로 여기고 닮고 싶어하는 미국 경제의 자화상이다. 사회 복지를 전부 시장에 맡겼더니 시장은 사회적 약자들 돌보지 않았다. 시장은 도덕적 존재가 아닌 비인간적 제도에 불과하다.

 

의사들과 제약회사의 적극적인 지지를 얻은 이명박 정부는 민간의료보험으로 국가의료보험을 대체시키려고 한다. 민간의료보험이 지배하는 미국에서는 몸이 아파도 병원에 가지 못하는 사람이 5천만명이고, 그나마 의료보험이 있는 사람도 의료보험료에 따라서 갈 수 있는 병원이 정해져 있다. 병원이 환자를 거부하거나 심지어 내다버리는 일이 허다하다.

 

미국의 사회복지 문제는 심각한 수준을 넘어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현재 미국 대선후보들 사이에 의료보험을 비롯한 사회보장제도는 가장 먼저 고쳐야 할 중요한 공약이 되었다.

 

시장의 실패에 무능한 신자유주의

 

  
미국 의료제도의 문제점을 다룬 다큐멘타리 <식코>에서 두 손가락이 절단당한 노동자가 어떤 손을 붙일 것인지 상담한다.
ⓒ 마이클 무어
SICKO

미국식 신자유주의는 복지문제에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적 약자를 돕는 일은 기부나 공동체의 힘으로 근근히 유지되고 있지만 최근 미국이 경제적 침체를 겪으면서 그 지원의 손길도 힘들어지고 있다. 국가의 개입을 철저히 막는 신자유주의 시장경제는 배고프고 아픈 사회적 약자들을 외면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의 실패를 해결하고 보완할 제도적 장치도 없이 뛰어들려는 이명박 정부의 미래는 밝다고만 볼 수는 없다.

 

이명박 정부는 기존 정부가 추진한 복지제도에 잘못이 있었다고 해서 그걸 파기하고 시장에 맡겨보려는 심산이다. 복지제도는 한번 바꿔보고 안되면 말고식으로 추진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한번 망가진 복지제도를 다시 세우기는 어렵다.

 

미국도 닉슨 정부시절 신자유주의적 의료보험시장이 형성된 이후 줄곧 고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여전히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다. 근본적 의료제도는 손대지 못하고 있다. 의료제도 개혁의 노력은 제약업계나 병원계의 로비나 저항에 부딪혀 번번히 손을 놓고 있다. 한번 형성된 시장에서 엄청난 이익을 누리는 세력이 이걸 순순히 포기할 이유가 없다.

 

미국의 실패에서 우리는 신자유주의가 만능이 아니라는 것을 배워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약속한 경제성장이 어떤 모습이 될 것인지 생각해보자. 한국 경제가 7%이상 성장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지만, 신자유주의가 보장하는 경제적 성장은 약자들의 희생을 강요해서 얻는 것이다.

 

마이클 무어의 다큐멘타리 <식코(Sicko)>에 약지와 중지가 절단된 노동자가 병원에 가는 장면이 나온다. 중지를 접합하는데는 6만불이 들고 약지는 1만2천불이 든다. 둘다 접합할 돈이 없었던 그 노동자는 의사가 권유한대로 경제적인 약지를 선택한다. 미국에서 의사는 자동차를 파는 세일즈맨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이것이 신자유주의 복지시장을 향해가는 한국의 미래가 아니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 기자의 블로그 "맛있는 대중문화"(ryudonghyup.com)에서도 이 글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디씨]당연지정제 폐지, 건강보험붕괴로 이어진다(울뷰 보내주셈)
 
번호 190824  글쓴이 룰루   조회 1109  누리 709 (709/0)  등록일 2007-12-24 09:52 대문 32 톡톡
 
 
 

서팡님들,

BBK니 이런 건 특검 하라고 당분간 내버려두고 (신당 민병두를 위시한 이 돌대가리들은 총선 때도 BBK 노래를 부를 거 같은데) 명바기 더러운 개x끼인 거 다 아니까 명바기 더럽다고 욕하는데 너무 힘 빼지 말고 제발 당연 지정제 폐지 > 운하 > 자사고 100개 이런 이슈들로 팍팍 넘어갑시다.

요것들이야말로 일반인들이 그나마 알아먹을 만한 이슈들이고 이런 것을 통해 명바기의 정체를 알리는 것이야말로 명바기를 조지는 길입니다.

아래는 디씨 의갤의 개념 글입니다.


명바기 깔려면 알고 까자
 - 당연지정제 폐지와 건강보험붕괴


Interstella


참고로 곧 졸업할 의대 학생입니다. 현직은 아니니 글의 세세한 팩트에 너무 기대하지 마십시오.(이상한 거 있으면 말해주십시오. 고치겠습니다.) 아무튼 제가 정부부처 요인도 아니고 확실한 텍스트를 기반으로 작성한 건 아니지만 이쪽 업계 종사 예정자(내년 3월부터 출근할 듯)로서 주워들은 게 좀 있어서 이 기회에 좀 말해볼까 합니다.

원래 의갤에서 몇 번 써서 올렸는데 그건 동종업자 대상이라 외부인 보기에 너무 어려울듯하여 다시 썼습니다. 길게 써놨지만 맨 뒤에 정리했으니 너무 부담 갖지 말고 읽어주십시오. 귀찮으면 그것만 보셔도 상관없습니다.

일단 기본개념정리부터 하면

※ 건강보험 : 나라에서 운영하는 보험상품. 법으로 강제되는 제도임.

민간보험 : 'AIG 띠링띠링' 요런 거. 자유롭게 계약, 가입, 지급됨.

※ 당연지정제 : 모든 의료기관은 건강보험이라는 보험'만' 계약해야 된다는 법. 강제임.

※ 보험가입 : 환자이자 고객인 사람이 보험회사에 매달 돈 내고 회원이 되는 거.

※ 보험계약 : XX병원이 보험회사랑 계약하는 걸 말함.
(병원이 보험사랑 계약하는 거, 환자가 보험사에 가입하는 거, 요 두 가지 헷갈리지 마십시오. 이거 헷갈리기 시작하면 머리 아픔.)

※ 지급률 : 보험사가 가입자한테 다달이 걷은 돈 중에 일 터질 때마다 치료비로 쓰라고 돌려주는 비율. 100에서 이거 뺀 나머지가 보험사 수익률이 됨.

AIG : 너무 큰 보험회사. 돈 매우 많으며 우리나라 넘실거리는 보험전문회사.

※ 삼성 : 모두가 아는 삼성 맞음.

※ 의료산업화 : 의료를 성장동력으로 육성해서 경제 좀 살려보겠다는 정책.


건강보험이란 게 머냐하면 자동차 보험, 화재보험… 그런 거랑 비슷합니다. 의료비라는 게 원래 매우 많이 비싸서 병 걸리면 돈이 억수로 많이 드니까 평소에 여러 사람이 모아서 일 터졌을 때 병든 사람한테 몰아주는 겁니다.

우리나라에도 건강보험이 있는데 우리나라 건강보험시장은 딱 하나, 바로 건강보험공단이라는 회사에서 만든 국민건강보험(이하 건강보험으로 칭함)이라는 상품만 써야됩니다. 강제이기 때문에 다른 건강보험상품은 사용하지 못합니다.

두 가지 면에서 강제인데

첫째는, 동네 점방병원부터 삼성, 현대아산병원까지 모두 다 건강보험과 계약을 해야 되며 이걸 "당연지정제" 라고 합니다.

둘째로, 모든 국민들, 이건희부터 길바닥 노숙자까지, 건강보험에 자동가입해야 됩니다. 전 국민 의무가입이기 때문에 태어날 때 가입한다고 보면 됩니다.

건강보험을 나라에서 하나로 강제하는 이유는

일단 이것이 의료시장의 특성상, 워낙에 정보가 부족하고 파는 쪽(삼성, 병원, 의사 등등)이 구매하는 쪽(국민)을 속여먹기 쉬워서 그냥 시장에 내버려두면 많이 비싸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없는 사람들은 더 털리기 쉬워서 더 손해고, 그런 연유로 정부가 가격관리차원에서 하는 게 있습니다.

또다른 이유는 지급률이 높다는 겁니다.

무슨 말이냐면, 미국 의료보험사들 지급률이 30% 될까 말까 합니다. 즉, 보험가입자들한테 다달이 걷은 돈이 100억 이라면, 병 걸리고 병원 가고 할 때 나눠주는 돈이 30억이라는 겁니다. 나머지는? 관리비랑 잡다한 거 빼고, 보험사(삼성, AIG)가 이윤으로 돌아갑니다. 아깝지 않나요?

반면에 현행 건강보험 지급률은?

지금 건강보험 재정이 흑자네 적자네 하지만 지급률이 90%가 넘습니다. 그러니까 그냥 걷은 대로 전부 돌려준다고 보면 됩니다. 그래서 정부에서 하는구나… 하면 됩니다.

아무튼, 나라에서 하는 이 보험이 우리에게 참 좋은 제도인 게 우선은, 우리가 병나도 크게 부담 안 되게 목돈 만들어 준다는 거랑, 둘째로 위에서 말한 것처럼 지급률이 참 높다는 데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두 가지는 민간보험 잘 굴려도 비슷하게 낼 수 있는 효과입니다.

이 두 가지 말고 장점이 더 있는 게 바로 "소득에 따라 걷어서 필요에 따라 쓴다"는 겁니다. 사실 이게 건강보험의 가장 큰 특징이자 혜택이며 또한, 건보붕괴로 가는 핵심 키워드이기도 합니다.

이제부터 중요합니다.

건강보험에서 보험료 걷을 때는 소득에 따라 걷기 때문에

 - 한 달에 1억 원씩 버는 사람은… 300만 원 내고
 - 한 달에 100만 원 버는 사람은… 3만 원 내고 (실제로 완전 가난하면 아예 안 내기도 함)

이런 식입니다.

그리고 이걸 가지고 아파서 병원비로 쓸 때는 필요에 따라 쓰기 때문에

 - 병원 안가는 사람은 혜택 볼일이 없고
 - 병원 자주 가는 사람은 무지하게 혜택을 봅니다. 일 년에 천 번 가는 사람도 있다고 하네요. 물론 추가비용 없이. ->>사실 없는 사람들이 아플 일이 더 많기 때문에 오히려 저소득일수록 혜택이 커짐

정리하면, 결국 건강보험의 여러 가지 특징 중 가장 중요한 건 "부자들이 돈 걷어서 없는 사람들 병원비 내주는 시스템" 바로 이겁니다. 소득의 재분배 효과.

소득 상위 5% 가입자가 내는 돈이 아픈 사람들이 쓰는 전체 재정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겁니다. 물론 이렇게 돈 많이 내는 사람들, 아마 거의 건강보험 혜택 볼일 없을 겁니다. 아주 속이 타겠지요. 돈은 매달 수백씩 꼴아 박고 병원 갈 일은 없으니…

그런데 이런 부자들이 싫어할만한 제도가 도입된 이유는 박통이 북한 견제하느라 시작한 것을 전두환이 전 국민으로 확대한 거라서 그런 겁니다. 박통이 하라면 해야지, 별수 있겠습니까? 부자들이라고.

아무튼, 부족한 대로 그렇게 군화와 칼로 시작하여 끌고 온 덕택에 우리는 적은 돈만 내고(서민 70%가 내는 돈이 전체재정의 30%쯤) 똑같은 서비스를 받아온 겁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의료서비스가 저렴한 또 하나의 이유는 강제보험을 정부가 틀어쥐고 가격까지 너무 싸게 억지로 매겨놔서 그런 것도 있답니다. 그래서 의사들이 싫어하는 거고. 아무튼, 이 얘기까지 하면 너무 길어지니 넘어가겠습니다.

그래도 일단 저렴한 의료를 유지하는데 의사들, 특히 외과, 내과, 산부인과 등등 보험과 의사들의 희생이 꽤 있었다는 건 좀 알아줬으면 합니다. 그러니까 너무 욕하지들 마세요. ^^ 물론 보험이랑 상관없는 피부, 성형 요런 건 욕하든 말든… 상관없습니다.

어쨌든 이런 보험을 유지하려면 당연히 누군가는 짜증나겠습니까?

건강보험 시스템하에서 각 주체별 손익계산을 써보면

1. 부자들 -> 매달 수백만 원 내고 병원 갈 일 없는데 짜증남. 매우 손해임.
2. 보험사들 -> 이윤율 50%쯤 되는 엄청난 사업 못함. 군침 흘리고 있음.
3. 의사들 -> 특히 보험과 의사들 엄청나게 짜증남. 자장면 강제로 천원에 파는 중국집 사장 심정과 비슷.
4. 서민들, 평민들 -> 꽤 좋은 제도임. 돈 얼마 안내고 매우 좋은 서비스 받음.
5. 정부 -> 돈 얼마 안들이고 의료제도 해결.

이런 상태라서 1번, 2번, 3번이 건강보험을 바꾸거나 깨려고 노력을 해왔습니다. 그러면 4번, 5번이 좀 막아줘야 할 텐데, 4번들은 정신 줄 놓고 뭐가 좋은지 나쁜지도 모르고 일단 삼성 쵝오~ 명박이짱~ 이러면서 자기들 금송아지를 걷어차질 않았습니까. 5번은 4번 챙겨주는 본연의 책임 등한시하고 1번 2번이랑 붙어먹지를 않나…

그러니 이게 유지가 되겠습니까?

그 시발탄이 "당연지정제 폐지" 입니다. 당연지정제가 모든 병원 100% 강제계약에서 벗어나면 일단 병원들이 건강보험 말고 다른 민간보험 회사들이랑 계약할 수가 있습니다. 건강보험을 벗어나는 민간보험 병원들이 생겨납니다.

'우리 디씨병원은 AIG보험 환자 받습니다.' 이렇게 되는 거고, 그러면 필연적으로 민간보험 병원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도 생겨납니다. 아마도 1번 부자들이 이 대상이 될 겁니다. 돈 좀 있어서 좋은 의료 받고 싶으며 지불능력도 되는…

부자들이 이런 고급병원들 이용하게 되면, 건강보험에다도 다달이 수백씩 내고, 삼성보험에도 또 수백씩 내고… 이렇게 해줄까요? 아닙니다.

사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양측 보험에 모두 돈만 내준다면, '부자들 좋은 병원 이용하든 말든 우리 같은 서민들은 아무 영향 없지'라며 몇몇 사람들이 이렇게 믿고 있던데… 그래서 민간보험 해도 서민 문제없다 머 이렇게 생각하던데…

하지만 그렇게 할거면 보험사랑 병원들이 이 시장에 뛰어들지 못합니다. 저렇게 이쪽저쪽 쌍으로 돈 내줄만한 부자들만 대상으로 해서는 민간보험사업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이윤이 안 나니까요.

그래서 정부에서 아마 부자들이 민간보험으로 갈아타면 건강보험에 돈 안 내도 되게 해줄 겁니다. 시장 만들어야 되니까요. "나 어차피 민간병원만 다닐거니까 건강보험 탈퇴하겠습니다." 이럴거다 이겁니다.

나머지는 돈 없어서 고급병원 못 가니까 그냥 공보험 남는다 치고, 자 그럼 건강보험 불만인 부자 상위 5%가 탈퇴한다면,

지금 시스템의 건강보험에서 100명이 모여서 소득에 따라 걷은 돈 월 100만 원을 가지고 나눠쓴다고 가정하면, 다섯 명이 탈퇴해서 95명. 그런데 그들이 그냥 다섯이 아니라 월 30만 원 부담하던 부자 다섯이라, 30만 원을 들고나간단 말입니다.

그러면 이제는 95명이 70만 원 가지고 나누어 써야 합니다. 이전 같으면 1명당 만원(100만 원/100명)씩 쓸 수 있던 게 1명당 칠천 원(70만 원/95명)으로 떨어집니다. 그럼 어째야 할까요? 당근 예전에 보험에서 커버해주던 병들을 빼야합니다. 보험지급범위가 축소된다 이겁니다. 자꾸 부실해지고요.

이번에는 아까 못 나간 15명(100명 중 소득 6등~20등)이 불만을 가질 겁니다. 공보험이 이전보다 부실하니까요. 이 정도면 민간보험 가는 게 낫겠다 싶어지는 겁니다. 그럼 이번엔 이 사람들이 또 탈퇴합니다. 이들도 30만 원쯤 들고나갑니다. 이제 80명이 40만 원 가지고 나눠쓰는 시대. 1명당 오천 원.

두 사이클만 돌아도 한 사람이 받을 수 있는 돈이 만원에서(100만 원/100명)오천 원으로 떨어집니다.(40만 원/80명)

이렇렇게 몇 바퀴 돌면?

뭐 점점 오그라들다가 그냥 가난한 사람들끼리 서로 돈 모아 도와주는 민망한 보험이 되든지 아예 없어지든지 하겠지요.

당연지정제에 예외 인정해주는 순간 이런 식으로 건강보험 붕괴로 이어지게 되어 있습니다. 건강보험 없애겠습니다 라고 말하는 거랑 당연지정제 예외 인정하겠습니다 라고 말하는 거랑 느낌이 확실히 다르지요? 하지만 사실 같은 말입니다. 아마도 반발심리 줄여보자고 일부러 이렇게 추진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데도 당연지정제 깨봐야 건강보험 붕괴 안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아까 말한 것처럼 상위권 부자들이 민간보험사에도 수백씩 내면서 서민들 위해 건강보험에도 수백씩 예전처럼 턱턱 내준다면야 건강보험 유지되겠지요. 그 돈으로 가난한 사람들 비용까지 댈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아까도 말했듯이, 그렇게 할 거면 애초에 민간보험 시장 자체가 형성이 안되므로 하나마나입니다.

시장 만들겠다는 게 결국 부유층 끌어들이겠다는 건데, 부유층 까면서 시장 만든다? 말이 안되지요. 당연지정제는 콜라병 뚜껑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뚜껑은 따도 콜라는 안 넘치겠지… 하고 기대하는 셈입니다.

그동안 건강보험 쓰던 사람들이 이런 식의 길을 따라서 대부분 민간보험으로 흘러들어갈 거고 이게 의료산업화의 끝이 될 겁니다. 자기들은 그때그때 더 나은 보험을 찾아 옮겨갔을 뿐인데 결과적으로 "건강보험에서 밀려나 민간보험에 끌려들어 가게"되는 꼴이 됩니다.

물론 그때 가입하게 될 보험이란 건 항목별 수가가 이전보다 꽤 비싼(30만 원짜리였던 맹장수술이 300만 원은 될) 것들로 구성되었을 테고, 돈 못 번다고 부자들 돈 끌어다 도와주지도 않으며 지급률도 30% 수준이라 낸 돈의 30%밖에 돌려받지 못하는…

그러므로 건강보험보다 대여섯 배 이상의 보험료를 다달이 내고 예전보다 훠~~얼씬 모자란 서비스를 받게 될 겁니다.

뭐 꼭 단점만 있는 건 아니죠.

의료산업 쪽에 꽤 많은 고용이 창출되며, 대기업들은 큰 이윤을 거두게 될 테고 부자들은 예전과 같거나 적은 돈을 내고도 미국영화에서나 보던 깔끔한 병원에서 여러 의사에게 둘러싸여 양질의 서비스를 받겠지요. 물론 수명도 늘어날 것이고…

또한 실용정부(막상 부르려니 어색하구먼)는 의료산업화를 통한 경제활성화라는 자화자찬할 거리가 생기지 않을까 싶네요. 그냥 90%밖에 안 되는 서민들만 좀 불편할 뿐이지 나머지에게는 참 좋은 제도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런 소리입니다.

뭐 어떻게 생각하든지… 그건 알아서 판단하세요.

요약하면,

1. 당연지정제 손보는 순간 건강보험 붕괴로 쭈~~욱 이어진다. 무슨 일이 있어도.

2. 건강보험 매우 좋다. 있는 사람이 돈 대서 없는 사람 아플 때 돈 주는 제도니까.

3. 부자들이 불만이고 민간보험사랑 손잡고 자기들끼리 놀려고 한다. 없는 사람한테 돈 안주게 된다.

4. 없는 사람들끼리 절대 건강보험 유지 못 한다.

5. 고로 당연지정제 폐지하고 건강보험 유지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6. 서민들 용 민간보험은 현행 건강보험보다 훨씬 비싸고 질은 떨어질 거다. 하지만 이거 써야 됨.

7. 대통령 잘 찍자. 꼬우면 돈 벌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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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드화가 넘쳐나야 평화로운 세상

누드화가 넘쳐나야 평화로운 세상
'김흥수화백의 열정의 세계전' 미술관 가는길에서 12월 31일까지
김형순 (seulsong)
 
 
  
김흥수화백 열정의 세계전 축하공연과 미술관가는길 입구 포스터(오른쪽). 배경그림은 '모린의 나상' 1977. 미국 대학교수시절 제자를 모델로한 작품
ⓒ 김형순
미술관가는길

 

하모니즘을 선포한 지 30주년 기념 '김흥수 화백의 열정적 세계'전이 12월 31일까지 종로구 경운동 미술관가는길에서 열린다. 이번 특별전은 제주현대미술관 김흥수관 개관을 축하하는 뜻도 있고, 내년 90주년전을 기리며 미리 선보이는 전시회 성격도 있다.

 

김흥수 화백(89)은 아직도 현역으로 예술가가 아니라면 발휘할 수 없는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몸 상태가 좋을 땐 하루에 5시간 이상도 작업한단다. 이게 가능한 건 수호천사처럼 그를 보필하는 부인 장수현씨(46·화가 김흥수미술관 관장)가 있기 때문이다.

 

평화와 공존의 미학, 하모니즘

 

그는 초기 리얼리즘을 추구하다 과도기 현실을 담아낼 수 없자, 추상과 구상을 하나로 묶는 하모니즘을 제창한다. 이는 음과 양은 물론이고 추상과 구상, 동양과 서양, 현실과 이상, 정신과 육체, 주체와 객체 등 서로 상반된 두 요소를 한 화면에 담는 것이다.

 

이는 원효가 제창한 화쟁사상의 핵심인 '회통(會通)'을 회화적으로 현대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회통은 가장 모순적인 것처럼 보이는 두 모습이 하나로 통일되는 세상으로 도무지 소통될 수 없는 것이 소통하는 단계를 말한다.

 

이는 또한 동양에서 음이 양이고 양이 음이라는 독특한 일원론과도 통한다. 예컨대 나의 선 속에도 악이 있고 상대방의 악 속에도 선이 있다는 해석이다. 그렇다면 이 세상에 이처럼 포용적인 평화공존사상은 없을 것이다.

 

김 화백은 이런 독보적 미학으로 세계 미술계에 충격을 준다. 이런 아이디어는 하루 아침에 생긴 것이 아니라 한국 현대사의 격랑 속에서 온 것이다. 식민지 체험, 해방 이후 첨예한 이념대립과 좌우익 간 진저리치는 테러와 공포 그리고 분단에서 6·25까지 그에게는 그림에서나마 그걸 씻어낼 평화와 공존의 미학이 절박했다.

 

내 예술의 모체는 여성

 

  
'나를 찾아온 천사' 유화 복합매체 102×100cm 2004. 2002년 3번째 척추수술 후 힘들 때 부인의 헌신적 노력으로 재개한 후 그가 감격하여 아내에게 바친 그림이다.
ⓒ 김형순
김흥수

 

김흥수 화백은 "내 예술의 모체는 여성", 혹은 "여체가 미의 출발점"이라고 말한다. 그가 늙지 않는 비결도 여성에 대한 찬미와 여성을 아끼는 마음에서 오는 것이고, 구순의 나이에도 자신은 서 있고 아내를 의자에 앉히는 배려의 마음에서 오는 것일 것이다.

 

그에게 한국의 피카소라는 별명이 붙은 건 장수한 데다가 여자를 너무 좋아한다는 풍문 때문일까. 하긴 피카소도 이렇게 말했다.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예술가가 될 수 없다."

 

위 '나에게 찾아온 천사'를 보면 그에게 여성은 남성을 구원하는 존재이다. 사실 이 작품은 근작으로 김 화백이 3번째 척추수술을 받은 후 붓을 들 수 없게 되었을 때 그를 일으킨 아내에 대한 사랑이 모티브다. 분명 그에게 여성은 엄청난 열정과 영감의 원천이다.

 

그는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사랑법이 서툴고 촌스럽다고 나무란다. 그의 저서 <나의 체험적 여성론>에서 사랑의 행위는 세레나데를 연주하듯 해야 하고 여인의 육체는 계란을 다르듯 조심스럽게, 보석을 취급하듯 소중하게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계급 없어 누드, 평화의 상징

 

  
'두 포오즈' 유화 혼합매체 320×14cm 1981. 여인의 정신적 심경과 육체적 열정을 누드(구상)와 붉은색 계열의 오방색(추상)으로 그렸다
ⓒ 김형순
김흥수

 

'여인' '나에게 찾아온 천사' '두 포오즈'에서도 보듯 김흥수 화백의 그림에서 누드화가 없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 그는 누구보다 누드화를 즐겨 그렸다. 이는 그가 창시한 평화와 공존의 미학인 하모니즘과도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김 화백은 누드화에 대해 모 일간지와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예술혼이 담긴 누드화에 대한 선구적 의지를 가진 제가 토양을 제대로 닦아놓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예전에 비해 누드화에 대한 생각이 좋아졌어요. 누드는 그 자체가 평화입니다. 사회적 분위기가 평화롭고 안정되어야 비로소 누드화가 인정받게 되는 것입니다."

 

김 화백에게 있어 누드는 계급이 없는 평화의 상징이자 완전한 이상세계다. 누드를 아직 야하거나 상스럽게만 본다면 우리 사회가 아직도 전쟁의 피해의식 속에서 정신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성숙하지 못하고 궁색하다는 뜻이리라. 그는 그래서 대한적십자사로부터 평화를 상징하는 작품을 의뢰받았을 때도 역시 누드화를 그렸다.

 

한국적인 것에 대한 애착

 

  
'추석' 유화 혼합매체 331×128cm 1969. 하늘과 땅과 조상님에게 제사를 지내는 추석을 기원하는 춤(구상)과 이를 액션페인팅 풍으로 자유분방한 색채와 무늬(추상)로 표현했다
ⓒ 김형순
김흥수

 

그의 그림소재는 위 작품 '추석'에서뿐만 아니라 '바구니를 이고 있는 여인', '강강수월래' 등에서 보듯 지극히 한국적이다. 그렇다고 서양적인 것을 배격하는 건 아니다. 그도 파리 가서 자신의 색감이 촌스러움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다만 남의 좋은 점은 수용하되 우리만의 고유한 미를 발굴하자는 제안이다.

 

그래서 그가 입에 달고 다니는 말이 있다. "왜 남의 것을 무턱대고 모방하느냐?", "왜 외국작가만 대우하느냐?" 한국사람이 서양 걸 아무리 잘해봐야 2등밖에 못하는 법, 한국적인 것은 한국사람이 세계 1등을 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가 작품을 할 때마다 문화재를 만드는 심정으로 한다는 말은 이런 점에서 납득이 간다.

 

미륵불, 그의 또 하나의 아이콘

 

  
'염(Thought)' 유화 복합매체 200×91cm 1977. 반가사유상에서 영감을 얻은 붓다의 무아지경(구상)과 불교 세계관을 그린 만다라(추상)의 이상향을 조화롭게 용해했다.
ⓒ 김형순
김흥수

 

 

1977년 하모니즘(Harmonism) 공식문서로 선언

김흥수화백은 1977년 워싱턴 IMF 미술관에서 '조형주의 선언전'을 열면서 음양조형주의(Harmonism)를 세계 최초로 발표했다. 다음은 그 내용전문이다. 올해가 김화백이 '하모니즘 회화'를 주창한 지 꼭 30주년이 되는 뜻 깊은 해이다.

 

<추상과 구상의 용해 - 조형주의 예술의 선언>
음과 양은 서로 상반된 극을 이루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하나의 세계 어울리게 될 때 비로소 완전에 접근하게 되는 것이다. 예술의 세계에서도 예외일 수는 없다. 추상미술의 등장 이후 세계의 화단은 구성주의와 추상주의는 서로 반목적인 상극을 이루어왔다. 사실적인 표현은 틀 속에 얽매여 있다고 볼 수 있는 반면, 추상적 표현은 우연성을 다분히 지니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그 어느 한쪽에 치우쳐 있다는 것은 완전하지 못함을 의미한다. 음과 양이 하나로 어울려 완전을 이룩하듯 사실적인 것과 추상적인 두 작품의 세계가 하나의 작품으로써 용해된 조화를 이룩할 때 조형의 영역은 넘는 오묘한 예술세계를 전개하게 된다. 이것은 궤변이 아니라 진실인 것이다. 극에 이른 추상의 우연적 요소들이 사실 표현의 필연성과 조화를 이를 때 그것은 더욱 넓고 싶은 창조의 예술성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1977년 7월 7일

 

김흥수 화백은 스스로 불교신자가 아니라고 했지만 누드화와 함께 미륵불은 또 하나의 그의 아이콘이다. 박생광 화백도 그렇지만 김 화백도 불교적인 것이 한국미의 정수임을 안다.

 

세계도 불교를 경쟁력 있는 미술아이템으로 받아들인다. 그 중 여성성이 강한 관음보살이나 미륵불이 많이 등장한다.

 

위 작품 '염'은 미륵불을 그린 것으로 그의 대표작이다. 또 한국미술의 최고봉인 반가사유상과 추상적 만다라를 하모니즘 기법으로 융화시켜 성속(聖俗)을 떠나 높은 이상향을 추구하고 있다.

 

이 작품은 하모니즘을 공식선언한 1977년 작으로 그는 이 작품을 통해 하모니즘의 본령을 보여주길 바랐는지 모른다. 그는 이렇게 최상의 종교세계와 최고의 예술세계가 만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의 독보적 미술, 세계도 인정

 

  
1993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에르미타쥬박물관에서 개최된 김흥수화백 작품전 포스터
ⓒ 김형순
김흥수

 

연지곤지 찍은 한국의 여인들이 등장하는 위 작품은 1993년 세계3대 미술관 중 하나인 러시아 에르미타쥬 미술관에서 한국인 최초로 초대전을 연 김흥수 화백의 포스터이다. 이런 전시가 가능한 건 그가 세계 최초로 하모니즘을 제창하여 독자적 길을 걸었고 모방만으론 남의 문화적 식민지가 될 수밖에 없다는 신념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미술평론가 신항섭도 그가 없었다면 세계미술사에 우리가 뭘 내놓을 수 있었으며 한국의 서양미술사 70년은 남 좋은 일만 한 꼴이 되지 않았겠느냐고 되묻는다.

 

처음 국내에서 그의 하모니즘이 소개되었을 때 엄청난 야유와 비난이 쏟아졌지만 그의 예술적 위상과 가치를 차치하고라도 이런 기발한 발상으로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를 보여줌으로써 그는 후배 작가들에게 큰 영감을 주었다. 그는 결국 세계에서도 인정을 받는다.

 

부부애도 하모니즘 예술처럼 꽃피다

 

  
그의 화집에 사인하는 김흥수화백과 그 옆 그의 분신처럼 그를 돕는 부인 장수현씨. 김화백은 턱수염, 우주가 그려진 팬턴트 목걸이, 중절모는 노신사의 심벌이다
ⓒ 김형순
장수현
 
김 화백은 그림 이상으로 1992년 43살이나 어린 제자 장수현씨와 결혼하여 장안에 화제를 뿌렸다. 여성을 남성의 구원자로 보는 그에게 젊은 아내는 잘 어울린다. 그의 수발 역할을 하는 장수현씨는 누구보다 행복해 보였고 그녀의 맑은 미소가 주변을 환히 밝혔다.

 

사실 귀찮아할 법도 한데 김 화백은 사랑이라는 단어와 하트 표시가 들어간 저자서명을 손이 닮도록 써준다. 옆에서 아내가 그렇게 사인을 많이 해도 손 하나 떨지 않는다며 은근히 남편의 건강을 자랑한다. 뭐든 자기주도적으로 열정으로 사는 것이 그의 건강비법이란다.

 

결혼생활에서 싸움은 서로를 이해하는데 필수적이라며 안 맞는 부분을 서로 맞춰가며 조화를 이루려고 노력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다고 말하는 김 화백, 그의 하모니즘처럼 그의 인생도 불협화음 같은 화음을 융화시키며 멋지게 꽃피고 있다.

  
'여인' 유화 혼합매체 240×92cm 1978. 여성의 현재, 과거, 미래를 한 화폭에 담았다. 가슴 아픈 과거의 상처를 딛고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한 여인의 연대기를 그린 것이다.
ⓒ 김형순
김흥수

덧붙이는 글 | 미술관가는길 서울 종로구 경운동 63-7 이양원 빌딩 1층
전화 02)738-9199 www.gomuseum.co.kr(작가약력, 약도 등 참고) 입장무료
개간시간: 오전10시부터 오후7시까지 이메일: go-museum@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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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은 87년 체제는 가라!

낡은 87년 체제는 가라!
  [시론] "'이명박 시대'의 진보진영, 지나친 절망도 금물"
 
  2007-12-20 오전 11:18:42
 
   
 
 
  이변은 없었다.
  
  "내가 BBK를 만들었다"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자신의 동영상도 민생파탄을 가져온 민주화정권, 특히 노무현 정권을 심판하고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민심의 분노를 막지는 못했다.
  
  역시 신자유주의와 노무현 대통령의 힘은 역시 위대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신자유주의정책은 사상 유례없는 양극화를 가져옴으로써 민심의 보수화를 가져왔다. 게다가 노대통령의 독선과 품격 없는 언행은 국민들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게 만들었다. 결국 이번 선거는 처음부터 정동영 대 이명박의 선거의 아니라 노무현 대 노무현의 선거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객관적 조건 못지않게 이번 대선의 결과를 가져온 것은 대통합민주신당으로 대변되는 정치권의 자유주의진영, 그리고 재야원로를 비롯한 시민사회의 민주화운동진영의 잘못된 선거 전략이다. 정동영으로 대변되는 자유주의진영이 그나마 선거에서 살아남는 길은 그간의 신자유주의정책에 대해 발본적으로 자기비판을 하고 문국현 후보처럼 반신자유주의적 대안을 제시하며 다시 민심을 얻으려고 노력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아니라 대북정책을 중심으로 한 낡은 반수구 논리로 한나라당을 공격하는 한편 BBK '한 방'만 기다리고 있었다. 한 마디로, 민심의 헛다리나 집고 있었던 것이다.
  
▲ ⓒ프레시안

  재야원로를 비롯한 시민사회의 민주화운동 진영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민주화운동 진영의 대선 전략과 관련해 "멍청아, 문제는 평화가 아니라 경제야"(<프레시안>2007년 7월 23일) 등의 글을 통해 이미 이 지면에 여러 차례 지적한 바 있듯이 우리 사회는 97년 경제위기와 함께 신자유주의적인 97년 체제로 변했으며 우리 사회의 주모순은 이를 둘러싼 반신자유주의의 문제이지 87년 체제의 유제인 민주대 반민주가 아니다.
  
  그러나 원로들과 시민사회의 일부 민주화 진영은 이미 사라진 87년 체제의 민주대 반민주의 구도라는 낡아빠진 동아줄을 붙잡고 반수구, 반부패, 반한나라당 전선에 참여하라고 국민들에게 목소리나 높이고 있었다. 그 결정판이 이명박 후보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결정을 내리자 광화문 촛불시위를 제안하고 나선 것이다. 이처럼 민심을 모르니 대선의 참패는 당연한 결과이다.
  
  민심의 핵심인 민생과 반신자유주의 문제의 경우 진보적 자유주의자인 문국현 전 유한컴벌리사장이 정치에 입문하며 의제를 선점하고 나섰지만 너무 늦게 경기에 뛰어든 데다가 조직적 열세 등으로 별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진정한 패자는 진보진영
  
  그러나 정작 이번 대선의 최대의 패배자는 정동영 후보와 자유주의진영도, 문국현도 아니다. 오히려 민주노동당과 진보진영이다. 민주노동당은 2002년 대선보다 오히려 후퇴를 해 3% 득표에 그쳤고 이회창, 문국현 보다 못한 5위로 밀려났다.
  
  2002년 대선의 경우 민주노동당은 원외정당이었을 뿐 아니라 노무현, 이회창 간의 박빙승부로 인한 사표심리, 막판의 정몽준 해프닝으로 인한 노무현 동정표의 이탈 등으로 아주 어려운 조건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의 경우 원내 제 3당이 됐고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실정에 따른 민생파탄으로 진보정당 성장의 호조건이 만들어졌으며 어차피 이명박 후보의 독주체제로 인해 사표심리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한 마디로, 2002년에 비해 너무도 유리한 조건이었다. 그러나 그 결과는 정반대였다. 이는 자유주의자들의 패배이상으로 자업자득이다.
  
  우선 이는 내가 다른 글("손호철의 정치논평: 진보의 세대교체", <한국일보>, 2007년 7월 30일자)에서 이미 경고한 바 있듯이 권영길 후보가 살신성인의 자세로 세대교체를 감행하는 대신 노욕을 버리지 못하고 출마함으로써, 그것도 당내 다수파이기는 하지만 대중적 정서와는 거리가 먼 자주파의 지지를 받아 승리하는 순간 이 같은 결과는 이미 예정된 것이었다.
  
  게다가 대선과정에서 정치적으로도 옳지 않을 뿐 아니라 대중적 정서와도 거리가 먼 코리아 연방공화국이라는 슬로건을 들고 나왔다. 아니 세상에 북한과 같은 세습왕정을 민주화하지 않고 '세습왕정'과 (대한민국과 같은) '공화국'이 어떻게 연방을 한단 말인가? '코리아 왕정-공화국 연방'이라굽쇼? 소도 웃을 이야기이다.
  
  한국사회당의 경우 사회적 공화주의라는 담론을 가지고 새로운 진보의 모습을 보여줬지만 대중적 지지를 얻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노동자의 힘을 비롯한 제도 정치권 밖의 좌파들 역시 선거정치를 넘어선 반신자유주의 전선과 반신자유주의 투쟁을 목소리 높여 외쳤지만 별 의미 있는 투쟁을 전개하지 못 했다.
  
  그동안 이문열을 비롯한 냉전적 보수세력들은 한국사회의 대립구도를 수구적 좌파 대 진보적 우파의 대결이라는 말도 되지 않는 주장을 해왔다. 수구 대 진보를 단순히 변화에 대한 태도로 단순화시키는 이 같은 용법은 문제가 많다.
  
  그러나 이번 대선을 되돌아보면서 이 같은 용법이 그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바꾸었다. 냉전적 보수 세력은 박근혜와 같은 낡은 보수로는 민심을 잡을 수 없다고 생각해 이명박과 같은 실용적 보수, 새로운 보수에 배팅을 했다. 그러나 자유주의 진영과 진보 진영은 수구적 좌파라는 표현이 공감이 갈 정도로 변화하지 못하고 낡은 87년 패러다임에 매달려 있었다.
  
  신자유주의에 의한 민생파탄이 문제의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자유주의진영은 "피는 물보다 진하다"느니 "개성동영"이라는 구호 아래 대북정책을 중심으로 수구 대 개혁의 구도에 매달려 있었고 시민사회의 원로들 역시 철 지난 반수구 반한나라당 로고송이나 부르고 있었다. 민주노동당역시 낡은 주사파와 민족해방파의 논리에 의해 코리아연방 운운하고 있었던 것이다.
  
  87년 체제에 대한 미련을 버려라
  
  문제는 이제 이번 대선을 계기로 자유주의 진영과 진보 진영이 얼마나 자기개혁을 하고 새롭게 태어나느냐는 것이다. 정동영 후보는 대선 막판에 가서야 그동안 자신들이 얼마나 민생에 고통을 주었는지 절감했다고 토로한 바 있다. 자유주의진영은 지금이라도 그간의 신자유주의정책에 대해 발본적인 자기비판을 하고 새로운 정체성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민주노동당은 이번 위기를 다시 한 번 봉합하려 할 것이 아니라 재창당수준의 대수술을 해야 한다. 핵심은 북한에 대한 태도이다. 더 이상 북한은 진보적 체제가 아니며 시대착오적인 세습왕정임을 인정하고 북한 문제를 세습군주인 김정일 체제가 아니라 고통 받고 있는 북한민중의 입장에서 다루는 방향으로 방향전환을 해야 한다. 이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가 이루어질 수 없다면 당장은 고통스럽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친북적인 조선노동당과 그렇지 않은 민주노동당이 분당을 해야 한다.
  
  주요한 또 다른 사안은 BBK 특검문제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이나 민주노동당의 지도부가 정치적 주도권을 잡고 한나라당을 압박하기 위해, 나아가 대선결과에 대한 당내의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 지나치게 이에 매달려고 공세를 펴는 것은 잘못이다. 그 많은 의혹에도 민심은 압도적으로 이 당선자의 손을 들어줬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민심이며 이를 검찰이나 특검의 사법의 논리로 대처하려해서는 안 된다. 그럴 경우 오는 총선, 그리고 그 이전이라도 노 대통령 탄핵에 대한 국민적 분노의 폭발과 같은 사태가 다시 터져 나올 수 있다. 특검보다는 맑스가 <자본론> 서문에서 지적한대로 이명박에게 "여기가 로도스다, 여기에서 뛰어보아라"로 해야 한다. 검증의 핵심은 BBK가 아니라 민생해결이다.
  
  확실한 것은 이명박 정권 역시 신자유주의 정권, 아니 노무현 정부보다 더한 신자유주의 정권이 될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그가 현대시절의 신화를 되살려 총량기준으로 경제를 되살려 낼지는 몰라도 사회적 양극화와 민심파탄을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그를 지지한 많은 민초들은 무엇이 문제였는가를 깨닫기 시작할 것이다.
  
  따라서 한편으로는 한나라당의 집권에 따라 예상되는 일정한 민주주의의 후퇴에 대응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반신자유주의 전선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위에서 지적한 자유주의진영과 진보진영의 내부개혁은 미룰 수 없는 또 다른 과제이다. 더 늦기 전에 죽은 87년 체제에 대한 미련은 빨리 던져버려야 한다.
  
  이 같은 과제들을 얼마나 잘 수행하느냐에 따라 이명박의 집권이 일회성으로 끝날 수도 있고 아니면 길고도 긴 어둠의 시대가 지속될 수도 있다. 지난주 이 지면의 컬럼("묻지마 지지, 5.18 너마저"<프레시안>)에서 지적한 바 있듯이 이명박의 집권은 근본적으로는 정권교체가 아니라 신자유주의정권의 연장이라는 점에서 너무 절망하거나 호들갑떨 필요가 없다.
  
  게다가 스타일면에서도 이명박은 노 대통령을 닮은 또 다른 노무현이라는 점에서 사고를 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지나친 낙관도 문제지만 지나친 비관역시 지나친 낙관만큼이나 위험하긴 매한가지다.
   
 
  손호철/서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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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보도, '검사스런 진실'을 넘어서라

 

 

BBK 보도, '검사스런 진실'을 넘어서라
[주장] 언론의 BBK 관련보도를 지켜보며
박형상 (news)
 
이 글은 박형상 변호사가 한국기자협회 홈페이지에 게재한 글이며, 한국기자협회의 양해를 구해 전문을 게재합니다. <편집자주>
 

한국언론의 사회 감시 기능은 종종 찬탄할 만 하나, 어떤 때는 꽤 착잡한 기분이 든다. 번거로운 말을 접어두고 한번 짚어보자.

 

  
28일 저녁 BBK의혹사건의 핵심인물인 김경준 전 BBK 대표가 조사를 받고 있는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의 야경. 김경준씨는 10층에서 각각 조사를 받고 있다.
ⓒ 권우성
서울중앙지검

과연 우리 기자들은 한국 검사와 한국 판사의 직분을 제대로 구별하는 것일까?

 

양쪽 모두 사법시험·사법연수원을 거치니 다 같은 사법기관이라고 간주하는 것은 아닐까? 얼마전 수습기자 강의에서 "검사가 사법부에 속한다"는 답변을 듣기도 했다. 언론 보도에서는 '검사 권한'으로 '구속'하여 '사법처리'를 끝내는 식이다.

 

구속영장에 관련하여 '청구·발부·집행'이 분리되지 않고 있다. '사전'에 발부되는 것이 구속영장의 본질적 원칙임에도 '금명간 사전구속영장'이라는 말로 검찰 의도만을 앞질러 대서특필한다(우리 형사소송법에 '사전구속영장'은 없다).

 

판사가 영장청구를 기각시키면 '검·법 갈등'으로만 치부한다. 누군가가 구속되는 그 순간은 최대의 뉴스가치를 갖게 된다. 구속된 후부터는 대부분 유야무야 용두사미이다. 나중에 무죄가 선고되더라도 '무죄 기사'는 한 구석에 1단으로 처리된다.

 

사전구속영장? 그런 건 법에 없다

 

이번 BBK사건을 살펴보자.

 

검사의 수사발표가 곧 판사의 재판선고는 아닐 것임에도 일부 언론들은 모든 진위가 가려진 듯 '의혹 끝'이라고 단정한다. "국가기관의 발표를 믿지 못하냐"고 오히려 다그친다. 장차 있게 될 형사법정이라고 해봐야 검사의 수사발표를 추인해주는 장소로 여기는 태세이다.

 

'검사가 제기하는 공소사실'이나 '판사가 인정하는 범죄사실'이나 오십보백보로 여긴다. 한국 기자들은 굳이 검사와 판사를 구별할 필요성을 못 찾는 것 같다. (사태가 이렇게 된 것은 한국 법원이 그간에 자초한 책임이 크다.)

 

  
'BBK 주가조작 및 횡령 의혹 사건'을 수사해 온 서울중앙지검 김홍일 3차장 검사가 지난 5일 오전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6층 브리핑실에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기 직전 입술을 꽉 깨물고 있다.
ⓒ 권우성
김홍업

다시 정리해보자. '검사의 수사발표'라 함은 수사주재자로서 검사의 직무수행결과에 불과하다. 때론 '검사스런 일면적 진실'일 수 있다. '기자의 사실'이 '검사의 사실''판사의 사실'과 판박은 듯 같을 수는 없다. 그렇게 삼위일체화되거나, 기자·검사가 사이좋게 손맞추게 된다면 아마 독재국가 정도일 것이다.

 

기자는 '검사나 판사가 놓친 사실'을 재발견해 볼 수 있는 점에 그 직분의 특수성이 있을지 모른다. 모름지기 기자는 '상당한 이유'가 뒷받침된다면 늘 의혹을 제기해야 한다.

 

김경준·이명박 사이에 일어난 실체적 진실을 장담할만한 확증이 없음에도, 오히려 검찰발표에 배치되는 일부 물증이 있음에도 '검사의 수사발표'만을 그대로 '받아쓰기'하는 처사는 납득되지 않는다.

 

노파심에서 한 말씀드린다. 대한민국은 3권 분립국가이다. 한국 검사는 행정부에 속하고, 한국 판사는 사법부이다. '행정부를 구성하는 정부조직법'의 법무부장관이 검찰사무를 관장한다. '검사 직무,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 검찰총장'은 검찰청법에만 정해졌을 뿐이다.

 

요컨대 검사가 행사하는 검찰권은 행정권에 속한다. 그러나 대법원장과 법관의 독립은 헌법에 근거하며, 헌법 제101조는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규정하였다. '헌법이 정한 사법권이나 법원'에 검찰권이나 검사가 속할 리 없다.

 

그러니 지난번 이용훈 대법원장이 사법권 본질을 강조하는 맥락에서 '법조3륜을 부정했던 비유'는 원론적으로 옳다. 검찰권이 사법권 행사에 밀접하게 영향을 끼치는 점에서, 행정기관이지만 법과 정의에 따라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검사는 '준 사법기관'으로 칭해질 뿐이다. 그러니 사법권 행사에 있어 검찰과 법원을 대등한 당사자로 보는 것은 잘못이다.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BBK 보도' 토론하라

 

한국 기자들이여, 검사와 판사를 구별하자.

 

연줄로 얽혀진 우리 사회라면 검사와 판사를 아예 처음부터 따로 뽑자고 기자쪽에서 문제제기해 볼만도 하겠다. BBK 수사결과를 놓고서 곧장 '검찰 탄핵소추'로 밀어붙였던 신당의 정치적 태도도 못마땅하지만, 검찰의 수사발표를 판사의 재판선고로 받아들이는 일부 언론의 파당적 태도는 이해할 수 없다.

 

박형상 변호사
   

개정 형사소송법이 2008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미합중국인 피고인 김경준'의 소송전략에 따라서는 '한국 형사법정의 공판중심주의·참고인 진술조서·증인신문제도' 등의 제도적 명암도 드러날 것이다. 검찰이 대질없이 비공개로 처리한 '참고인 이명박의 서면진술'은 공개법정에서 '증인 이명박의 법정증언'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제안드린다. 대선결과에 관계없이, 'BBK 의혹보도 및 관련 인터뷰 기사'에 대해 한국기자협회 차원의 토론회를 개최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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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취임 전 기소돼야 '당선무효' 가능

 

 

대통령 취임 전 기소돼야 '당선무효' 가능
  '이명박 특검'만 하면 재선거 하게 될까?
 
  2007-12-17 오후 4:04:21
 
   
 
 
  소위 이명박 특검법의 '법적 파장'은 얼마나 될까?
  
  17일 국회를 통과한 특검법이 당장 시행되는 것은 아니다. 향후 15일 동안 법제처 검토, 국무회의 의결, 관보 등록을 거쳐야 '이명박 특검법'은 효력을 발생한다.
  
  이어 10일 이내에 대법원장의 특검 후보 추천과 대통령의 임명 절차를 거쳐야 비로소 '이명박 특검'이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이렇게 임명된 특검은 일주일 간의 수사 준비기간 동안 특검보와 수사관 등 진용을 갖추게 된다. 총 32일이 경과된다.
  
  물론 각종 절차가 앞당겨지면 특검 착수 시기가 빨라질 수 있으나 1월 중순은 돼야 특검이 본격적으로 가동된다는 얘기다.
  
  1차 수사기간이 30일, 10일 간의 연장이 가능한 점을 감안하면 특검 수사는 신임 대통령 취임식(내년 2월25일) 이후인 3월까지 진행될 수도 있다. 물론 수사기간이 반드시 연장돼야 하는게 아니고 수사를 압축적으로 진행되면 취임일 이전에 종료될 수도 있다.
  
  2월25일 넘기면?
  
  대통합민주신당은 "이명박 후보가 당선돼도 어차피 재선거를 치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우의 수'는 다양하다.
  
  특검 수사의 종료시점이 매우 민감한 문제다. '이명박 당선'을 가정 할 때, 그가 당선자 신분인 2월 24일까지 수사가 종료되느냐 마느냐에 따라 정치권은 물론이고 대한민국의 미래가 판가름 난다는 이야기다.
  
▲ '이명박 동영상'이 공개된 16일 재일민단간부 대표단을 여의도 당사에서 만난 이명박 후보. ⓒ연합

  2월 25일 대통령 취임일 이전까지 특검이 이에 대한 결론을 내놓지 못하면 이 후보가 그로부터 5년간 법적인 단죄를 받을 여지는 사라진다.
  
  현행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월 25일 이후에 특검이 "이명박에 대한 의혹은 사실이다"는 결론을 내놓더라도 '이명박 대통령'의 법적 지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물론 이 후보는 "대통령 당선 이후에라도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지위를 내놓겠다"고 공언한 바 있지만 이는 '정치적 약속'의 차원이다. 또한 취임식 이후 특검이 기소도 못하면서 수사발표라는 형식으로 현직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 결론을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당선자' 신분으로 기소당하면?
  
  하지만 특검이 2월 24일 이전, 즉 이 후보가 당선자 신분일 때 수사를 마무리 짓고 기소를 한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현행 공직선거법 192조는 2월 24일 자정까지 당선자가 금고 이상의 형을 받거나 100만 원 이상의 벌금이나 집행유예 형이 확정되면 당선무효가 가능토록 하고 있다.
  
  현행 헌법은 대통령의 임기 중 형사소추를 금지하고 있지만 형사 소추의 진행을 막고 있지는 않다. 게다가 특검법은 1심 재판 선고는 기소일로부터 3개월 이내, 2심 및 3심은 각각 전심의 선고일로부터 45일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기소를 당하더라도 대통령에 취임 하는 것 자체에는 문제가 없지만, 취임 6개월이 되는 8월 경에는 대법원에 의해 '이명박 대통령'의 운명이 판가름 나게 된다는 뜻이다.
  
  현재 이 후보에게 지워진 의혹은 도곡동 땅 및 (주)다스 의 실소유주라는 의혹과 BBK 주가조작 연루 의혹 등 크게 2가지.
  
  다스의 실소유주라는 혐의가 인정될 경우 공직자 윤리법 위반이 된다. 서울시장 재직 시절 제출한 재산보고가 허위자료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BBK 의혹의 경우 주가조작(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과 횡령(최고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혐의까지 거론된다. 어느 하나라도 '유죄'로 판가름될 경우 형량이 대통령직 상실 기준을 훌쩍 넘길 수 있다는 얘기다.
   
 
  윤태곤,송호균/기자

이명박 특검' 李 소환조사 가능성은>
연합뉴스|기사입력 2007-12-17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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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원칙적으로는 당선될 경우도 소환ㆍ기소 가능"

(서울=연합뉴스) 임주영 성혜미 기자 = `이명박 특검법'이 17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BBK 사건' 관련 의혹에 대한 재수사가 이뤄지게 됐다.

만약 이 후보가 19일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될 경우 대통령 당선자에 대한 사상 초유의 특검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BBK 수사 당시 이 후보를 소환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검찰의 수사결과가 불신을 받는 원인의 하나가 이 후보에 대한 직접조사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특검은 전격적인 소환조사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 후보가 만약 대통령 당선자 신분이 되더라도 혐의가 드러날 경우 원칙적으로는 소환 및 기소가 가능하다.

그러나 대통령 당선자를 소환 또는 기소하려면 충분한 수사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헌법상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다.

그러나 당선자의 경우 신분보장과 관련한 아무런 근거 규정이 없는 `애매한' 상태다.

대통령직인수에 관한 법률 3조(당선인의 지위 및 권한)에는 `대통령 당선인은 대통령직 인수를 위해 필요한 권한을 갖는다'고 돼 있다.

당선인은 대통령에게 부여된 직무를 인수하기 위해 필요한 권한만 행사할 뿐 대통령 신분보장 규정까지 적용되지는 않는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공직선거법상 당선무효 규정 같이 당선인 지위에 변동이 생기는 규정은 없다.

법조계에 따르면 선거법상 금지된 선거 범죄를 저지르거나 정치자금법상 금지된 행위를 했을 경우 당선무효 시키는 규정은 있지만 형사 범죄로 인해 당선인의 지위에 영향을 끼치는 규정은 없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송호창 변호사는 "취임 전에는 법적으로 소환과 기소가 가능하기 때문에 특검 도입이 많이 늦은 감은 있지만 수사의지만 있다면 소환 또는 기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대 교수는 "이 후보가 만약 당선된다면 취임할 때까지는 원칙적으로 소환이나 기소가 가능하다"면서도 "그러나 특검팀이 꾸려져 충분히 조사해야 하는데 시간이 부족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경근 숭실대 법대 교수는 "헌법상 대통령 면책조항을 엄격히 해석하면 기소만 안 된다는 뜻이지 취임 후에 수사 자체가 중단된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수사했을 때 실익이 없어서 사실상 수사가 불가능하다고 해석된다"라며 "만약 취임 전에 기소할 경우에는 취임 이후 기소중지 상태로 있다가 퇴임 후 재판이 진행될 수 있다"고 말했다.

zoo@yna.co.kr

noanoa@yna.co.kr
당선자 소환조사·취임후 재판 가능할까?
[D-1] 'BBK 특검 정국' 앞두고 묘수 고민하는 한나라당
손병관 (patrick21)
 
 
  
17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두고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18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명박 특검'은 미풍에 그치고 '이명박 효과'는 태풍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남소연
이명박

 

대선 투표일을 하루 앞둔 한나라당은 차분히 국민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후보의 과반수 득표를 넘어서는 압승을 기대했던 표정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이 후보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과반수 이상의 지지를 호소했지만 "50% 넘기냐의 문제는 국민에게 대한 부탁 말씀이지, 그렇게 받을 수 있다는 말은 아니다"고 말을 아꼈다.

 

이 후보가 설령 당선된다고 해도 내년 2월 25일 취임식까지 이 후보의 비리 의혹에 대한 전방위 특검 수사가 후보의 발목을 잡는 상황이 현실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홍준표 "특검법이 통과돼 국민이 불안해 하고 있다"

 

한나라당 클린정치위원장으로서 BBK 사건 대응을 지휘했던 홍준표 의원은 18일 오전 착잡한 표정으로 당사 기자실의 마이크를 잡았다.

 

"어제 특검법이 통과됐기 때문에 국민 여러분이 불안해 하고 있다. 그러나 내일 안심하고 이 후보에게 투표해주실 것을 당부 드린다. (우리는) 지난 한달 반 동안 이 후보의 억울함을 푸는 데 전력을 다했고, 그리하여 지난 5일 (검찰이) BBK 관련 이 후보에 대한 음해를 말끔히 정리했다.

 

그러나 '무능좌파 정권' 연장 세력들의 책동으로 어제 국회에서 또 다시 BBK 특검법안이 통과됐다. 지난 검찰 수사에서 이 후보의 억울함을 말끔히 풀었듯이 선거가 끝난 후 특검에서도 음해를 풀 수 있도록 약속을 하겠다."

 

홍 의원은 "이 후보가 당선된 후에 우리들은 실업자가 된다고 생각했다"며 "내년 2월 24일까지 특검 수사에 다시 대비하는 체제를 갖출 것이다. 특검에서도 검찰 수사와 동일한 결론이 나올 수 있도록 만반의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당 관계자들은 구체적인 특검 대응책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임채정 국회의장 사퇴권고안'을 제출하기에 앞서 국회 정론관을 찾은 당 원내대표단(고조흥·김영숙·배일도 의원)도 특검 협조 여부에 대해서는 "우리가 답할 사안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특검 정국' 양대 쟁점 ①이 후보 소환조사 ②특검 종료후 상황 전개

 

이 후보를 둘러싼 의혹을 논외로 하고 '특검 정국'의 양대 쟁점은 이 후보의 소환 조사와 특검 종료후의 상황 전개라고 할 수 있다.

 

'친이명박'계 신문으로 분류되는 <중앙일보>는 18일자 사설에서 "이 후보와 한나라당은 대승적 차원에서 특검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약 이 후보가 당선되면 역사상 최초로 대통령 당선자가 특별검사의 수사를 받게 된다. 경위야 어떻든 대한민국으로서는 부끄러운 일이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한국 사회는 특검이 새로운 시대를 위한 쓰디쓴 보약이 되도록 지혜를 모아야 한다."

 

대통령 당선자는 대통령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대통령에 취임할 때까지는 법적으로 형사소추의 책임을 면할 수는 없기 때문에 특검이 이 후보를 피의자 또는 중요 참고인으로 판단할 경우 이 후보의 소환 조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신당은 이 후보의 소환 조사 및 김경준씨 등과의 대질 심문을 염두에 둔 듯 특검 법안에 '참고인 동행명령제'를 삽입했다. 그러나 구해우 한나라당 부대변인은 "누가 특검을 하든 상식의 선에서 수사할 수밖에 없다"며 "특검이 아무 혐의도 없는 이 후보를 무리하게 수사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검이 이 후보에게 '무혐의' 결정을 내리면 '대선 연장전'은 막을 내리게 된다. 그렇게 되면 'BBK 악몽'을 떨쳐낸 이 후보가 정국 주도권을 회복하고 4월 총선에서도 압승을 거둘 가능성이 커진다.

 

특검이 이 후보 기소해 형사재판에 회부되면 문제 복잡

 

그러나 특검이 이 후보에 대해 기소 결정을 내려 형사재판에 회부되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홍준표 의원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이같은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소리 하지도 마라. 말이 되는 소리냐?"고 발끈했다.

 

홍 의원은 97년 대선을 앞두고 한나라당(당시는 신한국당)에서 제기한 이른바 'DJ(김대중) 비자금 의혹 사건을 언급하며 "(BBK도) 이미 한 번 걸렀던 사안"이라고 잘라 말했다.

 

법조계에서도 이 부분에 있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먼저 헌법 84조("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와 형사소추의 사전적 정의(형사사건에 관해 법원에 심판을 청구하고 이를 수행하는 일. 기소보다는 넓은 개념)를 들어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보장하기 위해 설령 혐의가 드러나더라도 임기를 마친 뒤 재판을 받는 게 합당하다는 의견이 있다.

 

또 한편으로는, 공직선거법 250조("당선을 위한 목적으로 후보자가 직업·경력·재산 등에 대한 허위사실을 공표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를 들어 이 후보가 당선무효형을 받을 만한 혐의가 나오면 '선거법 위반' 재판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대법원은 6월 28일 작년 지방선거에서 1억8천만원의 차명계좌 현금 보유사실을 누락한 채 선관위에 재산신고서를 제출한 손아무개 영천시장에 대해 "당선 목적으로 허위로 재산신고를 한 점이 인정된다"며 당선무효형을 확정한 바 있다.

 

1심 재판부가 정치적 부담 느껴 판단을 헌법재판소에 넘길 수도

 

그러나 대통령을 상대로 한 선거법 소송 판례가 없기 때문에 어떤 재판부가 사건을 담당하느냐에 따라 재판의 진행 또는 중단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1심 재판부가 정치적 부담을 느낀 나머지 이 부분에 대한 판단을 헌법재판소로 넘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검을 앞둔 이 후보가 당선되면 상당기간 법적·정치적 혼란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많은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한나라당 내에서는 "막상 이 후보가 당선되고 나면 특검 수사에 대한 비판적 여론도 높아지지 않겠냐"며 상황 반전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다.

 

한 당직자는 "막판 돌발변수(이명박 강연 동영상)가 터져서 과반수 득표는 힘들겠지만 2위와의 격차가 많이 벌어지면 신당의 특검 공세도 힘을 잃지 않겠냐"며 "선거가 끝나면 '당선자 중심으로 뭉치자'는 분위기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박 당선무효가 가능한가에 대한 법률적 근거
 
번호 201954  글쓴이 법조인   조회 6105  누리 969 (974/5)  등록일 2008-1-18 09:35 대문 35 톡톡
 
 
 


이명박 당선무효가 가능한가에 대한 법률적 근거


헌법 제84조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

를 적용하면 대통령에 취임 후에는 기소되더라도 재판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당선인 신분에는 기소가 가능하다. 그렇다면, 당선인 신분에 한 기소로 대통령 재임기간 중 재판이 가능한가가 문제인데, 선거법 위반으로 당선무효 가처분소송을 걸었을 경우 가능하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왜냐면 만약 그것이 가능하지 않다면 대통령선거에서 어떤 선거법 위반을 하던 당선된 후에는 처벌받지 아니하기 때문이다. (대통령퇴임 후에는 가능하지만 당선 후 취임기간 전에 3심 재판선고 후 유죄확정을 받는 것은 시간상 불가하므로. 이 문제가 헌재까지 간다면 나와 똑같은 결론이 나올 것으로 확신한다.)

 

결국, 이명박이 특검 수사결과 도곡동 땅 실소유주로 밝혀질 경우 공직자 선거법 재산신고 허위등록으로 당선무효로 기소되고 당선무효 재판에서 무효 확정이 되면

헌법 제68조
②항 대통령이 궐위된 때 또는 대통령 당선자가 사망하거나 판결 기타의 사유로 그 자격을 상실한 때에는 60일 이내에 후임자를 선거한다.

는 조항에 의해 재선거 실시 가능하다.


※ 특검법에는 재판기간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1심 3개월 2, 3심 2개월씩 7개월입니다. 만약 재판까지 간다면 당선무효재판 이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명박이가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고 대리로 국무총리가 대행하겠죠.


※ 참고

엘리님은 당선무효 가처분소송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의견을 주셔습니다. 

고법판례는 공직선거법이 개정되기 전의 공직선거및부정방지법하에서 지방의원의 당선효력정지가처분사건으로, 2심인 고법에서 확정판결난 것은 지방의원의 당선소송의 심급관할의 제1심이 고등법원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법명이 변경됐을 뿐 규정내용은 동일하기에 향후 이명박 당선자의 당선무효소송(원고적격있는 자들이 제소할 마음이 없어 보이기에 이 점이 안타깝습니다.)이나 당선효력정지가처분을 신청한다면 대법원에서 이 판례를 참고할 것입니다.

결론은 대법원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그 결과는 다르게 나올 수 있겠지만 법률심인 대법원에서 규정내용대로 법실증주의적 법해석을 한다면 결과는 낙관적이지 않다는 겁니다.

엘리님의 글 보러가기 ☜  

 

ⓒ 법조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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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르네상스'에 실패한 정조, 그리고 노무현

 

 

조선 르네상스'에 실패한 정조, 그리고 노무현
[주장] '자기부정'이 초래한 개혁의 좌절... 지금의 역사적 소임은 뭘까
김태희 (classic)
 
 
  
정조의 생애를 다루고 있는 MBC 드라마 <이산>. 정조는 개혁군주로 알려져있지만 그의 자기부정이 결국 개혁 실패를 낳는다.
ⓒ MBC
이산

 

"정조대왕이 좀더 오래 살았다면 …."



호학군주이자 개혁군주인 정조에게 어울리지 않은 정책이 있었다. '천주교 금단'과 '문체반정'이 그것이다.

 

개혁군주 정조, 그러나

 

천주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정조는 신하들의 성화에 못 이겨 최소한의 처벌로 대처했다. 그러면서 '정(正)'을 바로 세우면 '사(邪)'는 자연 사라질 것이라 했다. 현실적으로 '척사'의 극렬한 방법을 피하고 부정(扶正, 바름을 부양한다)의 온건하면서 근원적인 방법을 택한 것이다.

 

그러나 천주교반대의 원칙은 그대로 남는다. 이가환·정약용 등 정조가 재능을 아꼈던 남인계 인물들이 천주교 관련 혐의로 정적들의 공격에 줄곧 시달렸다. 정조가 보호하기 힘겨울 정도였다.


정치적 견제와 균형을 고려한 정조는 당시 주류적 정파였던 노론계 인물들을 겨냥해서는 '문체반정'을 내건다. 자유분방한 글쓰기를 중단하고 순정한 문장을 쓸 것을 요구했다.

 

"근자에 문풍(文風)이 이렇게 된 것은 모두 연암 박지원의 죄다. <열하일기>를 내 이미 익히 보았거늘 어찌 속이거나 감출 수 있겠느냐?"


김조순은 반성문을 제출했고, 이서구는 문체를 군주가 관여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박지원은 의연하게 대처했지만, 이덕무 등은 낙심천만이었다.

 

제왕의 자기부정, 부메랑 되어 날아오고

 

사실 천주교 신앙이나 자유분방한 문체를 초래한 서학이나 북학은 정조의 문예부흥정책에 힘입은 것이다. 사상적 개방성을 자양분으로 성장한 실학자들에게 정조는 후견인이었다. 따라서 순정한 학문을 바로 세운다는 취지의 '천주교 금단'과 '문체반정'은 문예부흥정책의 내용과 성과를 부정하는 정조의 '자기모순'이요 '자기부정'이었다.


정조는 온건하게 대처했지만, 그가 죽자 사정이 크게 달라진다. 정조와는 정치적 원수 사이였던 정순왕후가 실권을 쥐고 파괴에 나섰다.


"선왕(정조)께서는 매번 정학(正學)이 밝아지면 사학(邪學)은 저절로 종식될 것이라고 하셨다. 지금 듣건대, 이른바 사학이 옛날과 다름이 없어서…(중략)…날로 더욱 성해지고 있다고 한다…(중략)…이와 같이 엄금한 후에도 뉘우치지 않는 무리가 있으면, 마땅히 역률(반역죄)로 다스릴 것이다."


정순왕후의 하교는 살육의 신호탄이었다. 정조의 명분으로 정조의 인물인 이가환·정약용 등을 제거했다. 누차 천주교와 무관함을 밝혔지만 소용없었다. 다른 실학자들도 죽거나 흩어지게 된다.

 

이 때 살육을 자행한 세력은 불과 5년 정도밖에 권력을 유지하지 못했다. 그러나 정조가 24년에 걸쳐 인내심을 갖고 차근차근 쌓았던 개혁의 성과를 파괴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5년 후 순조의 장인 김조순에 의해 파괴세력은 물러나지만 개혁시대는 부활되지 않았고 세도정치로 이어진다.


아무런 견제장치 없이 일당독재가 가능했던 세도정치도 따져보면 정조의 책임이 없지 않다. 특권적 정치세력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정치원칙을 스스로 깨고 장차 왕실의 외척이 될 김조순에게 적극적 정치개입을 부탁했던 것이다.


5년 만에 개혁성과는 파괴되고 부패한 세도정치로


  
노무현 대통령(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종호
노무현 대통령

이른바 참여정부의 5년 임기가 다 되어간다.

 

정권 초기의 대북송금 특검수용은 평화통일이라는 헌법적 과제를 하위규범인 법률 위반의 문제로 전락시켰다. 열린우리당 창당은 '당내 민주화와 혁신을 통한 정당정치 발전'이라는 당면과제를 회피하는 결과가 되었다. 최근의 한미FTA논쟁은 애국적 시민과 학자들을 크게 분열시켰다.

 

이런 과정을 돌아보면, 노무현 정권 스스로 정체성을 훼손하고 자기 지지기반을 분열시키는 대장정이었다.


민주정부의 집권이 '87년 민주화 쟁취'와 '97년 외환위기'의 결과라는 역사성을 고려하면, 민주주의를 실제화하고 세계화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경제개혁이 정권의 역사적 임무였다.

 

97년 환란은 재벌들이 금융시장 개방에 편승해 단기자금 차입으로 과잉중복투자를 하다가 당한 유동성 위기였다. 정부주도의 관치금융과 재벌특혜에 의한 성장우선의 경제가 더 이상 불가능한 단계에서, 내부개혁 없는 개방이 초래한 혹독한 결과이기도 했다.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규칙과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을 마련하고, 정부와 공공부문이 공공성 효율성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개혁하는 것은 정권의 역사적 과제가 되었다.


노무현 정권의 자기 정체성과 역사성 부정


언론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 '시장에 맡겨야' '규제완화' 등을 만병통치의 주술처럼 반복하고 있지만, 대기업의 성과가 고용창출과 내수확대로 잘 연결되지 않는 실정이다. 시장실패도 관치폐해도 방치할 수 없는 문제이다. 노무현 정권은 언론과 시종 불화하면서도 정작 언론의 주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경제개혁을 포기한 듯하다.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는 노 대통령의 발언이 그 상징적 예다.


그러는 동안, 사람들은 부동산시장의 동향과 약간 소유한 주식이나 펀드의 가격변동에 일희일비하면서 소수 자산가의 이익을 대변하는 방향으로 동조하고 있다. 그로 인해 내 근로소득의 가치가 떨어지고 공동체 일각이 무너지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재벌기업의 비리와 그 엄청난 경제적 폐해는 외면하고, 당장 경제가 안 좋아질까 걱정한다.

 

부패사슬을 제거하고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여 경제주체 간 신뢰를 높이는 등 경제체제와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이건만, 단기적 성장론과 인위적 경기부양에 현혹되고 무능보다 부패가 낫다고 생각한다. 부패 위에 세운 건물은 돌연 무너진다는 경험은 잊어버렸다.


5년 전 특권과 반칙을 거부했던 우리들이 어느새 편법이나 탈법으로라도 성공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제 10년 전 환란의 책임을 져야 했던 사람들이 '잃어버린 10년'을 외치며 화려한 복귀를 기다리고 있다.


사람들은 정조의 급작스런 죽음을 안타까워하여 정조독살설에 관심을 갖는다. 그러나 정조가 스스로의 가치를 부정했던 '자기부정'의 역사적 귀추에 더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87년 민주화와 97년 외환위기를 통해 집권한 정권이 과연 그 역사적 소임에 충실했는지 의문이거니와, 자신의 역사적 가치를 부정한 과오가 다른 공적마저 잠식하고 역사적 후퇴를 초래할까 걱정스럽다. 기우에 그치기만 바랄 뿐이다.

정조의 갑작스런 죽음에 관해서 대부분 깊은 아쉬움을 갖고 있다. 개혁과 문예부흥의 활기찬 시대와 대조적으로, 정조가 죽자(1800년) 부패한 세도정치와 피의 민란으로 얼룩진 시대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조 이후 전개된 역사에 대해서 정조에게 책임은 없는가.

덧붙이는 글 | 위 글은 다산연구소 홈페이지(www.edasan.org) <실학산책>에 실린 글입니다. 
김태희는 다산연구소 기획실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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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도 손 댈 수 없는 '센 놈'이 온다&quot;

 

 

이명박도 손 댈 수 없는 '센 놈'이 온다"
  '한미 FTA 시대', 기어이 오는가 <5> FTA와 보건의료
 
  2007-12-14 오후 4:06:42
 
   
 
 
  '이상한 나라의 이상한 대선'이라고 많은 사람이 말한다. 찍을 사람도 마땅치 않고 누가 당선될지도 뻔한 마당에 선거는 무슨 선거냐, 이렇게 말하는 사람도 많다. 정책 검증은 물론이고 도덕 검증마저 실종된 선거에 많은 사람이 절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따지는 게 무슨 소용이냐고 말할지 모른다.
  
  그러나 한미 FTA를 따지는 것은 여전히 중요하다. 대선 이후 한국 사회의 진로가 한미 FTA 비준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한미 FTA 저지가 한국 사회의 진보를 염원하는 사람들이 지켜내야만 할 목표라는 점에서 그렇다. 한미 FTA만 놓고 보면, 우리는 또 다른 진실을 확인할 수 있다.
  
  여론조사 1위부터 4위까지 후보는 한미 FTA를 찬성한다. 이명박 후보는 말할 것도 없고 정동영 후보는 "임기 내에 50개 이상의 FTA를 다발적으로 맺을 것"이라고 말한다. "FTA를 강력하게 추진하는 것"이 반듯한 사회를 만드는 길이라는 이회창 후보야 더 말할 것도 없고, 문국현 후보도 "FTA는 대세"이고 "피해 대책을 마련한 FTA 추진"이 FTA 입장이다.
  
  이들은 또한 모두 의료 보장의 강화와 약값 절감을 내세운다. 정동영 후보는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를 말하고, 문국현 후보는 국민건강보험 보장성을 85%(현재는 64%)까지 올려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하겠다고 말한다. 아예 병원을 주식회사로 만들겠다는 이명박 후보조차도 영유아 본인 부담금 면제, 노인 암 의료 보장 80% 강화, 약값 30% 절감 등 선별적 의료 보장 강화를 말한다. 9쪽짜리 20대 공약 외에는 내놓은 것이 없는 이회창 후보까지도 "노인성 만성질환자 약값 국가 부담"이라는 공약이 있다.
  
  그러나 이들의 이 모든 주장은 한미 FTA 시대에 가능한 것일까? 가능하지 않다. 더 큰 문제는 한미 FTA가 발효되면 개인이 부담하는 진료비와 약값은 더 늘어나고 국민건강보험 자체가 위기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약값이 안 오르거나 올라도 얼마 안 오른다?
  
▲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미국의 제약회사의 영향력이 확대해 약값이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가 약값을 절감하겠다며 도입한 의약품 '선별 등재' 방식도 무력화할 가능성이 크다. ⓒ프레시안

  한미 FTA를 체결한 노무현 정부의 주장은 한미 FTA를 체결해도 약값이 별로 오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표방한 약값 인상은 최대 연 1750억 원 정도이고 이 수치는 연 1000억 원으로 더 줄어들기도 한다. 정부가 최근 약값이 별로 오르지 않는다는 근거로 내놓는 증거 중 하나가 오스트레일리아다. 오스트레일리아가 우리와 비슷한 FTA를 체결했지만 호주에서 약값이 별로 오르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선 몇 가지는 말해야겠다. 우리가 미국과 맺은 FTA는 오스트레일리아보다 훨씬 더 다국적 제약회사와 미국 정부 측의 간섭을 허용하는 것이다. 또 오스트레일리아의 약가 제도(PBS)는 '다국적 제약회사의 무덤'이라고 불릴 정도로 매우 튼튼하게 잘 짜여져 있어 국민 건강을 제대로 보장하면서도 약값을 최대로 절감하는 제도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제야 FTA 때문에 하느니 마느니 논란을 거치면서 일단 의약품 '선별 등재(포지티브리스트)' 제도를 시작은 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정도다. 한국과 오스트레일리아를 그대로 비교하면 곤란하다.
  
  그런데 오스트레일리아의 약가 제도가 드디어 무너지고 있다. 올해 오스트레일리아 정부가 입법예고한 호주 약가 제도의 변화는 미국 제약회사의 마각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고 있다. 간단히 말하면 '새로운 약의 약값을 책정할 때 비용 대비 효과를 따져 기존의 약값과 비교하여 책정하는 약가 제도를 새로운 신약에 대해서는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Thomas Faunce, Drug price reforms: the new F1–F2 bifurcation, Aust Prescr 2007;30:138-40).
  
  미국-오스트레일리아 FTA에 포함되었고 한국은 이보다 강화된 조항이 들어간 '혁신적 신약의 가치 인정'이라는 규정이 드디어 법제화되는 것이다. 한미 FTA 협정문이나 미국-오스트레일리아 FTA 5장 1절의 신약 가격은 시장 가격(미국 정부 주장) 또는 정부가 정하는 가격(한국 또는 오스트레일리아 정부 주장)으로 정하게 되어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이번 PBS 제도 변화는 신약 가격을 시장 가격으로, 즉 미국 정부 주장대로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오스트레일리아 약가가 안 올랐으므로 한국 약가도 안 오를 것이라고? 오스트레일리아 제도 자체가 망가지고 있고 협상 당사자였던 폰스(Thomas Faunce)는 이 제도 변화를 소개하면서 "약가제도의 붕괴?"라는 말까지 쓰고 있다. 왜 이렇게 되었나? 폰스는 이 과정을 추적하면서 미국-오스트레일리아 FTA에서 규정한 의약품 워킹 그룹과 고위 FTA 위원회를 통한 미국의 압력을 자세히 추적한다. 한국의 앞날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이미 확립된 약가 제도가 무너지는데 한국에서 이제 걸음마를 뗀 포지티브리스트가 살아남을 것이라고? 지나치게 순진한 발상이라고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한국이 오스트레일리아와 다른 점은 이제 포지티브리스트를 도입했기 때문에 신약만이 아니라 기존 약들을 앞으로 4년 동안 솎아 내서 정리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것이 가능할까? 앞서 여러 필자가 역설한 투자자 정부 제소 제도는 바로 여기서도 적용된다. 지금까지 정부가 보험 적용을 해주던 약들을 이제부터 안하겠다고 하면 외국 제약회사의 기대 이익이 사라진다. 당연히 간접 수용이다.
  
  여기까지 가지 않더라도 신약 가치 인정이라는 의약품 협정 자체에 어긋난다. 이것뿐인가? 의약품의 '투명성' 조항에는 약가 결정과 보험 적용 모든 과정에 제약회사가 '투명하게'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 무슨 재주로 외국 제약회사의 약을 다시 약가를 조정하고 보험 적용을 해주던 약들을 안 하겠다고 할 것인가? 포지티브리스트는 당연히 물 건너가거나 매우 형식적으로만 유지될 것이다.
  
  한국의 포지티브리스트가 무너진다면 국민의 추가 부담액은 얼마일까? 정부는 포지티브리스트를 도입하면서 5년간 6조 5000억 원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이 제도가 무너지거나 그 효과가 작동을 제대로 안 할 때 발생하는 피해액만 5년간 6조5000억 원이라는 것이다. 1년간 1000~1750억원을 이야기하는 정부는 제도 실패에 다른 부담액은 아예 염두에도 두지 않는다.
  
  한국의 건강보험 약제비는 2006년 8조4000억 원으로 건강보험 재정의 30%고 다른 나라에 비해 10% 이상 높다. 약제비 증가액은 상상을 초월해 2001년부터 5년간 정확히 101%가 올랐다. 다국적 제약회사의 매출액은 매년 15% 증가한다. 밑 빠진 독에 물붓기이고 세금 내고 보험료 내서 제약회사 주머니로 다 들어간다.
  
  그런데 한미 FTA는 제약회사에 이익이 되는 거의 모든 조항이 강화돼 미국의 다국적 제약회사는 한미 FTA를 "새로운 모범(new template)"이라고까지 평가한다. 한미 FTA가 발효되면 단일 요인으로 의료비 증가의 가장 중요한 요인인 약제비 증가는 더 커진다. 이것을 막지 못한 채 무슨 돈으로 의료 보장 강화를 하겠다는 것인가?
  
  건강보험은 예외다?
  
  한미 FTA가 약값만의 문제라면 정말 좋겠다. 그런데 아니다. 건강보험은 예외라고? 정말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아니다. 당장 민간보험의 문제가 있다. 한미 FTA의 금융서비스 협정문은 FTA 발효 후 1년 내 민간보험 상품의 출시를 네거티브리스트로 바꾸는 것을 명시하였다. 신보험상품에 대해 기존의 신고제조차 운영하지 않기로 함으로써 민간보험 상품에 대한 어떠한 규제도 할 수 없게 된다(협정문 13.9).
  
  이 민간보험 상품의 최대 효자 상품은 우리가 TV 광고를 통해 잘 알 수 있듯이 바로 민간의료보험 상품이다. AIG의 다보장보험이나 프루덴셜, 삼성생명, 교보생명 등의 상품이 그것이다. 이 민간의료보험 상품 매출 규모는 우리가 쉽게 상상할 수 있는 규모를 훨씬 뛰어넘는다. 현재 연 매출액이 10조 원이 넘어 공적건강보험 규모의 40%이다. 대부분의 가정이 하나쯤 들어놓는 것이 상식이 돼버리고 말았다.
  
  이 민간의료보험 상품에 대한 규제를 완전히 풀어버린다? 현재도 한국의 민간의료보험 상품은 고령자와 질병이 있는 사람은 아예 가입을 못하게 하거나 보험료를 터무니없이 높이 부르고, 표준화가 되어있지 않아 보험료를 100원을 내면 돌려주는 돈은 60원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이것도 추정이다. 금감원은 국회에 조차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다. 역시 삼성공화국답다.) 유럽이나 심지어 미국에서조차 보험료를 100원을 거두면 70~80원을 돌려주도록 법제화되어 있는 데 비해 한국은 이미 민간의료보험의 천국이다. 그런데 아예 규제를 없애겠다고?
  
  민간의료보험의 규모가 이토록 커지고 앞으로 더 커지면 그 사회적 효과는 무엇일까? 하나만 예를 들어 보자. 노무현 정부는 2005년 시민사회의 '암부터 무상의료'라는 운동에 대응해서 암 질환에 대해 본인 부담금을 상당히 낮춘 적이 있다. 이때부터 민간의료보험에서는 암 보험을 더 이상 팔기 힘들게 되었다. 즉 현재 민간의료보험이 비대해져있는 상황에서는 공적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강화되면 민간의료보험 시장이 곧바로 위축되는 것이다.
  
  민간의료보험회사는 공적 건강보험이 커지면 망한다. 사회보장이 잘되어있는 유럽의 민간보험시장 규모는 우리나라 GDP 1.2% 에 비해 4분의 1 수준인 GDP의 0.3%다. 따라서 민간보험회사들은 어떻게든 공적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를 막으려고 한다. 바로 이것이 미국민의 70%가 전국민의료보험 도입을 찬성함에도 미국에서 건강보험이 없는 이유다.
  
  FTA가 없는 지금도 삼성공화국이어서 삼성생명에 대한 규제가 없고 이미 노무현 정부부터 이미 건강보험 보장성은 주었던 것을 빼앗아 가고 있다(5세미만 입원 본인부담금 무상에서 10%로 인상 등). FTA 협정으로 민간보험규제는 아예 불가능해지고 AIG부터 미국의 가장 큰 민간보험회사들이 삼성에 가세하면 한국의 건강보험은 어떻게 될까?
  
  이런 사회적 효과 말고 아예 직접적으로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한국은 건강보험 보장성이 51%로 OECD 평균에 약 20%이상 모자란다. 가족 중 한사람이라도 중병이 생기면 웬만한 집안은 가족이 흔들거릴 수밖에 없다. 이것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 정동영 후보나 문국현 후보의 공약이다.
  
  그런데 이렇게 하면 민간보험회사들이 망한다. 건강보험 보장수준을 높이면 민간보험회사들의 기대이익을 침해하게 된다. 투자자 정부 제소 제도는 여기서도 적용가능하다. 일단 정부가 민간의료보험 상품을 팔라고 허용해놓아서 생긴 이익의 영역을 정부 정책(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침범하는 것은 간접수용에 해당한다. 앞으로 FTA가 발효되면 정부는 간접적으로 민간의료보험회사의 엄청난 압력을 받아야 할 뿐만 아니라, 보장성 강화조치를 할 때마다 소송에 걸릴지 말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보장성 강화가 앞으로 안 되면 건강보험의 운명은 어떻게 될 것인가? 새로운 의료기술은 매년 쏟아져 나온다. 10년 전 CT는 고급 기술이었지만 지금은 일반적인 의료 기술일 뿐이다. 건강보험이 보장성 강화가 안 되면 지금의 수준이나마 유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건강보험은 위축된다. 보장성 강화는커녕 건강보험자체가 있으나 마나한 제도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이것이 괴담이라고? 칠레나 남미에서의 현실이고 미국의 의료 현실이다.
  
  다시 한미 FTA와 대선
  
  약가와 의료비가 대폭 인상되고 건강보험은 위축되는 것, 나아가 건강보험 자체가 위기에 처하는 것이 한미 FTA의 결과다. 이것이 단기적으로 나타나든 중장기적으로 나타나든 그 방향은 돌아올 수 없는 의료 공공성의 위축이다. 미국과 FTA를 체결한 캐나다와 멕시코, 그리고 호주에서도 이러한 의료보장의 위축이 나타났고 또 나타나고 있다. FTA를 돌아올 수 없는 편도차편(원웨이티킷)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러한 이유다.
  
  그래서 대선 때 어쩌라고 물으실 분이 있을 수 있겠다. 1위부터 4위까지 모두 한미 FTA를 지지하는 마당에. 필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두 가지다. 한 가지는 대선 이후 한국 사회의 진보를 바란다면 한미 FTA를 반대하는 정치 세력을 키우는 것이 이번 대선에서 할 일이라는 것이다.
  
  대선 이후 한국 사회에서 분명한 것은 지금 당선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는 후보의 충실한 국정동반자가 아닌 한국 사회의 진보를 말할 수 있는 세력은, 한미 FTA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는 정치 집단 밖에 없다. 그리고 두 번째 더 중요한 것은 다음의 사실이다. 아직 한미 FTA는, 그리고 한미 FTA 저지 운동은 끝나지 않았다.
   
 
  우석균/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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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찬성하며 '내 집 마련'? 넌 사기꾼!&quot;

 

 

FTA 찬성하며 '내 집 마련'? 넌 사기꾼!"
  '한미 FTA 시대', 기어이 오는가 <4> FTA와 부동산
 
  2007-12-13 오전 1:38:06
 
   
 
 
  부동산, 과연 한미 FTA와 상관없는 문제인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한국의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간접수용에 대한 보상'이라는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제도의 강제 도입을 통해 세제, 금융, 도시 계획, 분양 제도 등 여러 측면에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이런 우려와 정반대 인식으로 팽배해 있다.
  
  '부동산 가격 안정화 정책'을 예외로 하는 등 각종 안전 장치를 둬 문제가 없다는 정부 주장에서부터 차라리 이 기회에 외부 충격을 통해 부동산 규제 정책을 근본적으로 손질해야 한다는 찬성론까지 다양한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작 국민 모두가 큰 관심을 가지는 부동산 정책은 쟁점이 되지 못 하고 있다.
  
  각종 개발 공약과 '내 집 마련' 공약, 세금 감면 공약 등 선심성 공약이 남발되고 있지만 이런 공약이 한미 FTA에도 불구하고 가능한지 여부는 대선 주자 거의 모두가 함구하고 있다. 또 상대적으로 인기가 없는 세금, 금융, 분양가 상한제 등 투기 억제 정책에 유력 후보는 아예 적극적 입장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부동산 정책은 아무 문제가 없다고?
  
  그러나 정말 대선 후보의 공약이 한미 FTA 협정이 체결돼도 아무 문제없이 시행될 수 있을까? 우선 협정문 제11장을 살펴보자. 협정문 11장은 '투자' 챕터이다. 이 챕터의 6조, '수용 및 보상'은 공공목적 등을 위해 투자자의 재산을 직접 또는 간접 수용할 수 있다는 규정이며, 제23장의 3조는 정부의 과세조치도 11장 6조의 직접 또는 간접 수용에 해당한다고 명시했다.
  
  이러한 직접 또는 간접 수용에 대해 공정한 시장 가격으로 보상해야 하는데, 만일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저 악명 높은 투자자 국가 제소권이 기다리고 있다. 정부는 이것이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보상법제에서는 직접 수용에 대해서만 보상을 하고 있다. 즉 공공이 공익 사업을 위해 직접 토지의 소유권을 수용하는 경우에만 정부의 보상 의무가 있는 것이다. 이것은 우리 헌법이 국토의 공공적 이용에 관해 규정한 것과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 한미 FTA 하에서는 간접 수용에 대해서 보상을 해야 하고, 이를 어길 경우 투자자가 직접 국가를 상대로 손해 배상 청구를 할 수 있게 됐다. 당연히 토지의 이용과 관리에 많은 규제를 하고 있는 우리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큰 영향이 미칠 것은 명약관화하다.
  
  지난 여름 투자자 국가 제소권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대통령의 지시로 팀이 만들어졌고 건설교통부, 법무부, 재정경제부는 이 제도에 반대했다. 뒤늦은 각성이었지만 우리 정부도 국내 부동산 정책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해 한미 FTA 협상 과정에서 정부의 국토 이용과 계획 등 전반적인 국토 정책이 '간접 수용'의 예외가 될 수 있도록 많은 노력(?)을 했다.
  
  결국 정부는 가까스로 '부동산 가격 안정화 정책'을 '간접 수용'의 예외에 포함시켰다. 그러므로 적어도 부동산 정책에는 한미 FTA가 거의 아무런 영향도 끼칠 수 없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과연 그럴까?
  
  '간접 수용'은 '직접 수용'과 어떻게 다른가?
  
  미국 판례는 우리 보상 법제와 달리 직접 수용(taking) 외에 '규제적 수용(regulatory taking)'을 인정한다. 예를 들어, 문화재 발굴 지역으로 지정돼 건축 제한을 받게 된 경우를 생각해 보자.
  
  주택 건축 허가 조건으로 일반 대중이 해변으로 출입할 수 있는 산책로로 토지의 일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경우, 홍수 방지와 교통 체증 방지를 위해 개인의 토지 일부를 인도와 자전거 도로로 기부 채납하도록 한 경우, 섬 연안을 연안 관리 지구로 지정해 건축 행위를 제한한 경우 등을 미국에서는 '규제적 수용'이라고 한다.
  
  우리 주위에서 이런 사례는 숱하게 많으며 공공의 이익을 위한 정당한 행위로 간주된다. 물론 우리 법제에서 이러한 '규제적 수용'에 대한 보상은 없다. 단지, 기부 채납 등의 조건을 포함한 전체 행정 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만이 가능할 뿐인데 대부분의 개발 사업자는 빨리 인‧허가를 받아 개발 사업을 진행하려 하기 때문에 행정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제 상황은 변했다. 한미 FTA 협정에 따르면 미국 투자자는 관할 행정 관청이 아닌 우리 정부를 상대로 기부 채납 등에 따른 기대 이익 상실 부분에 대해 손해 배상청 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국내 개발업자들도 이러한 기회를 이용할 수 있다. 한국 회사라도 미국 투자자가 끼어 있다면 투자자의 이름으로 투자자 국가 제소권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주장으론 이것도 대표적인 '제도 개선'이다. 행정의 재량권을 남용하는 전근대적 행정을, FTA 협정이라는 외부 충격에 의해 일거에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너무나 많은 '간접 수용'을 자연스럽게, 현재의 헌법 정신에 따라 이미 시행하고 있다는 데 있다.
  
  우리의 경우 도시 개발 지구, 주거 환경 정 비지구 등 많은 도시 관리 계획 지구나 개발 제한 지구로 지정되면 건축 행위, 벌목, 토사 채취, 토지 분할 등 각종 토지의 개발 행위가 제한되지만 이에 대해 보상을 하지는 않고 있다. 또, 아파트와 같은 공동 주택을 건설할 때, 진입 도로, 학교, 심지어 고속도로 인터체인지까지 각종 기부 채납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이런 행위가 모두 '규제적 수용'이 된다면 우리는 얼마나 많은 보상을 해야 하는 걸까? 우리에게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
  
  헌법재판소가 장기 미집행 도시 계획 시설 부지(도시 계획에 집어넣고 실제로는 집행하지 않은 토지)에 대하여 토지 소유자가 정부에 대하여 매수 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결정을 한 사건이다. 이 때 정부는 이 판례에 따라 필요한 토지 매수 비용이 124조 원 정도로 추정했다. '간접 수용'의 도입은 물론 그 이상이다. 한미 FTA 하에서 현재처럼 국토를 이용한다면 이 정도의 천문학적 예산이 뒤따라야 하는 것이다.
  
  한미 FTA는 한발 더 나아가, '규제적 수용' 정도가 아니라 '간접수용'까지 인정하고 있다. '규제적 수용'은 정부 정책이 개인의 재산권에 대한 규제와 제한을 의도한 것이지만, '간접 수용'은 정부 정책이 이러한 재산권에 규제와 제한을 의도한 것이 아니더라도 정부 정책의 결과(법률 용어로 반사적 작용이라고 한다)로 재산권에 대한 규제와 제한이 생기는 경우까지 포괄한다.
  
  한미 FTA는 투자의 개념을 '수입 또는 이윤의 기대', '면허‧인가‧허가 및 국내법에 의해 부여된 유사한 권리'와 같이 권리의 범위를 넘어 반사적 이익에까지 확대하고 있다. 투자의 범위가 넓으니 당연히 그 권리의 침해에 대해 보상해야 하는 범위도 넓다. 이런 광범위한 '투자'에 대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간접 수용'까지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얼마나 보상해야 할까? 물론 아무런 규제나 제한도 하지 않는다면 보상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부동산 정책이 갈 곳이다.
  
  '부동산 가격 안정화 정책'이 간접 수용의 예외이니 문제없다고?
  
  정부도 '간접 수용'이라는 법리가 국내법과 달라 분쟁의 소지가 크다고 보고 처음에는 간접 수용과 관련된 분쟁은 아예 국내 사법 절차에 의해 해결하자고 요구했다. 물론 미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번에는 부동산 정책 등을 간접 수용의 예외로 만들기 위한 제안을 수차례 했다.
  
  2차 협정에서 계획(planning)을 간접 수용의 예외로 인정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고 3, 4차 협정에서는 토지의 이용 및 관리(using)를 간접 수용의 예외로 인정해 줄 것을 애걸하다가 역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5차 협정 이후부터는 부동산 가격 안정 정책만이라도 간접 수용의 예외로 인정해 줄 것을 간청했다. 타결 직후 열린 토론회에서 김종훈 대표는 이를 대표적인 성과 중 하나라고 주장했다.
  
  과연 '부동산 가격 안정 정책'은 무엇을 의미할 것인가? 분양가 상한제, 투기 과열 지구의 지정 및 이에 따른 전매 제한, 금융 거래의 제한, 토지 거래 허가 지구의 지정 및 이에 따른 토지 거래의 제한 등이 대표적인 부동산 가격 안정화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이런 정책은 이 규정에 따라 적어도 '예외' 주장을 할 수 있게 되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저간의 협상 경과를 보면 국토의 계획과 이용은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될 소지가 다분하다. 즉 국토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도시개발법, 택지 개발 촉진법, 관광진흥법, 산업 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등은 '간접 수용'의 시비에서 벗어날 수 없다. 미국인 투자자가 이러한 도시 계획 지구의 지정‧변경 또는 도시 계획 내용의 변경에 의해, '합리적으로 기대한 수익'을 얻지 못한다면 이것은 간접 수용에 해당한다. 그리고 곧 그것은 투자자 국가 제소권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우리 행정법학계에서도 다수설은 이를 '수용유사침해(收用類似侵害)'라는 개념으로 개념 규정하고 법률에 보상 규정이 없더라도 헌법을 유추 적용하여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우리 법원 판례는 이런 간접 수용의 법리를 인정하고 있지 않다. 결국, 한미 FTA는 국내법이나 판례에서는 인정하고 있지 않은 간접 수용이라는 법리를 미국인 투자자에 한해 인정한 것이며 이것은 우리 헌법 내지 법률의 부정이다.
  
  우리 헌법 제23조 제3항은 공공필용에 의한 수용 및 그에 대한 보상은 법률에 의해 하고 있고, 이에 따라 '공익 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제정되어 보상이 되는 경우를 정하고 있으나 협정문에 의하면 현재의 법률에서 보상 대상으로 정하지 않은 투자 규제(수용)에 대하여도 보상을 해야 하는 것이다.
  
  물론, 한미 FTA 협정문이 국내법의 효력을 갖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할 수는 있다. 그러나 미국의 법제에서 FTA는 단지 행정 협정에 불과하여 미국 국내법에 저촉되는 부분은 무효이다. 그런데 한국에서만 국내법인 '공익 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 반하여 효력을 갖게 되는 것은 명백하게 불평등하다. 나라 간의 불평 등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이제 내국인과 미국인 투자자가 차별을 받게 되는 것은 헌법상 평등의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다.
  
  개발 사업에 관한 인‧허가 처분의 지연도 간접수용에 해당
  
  정부 해설서에서 중재 판정부에 의해 간접 수용으로 판정된 사례로 들고 있는 멕시코의 메탈클래드 사건은 중앙 정부의 투자 보장과 달리 지방 정부가 투자 사업에 관한 허가를 내 주지 않아 투자자가 국가를 상대로 제소하여 승소한 사례이다. 우리의 경우에도 각종 개발사업의 인‧허가권은 지방자치단체에 있다. 최근 충전소와 같은 위험 시설, 쓰레기 매립장과 같은 환경 위해 시설, 장례식장 등 많은 시설의 설치에 관하여 민원이 제기돼 지방자치단체의 인‧허가 처분이 지연되고 있는 경우는 요즘 너무나 흔하다.
  
  그런데 그 투자자가 미국인이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멕시코의 메탈클래드 사건의 경우처럼 지방 정부의 인허가 처분 거부나 지연 때문에 국가가 제소를 당할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다. 이제 국내 개발 사업 주체에게는 쉽게 개발 사업에 관한 인허가 처분을 해 주지 않으면서 미국 투자자의 개발 사업에 관하여는 투자자 국가 제소권 때문에 손쉽게 인‧허가를 내 줄 가능성이 크다.
  
  환경영향평가, 교통영향평가, 주민의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 등 민주적인 행정 절차는 요식 행위가 되거나 졸속으로 처리될 것이다. 이렇게 규제 당국이 스스로의 의무나 민주적 절차를 포기하는 것을 '위축 효과'(chilling effect)라고 부르는데, 투자자 국가 제소권의 존재는 부동산 뿐 아니라 광범위한 공공정책을 공무원 스스로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위와 같은 우려에 대하여 한미 FTA 협정에 찬성하는 사람들은 역으로 한미 FTA 협정을 우리의 잘못된 부동산 정책과 행정관행을 창조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창조적 개혁이 환경 파괴와 난개발이고 그 결과가 집 없는 서민의 좌절과 투기의 만연이라면 그것은 창조가 아니라 그야말로 파괴일 뿐이다. 그래도, 여러 안정장치를 만들었으니 한번 해 보자가 아니라 신중에 신중을 기해 점검해 보아야 할 것이고, 원점으로 돌아가 다른 길도 찾아 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현 정부 5년이 웅변하듯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초미의 관심사이다. 우리의 현실에서 부동산은 일반 국민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기 때문이다. 재산 증식을 떠나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집 걱정을 떨쳐 버릴 수 없는 사회라면 결코 바람직하다고 말하기 어려울 것이다. 문제는 한미 FTA가 최소한의 규제도 무력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수도권 규제와 같은 마지막 보루마저 무너진다면 그 이후는 절망만 남을 것이다. 왜냐하면 한미 FTA는 언제나 되돌아갈 길마저 끊어 버리기 때문이다.
   
 
  김남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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