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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을 생까다..

   결혼이란 걸 하고 나서 첨으로 명절을 생깠다.  너무너무 편해서 좋더라. 물론 나혼자 내린 생까기는 아니고...사실, 혼자든 아니든 언제부터 그딴 유교적 관습이 우리를 지배했는지 모르지만 왜 명절만 되면 차례같은걸 지내야 하는지 난 알 턱이 없었다. 더구나 난 알지도 못하는 조상들한테 차례를 지낸다는게... 뭔가 눈치를 챘는지 아니면 본인(배우자) 스스로도 경제적으로 살자고 판단했는지 자기는 출근 하러 가는데 굳이 차례지낼 필요 있냐고 하면서 넘어 가잔다. 앗싸~! 하면서 룰루랄라를 외쳤지...ㅋㅋ

 

   그러나 난 추석 당일 출근을해야 했다. 갈 곳 없는 쪽방촌 주민들을 위한 한가위맞이 잔치 치르러... 난생처음 명절날 아침에 출근을 하는 이변을 겪었다. 웬지 대단한 프로가 된듯한 기분이 나기도 하고...(얼어죽을~!)  언제나처럼 주민들은 술에 찌들어서 정신 못차리고 휘청거리는 분들이 많았지만 우리(단체) 아니면 아무도 그들을 챙기지 않는다. 관변단체나 기관들이 휴일날 나와서 행사를 치르기는 만무하니까...어쨌든 명절이잖나.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고 했듯이 가난하다고 해서 명절에 쓸쓸히 지내는것 만큼 가슴아픈 일을 없을테니까... 추석 전날은 미처 상상할 수도 없었던 수해가 발생했다. 비피해 입은 사람들 대부분 지하 셋방에 사는 사람들이었다. 연일 뉴스에서 보도 되는 걸 보고 있자니 정말 한심하고 짜증이 나서 견딜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티브이를 부수고 싶을 정도로. 도대체 그딴 재해방지 대책 하나 제대로 안세워 놓고 허구헛날 당하는 사람만 당하는 꼴을 보고만 있자니 속이 터져서 죽을 지경...제길~! ㅠㅠ

 

   심란한 기분을 억제하기 힘들어 연휴가 끝난 금요일 오후에 남대문에 나갔다. 필요한 물건이 있어서 아이쇼핑이나 할겸...필요한 물건을 살만한 형편이 안되었는데 마음에 드는 걸 보는 순간 지름신이 왕림하셔서 어쩔수 없이...........긁고 말았당.... 물건을 긁고 있는데, 갑자기 울리는 문자 소리.  '안타까운 소식 입니다, ㅇㅇㅇ 동지 동생이 오늘 사망했다고 합니다. ' 헉~! 날벼락도 유분수지...갑자기 왜?? 허겁지겁 당사자에게 전화를 걸어서 물었다.  어느 병원이냐고... 그리고 달려갔다. 사연은 우울증으로 인한 음독 자살.  정말,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어안이 벙벙했다. 이제 스물아홉 밖에 안된 꽃다운 청춘인데.... 거기다 명절 다음날.  병원에 가서 조문을 하고 돌아오는데 도저히 참을수가 없더라. 눈물은 쏟아지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방향감각마저 상실할 정도로...

 

   도대체 인생이 왜이러지?? 사는동안은 좀 조용히 살다가 갔으면 하는게 내 유일한 바람인데 하루도 편할 날이 없이 우울하고 쓸쓸하고 외로운 일들만 벌어지니 나보고 어쩌라는 건지..... 추석 다음날 옥상에서 바라본 보름달은 밝기가 보석처럼 빛나기만 했는데...난, 그 달을 보면서 그저  평범하게 아프지 말고 모두가 건강하게 살기를 바랐는데 그 소박한 소망마처 짓밟히는 상실감은 어떻게 회복되려나....생각할수록 신경질이나서 죽을것만 같았다.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조건은 여러가지 겠지만, 이렇게 안좋은 환경만 속속들이 발생하는 속에서 어떻게 행복하게 살 수 있겠나...아니, 행복까지는 바라지 않더라도 숨이라도 제대로 쉬고 재해로 인해 명절날 발 동동 구르면서 피난을 불사르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제발.................................

 

   아, 올 추석도 혼자 열몇번 절을 해댄 지난 차례상 앞 처럼 그저 쓸쓸하기만 하다.  아무것도 모르고 휘황찬란하게 빛나는 저 달빛이 야속할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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