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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유혹(??)

   인생 잼 없다고 쓴지가 벌써 꽤 여러날 되었네...근데, 며칠 지나고 보니 또 재미난 일들이 벌어진다. 그렇게 인생은 돌고 도는건가?? 재미난 일은 정말 재미있어서 그런게 아니고, 어이상실, 또는 기대이하, 또는 예측불허 같은 일상 다반사에서 온거였다.

 

   백수가 되고 난 후, 언제든지 늦잠 자도 되고, 밤 늦게 술마셔도 되고, 어디가서 맘 놓고(?) 외박해도 되고, 기타 등등등... 하고 많은 일들을 계획 하고 있었는데... 역시나, 아침에 눈뜨면 어디론가 가야 하는 강박관념은 늦잠이 늦잠이 아니게끔 하고, 술 마시는게 술 마시는 기분을 아니게끔 했다(?).  하튼, 길들여진 몸뚱아리는 굴러 먹던대로 굴러 먹어야 한다고 슬금슬금 꿈틀대는 게 내 멋대로 되지 않더라. 한 마디로 심심, 무료, 하릴없음, 청승, 궁상....뭐, 등등의 일상으로 시간만 도깨비 같이 잡아 먹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그러면서서도 틈틈히 놓치지 않고 지인을 만나서 술을 푸고, 대표를 씹고, 일자리를 구걸 하고, 채용서류를 넣고, 면접을 보고, 비보를 듣고, 좌절과 썩소를 날리고, 쥐20에 대한 분노를 길바닥에 내뱉고, 휘청휘청 거리를 헤매고(?) 다녔다.. 그 와중에 얻은 소득. 몇가지 재미난 일들은........

 

1. 엄마에 대한 새로운 인식(?)

 

   추석때도 못보던 엄마를 몇달만에 만났다. 달랑 1.5리터짜리 패트 맥주 1병을 들고서(심심해서 간거지 쩝~)... 그동안 나만 보면 못잡아 먹을듯 으르렁 대듯 하던 그녀가 이상하게도 그날은 고분고분(?) 하다. 밥은 먹었냐?(잘 안던지는 질문) 나, "아니~ 배고파 죽겠어." 엄, "넌, 맨날 나만 보면 배고프다고 하지, 밥통에 밥 있으니 덜어서 먹어!" "알았어~~" 그리고는 사온 맥주를 따는데, 엄, "나 이제 술 못먹어. (병원에서) 곧, 죽는데."  나, "그래? 언제 죽는데??" 엄, "예라, 이~~ 너 같은 년은 딸도 아니야! 나 죽으면 절대 오지 말아라, 잉~~" 나, "죽으면 내가 오는지 가는지 어떻게 아는데? ㅋㅋ" 엄, "넌, 언제 철들래....쩝~" 그러면서 모녀는 오랜만에 술잔을 들이 밀며 주거니 받거니(술 못 먹느다는 말은 역시나 뻥이었어..)...필받은 채로 그동안 서로에게 쌓인 보따리를 풀기 시작한다.  ㅇ서방(사위), 안되겠구먼! 당장 이혼하든지, 정신 차리게 니가 가출을 해버려! 애는 애 아빠가 알아서 잘 키울테니까 너는 걱정하지 말고! 니가 이참에 본떼를 보여줘봐. 아예 고시원으로 나와.  몇날 며칠 그렇게 지내봐 그럼 뭔가 결판이 나겠지.." (헐~ 이게 우리 엄마 맞어??) 실은 그렇게 하고 싶은 맘이 굴뚝 같은걸 참고 있었는데, 엄마는 한술 더 뜬다. 아니, 어쩌면 든든한(?) 지원군인지도 모른다.  술이 한잔씩 들어 갈때마다 나는 그동안 쌓였던 남편에 대한 불만을 마구마구 늘어 놓았고, 심지어 각별한 비밀(?) 얘기까지 털어 놓았는데도, 엄마는 무/조/건 내편인거다. 옆에 있던 엄마의 동거인은 내 말만 듣고는 모른다고 시큰둥 하기만한데..그래, 마저! 가재는 게편(남자는 남자편이라는 말)이지..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어찌나 속이 시원하든지...뜻하지 않게 얻은 소득이랄까? 나를 낳은 엄마가 아니라 마치 잘 통하는 친구랑 대화하는것 같은 착각을 일으킬 정도였다. 술이 떨어지고 집에서 애한테서 문자가 오고 시간은 12시를 향해 가고 있을즈음 그 자리가 끝났다. 자전거를 타고 집에 오는데, 마치 꿈을 꾼것처럼 믿어지지가 않을정도.. 지난 십수년간 서로 못잡아 먹을듯이 아웅다웅하던 모녀에서 어떻게 이런 시츄가 나올 수 있는지...다음날, 친구를 만나 너무너무 신기했다고 얘기 했더니, 그러게 진작에 속 좀 터놓고 엄마랑 얘기를 하지 그랬니, 란다. 같은 여성으로서 같은 경로(결혼, 육아, 인생의 고독(?), 등등)를 조금이나마 걸어온 사람들끼리는 역시나 통하는 게 있구나, 하는 동질감 혹은 동지적 느낌을 받은 흔하지 않은 감동을 받은 날! 잼있더라구....맨날 나만보면 철이 어쩌구 뭐가 어쩌구 주구장창 잔소리 늘어 놓기에 바쁜 사람이...딸이 힘들다는 하소연에는 저렇게 맞장구 쳐 줄줄도 아는 호탕한 면도 있었구나, 를 발견! 우리 엄마가 아닌것 같았다. 그리고 참....살 맛이 났다..

 

2. 한턱(?) 쏴~!

 

   어쩌다가 동거인까지 해고자가 되어 주구장창 집에서 아웅다웅 하면서 지내게 되었는데, 이왕 이렇게 된거 어디 여행이나 다녀오면 어떻겠냐고 했다, 이왕이면 제주도 어떠니? 라고 했더니 그래, 가자~!며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계획을 짜보라고 한다. 아니, 저 지독한 짠돌이가 웬일이지? 믿어지지 않을정도라는 표정과 회심의 미소를 감추고 부랴부랴 일정을 잡아보는데....여러가지로 걸리는게 많다. 빨리 가고 싶다. 짠돌이 마음 바뀌기 전에....ㅎ

 

3. 유혹

 

   백수가 된지 3일만에 오랜 지인인 초딩친구에게 백수 되었노라고 선포하고 일자리좀 알아 보라고 했다. 그 친구는 적어도 어디 메여 있는 사원은 아니기 때문에...그랬더니 다짜고짜 나보고 동화를 써보라고 한다. 다문화 가정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것을 소재로해서.. 그러면 자기가 책도 내주고 잘 팔리면 원고료도 두둑히(?) 준단다. 헐~~ 귀가 솔깃한 얘기기는 한데 나에대해서 얼마나 안다고 그런 제안을 한거지? 나라면 충분히 잘 쓸거라는 말까지 덧붙이면서. 사실, 그 친구와는 1년에 한번 볼까 말까한 사이인데...심심해서 백수 통보했더니 무슨 덤터기도 아니고...솔직히 말해서 난, 그 친구가 그정도로 능력(?)이 있는 친구인줄을 몰랐다. 책도 내주고 원고료도 준다니! 제안을 받고 나니 갑자기 의미 심장(?)해 진다. 나보고 동화작가가 되보라는 말을 들으니 정말 오래전에 꿈꿔 왔던 일을 하는것 처럼 괜히 설레이기도 하고.. 그런데, 내가 무슨 재주로 동화를 쓰나? 기껏해야 블로그에 일기 쓰는게 다인데... 하튼, 인생은 살다보면 뜻하지 않게 재미 있는 일들이 종종 펼쳐진다.  팔자에 없는 동화를 쓰게 될줄이야 누가 알았겠나? 여전히 갈등을 하며 여기저기 기웃 거리고 있는데 문자가 왔다. "아직도 안쓰고 있냐? 빨리 써라~~ 응?" 밍기적대면서 확신하지 못하는 자신을 검증하고 있는 사이 재촉하는 친구의 문자를 받고 나니 더이상 망설일수는 없다는 생각이 드는데....

 

   삶이란 참 불가사의 하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불가사의해서 때로는 어디로 어떻게 방향을 틀어야 할지 모를때가 종종 있다. 어쩌면 그 불가사의한 힘이 나락으로 빠지는 걸 방지하는 묘책이 아닐까 하는 웃기는 상상까지...ㅎ  어차피 살아 있을거라면 이왕이면 생기발랄하게 살아보자, 고 마음을 먹으니 인생이 그렇게 재미 없는것만은 아니라는 생각.  유혹을 뿌리치지 못할바에는 차라리 즐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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