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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부재, 그리고 고집..

불량 스머프...님의 [일하는 방식..] 에 관련된 글.

 

   쪽팔려서 안쓰려고 했는데, 어쨌든 내 인생에서 기록할만한 일이라고 판단되어...

사무실을 그만뒀다. 사실, 그만뒀다기 보다는 강제로 퇴출(해고라는 표현은 안어울려서, 왜냐면 거긴 분명히 사업장이 아니기 때문에..4대보험도 없고, 근로계약서 같은거 쓴적도 없고, 활동비도 일정치 않았고 등등...) 당한거나 마찬가지.

 

   많은 불협화음이 있었고, 그때마다 '관계'에서 출발한 지점이 서로에게 오바해서 작동했기 때문이야. 라고만 판단했을 뿐 지독하게도 수정이 안되는 부분이 있었다. 결국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 지속되다가 '삭제'라는 결과를 맞게 되었으니까.

 

   일하는 방식의 차이가 활동의 중단이라는 결과를 내오는데는 별로 특별한 경우가 아니다. 그러나 어떤식으로 끝맺음을 하느냐는 분명히 큰 차이가 있다. 일하는 방식의 차이를 인정한 우리가 합의한 것은 "더이상 같이 일하기 힘드니 사무국일은 12월에 종료한다." 였다.  나는 12월까지 그동안 내가 맡았던 일을 정리할 것이고, 대표가 원했던 대로 서류정리니 파일정리니 하는 잡무도 깨끗이 해결해 주겠다고 했다. 나는 이말을 누누히 했었고, 남은 시간은 2개월 남짓이었는데 결국 대표는 수락하지 않았다. 2개월도 못참아 운영위를 열어 사무국장 해임 안건을 내민 것이다. 내부 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주민들로 구성된 운영위는 겉으로 맨날 (사무국장과 대표가)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고서 해임안이 올라오자 올타꾸나 하면서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거기까지는 다 좋다고 치자. 주민들한테 신임 못받고 신뢰를 잃으면 어차피 끝난거니까. 내가 납득이 안가는 다른 이유는 대표의 무차별적이고 주관적인 감정에 의해 2년여 같이 일했던 활동가의 발언을 끝까지 무시 했다는 것이다. 아무리 대표체제로 움직이는 작은 조직이라도 활동가는 엄연한 노동자로 보아야 한다. 근로 계약서든 뭐든 활동비를 제대로 받았든 못 받았든 그 조직에서 일하지 않는 날로부터 노동자의 권리를 박탈 당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명백히 업무에 어떤 차질을 주었는지는 하나도 말하지 않고, 단지 대표의 권위를 무시했다,  사무실 서류 정리 및 행정 업무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주민들의 신임을 잃었다는 이유 만으로 활동가의 권리를 박탈하는 걸 나는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다. 그리고 대표의 그와 같은 주관적인 판단이 활동의 지속여부를 결단할 만한 근거로서 충분한가?

 

   나는 최대한 객관적인 입장에서 판단하려고 했다. 쪽방촌이란 곳이 얼마나 힘든 곳인지 가난한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고 다가가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알기 때문에 나같은 애가 오래 있을 곳이 못된다는 판단을 해 왔었다. 그리하여 나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12월에 그만두겠다고 했는데, 겨우 2달을 참지 못해 운영위에 상정까지 하고 마지막 자존심을 짓밟아도 되는 일인지 다시 한번 묻고 싶다.  

 

   그리고 이건 정말 주관적인 건데, 나는 지난 2년여 동안 혼신의 힘까지는 아니어도 생에 처음으로 신명나게 일했다. 단체에 차가 없어서 내가 타던 차도 갖다 놓고, 노트북이 없으면 노트북도, 돈이 없으면 돈도, 밥이 필요하면 밥도 하고, 사람이 필요하면 사람도 데리고 오고...어떻게든 그 가난하고 쥐어 터지는 곳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했는데...솔직히 말해서 배신감이 안들면 그건 거짓말이다. 물론 이런것은 어느 누구도 아닌 자의에 의해서 한 일이기 때문에 나중에라도 무엇을 보상 받고 싶어서 한일은 아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역시나 하해와 같은 부처님이 아니기 때문에 억울하고 화가 난다.  

 

   어떤 활동이든 쉽지 않다. 그러나,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인정해주길 바라는 마음은 지울수가 없다.. 인정을 한다고 말하면서도 결국 알량한 고집을 피워 이러한 결과를 내 왔다는게 정말 가증스럽다. 나역시 고집을 내세운건 마찬가지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번일은 도저히 납득이 안가는 처사 였다는게 나의 결론이다. 고집을 피울때 피워야지. 한사람의 자존심을 훼손하고 관계를 망가뜨리면서까지 얻으려고 했던게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생각해보니 마인드가 문제가 아니었나 싶다. 대표는 참 착하고 좋은 사람이기는 했는데, 운동에 대한 열의만 있었고, 자신이 채우지 못하는 것을 다른이로부터 채워 보고자 했던 조금은 세련되지 못한 부분이 있지 않았나 싶다. 끝까지 웬만하면 덜 상처주고 싶었는데 내 마음엔 어느새 '악마의 도사림'(절대 대표를 용서하지 않겠어! 그리고 복수 할....)이 꿈틀대고 있다. 결과가 중요한게 아니라, 결과의 과정속에서 얼만큼 제대로 소통하고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이 컸느냐가 중요하다고 보는데...그리고 이왕이면 아름답게 물러났다는 말을 듣고 싶었는데...'끝이 좋으면 모든게 좋다', 라는 말이 틀리지 않다는 걸 새삼 확인한 씁쓸한 내 인생의 경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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