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다른 월요일

오늘은 월요일임에도 컨디션이 좋다. 이제 얼추 여독이 다 빠져나간 듯 하다. 아침에 일어나니 라틴 영화 교수인 챨스에게서 메일이 왔다. 박찬욱에 대한 긴 장문의 소개글이 뉴옥 타임스 메거진에 실린 것을 내게 보여주는 메일이었다. 부리나케 프린트를 해서 수업으로 내달렸다. 얼마나 고마운 사람인지... 시회적 "타자"를 몸소 이해하고 보듬는 몇 안되는 페컬티 멤버 중 하나다. 아침에 3시간짜리 수업을 듣고, 제이슨 미텔이라는 꽤 알려진 게스트 렉쳐러가 와서 푸코이론을 기반으로 쟝르 이론에 대해 얘기했다. 푸코의 권력론에 기반해 필름 쟝르의 발전을 해석해야한다는 것이 요지다. 실지 푸코의 권력론은 일상권력의 개념을 포함한 정치 권력이 핵심이라면, 쟝르 해석에 있어 미국적 필름 학문은 너무 경제 논리에 의해 치우쳐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얘기했다. 난 내가 분석한 70년대 한국의 멜로드라마의 예를 들면서, 그러한 쟝르의 대중화가 정치권력과 상호 교섭한다고 보충 질문을 했다. 젊은 친구인데도 불구하고,나름대로 답변을 잘 했다. 깁누이 좋았다. 일전에 교수 후보를 왔던 놈에게 제 3세계 발전이론을 회의적으로 얘기했더니, 그건 내 관심분야가 아니라면서 망발을 일삼았던 태도랑 달랐다. 그릇이 달랐다. 오후에 내 티에이 수업을 듣고, 점심에 경래랑 멕시칸 체인인 치포틀레에 가서 버리또를 시켜 나눠 먹었다. 우리 둘이 가장 즐겨먹는 음식 중 하나인데, 단 하나만 시켜도 둘이 나눠 먹을 정도의 양이 되니 이것처럼 돈을 절약하는 방법은 없는 듯 하다. 우린 학교 매점에 들러 더블샷을 마시고, 다시 헤어졌다. 3시에 나랑 친한 교수 데이빗과 미팅을 가볍게 끝내고, 도서관으로 돌아왔다. 이제 오늘은 6시 티에이 섹션만 하면 끝난다. 이번 주엔 마이클무어의 볼링 포 컬럼바인을 토론할 예정이다. 그 비극을 생산하는데 주 역할자들이 누구인지 토론을 부쳐볼 생각이다. 거스 뱅 쌍의 '엘러펀트'와 비교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듯 하다. 뱅 쌍이 사건의 원인을 비정상(애브노말)의 개인적 광기에서 찾았다면, 무어는 보다 사회/구조적 차원의 해석을 가미한다. 이 둘의 비교를 통해 아이들에게 뭔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싶다. 다음 주 월요일에는 오써쉽과 이데올로기에 관해 3,4학년들 앞에서 발제를 해야 한다. 가장 부담되는 부분인데, 아무래도 영화를 전공하는 친구들이라 걱정이 앞선다. 우선은 푸코, 바르트를 이용해 그들이 보는 저자의 관점을 보고, 영화에서의 저자 개념이 얼마나 낭만적 개념에 기초해 있는지 살펴보아야 할 것 같다. 아마도 9시 정도 까지는 학교에서 어리버리 시간을 보낼 것 같다. 월요일 하루는 언제나 기나, 오늘은 여유가 있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