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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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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에 살다 보니...

집에 좀 늦게 들어가게 되면, 술기운이 얼굴에 발그레하게 남아 있는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나는, 술을 싫어하기도 하지만.... 술에 과하게 취한 사람들도 싫어한다.

다른 이유보다는,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 지 모르기 때문에 그렇다.

그건 실은, 아이를 싫어하는 이유와도 같다.

 

오늘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데, 내려오는 사람들의 얼굴이 죄다 발그레하다. 그런데 오늘따라, 그 얼굴들이 어딘가 애틋해 보이기도, 사랑스러워 보이기도 한다. 저마다의 이야기를 가득 담고 있는 그 얼굴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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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새 황사 때문이라지만, 난 봄하늘이 이렇게 칙칙한 줄 모르고 살아왔다.

차라리 쨍하고 깨질 것 같은 차가운 겨울하늘이 그리울 정도다.

스모그로 가득한 크리스탈에 갇힌 기분이다.

오전의 사무실 느낌도 그랬고, 거리를 걸을 때도 그랬고, 웃고 떠드는 동안에도 그랬다.

 

요즘 나의 화두는 나를 어떻게 책임지지? 하는 건데,

머릿 속 마저 황사로 가득한 것 같다.

문제점도 빤히 들여다 보이는 사보험에, 더 나이 들기 전에 가입해야만 하는 것인지, 일전에 본 카드배달 할아버지가 나의 미래는 아닐지, 그러다가 심지어 나는 자살을 하게 될까 사고사 하게 될까 병사하게 될까, 뭐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나는 사람에게든 세상에든 애정이 많은 사람이고, 아마 나의 가장 큰 원동력은 그것일텐데... 나는 내가 그래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건강하고 밝게 살고 싶은데, 사실 지금 활동하는 공간을 택한 이유도 그래서인데... 참 쉽지 않은 조건투성이다. 살면서 점점 뭔가 이렇게 살면 되겠구나 하는 게 보이면 좋겠는데 그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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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참 잘 잤다.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고, 새벽에 깨지도 않고, 그래서 피로도 쌓이지 않고 그랬다. 그래서 너무 좋았다. 계속 이럴 수만 있다면, 아프지도 않을 텐데. 꾸준히 일할 수도 있을 텐데. 약봉지에 눈길을 줘야 하나. 오늘따라 자신이 없어진다.

 

돈 많이 안 벌어도, 결혼 안 한 여자라도, 행복하게 살 수는 없는 걸까.

난 이명박 정권이 무섭다.

그래서 당장, 보험을 들어 말어?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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