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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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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

엉...

엉...

엉...

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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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왜 얼마나 버티느냐가 기준이 되어야 하느냐면서

문제가 있으면 개선을 해야할 문제 아니냐, 라는 말을 했다.

요즘 가뜩이나 힘들어 보이는 언니에게,

그런 말을 하도록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이 참 가슴 아팠다..

동시에, 나는 왜 버텨야 한다는 생각만 하고 있는 것인지, 그러면서도

도대체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눈 앞이 깜깜하다는 게 참 비참했다.

 

그러니까 나는 믿지 않는 것이다.

늘 사람은 부족할 거고, 돈도 부족할 거고, 그러니 제작은 늘 제자리를 맴돌 것이고, 얼굴 화끈거리는 작업물을 매주 꾸역꾸역 만들어 내며 다시 자괴감을 느낄 것이고, 프로그램의 운명이 어찌될 지 알 수 없지만 전반적인 분위기처럼 겨우 몇 달 허덕대며 채우다 폐지되고 나면, 재정 논의 나올 때마다 마치 내가 죄지은 것 같은 미안한 마음 갖기 싫어도 저절로 들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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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맘 먹고 내려간 길이었는데, 성과가 좋았으면 괜찮았을걸....

그게 아니니 마음이 또 한없이 가라앉는다..

 

참 반가웠는데... 오랜만에 보는 하이텍 조합원들...

옹색한 탑차 안에 옹기종기 모여 있다가 들어서는 나를 보며 반색해 주는데...

예전보다 다들 낯빛이 안 좋아서 맘이 그랬다..

벌써 그렇게 농성한 지도 한 달 반이 지났으니 몸이 또 얼마나 축났을지...

지회장의 허청이는 뒷모습은, 지부장 말처럼 단식 30일 한 사람 같아 울컥했다..

7년 째 길바닥에 나앉길 주저하지 않는 그이들의 분노와... 끈기와... 동지애와... 절망과... 희망과... 허허벌판에서 농성하는 50 넘은 딸에게 안부전화 하는 노모의 안타까움과.... 40줄 들어선 동생 곁에 찾아내려와 깊은 밤을 아리게 보내다 가는 언니의 속상함과....

 

그 마음을... 하나하나 담고 싶은데....

난 여전히 사람들을 향해 카메라를 드는 것에 지나치게 조심스럽다...

심지어 요즘 촬영하며 느끼는 건,

자꾸 뒷모습만 찍으려고 한다는 거다.

찍을 때는 의식하지 못 하다가, 나중에 촬영분을 보면서 아차하는 일이 잦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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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겐 확신이 필요하다. 믿음이라는 것..

나에 대해서도.. 내가 속한 공간에 대해서도.. 내가 지향하는 바에 대해서도..

 

네가 서른이 넘어서도 그 곳에 있다면, 너의 진정성을 진짜 인정하게 될 거야..

4년 전 집앞에서 나눈 대화를 떠올리게 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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