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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태양 / 정재은

'비겁한 게 나빠?'

 

상업영화는 보통 90분에서 120분 사이의 러닝타임을 가진다. 그 중에 뇌리에 와서 콱 박히는 장면은 60분을 넘어야 하나 건질까말까 한다. 그 60분이 지루하지 않은 영화도 있겠으나, 대개는 첫 20분을 넘기지 못 하고 지루해진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첫 70분 정도를 정말 견디기 어렵다. 연기와 내러티브 모두 어설프므로. 그러나 삐걱거리면서도 인물을 구축하고 이야기를 구축해 나간다. 그렇게 감독이 밀고 나간대로 견디다 보면 어느 순간 팟! 하고 터지는 순간을 만난다. 그리고 그 만남 덕에 '한 번의 성공을 위해 수백번 넘어지는 친구들에게 바칩니다'라는 한 줄 뒤에 나오는 영화 메이킹이며 스케이터들의 자빠지고 엎어지고 고통을 참느라 말도 못 하는 장면 하나하나가 짠한 감동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청춘은 그랬다. 책임감을 있는대로 짊어지고서 비틀거리는 축이나 막무가내 자유로운 영혼인 듯 보이는 축이나 같은 방황 속에 헤맸다. 영 시시하게 살고 있는 나나, 화려한 너나, 아직 제 갈 길 못 찾고 비리비리하는 그 애나, 빛나건 그늘 속에 있건 승자가 어딨고 패자가 어딨을까.

 

자신도 없고 고집도 없고 지구력도 없고.

그래서 결국 '비겁한 게 나빠?'라고 시시하게 한 마디 던진다.

그냥 대충 해.. 재미없다..

 

더이상은 '정재은 감독이' 어쩌구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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